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에 관한 오해 
 병장 이승일 06-01 09:32 | HIT : 198 




[ 유전자 결정론]

 우리 시대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개그 중 하나로 '유전자 결정론' 이 있다. 비록 현재는 대중 사이에서만 유행하고 있지만, 약 10년 전만 해도 생물학자들 역시 이 유머를 즐겨 사용했다. (물론 여전히 이 유머와 사랑을 나누는 생물학자가 몇몇 있다.)  유전자 결정론의 기본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DNA ---------------->형질(표현형)


 너무 간단해서 구조라고 할 것까?없을 것 같다. 여기서 화살표는 인과적 방향을 의미  한다. 그래서 DNA 의 어떤 변화는 표현형의 변화를 야기하지만, 표현형의 변화는 DNA 의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전자 결정론의 주장이다. 이런 관계를 <수반> 이라고 부른다. 자전거 페달과 자전거 바퀴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전거 페달을 움직이면, 적절한 경우에(즉 앞으로 돌리는 경우에) 바퀴도 움직인다. 그러나 바퀴가 움직인다고 해서 페달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결정론은 근래에 와서는 더 이상 생물학적 명제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이 결정론을 지지할만한 엄밀한 근거가 하나도 발견되어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는 '대강' 어느 정도 선에서 DNA 와 표현형이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을 말할 수 있을 뿐, 결정적인 인과적 연결관계를 갖는다고 볼 수있는 근거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추상적인 표현형 (사회성 등과 같은) 의 경우에 많은 난점이 있다. 성격이나 사회성 등이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일반 대중들을 위한 과학 기자들이 즐겨하는 말일 뿐, 사실 그렇게 말할만한 분자생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근 10년 사이에 유전의 구조가 과거에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표현형의 변화가 유전 매체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으나, 근래에는 매우 강력하게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마시는 거시적 차원에서의 행위가 유전 매체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 조낸 다이나믹한 Gene ]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직 DNA 만을 유전 매체로 간주하던 고전적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대상, 즉 '유전적 정보를 담지하는 물리적 실체' 는 DNA 코드 자체보다 훨씬 풍부하다. DNA 코드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중 어떤 것이 사용될 것인가의 문제에 있다. 이 문제에 관한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채 10년이 안된다. 

 우선 DNA 의 메칠레이션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DNA 의 뼈대를 구성하는 인산기에 일어나는 변화이다. 메칠레이션이 일어나는 곳은 우선적으로 translator 효소가 달라붙기 때문에 메칠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으면 거의 RNA 로 전사가 되지 않으며, 따라서 단백질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메칠레이션이 유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DNA가 복제될 때 메칠레이션 정보도 함께 이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DNA의 메칠레이션도 유전적 정보의 일종으로 포함되었다. 

 한편 '35 nm  구조' 라고 불리는 구조가 있다. 이 구조 역시 상당히 최근 (2000년 이후)에 와서야 정확히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 DNA는 그냥 아무렇게나 비비 꼬여서 말려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DNA는 '단백질 원반'들에 에 감겨있다. 한 원반에 약 네바퀴 반정도가 감겨있는데, 이런 식으로 줄줄이 비엔나처럼 수많은 원반을 감고 있다. 그런데 이 원반에 감겨져서 안쪽을 향하고 있는 DNA 의 부분은 단백질 합성에 사용되지 않는다. 바깥쪽으로 노출이 안되어있으므로 translator 가 붙을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바깥으로 노출되어있는 부분, 특히 디스크를 감고 있지 않은 중간부분들만이 단백질 합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DNA의  '디스크 감기' 는 매우 역동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외부 환경에 따라 수시로 감고있는 부분이 변화하여 그 때마다 다른 단백질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또한 이 원반을 구성하고 있는 네 개의 단백질이 유전적 정보를 담지한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이 원반은 DNA 메칠레이션을 포함하여, DNA 를 감싸고 있는 여러 종류의 Lac 단백질의 이합집산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Lac 단백질이란 DNA 의 특정부분을 감싸고 있어서 그 부분의 전사를 방해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DNA 는 무용지물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 정보' 가 DNA 복제시 함께 복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되는 것은 단지 DNA 의 염기 서열만이 아니며, 그것을 가동시키는 복잡한 환경들 역시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다. 

DNA 와 관련된 구조 이외에도 유전적 성질을 갖는 요소는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RNA splicing 이 있다. DNA 의 염기서열은 대부분의 경우 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RNA 로 전사되는 동안 편집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splicing 이라고 한다. 단백질 합성은 결국 RNA 에 기초하여 일어나기 때문에, splicing 은 단백질 제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편집과정은 세포 내의 다양한 화학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splicing 을 결정하는 요소도 유전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DNA 가 아닌 차원에서 말이다. 

[ 결론]

 이 외에도 DNA 코드에 기반하지 않은 유전정보에 관해서는 근래에 상당히 많이 알려져있다. 게다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요소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DNA 의 코드에 집착하던 과거의 관점은 더 이상 의미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가 아주 시시하게 공짜로 공개된 이유도 이런 부분에 있다고 생각한다. DNA 염기서열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 굉장이 적기 때문이다.) DNA 와 표현형 사이는 분절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들에 의해 촘촘히 연결되어있다. 그리고 인과적 방향은 단지 DNA---> 표현형 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도 가능하다. 예컨대 세포 내 알콜 농도의 증가는 DNA 메칠레이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생활 습관, 섭취하는 음식물의 종류 등은 세포 내 화학적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 환경은 또한 DNA 의 어떤 부분이 가동될 것인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동되지 않는 DNA 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가동되는 DNA의 부분임을 감안할 때,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는 우리의 유전정보에 상당히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DNA 는 더 이상 베일 뒤에 숨어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신으로 간주될 수 없다. DNA 코드는 유전 정보의 일부분일 뿐이며, 그것을 조정하는 매커니즘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이나믹하게 외부 변화와 상호작용한다. DNA 라는 신화적 심연에 의해 인간의 여러 특질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등의 개그에는 이미 충분히 웃었으므로, 우리는 다른 개그를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병장 김청하 
..................... 예? 
......................... 06-01   

 상병 구본성 
 읔, 분명 DNA 메틸레이션을 배우긴 배웠는데, 배웠었다는 사실만 기억이 나네요. 수업좀 열심히 들을 걸 그랬습니다. 그놈의 프리스타일 덕분에,, 
DNA 에서 직접적으로 대사 작용에 참여하는 단백질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험난하기에 DNA를 가지고 생명체를 결정지으려는 시도는 무리일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지은 리처드 도킨스씨도 DNA를 설계도 보다는 일종의 요리법이 적힌 레시피로 비유를 하더랬지요. 과연 그 레시피의 설명 수준이 어떨지, 그것이 문제일듯 하네요. 06-01   

 상병 구본성 
 흠, 그리고 내용 중에서 단백질 원반 내용은 히스톤 단백질을 의미하시는 것 같은데, 전사시에는 벗겨지는 것 같긴한데요.. 원기둥처럼 생긴 히스톤 단백질을 감으면서 그것들이 대략 6각형 구조를 이뤄서, 솔레노이드 구조를 이루고 그것들이 다시 스카프폴드인가?에 감기고 머, 대략 그렇게 해서 우리가 세포분열시 많이 본 X자 모양의 염색체가 이뤄지는 식이었던듯 하네요.. 
 스플라이싱 싸이트의 경우엔, 진화 과정상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있을 거에요. AG -A--G인가? 하는 특정 시퀀스가 존재하고 그것을 인식해서 Spliceosome들이 DNA를 자르고 붙이고 이러지요.. 맞나?? 대략 이렇게 보긴 했는데, 다른 과정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저의 불확실성은 다 프리스타일이란 게임 덕분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06-01   

 병장 이승일 
 본성 / 맞아요 히스톤 단백질! 이름이 생각이 안났어요! 본성씨도 분자생물학을 공부하셨나봅니다. 분자생물학 중간 기말고사 보려고 난생 처음 도서관에서 열흘간 밤샜던 암흑같은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고3 때도 밤은 안샜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험범위 잘못 알아서 마지막 장 공부 안해서 주관식 10점짜리 0점 맞고 결국 B0 받았다는 ..... 

 스플라이스좀도 기억 나는군요. 그런데 RNA 셔플링도 스플라이즈 솜이 하나요? 셔플링은 왜 일어나는지 완전히 안밝혀진걸로 아는데. 06-01 * 

 상병 구본성 
/ 승일, 셔플링은 모르겠네요.,,, 분자생물학 한 번은 F,,,,,,,,,,,,,,,,, 재수강은 동정적,, B+ 이었지요.. 06-01   

 병장 배진호 
 어제 옥동자가 아들을 낳았더라더군요.. 딸을 낳았으면 어땟을까라는 
 왠지 모를 기대감이랄까?... 
 다행스럽게 아들을 낳았네요.. 아쉽다고 할까.. 

 어쨋건 몇가지 형질은 이어졌기 때문에 아직도 그 개그들은 조금씩 살아 있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