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인클로징 
 일병 정영목 06-02 13:12 | HIT : 164 



== 들어가기 ==

 생명 공학은 확실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 운동가나 정치가 심지어 철학자마저도 생명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더이상 문외한인 채로 있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과학이 만능은 아니지만, 과학적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시대임은 확실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항상 좌절을 느낍니다)

 이런 의미에서 화이트헤드(A. N. Whitehead)의 과정철학이 저에겐 꽤 큰 의미로 다가오지만, 일단 패스. 그냥 쉽게쉽게, 이번엔, 생명 공학 특허의 부당성에 대한 짧은 글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전에 제가 올린 '소유의 종말'과 함께 읽으시길 권합니다.

== DNA 인클로징 ==

 사업성이 큰 유전자를 발견하는 대로 특허를 내면, 법은 그것을 발명으로 인정해 줍니다. 발견이냐 발명이냐. 산업 시대의 화학 자원과 생명 공학 시대의 유전자는 이 중요한 구분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지난 19세기의 화학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새로운 화학 원소를 발견했을 때 이 물질을 추출하고 정제하기 위해 고안한 처리 공정에 대해서는 특허를 낼 수 있었지만 화학 원소 자체에 대해서는 특허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건전한 상식이 있다면, 수소, 헬륨, 알루미늄의 특성을 규명하여 범주화하고 묘사한 과학자에게 이런 물질을 발명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20년 동안 부여하는데 아무도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1987년 미국 특허 상표국은 자연 물질의 발견에 대한 기존 입장을 완전히 번복하는 충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일부분 즉, 유전자, 염색체, 세포, 섬유도 특허를 낼 수 있으며 누구든 가장 먼저 그 성질을 분리해 내고 기능을 묘사하고 상품화에 성공하는 사람은 지적 재산권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본 정책 방향을 밝힌 것입니다. 

 새로운 경제의 원료에 대한 특허 발급은 자원 거래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습니다. 원료의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뀝니다. 이같은 추세는 특히 농업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다국적 생명 공학 기업은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생식 세포를 거머쥐었습니다. 이들은 종자를 약간 변徨構킬?개별 유전자 특성을 없애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종자에 덧붙인 다음 '발명'을 했다며 특허를 땁니다. 그 목적은 지적 재산권 형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자를 송두리째 장악하는데 있습니다. 

 종자 생식 세포에 대한 세계적인 지배와 특허의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석기 시대의 농업 혁명 이후 지금까지 농부들이 항상 자신의 종자를 소유해 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특허를 얻은 종자는 판매되지 않습니다. 다만 한 해 농사를 지을 동안만 빌려주는 것입니다. 수확을 해서 얻은 새 종자의 소유권은 특허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농부가 이듬해 농사에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가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돈을 주고 한 번 동물을 사면 그 동물이 낳은 새뀌도 엄연히 구매자의 재산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유전형을 가진 모든 후손을 특허 동물의 공급자가 소유합니다.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던 생물 종자의 소유권이 몇몇 기업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농업의 역사에서 일대 분수령이 될 만한 사건입니다. 다른 상업 영역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판매자-구매자 관계에서 공급자-사용자 관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는 자기 몸 안에 있는 DNA, 세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믿기지 않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AGOACS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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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문헌 ==

* AGOACSKO - 제러미 리프킨 지음. 소유의 종말. 민음사. 5. 2001.  


 병장 이승일 
 잘 읽었습니다. 영목씨는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마치 밤하늘의 별에 소유권을 매기는 것과 비슷하군요. 과거의 소유 개념은 실체에 관한 것이었지 그것의 인식에 관한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컴퓨터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물리적 실체를 내마음대로 한다는 것이지 단지 컴퓨터를 보거나, 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인식 자체가 소유의 기준이 되어가고 잇는 것 같습니다.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이미 그러한 측면을 갖고 있겠지요. 소유의 종말을 읽어봐야겠네요. 이렇게 가다간 정말로 소유가 종말할 것 같아서요. 애초에 인간이 근본적으로 소유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반가운 일일지도 모르지만요. 06-02 * 

 일병 정영목 
 제 전공은 소프트웨어 공학입니다만, 워낙 이곳이 두리뭉실한 곳이라 경영, 교육, 철학 등등 안 건들이는 곳이 없습니다. 공부하다보니 제 스스로를 사회 비평가라고 소개하고 있더군요(하하). 정치에도 관심이 많으니 지켜봐주세요. (땀 땀 땀) 

 저도 소유보다는 접속이란 개념이 더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인간이 만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좋은 면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요리조리 따져봐야겠죠. '소유의 종말'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말 시기 적절한 문제 의식일 겁니다. 이러니 제가 제러미 리프킨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허허허) 06-02   

 병장 배진호 
 그래서 어쩔수 없이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소유하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것이고 
 소유란 무언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겠죠.. 

 어쨋건 미리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면. 조금은 자신이 미리 소유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놓는것도 나쁘진 않겠죠.. 06-02   

 상병 김현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괜히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하려고 애썼던 게 아니었군요. 


 유전자 지식에 대한 '접속'이라. 어쩌면 우리는 자기 몸에 대한 주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06-03   

 상병 김동환 
 유전자에 모든게 들어있죠. 우리 침에 있는 아밀라아제, 위산, 인슐린 등의 효소 역시 유전자 발현에 의해 생성됩니다. 모든 생명현상을 통제하는 CPU같은 존재이기에 새로운 유전자의 발견은 위대합니다.(노가다지만서도..) 06-03   

 상병 이기중 
 소유의 종말이란게 '소유'라는 개념 자체의 종말이라기 보다는 엔클로저 운동에 의해 쫓겨나는 이들의 소유의 종말을 얘기하는 것 같네요. '접속'이라는 얘기는 '대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요즘 생각지도 못한 각종 대여업들이 생겨나던데, 이 또한 소수의 소유 - 다수의 접속(대여?)라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지. 06-04   

 상병 김현진 
 기중님 말씀대로 다수의 접속은 소수의 소유를 전제하는 게 아닐까요. 다수의 소유에 대한 다수의 접속은 정보 교환 이상의 경제적 가치(잉여 이익)를 낳기 힘드니까요. 실제 현상 또한 그런 것 같고. 

 우리가 모든 걸 소유할 수 없듯 모든 걸 접속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접속할 수 없는 소유물'-진정한 '이윤' 되겠습니다. 근본적인 측면에선 접속 가능한 재화에 대한 접속과 소유해야 할 재화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자본 그 자체겠지요- 을 얻기 위해 '소유한 것에 대한 타인의 접속'을 (유료로)추구하는 건 아닐런지. 

 그렇다면 이 또한 자본 있는 자의 논리. 엔클로저 운동의 재판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나네요. 06-04   

 일병 정영목 
 쉽게 말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작농에서 소작농으로 몰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서운 현실이지요. 정신차리지 않으면 각자의 정신마저도 예외가 될 수 없으니까요. 정신의 소작농이라... 파시즘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06-05   

 상병 김현진 
 정신의 소작농이라기 보다는 정신의 '마름' (맞나요? 소작농 중간관리자)정도 되면 파시즘이겠네요. 힘 있는 자의 논리를 자기화해버린 단계일 테니까. 06-07   

 일병 정영목 
' 마름' 맞네요. 흠.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일정기간 '마름'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나간 세월을 보상받으면서요. 아, 기분이 썩 그리 좋지 않네요.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