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간의 관악구 생활을 마치고 용인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애초에 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던 이유는,
- 아무래도 서울 안의 인프라가 더 많으니까
- 처가가 가까우니까
였는데, 중간에 차를 사고 나니 이런 것들이 크게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주말이나 휴일에 항상 차를 타고 다니게 되면서 서울 안쪽 보다는 바깥쪽으로 매번 나돌았고, 사람들이 그득그득한 시내보다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풍경들을 즐기기 시작했다. 거기다 아무래도 차가 있으니 처가에서 좀 멀어진다고 해도 방문하기에 크게 무리가 없기도 하고.
다음 이사지로 용인을 고른 것은 아무래도 직장의 영향이 컸다. 내 경우에 지금 직장은 분당, 그리고 이직을 해봤자 판교나 멀어도 강남 정도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아내도 강동구로 출퇴근을 하게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용인은 여러모로 괜찮은 선택지였다. 거기다 오히려 경기도라서 더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졌다. 사실 가능하다면 아예 경기도 조차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 원주에 사는 처형네를 종종 방문하면서 부터 였다. 서울 근교 지역과 비교해 크게 저렴한 집값과 더불어, 주변에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공원이 있는 것도 부러웠고, 무엇보다 차를 타게 된다는 가정 하에 주변에 필요한 인프라는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사실 개발자라는 직업을 놓기 전까지는 원주 같은 곳으로의 이사는 무리지만 아무래도 용인 정도면 비슷한 메리트들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으로 요즘에는 풀 리모트 근무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리모트 근무를 하게 된다고 해도 어차피 집에서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테니 코워킹 플레이스 같은 곳으로 출근을 하긴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사람들로 그득그득한 지옥철이나 차들이 그득그득한 도로로 향하지 않고 내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출근을 할 수 있는 생활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매일같이 느껴지는 사무실의 갑갑함에서 벗어나는 것 만으로도 삶의 질이 굉장히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예전부터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 문득 갑갑함이 느껴질 때는 유튜브에서 오토바이 투어링 영상을 틀어놓곤 했다. 뻥뻥 뚫린 국도를 달리는 오토바이 영상을 보고 있기만 해도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고는 했다. 하지만 풀 리모트 근무를 하게 된다면 이러한 희망 사항을 현실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침마다 나는 출근할 사무실을 정할 수 있다. 어느 날에는 홍대의 코워킹 플레이스로, 혹은 가평 근처 어딘가의 적당한 백색 소음이 있는 까페로.
요즘 많은 기술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풀 리모트들을 하나 둘 씩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테크 기업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더 적극적으로 리모트 근무를 적용하고 있다. 사실 리모트 근무 하나만 놓고 보자면 국내 기업 보다는 글로벌 기업들을 노리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걸리는 것은 언제나 영어였다. 종종 친구들과 ‘영어가 지금까지 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라고 농을 주고받곤 했는데, 언젠가 넘긴 넘어야 하는 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주일이 한번씩 지인과 영어 회화 스터디를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학원이나 과외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