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내글내생각] 동슥님의 물음에 대한 짧은 답변
상병 김무준 2008-10-31 00:18:49, 조회: 210, 추천:0
댓글로 쓰자니 길어서 답글로 올립니다. 이거 스매시 아닙니다. 늘 그렇듯 비겁한 실미도 관광공사 말단 경리직원은 바쁘다는 핑계로 고객불만을 회피합니다. 죄송하오나 상담원이 연결되지 않으니 다시 걸고자 하시면 1번을 누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전화연결은 안된다는 거 캬캬캬캬캬)
1번과 3번 사이에서 2번을 찾으시는 걸 보고 동석님의 눈이 남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거 저만의 착각입니까? 원래 따로 연재식으로 써보려다 요즘 책마을에서 얻어가는 게 많아 그동안 써둔 것을 싸질러 놓았는데... 이거야 원. 상,중,하가 될지 상,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하려는 것에 반도 꺼내질 않았습니다. 짤막하게 언급했지만 최근 출간된 [럭셔리]라던가,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처럼 우리는 왜 옷을 사고, 어떻게 합리적으로 의문화를 소비하여야 하는가를 주제로 풀어나가려 했는데. 일부러 귀찮음을 이겨내고서라도 손꾸락을 움직이도록 절 끄집어 내시는건지, 아니면 정말 궁금해서 물으시는 건지 아직 동석님께서 가끔 내던지시는 다소 폭력적인 질문의 목적이 무언지요. 아무리 잡담이하는 깽깽이라지만 뒤도 안닦고 돌아서는 놈은 아니지 말입니다. 내면의 가치와 현실의 문제는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견해차이가 존재하고, 네가 옳다 내가 옳다는 논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패스하겠습니다.
패션에 관한 깽깽이의 생각은 이제껏 몇 번의 잡담으로 열심히 두드려 놓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멋 내기의 방법인지도 보름 전 쯤 <Style 이란.> 제목의 잡문으로 소견을 피력해 놓았습니다. 멋 내기에 왕도가 있냐고요? 할배가 그랬듯 지름길 따위는 없습니다. 학창시절 머리밀리고 이곳에 와서 머리밀리는 동안 우리는 멋 내기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동안 자신의 겉모습을 가꿀 줄 아는 수컷들은 나름의 시간을 수련으로 보냈고, 성인이 된 지금 수련의 결과물을 조금씩 수확하고 있는 중입니다. 패션이라는 것이 초등학생 앞에 고등학교 수학책을 던져놓고, 자 이제 우리 당구장에서 쓰리쿠션 좀 날려볼까? 라고 들이대는 것이긴 합니다만. 조금만 노력하고 찾아봐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깽깽이가 손꾸락을 놀려도 대빵이 '아 잘했다 너 집에한번 다녀와라' 하시는 것도 아니고, 문화관광부 장관께서 '자네 참 요새 사원 계몽에 힘쓰더구만 더 노력하시게' 하며 표창을 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자판을 굴러다니는 이유는 박경진 상병님과 같은 분들이 재미있게 글을 읽어주시기 때문입니다.
"멋이란 이렇게 내는 것이다!"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전 아마 관광공사에 2년짜리 인턴십을 들어오는 게 아니라 돌체&가바나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입사했을 겁니다. 아니면 연예계 옷판에서 패셔니스타의 스타일링을 도맡아 하고 있었겠죠. 그리고 그런 부분은 그지 깽깽이보다 훨씬 더 높으신 분들께서 책이니 TV프로니 잡지니 하는 것으로 역설을 토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겉 모습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옷 못 입는다고 돈 못 벌고 주둥이에 거미줄 치고 사는 건 아니지만 팍팍한 인생살이에 아침을 여는 즐거움과 그에 따른 옵션을 공짜로 얻어보자는 거죠.
모델들이 키야 선천적으로 타고났다 해도 그네들의 걸음걸이나 시선처리 옷을 소화해내는 능력을 술 취한 절대자께서 옛다 네놈 다 먹어라 하고 찔러준 것 아닙니다. 옷걸이는 후천적 노력으로 충분히 현대 미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게 재조정 할 수 있습니다. 피나는 노력이 있다면요. 나는 타고난 게 이러니 안될거야는 동석님도 잘 아시겠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의 변명에 불과합니다. 멋이라는 놈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닙니다. 사지 멀쩡한데다 올바른 정신으로 군에 왔다면, 그리고 무언가를 얻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죠. 다만 멋 내기 역시도 타고난 재능이란 게 한 몫 하는지라 그 노력이라는 게 절대성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노력해도 못 하는 사람이 있듯 옷 입기도 마찬가지죠.
단순히 보는 것과 본 것을 재조합 하는 것의 차이도 분명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믿음이 있다면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현대의 미적 감각에 맞추어 가고 싶고 다수에게 인정받고 싶다면야 샤이니나 빅뱅을 참고하시는 것도 상당히 바람직합니다. 남들이 뭐라하든 옷 입기 역시 일단 '나'에게 만족을 주어야 하니까요.
마지막에 언급한 <Men's Style Book>만 보셔도 체형별 스타일링 법이나 옷 입는 예절, 심지어는 응용법까지 나와있습니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나가셔야지, '나도 남들처럼 하는 데 난 왜 옷을 못입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의 학습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동석님 말처럼 깽깽이가 옷입기 가이드 출판 프로젝트 같은 호작질을 시작하고자 시간을 쪼개 손꾸락을 놀리는 건 아니잖아요? 어쨌거나 충분한 답변이 되었다 생각하고 깽깽이는 다이어리 속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10월 잡지 결산 및 스크랩이 덜 끝났거든요. 스터디 북과 아이디어 북에 들어갈 놈을 나누고 다시 스터디 북에서 영감이 될 녀석과 스타일 코드에 맞는 녀석을 구분해야하니까요. 요즘 바쁘다니깐요?
22.83.38.70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13:08
병장 이동석
40.6.1.206 바쁜중에도 스타일 닥터 김무준님-제가 이렇게 무준님을 칭하는것이 무례하다면 바로 정정하겠습니다-께서는 답변을 해주셨지만, 저는 밤이 늦었다는 이유로 제 폭력성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이건 스스로의 폭력성과 무준님의 엄살(?) 양쪽에 비판적이라는 겁니다. 스매시 아닙니다. 잘 아실텐데 부러 아픈척 한건 아닌가 싶어 무례하게 엄살-이라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그냥 질문을 의도 하는데도 질문 받는 사람에게 공격성을 띄는 문제에 대해선 제 인성의 문제라고 치부하도록 합시다. 전 사이코패스-니까요.
무준님이 패션을 이야기 하고 주영준씨가 사회과학을 김강록씨가 당구장을 제가 포르노와 자위에 대해 이야기하는것과는 (단순 병치가 불쾌하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만) 하등의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현대 미의 기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에 대해 다시 말하는것은 기껏해야 기만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저도 쭉빵-을 좋아하니까, 그것을 현대 미-라고 한다는걸 알고 있으니까요.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것은 무준님의 글에 다는 댓글에서는 할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미 모든것은 전제되어있기 때문이지요. 그 전제에서 우리는 뼈를 깎는 후천적 노력을 해서라도 현대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멋을 가지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 않았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타고난걸 어떻게 하냐고 하는건 순전히 노력하지 않는자의 변명에 불과하지요.
그 전제에 대해 되묻는것은 가혹한 일일것입니다. 아주 형편없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과연 오크와 호빗과 오우거와 트롤이 평균적인 엘프의 체형과 약간의 변형이 가해진 체형-어느 책에서는 "체형별 스타일링 제안"이라고 표현한답니다-을 기준으로 한 멋을 부리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물어 보는건 무준님이 단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을 사용했을 뿐인데 현대사회에 대한 규명을 내놓으라고 하는짓이나 마찬가지겠지요.
그래서 그런 짓은 안 할겁니다.
사실 그런건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저만 옷 잘 입고 여자아이들에게 사랑 듬뿍 받으며 복학생인거 티만 안나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제 질문은 단순히 그런 의도의 질문이었습니다.
전 재밌게 읽었고, 재밌게 읽었다는 표현- 그러니까 잘읽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도 성의 없게 보이더란 말입니다-이 너무 거칠었죠?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전 이미 여자아이들이 사랑해주기때문에 별 상관없습니다. 훗- 사실 단지 이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고, 다음편을 기대할 뿐입니다. 귀찮게 해드려서 송구할따름이군요. 2008-10-31
01:21:10
병장 이동석
40.6.1.206 음, 보충입니다. 제가 늘 그렇죠. 뭐.
여자아이들이 사랑해주기때문에 별 상관없다는건, 일종의 상상임신과도 같은겁니다. 박명수의 '행복한'신혼 같은거죠. 그리고 옷 입는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전 그냥 그 책들을 공부
-알아야 패셔니스트 친구의 낭비벽을 비판 할테니까, 입지도 않을 옷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는 녀석에게 제가 스타일링을 해주는 주제 넘는 짓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각종 지식들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인 스스로에게 적용하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해 스스로의 멋은 방치해둔것이지요. 물론 지금 논의와는 무관합니다-
한것이고 제 삶에 적용할 생각은 별로 안 했기에 무준님의 글을 읽고 다시 읽는다면, 제 삶도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정말 정말 다른 의도 없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도 이런식으로 이태형님을 닥달해서 이태형님이 절 내치시는 불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단지 무준님에게 팬심을 발휘하는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멋져요, 무준님-
이럴수는 없잖습니까. 2008-10-31
01:34:30
병장 이동석
40.6.1.206 음, 천둥을 주시하며 드는 생각인데,
역시 나는 새디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게,
반성하겠습니다. 이젠 침묵-
묵념- 2008-10-31
05:18:17
상병 손정우
40.3.33.51 동석님의 글을 읽고 있자면-
왠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조갑제에게
네 무덤에 침을 뱉겟다는 진중권씨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웃음) 2008-10-31
08:19:37
상병 김민규
22.34.42.100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듯 스크롤을 얌전히 내리다가,
푸하하하 마지막 리플에서 대폭소(웃음) 2008-10-31
08:37:08
상병 김민규
22.34.42.100 그나저나 동석님 지나치게 움츠려드셨어요. 매크로답지 않아요. 시골 도서관 사서로 전직하실 예정이 아니라면, 이전의 그 활기찬 모습이 더 보고싶은데요. 무준님, 그렇죠?(눈치) 2008-10-31
08:41:01
상병 김무준
22.83.38.70 동석님의 질문이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동석님 같은 사람도 있듯이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성을 고려해 제대로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그만큼 공손한 대화요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전역한 주해성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러했듯, 직접적 공격성을 띄는 물음이 텍스트라는 제한된 언어로 얼마만큼 전달되겠습니까.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 말투등에서 이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있을텐데, 이 LCD모니터에 찍힌 텍스트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때문에 지-랄맞은 성격의 이 깽깽이도 나름 공손하고 유순하게 손가락을 놀리려 애쓴답니다.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화에 있어서는 진지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라,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 말이에요. 제가 지금 하는 이 말 조차도 공격적일 수 있지만.
어쨌거나, 동석님께서 대화와 질문을 주시는 것에는 얼마든지 환영이고 동석님의 말처럼 잘 읽었습니다라는 말보다는, 애정 담긴 일침이 더 좋기는 하지만... 공격적인 어투는 사양입니다. 그래서 엄살 한 번 부려봤습니다. 그렇다고 동석님, "스타일을 바꿔요!" 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깽깽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다면... 깽깽이가 아무리 그지 깽깽이라도 그만큼의 대우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10-31
10:09:45
상병 김무준
22.83.38.70 그리고, 용서 안할랍니다. 깽깽이에게 그럴 자격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용서고 자시고가 필요 없는 대화인데 무얼 그리 미안해 하시는지요. 뭐, 동석님덕에 오밤중에 심심하지는 않았으니 야담의 수확은 건졌습니다. 늦은 새벽에도 깽깽이의 잡담에 관심을 가져주셔 굉장히 감사합니다. (꾸벅) 2008-10-31
10:15:45
병장 이동석
40.6.1.206 무준님의 댓글에서 '굉장히' 고마워하는게 느껴지는군요. (웃음)
용서를 빈것은 제가 제 취향에 맞지않는다고 해서-물론 취향에 안 맞았다면 재미있게 읽었을리도 없으니 이것은 약간의 비약입니다- 지나치게 까칠하게 굴지는 않았던가에 대한 반성-입니다. 무준님 말씀대로, 이곳은 '최대한'의 예의가 필요한곳일거라는 생각이 요새 부쩍 듭니다. 제 목소리가 너무 크기에 더욱 조심해야할지도 모르구요. 그래서 이것은 제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굽신굽신-입니다.
참 죄송한말이지만, 저는 무준님과 대화-라고 쓰고 괴롭힘으로 읽지요-가 즐겁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불쾌하시면 언제든 거절하시면 됩니다. 전 쿨한 남자인지라, 더 보채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테니까요.
글이 완결되고 나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무준님을 그지 깽깽이-로 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대우를 받는 사람이 그런 불쾌함을 느꼈다면, 저는 더욱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쓰고 나갔다오신다면, 다녀와서 이야기 해야할까요? 차라리 따로 자리를 만드는것도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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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조갑제를 그지 깽깽이-로 대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전 진중권의 글이라곤, 미학 오디세이만 읽어봤습니다. 요새 하도 진중권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진중권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8-10-31
14:20:49
상병 김무준
22.83.38.99 깽깽이는 글쟁이의 모자람을 탓하는 자기비하적 발언입니다. 오해 말아주세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직 글에 意를 담는 수준이 모자라기에 아직도 텍스트라 말할 뿐.
하암. 비 개니까 날씨 좋네요. 2008-10-31
14:5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