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RI 의 허상 
 병장 이승일 06-03 18:18 | HIT : 211 




 젊은 인지심리학 교수들, 특히 뇌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수들은 fMRI 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부풀려졌다고 말한다고 한다. '부자들의 뇌' 라느니 어쩌니 여기저기서 두뇌의 피질을 가지고 뭔가 엄청난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과장하곤 하지만, 두뇌의 피질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간주되는 것만큼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fMRI 가 측정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보자. 엄격히 말해서, fMRI 는 뇌에서 활발히 정보전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을 측정하는 기계가 아니다. 이미 잘 알려져있듯 뇌의 정보전달은 뉴런에서는 염소와 나트륨이온에 의해, 시냅스에서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확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fMRI 가 측정하는 대상은 혈류량이다. 말 그대로 피가 그쪽에 몰렸다, 뭐 그런 말이다. 이것을 뇌의 활동성과 연결짓는 것은 아무래도 혈류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뉴런의 에너지 소모가 많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다른말로 하면 활발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부분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정보의 전달은 꼭 혈류의 양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다. 혈류량을 자본의 흐름과 비교해보자. 그리고 올해 반도체부문에 자본이 많이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해보자. 이 말은 분명 반도체경기의 호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사업부문들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을 구성하게 될 기술개발은 자본의 요란한 움직임과는 별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자본의 흐름만으로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와 진행 상황을 가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뇌의 혈류량, 어느 영역으로 피가 많이 쏠리고 있느냐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뇌의 정보전달 체계를 알아내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한 시도가 아니다.  

 물론 fMRI 를 통해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게된 것은 분명 사실이다. 예컨대 우리는 여러 인지적 기능들이 그에 해당하는 국지적인 뇌의 영역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햇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뇌의 영역들은 지리적으로 고정된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대뇌 피질의 시각령을 생각해보자. 시각령은 '뇌의 어떠어떠한 위치에 있는 피질' 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시각령은 단지 '사람이 시각적 자극을 경험할 때 혈류량이 증가하는 뇌의 영역' 이다. 따라서 뇌의 지리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설사 시각 피질이 이리저리 이동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리저리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의 각 영역은 미리부터 특정한 역할을 하기로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문맥과 상황 속에서 그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봐야한다. 때문에 뇌의 피질이 차지하고 있는 지리적인위치를 알아내는 것 자체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사실 fMRI 로 실험을 할 때에는 피실험자마다 그 사람의 시각피질 등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실험을 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뇌의 모양도 제각각이고, 해당 기능의 피질이 자리잡고 있는 위치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 사람마다 시각피질, 청각피질, 비피질 등을 새롭게 알아내면서 실험을 해야하는 것이다. 
 피질과 자극이 정의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은 무의미하다. 
" 오직 청각적 경험을 했는데 시각피질이 활동할 수 있을까?"
 만약 오직 청각경험을 했는데 시각피질이라고 간주되었던 영역이 활동했다면, 그 영역은 아마도 청각피질인 것이다. 기존에 잘 못 알았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변화한 것이다. 

fMRI 가 오늘날 대중적 인기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시각적으로 뇌의 활동성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직접 무언가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마음이나 생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알게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세세한 부분이나 응용의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게되었지만, 인간의 사고와 마음의 본질에 관해서는 과거에 비해 더 알게된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당신이 시각적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당신의 시각피질이 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는 명제 속에는 사실 별다른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 간단히 말해 이런 명제는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이 명제가 말해주는 바는,  내가 시각적 느낌을 갖게 된 바로 그 순간에 내 뇌의 어떤 부분에서는 혈류량이 증가하였고, 그곳을 '시각피질'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것 뿐이다. 이것은 시각적 경험이 도대체 무엇이고 왜 하필 그러한 느낌으로 경험되어야하는지에 관해 아무것도 말해주는 바가 없다. 

 대다수의 진지한 과학자들은 이미 감각이나 의식의 본질이라거나 마음이라거나 하는 추상적인 문제에서는 손을 떼었다. 그런데 여러 과학 기자들은 과학에서의 성과를 가져다가 멋지게 포장하여 대중을 현혹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뭔가 엄청난 비밀이 들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교양과학 서적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나, 일반교양이라는 측면에서 보나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니다.  


 병장 조보람 
 최근에 받아본 '사이언스 올제'에 따르면 
MRI 로 내가 잠시 뒤에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알수 있다고 합니다. 
( 그게 fMRI인지 어떤건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잡지도 집에 보내버려서) 
 내가 가위바위보 중에서 뭘 낼지 생각 한다음 
" 잠깐 기다려,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어봐" 
 한다음 MRI를 촬영하면 다른 사람이 나의 생각을 알수 있다는거죠 
( 아직까진 단편적인 것 밖에 못읽는 걸음마 단계지만) 

 밑에 구본성 상병님의 '폭력에 관하여'와도 관련이 있군요... 
 뇌과학이 요즘 대세인가?! 06-03   

 병장 이승일 
 언제나 유행은 있기 마련이죠. 06-04 * 

 병장 박요한 
 제가 전에 본 책의 내용과 비슷한 관점인 것 같네요. fMRI 실험결과로 뇌의 특정 부분이 어느 특정기능을 한다고 보는 것보다는, 뇌라는 것이 여러 부분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작용을 통해서 기능을 한다는 것. 맞나요? 

 뇌과학이 유행이긴 유행인것 같습니다. 출판쪽에서는요. 06-04   

 병장 김청하 
 잘 읽었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교양과학서적의 허상이나 그것만으로 과학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무지몽매한 일반인들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계신 것 같아요. 저도 꽤 많은 부분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뭐 실제로 의식의 본질과 같은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학자는 그리 많지 않죠.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의식이나 자아에 대해 연구와 발언을 중단하는 것이,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은 아닙니다. 다만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을만한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권위있고 저명한 교수들이 종종 이에 대해 소수의 진지하지 못한 과학자들이나 탐구하는 주제라는 식의 폭력적인 언사를 내뱉곤 합니다만,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탐구해온 문제에 대해 답이 안나온다는 이유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