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베스트선정-내글내생각]요구하는 20대를 위하여.  
병장 이현승   2008-06-26 15:05:50, 조회: 1,163, 추천:4 

요구하는 20대를 위하여.



1. 교실이데아



무엇 때문에 우리가 머리를 박박 깎고 꾸역꾸역 들어차 성춘향과 이몽룡이 만났다는

방년 16세부터 특목고에 가기위해 눈을 부라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호러물이 또 없다. 똑같은 옷에 똑같은 두발에. 어렸을 땐 서태지가 말하

던 교실이데아가 더 무서웠다. 야 그거 거꾸로 한번 들어봐. 아 쟤는 왜. 그냥 신나는 노래

나 만들지 무섭게 왜. 그리고 서태지는 은퇴했지 아마.

우리의 교육은 피가 모자른 듯이 주사를 놓듯 진행되었다.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로. 

이거하면 이거하고 저거하면 저거하니..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면 아기가 생기노라. 밑줄치고 쫙쫙. 선생님 그게 그러니까 자세히 좀.

에끼 이놈아. 듣는 대로 잘 받아 적고 머리에 넣어두면 좋은 곳 가는 거야. 

좋은 곳 가면 뭐하는 데요. 그럼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걸 쉽게 할 수 있지. 

아니. 그러니까 그걸 알려달라니까요. 


.......


교육이란 모르는 사람은 질문 하고, 아는 사람은 그 해답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지 

아는 사람이 질문하고, 모르는 사람이 답하는 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그마치 12년간 이런 착취 또는 가학을 즐기듯 숨죽여 왔다. 

그리고는 계산기 두드릴 실력 쫌 되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서 분위기도 한번 때려 맞춰 

보고, 반만년이라는 어마무지하게 긴 역사 책 한권으로 줄여다가 몽탕 외우고, 한마디로

앞으로  ‘받아야할’ 학습 잘해 보자고 손뼉한번 마주쳐보자는ㅡ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다. 그 장엄하고도 이름마냥 긴 시험을 보고나면  다음 차례인 대학의 고통을 기쁘게 맛보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다. 

심지어 무한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가진 언어마저도 5가지의 답안에, 

아니 그중 하나의 답에 ‘가장 타당한’ 형태를 골라야 했으니 이거야 말로 거대한 학생무리

들이 하나의 거대한 대학생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바야흐로 ‘대학생 백만양성설’ 의 한가운데 우리는 보란 듯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백만이나 되는 대학생들은 ‘내몰렸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다음 차례를 순순히

밟아가듯, 그 누구에 반동도 없이 조용하게 떠밀렸다. 그리고는 한풀이 하듯 대학교 1년을

보내다가 군대에 오게 되는 것이 마침내 길고 긴 오늘날 우리 교실이데아의 마침이다.


  
2. 20대의 단상

.......


아 그런 거였어? 난 그냥 남들다 고등학교 다음에 대학교가니까 보는 건줄 알았지. 

어쩐지 이번엔 시험도 보더라고. 

짜식아. 대학(大學). 큰 학문 아니냐. 언제까지 중고딩 소리 들을래? 남자는 큰물에서 놀아

봐야지..

사실은 굳이 좋은 곳에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 아냐? 그래도 펜대는 돌아가고 정자와 난

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만나서 집에서, 모텔에서, 또 LCD 모니터 안에서 수정을 

이룩하니까.

어. 근데, 지금 와서 보니 너무 억울하다는 거여. 아 이제 머리도 크고 다른 곳도 컸다 

이겁니다. 왜 그때 안 시켜주고 지금에 와서 노니까 뭐라 하시나요.

예? 지금 젊은것들은 철이 없다네요. 열정이 없다고요. 뭘 하고 싶은지 그런 것도 잘 모르

고 남 탓만 하면서 산다네요. 

아 진짜 왜 이렇게 괴롭히지. 눈물나오네. 어! 너 쿨한거 아니었어? 왜 질질 짜?

아참. 미안. 나는 이따위 사소한 아픔에 상처받지 않는 냉정한 남자가 되겠다고

미니홈피에 써놨었지.


......


우리는 끊임없이 요구 받고 있다. 엄마친구아들은 날이 갈수록 드세어지고, TV에선

걱정 말고 무이자로 돈이나 빌려 쓰란다. 예전에 잘나갔던 드라마 이름도 ‘네 멋대로 해라’ 

다.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주문이라고 여겼던 이것마저 명령문의 형태를 지녀 우리를 

압박한다. 

모든 가시돋힌 말들이 우리 세대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에게 분출구란 없다.

끽해야 겨우 마련해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스페셜포스나 유로2008이나 원더걸스들 

뿐이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실컷 자본주의의 단물을 물려주고 나서는 취업전선(이건 전쟁용어가 맞

다)에 내다 버린다.

지금까지 다음단계, 다음계단 친절히 알려주면서 밟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중간쯤 오다가

‘자 이제 니 계단 찾아 떠나렴, 없다고? 잘 찾아봐 어딘가 공무원시험이나 대기업쪽에

몇 개 남아있어. 마지막으로 찾아서 올라오는 사람이 임자!‘   

라고 계단을 찾아서 올라가라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당연히 이것들은 점점 더 거세어져 갈 것이다.

중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초등학생에서 유치원생으로 그리고 산모가 배고 있는 태아

에게 까지. 다음 세대로 또 그 다음 세대로 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또 오지 않은 미래에 우리 젊은이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다, 행복

하지 않을거다 라는 확실한 장담은 없다. 그것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다.

미래에 우리 아들들은 더 나아질까? 그것은 그때 가 봐도 모르는 거다. 단지 어느 한 부분

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어도 그 성장이 가져온 다른 손해부분의 총합을 이기지 못

한다. 아니 거의 비슷하다. 엔트로피라고 하는 게 적절할거다. 원자력을 만들면 핵폭탄도 생

기기 마련이고, 그럭저럭 승부(?)가 가능하다. 

그런데 왜 그러느냐. 뭔데 꼬장이냐. 잘 살고 있는데. 행복이나 불행이나 그게 다 비슷할 텐데. 

다만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최소한의 동등한 시작을 우리가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거다.



3. 그런 의미에서


그런 의미에서.

우리를 좀 더 지켜봐주라는 것이다. 자생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우리가 우리 주체로 사유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꽉 막힌 교실에 틀어박혀 한 가지 생각만 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누구의 어떤 의견이 

나와도 수용될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거다.

환경도 만들어 달라는 거다. 대기업에 가든 중소기업에 가든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시원에서 

9급을 준비하든 간에 꿈꿀 수 있는 공간과 제도와 틈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이 자기가 뭘 원하는지, 어디에 있을 건지,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 건

지 치열한 고민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386이 혁명적 가치를 부르짖으며 목표 의식을 다지고, 희망을 이야기 하고 또 그것을 달성하였지만.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시간 공부한 1세대이면서, 동시에 10대에 벌써 1318 마케팅의 

노예가 되어 지름 신에게 목매달았으며, (이것은 엄밀히 말해 타의이다) 이름을 떨쳐야할 

약관의 나이에 고작 꿈꿀 수 있는 건 (역시 돈으로 할 수 있는) 유럽배낭여행뿐이다. 

이제 우리가 요구 할 때 이다. 그동안 묶여 있던 올가미들 두 눈 똑바로 뜨고 벗을 줄 알아

야한다.  우리 삼촌들, 그들이 그랬듯이 행동하며 우리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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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모든 책들과 일기에서 나온 고민 입니다.

우리 모두는 너무 힘이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때는 힘이 넘쳐 보이지만 정작 우리 몫

을 챙겨먹는 데는 바보 같이 혼자가 되어버립니다. 투표날 보란 듯이 투표도 하고, 우리만

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20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병장 박준연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7-14 10:23)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10:36:07 

 

병장 이동석 
  일본 68세대인 영화 <박치기>의 감독 이즈쓰 가즈유키는 변혁의 시기를 보내면서 정말로 혁명이 일어나는것은 아닌지, 프리섹스를 하는 나라가 오는건 아닌가(감독도 말하며 웃음) 해서 설레었다고 하더군요. 
<박치기> 극중에서도 오다기리는 유럽을 갔다와서 히피족 복장을 하고는 킹 목사의 연설을 패러디 하며 말합니다. 아이 해버 드림... 그리곤 일본어로 프리섹스를 하는 나라를 꿈꾼다고. 

프리섹스야 반 농담이지만, 설레었다는 소리에는 웃지를 못하겠더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설 2008-06-26
16:08:06
 

 

병장 박준연 
  상병 임성균 / 쪽지 확인해주세요.(웃음) 2008-06-26
16:11:42
  

 

상병 임성균 
  즐겁게 읽었습니다. 본 내용은 언젠가 우리도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사고 입니다. 

'우리 삼촌들, 그들이 그랬듯이 행동하며 우리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제가 국무총리 청소년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을때만 해도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당시 청소년들의 주장을 크게 보면 
먼저 1. 투표권을 달라. 
2. 교권 남용을 막자.(가장큰것은 체벌) 
3. 학교에서의 자유를 달라.(두발자유,0교시,자율활동,야자,미션스쿨 등등) 
였습니다. 이것을 쟁취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었지요. 
제가 청소년 옴부즈만 제도에서 활동할때도 그랬습니다. 

뭐 지금은! 해봐야 일과시간준수. 일과후 개인정비시간 보장. 정도? 일까요. 2008-06-26
16:58:53
 

 

병장 이동석 
  음, 미약한 상상력으로 장님 코끼리 더듬듯해보건데 
쪽지로는 그런 내용이라도 언급해도 되는 모양입니다? (웃음) 

그러고 보면 
청소년이나 쿠닌이나 매한가지였던 모양입니다? 2008-06-26
17:07:27
 

 

병장 이동석 
  외국서 오래 생활하셨나요? 
아 한국말도 못 알아먹냐고 기분나쁘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성균님 글이나 댓글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일반적인 맞춤법 실수와는 많이 다르달까요? 
성균님처럼 '몇가지'를 '몄가지'로 쓰는 교포를 봐서요. 
이런 실수는 일반적이진 않거든요) 

아니면 죄송하구요. 
하긴 제가 너무 비문이죠? (웃음) 

준연님이 뭘 문의하셨을지 추측해보건데 
군 내에선 어지간해선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을꺼라 추측한겁니다. 

쿠닌의 권리 운운만 해도 턱이 덜덜덜 거리는걸요. (웃음) 2008-06-26
19:28:16
 

 

병장 박준연 
  아.. 별 내용 아니었습니다. 요새들어 이모티콘이 난무하는 것 같아서요. 이전의 성균님의 댓글에 이모니콘이 들어가 제가 삭제했거든요. 그리고 삭제한 댓글을 성균님에게 쪽지로 보내드렸습니다. 이모티콘을 수정해서 다시 올려달라는 뜻으로 말이지요. 

이 글에서도 성균님의 댓글에 (땀땀) 표시가 순화되지 않고 이모티콘으로 들어가 있어 제가 삭제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해주세요. 2008-06-27
11:10:27
  

 

상병 박찬걸 
  흠... 그렇긴 하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그냥 하라는대로 해오면서 살아온거 같군요. 
뭔가 반성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2008-06-27
22:46:57
  

 

일병 김세현 
  20대면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생각들인 것 같아요...그리고 저는 그 끝에 항상 궁금했던 것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그들 나름대로의 해결 방안이랄까.. 그런 것들입니다. 
다들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겠죠..전 현승님이 그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지는군요 2008-07-09
11:24:24
  

 

병장 김태현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죠. 
그렇게 하기 싫었음에도, 그렇게 해온 자신을 한번 돌이켜보세요. 
교실이데아를 외치면서 나는 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는가? 
하라는 데로 그냥 했던 사람이나, 싫으면서도 했던 사람이나. 
다 나름 미래의 자신의 대한 욕심때문이죠. 
욕심을 가진 만큼 힘들어 지는건 당연지사 입니다. 2008-08-06
10:3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