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내글내생각] 세계화에 대해 - 조금은 다른 모습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일병 김예찬 2008-12-17 17:27:42, 조회: 98, 추천:0
이 글이 이야기하는 바와 조금 핀트가 맞지 않는 댓글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일단 떠오르는대로 '세계화'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말하는 '세계화'라는 개념이 과연 어떤 뜻인지 따지고 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우님이 올리신 글에서 경제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세계화'는 일단 경제라는 분야에 한정되어 이야기하겠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 보아서 (경제적) 세계화는 현재 두 가지 정도의 규칙으로 진행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WTO 체제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는 다자간 협약 아래에서 진행되는 국제적 경제 교류, 그리고 FTA와 같은 소수 국가 간의 협약 아래서 진행되는 경제적 교류입니다. 이러한 세계화의 두 양상은 각각의 주권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때 각 주권 국가는 '국가 경제'라는 프레임을 통하여 세계화를 진행시켜 나가는데, 가상의 예를 들면 일본 - 칠레 무역 협약에서 자동차 관세와 농산물 관세를 폐지하기로 했다면 일본은 농산물 관세 폐지를 통하여 농업 시장을 칠레에 내주는 대신, 자동차 수출을 늘려 전체적인 '국가 경제' 수준에서 이익을 얻겠다는 겁니다. 칠레는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요. 간단히 말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교 우위를 따지겠다는건데, '세계화'의 문제는 바로 이놈의 '국가 경제'라는 프레임이 과연 내적으로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냐는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조건으로 일본이 칠레와 무역 협약을 체결함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이겠지요. 칠레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대신 일본의 농민들은 싼 가격의 칠레 농산물들과의 경쟁으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때 일본 정부가 무역 협약 체결로 인한 일본 농민들의 피해를 적절한 보상, 혹은 정책으로 보완해준다면 큰 불만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농민들의 피해에 대한 대비책이 미비하다면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가 특정한 계층의 입장에 치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 그 것이 정부 관료 입장에서 효율적인 판단이든, 혹은 특정 계층의 로비에 의한 것이든 - 이러한 협상들은 계층간 공평성에 관한 시비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이 것을 '국가 경제'의 시점에서 바라본 세계화의 내적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내적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외부적 문제도 있겠지요. 이러한 일본 - 칠레의 협상 자체가 과연 양국 모두에 득이 되는가의 문제와도 직결되는데, 국제 사회에서 각 국가간 국력 차이로 인하여 불공평 협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바로 외부적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평한 협약의 역사적 예로는 구한 말 개항기에 서구 열강들과 맺어졌던 조선의 상호조약들을 들 수 있겠죠. 국제 기구가 발전하고 각 주권 국가의 외교적 능력이 19세기에 비해 현격히 증대한 현대 사회에서는 구한 말처럼 말도 안되는 불공평 협약이 체결될 일은 없긴 하지만, 특정 분야의 무역에 대한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각 국이 그룹으로 협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WTO 룰 내에서의 다자간 협약들에 비하여 보통 소수 국가끼리 진행되는 FTA 같은 경우 국력과 협상력의 차이에 따라 상당히 한 쪽에 불공평한 조항들이 포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 들어 협상이 오래 끌고 단숨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다자간 협약들 보다 경제 규모가 거대한 소수 국가들 사이의 FTA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주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전개는 오히려 각 국가간 경제 격차를 심화 시키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과 같은 경우 WTO 룰에 의해서는 관세와 해외 자본 유입 등에 대한 핸디캡을 적용 받지만 FTA에서는 그러한 보호 조치를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세계화는 각 주권 국가가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고, 또 이러한 주권 국가들이 협상에 의해 얻어낸 결과를 모든 계층에게 동등한 이득을 줄 수 있도록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형태의 것입니다. 어찌 보면 현실성 없는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현재 수행되고 있는 세계화 - 많은 경우 특정의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지 못한 FTA들, 그리고 세계화의 성과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것들 - 보다 더 나은 형태의 세계화를 꿈꿀 수 있습니다. 적어도 WTO에서 동의된 도하 개발 아젠다의 조항들, 특히 각 주권 국가들의 경제 수준에 따른 보호장치의 도입만 지켜지더라도 상황은 지금 보다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국가가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협상의 성과를 배분하리라는 것도 이루기 힘든 생각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협상의 결과를 놓고 특정 산업 종사자들이 분신 자살하게끔 만드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세계화'는 이루어지고 있고, 그 방향에 따른 각 개별 국가의 사회적 갈등 역시 언제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동북 아시아의 모 국가 만큼 그 진통이 큰 나라는 드물었던 것 같네요. 경제 구조의 기형성과 정책 결정 과정의 후진성이 그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외적으로 더 많은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의 추구가 좀 더 바람직한, 지금과 다른 모습의 '세계화'의 길을 열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5:52
병장 김민규
양국간의 점대점 식의 경제권역 설정의 경우, 관세 철폐분만큼의 수입전환효과로 발생하는 실질적인 두 나라간의 거래 활성화와 집중/전문/분업화의 효과를 함께 감안해야 하겠지요. 물론 세계경제라는 거시적 틀 안에서는 제로섬이겠지만, 두 국가만의 경우를 고려했을 경우에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지도 모른다고 고고한 학자들은 주장합디다. 정답은 알 수 없죠. 열강의 자유무역 식민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조작된 이론일지, 아니면 정말로 그러할지는. 2008-12-18
01:31:36
상병 이지훈
정우님과 예찬님의 글을 보고 무슨 말인지는 끄덕끄덕하겠는데
거기에 제 생각을 덧붙이거나, 펼치기에는 제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군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하핫
잘 봤어요 2008-12-18
03:01:11
병장 박윤수
개인적으로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추천합니다. ..정말 멋진 글이더군요. 2008-12-18
07:45:00
병장 이동석
맥락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놈의 몇몇 '자식'들은 왜 스스로를 속이는지-모르겠습니다. (이건 갑자기 뭔소리) 쥐똥같은 앎을 가진 저도 아는데, 이상-이라고 매도(!)하며 굳이 무시하는 이유가 대체 뭔지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보고 싶은데,
왠지 이유가 빤-할것 같아서 무서워 못 물어보겠습니다.
그 언제였나요?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할때, 면직공업을 주로 하는 지역 (플랑도르(?)) 이 오히려 조국보다 상대방 국가의 편을 들었던것,
매국노 같은 소리겠지만, 글쎄 국가가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할때, 소외당한 이들은 그 국가에 계속 봉사-해야하는지, 요새 들어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민가라는건 아니고, 나라를 팔아먹자는건 아니고, 그냥 역사적 가정-입니다. 뱉어놓고 보니 무시무시한 소리군요. 그냥 저 시대 이야기라고요. 2008-12-18
10:07:38
병장 손정우
모든 답변들 감사드립니다. 바로바로 답변을 드리고는 싶은데 진득히 글을 읽고 생각을 할 만한 시간이 3일에 한번 뿐이군요.
오늘 새벽이 그 3일에 한번이라 그때 뵙겟습니다. 2008-12-19
19: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