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a dream..
병장 이영기 01-24 07:51 | HIT : 383
...수목을 노래하는 것만으로
죄인이 되어야 하는 이 시대는 대체
어떻게된 시절인가.
살아남은 자는 입을 다물어야만 한다.....
- 브레히트의 시 중 한 구절.
눈물을 마신 새는 가장 아름답게 울 수 있다. 한 줄기 흘러내린 슬픔을 입 안 깊숙히 담아낸 새는, 그 슬픔의 깊이만큼 스스로를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 끝에 어쩔 수 없이 담긴 독극의 기운 때문에 그 생명 지극히 짧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장 기쁜 목소리로, 지극한 슬픔을 새는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소리에 나는 눈물흘릴테고, 그 슬픔에 사무쳐 오랜 밤을 지새울 것이다. 숲 속으로 뛰어들어 그 새를 마주할 그 어느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아직 내게 남은 많은 날들을 이겨낼 것이다. 그 새는, 그 새는 이 세상 모든 슬픔을 또 다시 자신의 안에서 되새기면서 그 울음을 울어내기에 그토록 아름다울테니까.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한 가닥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조금 덜 아름답고 덜 뚜렷한 목소리로 오래도록 울 수 있는 것이 더 바르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단 한번 뚜렷한 목소리로 그 삶에 깊은 상흔을 메겨 평생을 되뇌이게 하는 것보다는, 자잘한 생채기처럼 언제나 그 삶의 옆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까지고 함께, 그 옆에서, 길고 긴 목소리를 함께 뽑아낼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답지는 못해도 행복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으로써, 나는 나의 행복이 오래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떠나간 뒤에는 다시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다시 나의 행복을 뒤 이을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덜한 목소리로 사랑과 행복을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었다. 내가 행복을 누리는 대가로 내가 지불해야하는 것들은, 내가 조금 더 아름답게 눈물을 삼키지 않는 것, 조금 덜 아름답게 노래부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이면, 나는 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의 동생, 친구들, 후배들이 내가 누린 행복을 다시 이어 누리며 행복한 미소를 띄며 생활하는 그 모습들을 꿈꾸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이, 눈물을 삼키지 않는 그런 일상의 행운들이 과연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옳은 것인지 나는 이제 되물어야 한다. 그 극한의 아름다움을 끝으로 나의 모든 것을 불태우지 않는 모든 행위는 그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긍정될 수 있는가? 다른 이들의 행복이라는 말로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리하면, 나는 내 삶의 그 언제쯤 태양처럼 타오르는 목소리로 한없이 아름답게 슬픔을 되삼킬 수 있겠는가. 나는 그 언제, 나의 삶을 그 자체로 투영하는 그런 목소리를 길고 긴 핏줄기와 함께 토해낼 수 있겠는가. 그저 나는, 나의 이 비루한 삶을 잇기 위해 그저, 그리도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일 뿐은 아닐까.
아마 아직 나는 결단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아직 눈물을 채 마시지 못했고, 어쩌면 내 앞을 흐르고 있을 누군가의 눈물을 찾지 못하여, 보지 못해서 내 입안 가득히 삼킬 각오 또한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장 아름답게 울 수 있는 날은 올 것이고, 그때 울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그 아름다움을 실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그저 그런 한맺힌 응어리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평생을 살아가게 될런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삶이 에돌아드는 목소리에 단지 감동할 뿐일런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목소리를 가다듬기보다, 바로 이순간, 바로 나 자신을 위해, 먼저 나 자신에 솔직하게 나의 목소리를 길게 토해내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을 것이다. 나는 한 모금 눈물을 찾아 마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