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Reminiscence S#2 광자의세계로 어서오세요  
장*혁A  [Homepage]  2008-05-20 10:34:16, 조회: 231, 추천:1 

Reminiscence S#2 Welcome To the Photon World.

대학에 갓 입학하고 한창 자유를 만끽하고 있던 시절로 기억한다.
오랜만에 필름으로 사진이 찍고 싶어져서 아버지의 옛 카메라를 찾던 중,
장농에서 또다른 아이를 찾아버렸다.

이름하야 Olympus OM-2. 올림푸스 클래식의 황제라는 OM시리즈!!
그리고 당당히 옴투에 물려있던 om 85.8mm 단렌즈.
-아버지의 카메라는 Nikon의 명기 FM-2와 Nikkor 50.4mm 단렌즈였다-

옷속에 파묻혀 내손에 녀석이 걸렸을 때의 느낌은...

얼씨구 횡재했구나!


장농에서 찾은 보물을 꺼내들고 간단히 조작해봤다. 필름 트레이도 열어서
확인을 해보고, 필름감게를 돌려도 보고.

다행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뷰파인터에 낀 곰팡이가 신경을 거스른다.
간단히 트라이포드, 애기 E-300과 필름 한롤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날씨는 여느 5월의 날씨였고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게 열려있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올림푸스 A/S센터를 찾아서 뷰파인더 청소! 그리고 간단한
정비를 받는 일.

뭐 올림푸스 센터야 내가 고등학교 때 부터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닌 곳이라 찾아만
가면 뷰파인더의 문제는 해결 될 일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게다가 센터에서 만난 강기사 아저씨가 OM매니아라 OM-2를 가져가면 분명이 좋아라
하시고 바로 고쳐주시겠지.

"오~ 오랜만이야. 오늘은 웬일이냐. 또 삼백이 핀 안 맞아?"
"아뇨. 오늘은 요놈을 장농에서 찾아서 말이죠. 파인더 좀 봐주세요."
"OM-2네. 상태도 괜찮아 보이고. 가죽파우치는 없디?"
"네, 바디랑 렌즈만 따로 수건에 쌓여있던데요."
"그래? 뭐.. 그래도 상태는 A급이네. 잠시만 기다려봐."

한번 휙 쳐다보시더니 바로 견적이 나온다.
밑판을 열어서 나사를 풀고 휘리릭~ 하는 사이에 이미 파인더에 먼지는 물론이고
미러룸 까지 정비가 다 되었다.

정비를 끝내고 강기사 아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원래는 집에서 가까운 이송도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A/S센터가 서면쪽이다보니
해운대 쪽으로 가는게 좋을거 같아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몇일 전에 부산 코믹월드에 가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참에 들리기로 했다.
원래는 마지막날 사진을 업으로 하고 있는 형과 만나려고 했는데, 첫날에 가보는것도
나쁠거 같지 않아 생각을 바꿨다.

한때 코스프레 동호회에서 사진사로 출사나간적도 많았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알고 있는 코스퍼들도 많아서 가면 심심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랄까.

그리고 원래 코믹월드라는 행사 자체가 시끌벅적 한거고, 인물사진을 찍기엔 정말
좋은 장소니까.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화려한 의상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벡스코 앞은 만화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들로 만원이다. 

무리들 중에 한두번 같이 사진을 찍은 친구들도 있었고, 내가 활동하던 동호회의 친구들도
몇몇 보여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센터에서 사둔 ISO200의 코닥 컬러슬라이드로 필름을 갈고 한번 한번에 숨을 담아 셔터를
끊어내었다. 아무래도 E-300도 있고해서, 36컷 필름 세통을 순식간에 다 써버렸다. 

뭐, 모자라면 디지털로 찍어버리면 되니까.

솔직한 말로다가, 예전 고등학교 시절보다 의상 퀄리티도 좋아졌고 나름의 노출도 있는
편이라 손가락이 자동으로 셔터에 반응했는지도 모르겠지만...흠흠

속칭 '납치'로 외모도 받쳐주고 의상 퀄리티도 되는 코스퍼아가씨 한명과 한시간여를
찍었으니 필름 세롤정도야..아깝지 않아! 라는 느낌?
정확히 그녀의 케릭터는 생각이 안나는데, 일본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건 뭐 하도 납치를 많이 해서...



즐거운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학교 사진관에 필름을 맡겼다.
내가 다니는 학교엔 사진과가 없어서 옆 K대학의 친구에게 현상을 부탁하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찍은 필름이라 혹여나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대비하기위해 사진관에
피같은 만원을 지불했다.

학교 식당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평소에 내가 사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과동기 세명이 내 앞에 라면을 들고와 앉았다. 여자 둘은 라면 하나와 김밥 한줄을 같이
먹으려는지 한쟁반 뿐이었고, 사내놈은 라면 곱배기에 공기밥까지.

"너 사진관 갔다 오더라?"
"응. 오랜만에 필름한번 손대봤지."
"이야~ 필름도 쓰는거야? 난 맨날 디카만 가지고 다니길레 그정돌 줄은 몰랐어"
"뭐, 어쩌다보니."

이런 저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와 잠시 받으러 간 사이
녀석들이 주말에 찍은 사진을 봤나보다.

"야! 이런 재밌는게 있음 나도 불러야지!"
"그러게. 맨 여자들 뿐이구만. 변태자식"
"이봐요 아가씨. 난 그냥 인물 사진을 위해서 가는거야. 변명을 더하자면 인물사진에다가
총천연색의 색감까지, 이만한 모델들이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난 그런건 몰라. 변태."

이렇게 사람 변태만드는게 쉽고 간단한 줄은 몰랐다.

이런 저런 변명을 해대면 나만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점심에 혼신을 쏟기로 했다.

한참을 웃고 떠들더니 동기 하나가 물어본다.

"그럼 사진 찍은지 얼마나 된거야?"
"얘 사진 엄청 오래 찍었을걸? 싸이에 가니까 옛날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수두룩하더라."

그랬군. 내 일촌이었어.
잠시 생각하다 예전에 들은 멋진 말이 있어서 이렇게 대답해줬다.

"난 아직 사진찍은건 일주일도 안돼"
"무슨 소리야~! 또 이상한 소리 하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위에서 내 이미지는 '엉뚱한 아이'였다는게 이걸 쓰면서 다시
깨달았다. 매일 현학적인 책이나 보고-이를테면 '천문학'이나, '꿈의 해석', 파인만의
QED라던가...- 생뚱맞은 단어를 쓰고 하니. 그래서 밥을 혼자 먹고 있었던 건가??

흠흠. 여하튼 내가 한 말을 다시 설명해줬다.

"잘봐! 사진은 빛을 담는 거야. 사진을 찍는 다는건 빛을 순간을 담는 행위라구.
이정도는 알고있겠지? 셔터를 누르고 카메라속의 미러가 올라가고 필름에 빛이 담기는
순간은 기껏해야 1/2초정도야. 뭐 이래저래 바뀌겠지만 평균적으로 치자면 그렇다는거지.
그리고 1년에 만컷 정도 찍는다고 치면 8시간 정도? 그러면 내가 중학교때 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니 7년이네. 그럼 56시간? 야. 이거 사진 찍은 건 3일도 채 안되는구나."

조금은 긴 설명에 동기녀석들은 잠시 멍하니 나를 처다본다.
짜식들 감동 받았구나?

실제로는 스포츠 사진은 최대로 1/1600초 정도의 셔터스피드로 연사를 할때도 있다.
내가 자주 직는 풍경사진은 자연이 가진 빛을(정확히는 반사하는 빛이지만) 정확히 담기
위해서 1/4초나 1초를 오버해서 30초 까지 노출을 할 때도 있다. Bulb모드를 사용하면
셔터를 누렀다가 손을 때기까지의 모든 시간동안 노출을 잡을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1/10초 안에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게 사진이다. 내가 사진을 찍.은. 기간은
불과 3일도 채 되지 않는다.

언젠가 들었던 이 말을 써먹을 줄이야.

점심도 다 먹고, 오후 수업도 다 들은후 사진을 찾기위해 사진관에 들렀다.
무려 108컷이나 되는 필름을(사진으로 뽑지 않은) 하나하나 살펴보며 집으로 돌아와
스캐너로 읽어보았다. 

이런 제길...

디지털로 찍을 때는 몰랐는데, 태반이 흔들린 사진들. 사진경력 7년차에 부끄럽기 짝이없다.


그날 부터 난, 다시 필름 카메라로 돌아가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덤으로 '시간관념 없는 변태 코스프레 사진작가'라는 Tag도 하나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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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올림빠. 중학교때 Olympus Pen EE-3로 사진을 시작해서, 고등학교때는
Olympus E-20N을, 대학에 가서는 Olympus E-300을, 지금은 Olympus E-510을 가지고 다닙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41:19 

 

이*형B 
  막연히 디카 하나 사자고 해서(제가 제안한건 아니지만) 니콘(모델명 모름) 카메라 하나 사서 썩히고 있는 저로써는 참 부럽고 또 카메라에게 미안하네요. 

음. 
재혁님 성격 맘에 드는데요(웃음) 
저랑 비슷한 듯. 

이렇게 사람 변태만드는게 쉽고 간단한 줄은 몰랐다. 

맞아요. 
참 쉽죠. 
제가 변태가 된 적은 없지만 남을 변태로 만든 적은 많습니다, 아직도 진행형. 
그 태그는 참 멋지군요. 

집에 잠시 쉬러 가는 날엔 누나에게서 디카를 뺏어서 마구 찍어봐야겠어요. 
사진기술에 대한 것도 좀 배워보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8-05-20
11:07:14
  

 

이*선 
  요즘 들어 사진에 부쩍 흥미가 생긴 찰라에 매우 즐겁게 글을 읽었네요~ 
사진 경력 7년차라... 이곳에서 사진을 찍지는 못하니... 
그저 '사진학 강의'나 끌어안고 시름시름 거리고 있답니다... 
하긴... 워낙 초보고 아는게 미천하여 잘 찍지도 못하지만요.. 하하(땀) 
근데 재혁님은 왜 올림빠가 되셨나요??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너무 많군요... 하하~ 2008-05-20
15:30:54
  

 

장*혁A 
  ..그냥 제일 먼저 잡았던게 올림푸스 자동 카메라였죠..허허.. 
게다가 어머니도 올림푸스를 20년 정도 사용하고 계시구요. 
어릴때 부터 본게 올림푸스여서랄까요... 

그리고 좀더 머리가 커서는, 올림푸스가 보여주는 인물의 피부발색과, 
푸르름을 자랑하는 '올림푸스 블루'에 반했죠. 

안그래도 올림푸스에 대한 단상을 적어볼 계획입니다. 2008-05-20
15:33:40
  

 

이*선 
  가족분들이 모두다 사진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계신다는게 참 부럽군요~ 
올림푸스에 대한 단상이라... 후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8-05-20
15:42:51
  

 

문*민 
  올림푸스 카메라 한번 만져보고싶었는데... 

전 이제 사진 찍은지 삼년 되가네요.. 

사진은 찍으면 찍을수록 어려운것같네요... 2008-05-21
08: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