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내글내생각] 급조된 케인즈 이야기  
상병 김예찬   2009-01-12 12:51:23, 조회: 97, 추천:0 


동욱님의 글에 대한 일종의 추가설명-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전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케인즈 혁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록 할까요? 특히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화폐이론에 중점을 두어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인즈의 혁신적인 부분은 바로 이제까지의 경제학에서 객체로 취급되어 오던 '화폐'를 경제학의 주된 요소로 차용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막국수'가 말하는 화폐에 대한 이야기와 좀 차이가 있습니다.) 케인즈 이전의 화폐 이론은 화폐의 양이나 그 유통속도, 그리고 화폐가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정도에 그치는 것이었죠.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재화에 대한 수요/공급의 탄력성/비탄력성 같은 것은 화폐이론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화폐가 또한 하나의 '재화'가 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이제는 좀 지긋지긋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썼던 [거대한 변환]글에 등장하는 '화폐의 허구적 상품화'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수단, 의 개념 이상의 것을 가지지 못했던 겁니다. 

케인즈는 '유동성 선호 현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화폐 이론을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합니다. 유동성 선호 현상이 무엇이냐, 바로 화폐를 투자 목적에 이용하거나 물건을 사는 것에 지출하기 보다는 그냥 화폐 형태로 보유하려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화폐이론들, 그러니까 화폐가 단순히 교환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는 화폐를 그대로 현금 보유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처럼 유동성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죠. 케인즈는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그의 연구를 진행시켜나가는데, 그에 따르면 유동성 선호는 화폐에 대한 투기적 수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가의 흐름이나 이자율의 변동에 따라 화폐 자체의 실질 가치도 변화하기 때문에 이처럼 화폐를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존재했던 것이죠. 국사를 배우신 분들이라면 조선 후기의 大商이라 할 수 있는 도고들이 현금 투기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마찬가지의 현상이죠.

케인즈는 이처럼 화폐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나타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금융 시장의 불안정은 장래의 이자율 수준을 확실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했죠. 그래서 케인즈는 통화당국의 개입을 통하여 이러한 불안정을 대비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때까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시장은 일반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공급이 그에 상응하는 수요를 항상 만들어낸다는 가정에 기초해있었습니다. 이는 노동 시장이나 화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되었구요. 노동/화폐 시장에 있어서 비탄력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죠. 이러한 가정에서 경기 불황이 일어난다면,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삭감을 통하여 자본가들의 자본을 확충하고, 그 돈을 투자에 이용하여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것이 옳은 해답이 되겠죠. 그러나 케인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본가들은 실제로는 임금 삭감으로 확충된 자본을 투자에 이용하지 않고, 유동성 선호 현상에 따라 현금으로 묶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된다면 임금 삭감은 오히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노동자들의 소비만 위축시켜 전체적인 수요를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낳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케인즈의 대안은 중앙은행을 통하여 이자율을 조정시켜 화폐 공급을 증대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중앙 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여 시장에 대한 화폐 공급을 늘리고, 이를 통해 수요를 증대해서 경기를 부양하자는 이야기죠. 이제까지의 이론에서 이자율은 화폐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화폐의 가격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케인즈는 이자율은 화폐 보유자에게 유동성에 대한 선호를 포기하고, 그 것을 투자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폐의 공급 증가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에 대하여, 케인즈는 완전고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물가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루즈벨트 정부의 뉴딜 정책이 대표적인 '재정 정책' 역시 케인즈가 내세운 중요한 대안입니다. 정부가 직접적인 수요 증대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정부가 국,공채등을 발행하여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각종 공공 투자에 사용함으로 유효수요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대공황기의 경제정책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케인즈의 재정적 처방은 국가 정책에 크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재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통계적 데이터가 부족했을 뿐더러, 그 시대의 경제 교리는 아직 케인즈의 것을 흡수할 만큼 유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실제로 케인즈가 대공황기의 경제 정책에 도움을 준 건 앞서 말한 통화정책에 대한 조언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욱님의 글에서 등장하듯이 70년대 이후 부터 밀턴 프리드먼을 대표로 하는 통화주의 세력이 득세하기 시작합니다. 60년대 말부터 시작한 이윤율의 하락 때문에 케인즈가 아닌 새로운 경제 교리의 필요성이 요청된 것입니다. 통화주의란 무엇이냐, 바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통화 공급의 항상성을 중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통화주의 이론은 케인즈가 주장했던 것 처럼 통화당국에 의한 통화공급의 조절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습니다. 단기적인 정부의 개입 보다는 일정 퍼센트씩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통화 공급을 증대시켜 장기적인 경제 회복과 안정을 주장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는 케인즈가 경제는 '균형'을 이루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낸 것에 대하여, '경제적 균형'에 대한 오랜 믿음을 되살려 반박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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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14:24 

 

상병 이지훈 
  으음. 이런거 좋아요. 잘 먹겠습니다 흐흐 2009-01-12
16:43:26
  

 

병장 이동석 
  에휴, 이 글도 못 읽고 참, 꼭꼭 씹어먹고 잘 삼키겠습니다. 2009-01-13
21:14:04
 

 

병장 김동욱 
  전공자인 저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는 건 단지 저뿐인가요. 저도 좀 씹어넣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클클 2009-01-18
15:2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