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보론]역사학론  
상병 이지훈   2008-12-27 23:06:23, 조회: 85, 추천:0 

석재님의 글에 영향을 받아 감히 ‘론’이란 글자를 붙여봅니다. 우선 석재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으나 꼭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애드온을 표방한 답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잎사귀라고 해야 하나요? 말머리를 일단 보론으로 하겠습니다. 석기님께 배운대로요(?)

역사와 역사학은 다르다 라고 쉽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흔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석재님의 글과 댓글에서 나오는 ‘역사는 어렵다 혹은 쉽다’라는 이야기도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 역사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때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라고 봐요. 과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생겨먹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 받아들임으로 미래의 환상을 지워가는 과정이 ‘현재’이죠. 즉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역사를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당장 5분 전의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미래의 태도를 지나친 환상 없이 정하는 것. 이것도 역사이죠. 그렇다고 해서 역사란 것이 개인적인 것만은 아니고 이러한 것은 인간들이 모인 집단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요. 개인으로도 충분한데? 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니까요. 혼자 살 수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무리 지어 산지 너무 오래되었죠. 게다가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세계화 시대라고들 하고요.

역사학은 개인적인 역사들을 모으고, 한 사람만의 역사일 수 없는 집단의 역사를 정리하는 학문이죠. 역사학은 개인 혹은 집단의 역사를 정리하여 그 개인과 집단을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역사학이 왜 필요한가? 라고 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인간끼리, 인간이 이룬 집단끼리의 소통을 위해 그들은 서로 다르게 걸어온 서로의 역사를 참고해야만 한다고요. 심지어 죽은 인간과 미래 인간과의 소통을 위해서도요.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인간은 죽더라도 그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죠. 예로 우리가 어떤 사람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와 대화하는 것과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할 때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모든 개인과 집단, 심지어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의 개념조차 역사란 것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들은 너무도 많아서 우리의 인식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이것들을 정리해야만 하는 학문이 나타난 것이라고 할까요. 역사학이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식 범위는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는 소통이 줄어듬을 뜻합니다.

역사는 복잡할 순 있으나 어려울 순 없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상대를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의 문제라고 봐요. 어려울 수 있는 것은 역사학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역사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이해할 수는 없어요. 저명한 역사학자들은 정말 모든 역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그들의 전문 분야만을 확실하게 인식, 이해하는데 평생의 시간을 바치죠. 그렇다면 아무리 역사학이란 학문이 존재하고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노력한다 한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세계는 소통할 수 없지 않은가? 한계가 있지 않은가? 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역사학은 분명 역사들의 정리를 위해, 정리의 필요성을 위해 등장했고 그 역할을 하지만, 역사학의 목적은 ‘역사를 정리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모조리 알려줘서 세상과 소통하게 하겠다’ 라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정리한 것들과 정리하는 과정으로 하여금 나 자신과의 소통, 나와 세상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만들겠다’ 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역사학이 정리한 것과 정리 과정에 있는 것들을 보면서 정리되지 않은 것들에게까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이죠. 역사학은 우리에게 각 역사들을 보는 눈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메멘토처럼 우리 몸에 각 역사들을 새기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제가 감히 ‘역사와 역사학은 무엇이다.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맞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명확하게 글이 써진 것도 아니고, 저 또한 아직 역사와 역사학을 구분하지 못하고 역사와 역사학이 무엇이고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어설프게 학문에 접근했었으니까요. 전 단지 역사가 어떤 공부 과목인양, 마치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만 그것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느끼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 저번과 같이 석재님의 글에 기생하여 ‘애드온’을 붙여봅니다. 석재님 글에서 이어질 수 있는 다음 논의는 역사와 역사학의 구분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 나누어진 뒤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면도 없지 않아 있군요. 이건 제 욕심일까요? 허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8
09:03:59 

 

일병 이석재 
  저랑 비슷한 논지군요. 아무래도 Side and Side 다음 연재작으로는, 쉽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연구해봐야겠는데요. 그런게 오히려 더욱 어려운 일이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