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n mars     병장 김형진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지구상에는 화성인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지구인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이 곳에- 
어떻게 왔는지, 왜 왔는지,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내 조상의 이야기니까 단지 그러려니 할 뿐이다.

나도 화성인이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꽤 많은 화성인이 지구의 공기 속에서 숨쉬며 자연스레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안다. 그들을 만나면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다. 그들은 지구의 무거운 중력에 힘겨워하고,
그 무게를 벗어나려고 힘써보지만 화성에서처럼 가벼워지기란 사실,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들은 지구인들이 호흡하는 산소의 절반도 채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무리 속에서 
그들의 존재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외향적이거나, 내성적이거나의 차이에서 오는 존재감이 아닌, 
한 생명체가 진동시키는 공기의 무게- 그것은 그들을 언제나 외따로이 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화성인이 아름답고 푸른 생명의 별- 지구에서, 지구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가령, 나는 어떤 여자를 '머쉬멜로우'한다. 
이것은 화성인들의 말이지만, 지구에서 말하는 비슷한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굳이, 억지로 근접한 의미의 말로 바꾸어본다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머쉬멜로우'할 뿐이지, 결코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순간, 내 감정과 그 표현 사이의 아쉬움은 메울 수 없는 커다란 흔적이 되고, 
그것은 상처로 남아 난 혼자 고통받고 괴로워한다. 왜냐면 난 그녀를 '머쉬멜로우'할 뿐이니까.


푸르른 지구가, 지구인들의 생명력을 그대로 닮고 있다면, 붉게 메마른 화성 역시 화성인들을 닮았다.
화성인들은 혼자다. 그건 우리들의 고향이 너무 황폐해서 지하속에 혼자 살아남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어린시절, 어떤 화성인 할아버지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황폐하지 않은 이 지구상에서, 지구인들 사이에서, 화성인들은 여전히 고독하고 외롭고, 익숙하지 못하다.
모임에 익숙하지 않고, 웃고 떠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표현하되 늘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것에 상처받는다.
화성에서는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혼자였으니까. 
그래서, 물리적으로 혼자가 아닌 이 지구 위에서도 늘 혼자다.
지구인들은 '쟤들은 조금 이상한 애들이야', '외곬수적이야', 하고는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 덕분에 아직 화성의 비밀은 잘 지켜지고 있는 듯도 싶지만-
화성인들 중에는 잘 적응한 나머지, 지구인들과 구분이 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시간이 흘러도 적응하려 들지않는 화성인을 싫어하는 화성인들도 있다.


나는, 어떤 여자에게 구애한 적이 있다.
앞 뒤 구분 못할 정도로, 눈 앞이 멀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았고,
요동치던 그 감정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해보았지만 결국 그건 아무 소용없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를 머쉬멜로우 하는 것과, 그녀가 받아들이는 사랑 사이에는 너무도 깊은 골이 존재한다는 걸,
나는 그때서야 깊이 깨달았던 것 같다.

화성인을 만나도, 화성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도, 어떤 상실감 같은 것을 채울 수는 없다.
알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같은 화성인을 만나면 나도 즐거워 질 수 있거나
혹은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공허감과 그리움이 사라질 수 있을거라 믿었었지만
그건 사라질 수 없는, 고향을 떠나온 자들의 그리움과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마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어쩐지 애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은 
그 사람에게 있어 태고적부터 잃어버렸던 어떤 결여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과 비슷하다.
나는 하루키라는 화성인이 쓴 글을 좋아한다. 그 사람을 만난다 한들, 
고향 사람을 만난다는 반가움이나 설렘 따위를 가질 수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꿈 속을 헤메는 듯한 상실감을 공유할 수도 있구나, 말하지 않아도 통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아 공감할 수 있구나- 하는 아련한 희망 같은거.


나는, 고향이 그리울 때면 데이빗 보위의 life on mars를 크게 틀어놓곤, 그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곤 한다.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