회사에 입사한 지 채 1년이 안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업무를 하면서 지방 어딘가의 교육청 담당자와 통화를 한 일이 있었다. 여차저차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는데 묘한 여운이 남았다. 이유는 다름이 아닌 호칭 때문이었다. 그는 나를 ‘선생님’ 이라 지칭했다. 물론 그것이 내가 진짜 교사라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의 직장이 교육청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나를 지칭할 말이 마땅치 않아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웃 아저씨에게 ‘사장님’이라 칭했던 것처럼. 차라리 직급이 대리나, 하다못해 주임이라도 됐더래도 편하게 ‘주임님’하고 직급으로 부를 수 있었을 텐데, 하필 직급으로 부르기도 어색한 사원이었으니 호칭이 애매하기도 했을 것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한국어 네이티브들만의 어법이 있다. 선생님, 사장님 이런 호칭들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단골 식당에서 주문은 고모도, 외숙모도 아닌 이모에게 해야하고, 여자 아이돌에게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삼촌 팬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아내를 지칭할 때는 영어 표현인 wife 를 사용하는게 자연스럽지만 남편을 husband 라 지칭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에겐 무척이나 낯익은 이런 풍경들이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재미나게 비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