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 709일  
병장 이주현   2009-02-05 14:50:06, 조회: 571, 추천:2 

709日 間

17016 時間, 마무리하며, 글로 옮긴다.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2009년의 어느 날이 다가왔다.

예전 작대기 하나를 달았던 시절, 노곤한 잠자리 속, 밖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컸는지 가끔씩 전역하는 꿈을 꾸곤 했다. 꿈은 역시 꿈대로 아련해서 -그 먼 미래의 일들이- 그다지 현실적이지는 않았지만, 월계수 잎 그려진 얼룩모를 쓰고 집 현관문 앞에 당당히 서있는 나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그 빛바랜 시간과 공간을 의심하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건 네모난 관물함, 새까만 천장, 척척한 모포, 낡은 서랍.

그 끔찍이도 허무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는 이렇게 기쁠 수 있는가보다. 특수한 속성을 지닌 궁. 2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 이곳만의 논리와 성질을 느끼고 남은 나의 단상들을 쓰고 싶어졌다. 


0. 나팔.

아침, 저녁을 거르지 않고 일곱 가지의 곡조만을 가진 나팔소리가 매번 같은 시각의 울린다. 이 곡조는 우리들의 머릿속에 새겨져 아마 궁의 관련된 기억 중에서도 가장 나중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음악은 이곳의 기하학적인 억압을 지각 가능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민간인으로서의 우리를 말살하고 서서히 궁인으로서의 자각을 주입하는 가장 원시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1. 펜과 삽.

왜? 누군가는 펜을 들고 누군가는 삽을 들어야 했을까. 원하든 원하지 않던 선택의 여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펜 또는 삽이- 자리는 궁의 기본적인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궁에서 자리를 배정받는 일 자체가 브라더의 명령이며 우리의 의무인 셈인데, 펜과 삽의 선택이 불가능한 것은 ‘명령의 무조건 복종’이라는 궁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가장 보편적인 예라고 들 수 있다. 여기서 선택불가라는 것이 억압으로 귀결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도 여느 곳과 같이 기피하는 자리와 선호하는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모두를 원하는 자리의 배정시키는 것은 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강제성을 띈 무작위 자리배정이 이루어진다. 이 강제성이라는 것이 수반하는 것은 불평등과 차별이며 이것이야말로 이곳에 만연해있는 울분과 억압의 가장 주된 원인이다. 문제는 이 펜과 삽의 할당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마땅한 해답이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맹점이다. 예전부터 기피의 문제를 풀기위한 시도는 계속 논의되어 왔겠지만 결국 그 종착이 바로 무작위한 산출, 그것과도 같은 방법으로 끝났다는 것이 바로 문제의 한계가 아닐까.


2. 바벨탑과 노예.

나이, 사회적 지위, 출신, 습관이 전혀 다른 적어도 수십 명의, 많게는 수백 명의 개인이 궁 안에서 살아간다. 이곳에서 우리는 규칙적으로 되풀이되고 통제당하는 -그것이 환경에 따라 틀리다고 해도- 삶에 종속되어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천편일률적인 시공간의 모습은 자유를 박탈당한 억압된 삶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노동을 착취당하는 바벨탑의 노예들처럼 측은한 우리들.


3. 보상과 차별.

이곳의 차별이 실재한다면, 아니 차별은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보상은 과연 적절히 주어지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개인마다 맡은 자리의 난점이 있고 또 특별한 고충이 존재하겠지만 분명히 더 힘든 일과 덜 힘든 일이 존재한다. 어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순 없지만 모두(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용역업체 근로자와 대기업 사원]의 차이 같은 것 말이다. 사회와는 달리 자신의 책임도, 원인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 그렇다고 택일 하지도 못하는 그저 무작위하고 잔인한 (不) 선택의 의해서 이런 노동환경에 차이가 일어난다면 분명 피고 측은 억울할 것이다.
억울한 이를 달래기 위해 보상이라는 것이 더 후하게 이루어져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적절한 보상의 부재는 궁 전체의 위상을, 효율을 떨어트리고 있다. 대충 중간만 하고 넘어가려는, 또한 그것을 최고로 여기는 풍토의 원인은 적절한 보상의 부재가 아닐까. 뛰어난 업무 능력과 보상은 적어도 보상의 개념으로 봐서 그 수치가 서로 비례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일은 보상을 불러야 하지만 실상은 일이 더 큰일을 부른다는 악순환에 그치고 만다. 보상의 부재가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삽을 든 이들이 결국 보상이 미진한 광부의 권위에 흠을 낸다는 것이다. 부하를 잘 이해하고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어떻게 존경하고 따를 수 있겠냐는 거다. 


4. 시선과 확장.

이곳 바벨탑은 천태만상의 인간 군락이 모인다. 밖이라면 그냥 얼룩무늬 옷을 입고 있는 비슷하게 생긴 아저씨들로만 보이겠지만, 같은 신분의 입장으론 작대기 숫자에 따른 분류와 소속에 따른 분류와 보직에 따른 분류를 가할 수 있는 -통상 보편적 집단의 모습이 아닌- 조금 더 객체에 다가간 입장에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민간인의 시선으론 그저 똑같이만 보일 궁인이 내가 지닌 정보에 입각하여 더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지게 된 셈이다.
일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얻게 된 수많은 시선들을 나는 배웠고 느꼈고 결국 나의 시선을 더 크고 넓게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5. 처음과 복종.

작대기 하나를 대충 달아놓은 빵모양 모자를 쓰고서 처음 생활관 문에 들어섰을 때, 너무나 낯선 공간과 분위기에 위축되어 나는 되레 악으로 깡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곳의 지배세력은 순수하게 짬밥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외침은 힘없는 자의 어쩔 수 없는 항변이자 파토스다.
비관적인 생각과 희망의 관계는 그 악명과도 같아서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 그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속하게 된 이곳도 마찬가지여서 괴로운 행동과 주먹과 욕설이 만연한 궁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완전히 말단의 위치, 예기가 서려있는 선배들의 눈빛에 겁이 났을 뿐. 선배들의 업무에 관한 노하우와 지식은 (이제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그 당시 실로 경이로워서 나의 복종의 자세는 어쩌면 자발적인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6. 지배와 피지배.

계급사회인 이곳에선 지위가 상승하면 그에 따르는 헤게모니를 얻는다. 누군가는 다분히 파시즘적인 성향으로 철권통치를 휘두른다. 너 이전에 내가 먼저 있었으며, 고로 내 경험과 판단은 너보다 뛰어나 나를 따라야 해. 더욱 견고히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후배들을 쥐락펴락한다. 또 다른 이는 온당분자여서 후배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위계질서를 잃지 않기 위해 과격한 행동보다는 대화와 논의를 하려한다. 너희들의 의견은 어때?
어떤 이가 잘한다고 말할 순 없다. 과정은 다를지 몰라도 결과는 동일하다. (적절치 못한 예지만) 주지시키고자 하는 바는 종국에 가선 둘 모두 헤게모니의 상실을 맛봐야 한다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 짧은 기간 이루어지는 지배권의 획득과 상실은 마치 긴 인생여정과 헤게모니에 상관관계에 대한 압축판과도 (적어도 후배와 선배, 부모와 자식의 관점에서) 같다는 것이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헤게모니는 자녀를 낳고 자식이 홀로 서는 시점에서 절정을 이루고 이후 늙어가면서 점차 상실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마치 병장을 달고서 그 파워가 절정을 이루고 말년에 힘이 쪽 빠져 개구리로 통칭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배권의 획득과 소실을 경험하며 자신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어야 한다. 사람들을 다루고 이끌어도 보고, 따르며 복종하기도 해보는 경험은 여느 곳에서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결정되어지는 모든 것들은 어떤 헤게모니의 영향력을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일들이 자발적일 수 없다. 배고픔이나 수면 같은 매우 원초적인 일마저 정해진 룰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곳에 만연한 억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 거대한 지배는 이 순간에도 스멀스멀 피어올라 우리의 자유의지를 거세해 버리고 있다. 혹여 그것이 억압이 아니라 의무의 가면을 쓰고 있을지언정.


7. 광부와 권력.

이곳에서의 삶은 광부들의 명령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 수직적인 구조의 피라미드를 떠올려 보면 그들은 상층부에 위치해 있다. 고용자, 게슈타포, 빅브라더, 관리자, 두목, 보스, 광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릴 수 있는 이들은 궁내의 실질적인 지배층 세력이다. 동등한 위치를 점할 수 없기에 항상 그들은 우리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관계에선 권력이란 누가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느냐, 짬이 더 되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한컴사전에서는 권력이란, [권력(權力)[궐―]【명사】: 남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게 행사하는 강제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지식, 무기, 돈, 또는 육체적 능력으로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제에서는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영향력이 크다. 정치에서는 공권력과 발언권이 큰 쪽이 더 영향력 있다. 축구에서는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쪽이 아무래도 더 힘이 있다. 그리고 궁에서는 아무것도 안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의 잣대로 간주된다. 


8. 적과 위협.

나를 위협하는 적은 실재했는가.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대(對)적관 확립이라는 궁의 사상 교육을 듣고도 나는 깊이 공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주된 연유는 아마 잠시 스쳐 지나가는-결코 영속적이지 않은- 709일의 한정된 시간이라는 것 때문일지 모른다. 모든 사고는 나의 자아라는 필터를 걸쳐서 이루어진다. 나의 적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정조준해서 말하자면 난 궁인이지만 지금의 내 주적은 절대 백두산이 아니다. 우익이니 좌익이니, 하는 말로 나를 가리자면 난 둘 다 싫으니, 그냥 가운데 서있고 싶다. 새가 날아가려면 양쪽 날개의 균형이 잡혀야 한다. 한 쪽으로 힘이 치우친다면 날지 못한다. 그것은 장애라고 생각한다. 장애조(鳥)가 아니라 장애상(想)이다. 편협한 사고는 이런 치우침에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균형 잡힌 생각이 필요하다.
내 적은 백두산쪽의 그 작고 볼품없는 사람들(국수주의자와 사상가들) 이 아니지만 분명 내 나라의 적은 확실하다. 나라는 국민, 영토, 주권으로 이루어져, 나도 역시 국민에 포함된다. 나라의 적은 국민의 적이고 국민의 적은 따라서 수호의 의무를 지닌 궁인의 적이다. 나는 궁인이고 따라서 내 적은 나라의 적이다. 그런데 맹점은 내가 생각하는 적과 나라의 적이 일치하지 않는데 있다. 이 괴리 또한 709일간의 시간이 원인이다.
나의 적은 이곳에 없다. TV를 틀면 가끔 나오는 대백두산관련 뉴스들을 보아도 그들에게 그다지 적의가 생기진 않는다. 대난절연대검태세의 돌격한다느니, 더 이상 사태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소리를 지껄이는 백두산의 뉴스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진정 몇이나 있을까? 이곳에서 말하는 적은 분명 두려운 존재이지만 왠지 현실감이 떨어진다. ‘사회는 말이야 벌지 못하면 죽고, 배우지 못해도 죽고, 능력이 없어도 죽어’라는 말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무섭게 다가온다. 오히려 서로에게 건질하고 수뢰탕을 먹이는 정신 나간 녀석들이 있는, 개인을 죽음으로 이끄는 동료들의 무자비한 언행이 상존하는 이곳이 바로 전쟁터다.


9. 소통과 배움.

이 바벨탑의 끊임없는(끝없는 709) 노역에서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나간다. 20년을 살아오면서 익힌 경험과 지식, 그 모든 것의 총체가 이 709일간의 노역 속에서 내면으로부터 각성했다. 굴복하는 법을 알고, 이끄는 법을 깨닫는다. 더 이상 환경을 탓하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그 조그마한 소통이 전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마을 자체는 작았지만 그곳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사고하는 20대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희망이며 축복이고 감사였다. 겁이 많아 나는 벙어리가 되었지만 정작 귀까지 먹통은 아니어서 그건 정말 참으로 다행이었다.
  

10. 끝과 시작.

709日이 지나갔다. 이리 가버릴 수 있나.

‘그날이 올까?’ 누군가 물으면 답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왔다.’하고 쉽게 뱉어지는 지금. 먼저 떠나간 수많은 이들 다음으로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것이다.

짐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하는 내 등 뒤에서 ‘어디 갑니까.’ 묻는 후배 녀석들, 조금은 나를 부러워하고 있겠지. 조금은 속 시원할지도 모르고 걔 중엔 섭섭해 하는 이도 있을 테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녀석들, 능글능글한 표정이다. 집에 가야지, 집에 가야지 곡을 두 번 하면 나도 그 놈도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짐을 부치고 나선 담배를 하나 문다. 정말 끝인가, 싶다. 짐 속에는 내 흔적이 될 만한 것들을 모조리 넣는다. 그리고 테이프로 빙빙 둘러싸 대충 붙이고는 택배로 보내버린다. 모든 흔적이 지워지고 지금부터 난 유령이다. 보이는 빨간 우체통이 점점 색을 잃고 흐려진다.

유령이 되어서 이곳저곳을 떠돈다. 형체 없이 벽과 벽을 넘나들며 땅으로 꺼지고 솟구치고 이것은 즐거운 유희다. 정해진 길 같은 건 없어서 산 속을, 숲 속을, 콘크리트 더미를, 나무를 피해갈 필요는 없다. 육체의 구속을 벗어나자 온전히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저 멀리 최 상병이 보인다. 장난을 좀 쳐야지, 싶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최 상병의 진로에 멈춰 선다. 그가 다가오고 난 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그의 배꼽으로 나의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부분을 밀어 넣는다. 그 녀석 성격만큼이나 구불구불한 영로(靈路)를 따라 올라가자 또 다른 나의 유령을 만난다. 넌 뭐냐, 묻자 독재자, 라 답한다. 싸늘한 눈초리의 유령이다. 아 이 놈이 내가 그런 놈이냔 말이냐, 하며 난 그 차가운 밀크셰이크 같은 것을 삼켜버린다. 속이 너무 시리다. 열도 내고 소화도 시킬 겸, 최 상병의 조그마한 콧구멍으로 뛰어 나간다. 뛰고 날고 이리저리 마구잡이식 비행을 마치고 고개를 드니 저 멀리 손 태위가 보인다. 장난을 좀 쳐야지, 싶어 뒤로, 뒤로 내려가 그의 정수리로 잽싸게 들어간다. 이 분 성격만큼이나 꼬인 영로를 따라 내려가자 또 다른 나의 유령을 만난다. 넌 또 뭐냐, 묻자 위선자, 라 답한다. 불안한 눈초리의 유령이다. 아 이 분이 제가 그런 놈이란 말입니까, 하며 그 쓰디쓴 한약 같은 것을 삼켜버린다. 속이 너무 쓰리다. 손 태위의 입으로 다시 뛰어 나간다. 달달한 걸 삼켜야겠어. 한참을 날아가자 저 멀리 윤 상병이 보인다. 아! 장난을 좀 쳐야지, 싶어 다가간다. 들어가서, 삼켜 버린다.

수 없이 나를 삼키고 삼킨다. 속이 너무 시리고 쓰리고, 아프고, 뜨겁고, 미지근하고, 하고, 하고, …하다. 흐르는 세월은 잊어버리고 만다. 문득. 이제 나의 육체를 찾아야지, 싶어서 그 빨간 우체통이 서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허나 나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질 않아. 혹시 PX에 있나 싶어, 우체국에 있나 싶어, 생활관에 있나 싶어, 사무실에 있나 싶어, 어딘가에 있나 싶어, 온 곳을 찾아보지만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709日의 시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 709日의 시간을 돌이킬 날이 오겠지. 그 때 빨간 우체통 앞에서 뱉은 한 모금의 연기, 그 속의 유령은 아직도 바삐 무언가를 찾고 있을까. 709일간 내게 주어졌던 모든 사고와 상념들의 표상은 아직도 겉으로만 떠돌고 있을까. 아예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을까. 


모두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2-07 13:54)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1
15:17:42 

 

상병 김형조 
  가지로- 2009-02-05
15:26:31
  

 

병장 박찬걸 
  음... 저랑 비슷하신데 저도 이런 느낌이네요 요즘... 2009-02-05
16:15:21
  

 

병장 김민규 
  가지로- 
709일은 가는데, 705일은 갈 생각을 안 하네요. 언젠가 끝도 있겠지요. 
더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02-05
19:24:39
  

 

병장 김민규 
  그리고 진작에 좀더 많은 자국을 남겨주시지. 겁은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 기대하면서 너무 아쉬워하지 않겠습니다. 그간 수고 많으셨어요. 2009-02-05
19:25:46
  

 

병장 김무준 
  가지로. 2009-02-05
23:23:56
  

 

상병 이동열 
  아아, 미래의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일지도 모릅니다. 
선수를 빼앗겨버린듯한 박탈감. 
아니, 더이상 주현님의 글을 보지 못한다는 박탈감이겠지요(울음) 

소사님들 뭐하시는지요! 가지로 익스프레스입니다(클클) 2009-02-06
08:41:08
  

 

병장 정원택 
  저는 725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현재 진형 중입니다... 2009-02-06
09:58:56
  

 

책마을 
  네, 가지로, 왔습니다! 2009-02-07
13:5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