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 라는 말이 요즘 종종 머리에 맴돈다. 아이가 와서는 팔을 잡아당기며 놀아달라고 할 때 라던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해 큰 소리로 울 때. 내가 조금 피곤하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기도 한다. 아이는 음식도 부모가 주는 것만 먹을 수 있고, 놀이도 부모가 마련해 준 울타리 안에서만 놀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일 모두가 부모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내가 더 부지런하면 아이는 새롭고 즐거운 경험들을 더 할 수 있는 셈이다. 내 생에 누군가에게 이렇게나 영향을 크게 끼치는 사람이 되본 적이 있던가.
사실 결혼 전에는 아이를 가지는 일에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에는 직접 고민을 충분히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아이를 가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확신을 아직 가지지 못했던 시기였다. 사실 부모가 되면서 치뤄내야 하는 책임과 희생들에 자신이 없기도 했다. 아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부모가 되는 일을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여전히 내가 잘 해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진 것은 역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인생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고, 그러한 인생의 씨앗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그것을 잘 꽃피울 수 있게 옆에서 보살펴 주는 일은 내게도 크게 의미있고 즐거운 경험이다.
종종 학창 시절을 생각한다. 친구들과 함께 시내를 쏘다니며 이런 저런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처음으로 이성 친구를 만나 문자를 주고 받고, 또 새로운 학교에 진학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모두가 십대의 빛나는 그 시기에만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내 아이에게도 그러한 시기가 올 것이다. 뭘 해도 즐거운 그 시기를 더 즐거이 보낼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