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고 싶다. 틈 날때마다 생각한다. 참 희안한 것이, 운전면허를 따기전까지는 운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최대한 늦게 따야겠다고 다짐까지 했을 정도니까. 고3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이 하나 둘씩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할때도, “저것들은 차도 없는 것들이 왜 벌써부터 면허를 따려고 하나” 생각하며 알바 하기에 바빴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장거리 운전으로 피곤해 하는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빈말이다. 사실 별로 미안하지도 않았다.) 뒷자리에서 편히 쉬면서 갈 수 있음을 즐기기도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도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급하게 딴 것이다. 제주도에선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는 아내의 성화가 없었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지금도 무면허였을 것이다.
헌데 운전이 하고 싶다. 참으로 이상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택시 앞자리에 앉으면 전방의 차들과 차선을 째려보며 마치 내가 운전을 하는 양 몰입을 하게 된다. 어쩌다 한번씩 고향에 내려가 엄마 차를 몰게 되기라도 하면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여기, 또 저기로 쏘다니기 바쁘다. 이전까지는 몰랐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또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말이 주는 설렘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주 설레다 못해 명치께가 간질거리기까지 한다.
2주 후에 계획된 제주도 여행에서도 관광 명소라던가, 맛집이라던가, 여행지에서의 멋진 숙소 같은 건 머릿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운전할 일을 생각하며 설렌다. 해안 도로를 달리고,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맛집을 찾아다가 네비에 찍고 그대로 달리는, 그런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