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월베스트선정-내글내생각] 멜로 영화를 위한 조의문  
상병 홍석기   2008-05-16 17:00:38, 조회: 1,123, 추천:3 

첫글입니다. 그것도 이렇게 긴 글은 한 3년만에 처음 쓰네요. 오랫만에 쓰는거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생

각 나는대로 쓰자...했더니 예상 외로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길고, 너무 억지인 면도 많고, 제멋대로인 글이라 읽으시는 분들게 상당히 죄송한 마음이...들어서 올리는데 좀 망설였지만, 제가 오랫동안 혼자 고민했던 주제라 터놓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염치불구하고 글 올립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윽...이 식상한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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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를 위한  조의문

1.
데이트를 했다.
그녀와 난 아직 몇 번 만나지 않은 사이였기에 아직 확실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난 중간에 대화가 끊기고 급기야 어색한 침묵으로 이어지는 참사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화 주제를 찾고 있었다. 결국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뻘쭘할 때 써먹는 멘트 101” 이란 책이 있다면 7항 정도에 있을 듯한 질문이었다. 아마 나는 그녀 일생에서 이 질문을 던졌던 49번째 사람일지도 모른다. (혹시 51번째?)

“어떤 영화를 좋아해?”

둘 사이를 채우고 있던 딱딱한 공기의 층이 둔탁하게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부서진 표면이 뒤틀리는 듯 하더니, 곧 대답이 돌아왔다.

“글세? 액션...이나, 형사물? 멜로는 싫어해.”

.........................
그때 문득,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답인데, 란 생각이 들었다.

2.
많은 사람들은 멜로를 싫어한다.

대신, 항상 똑같진 않지만, 대개  액션물, 스릴러, 코미디, 반전 영화...를 좋아해, 등의 대답을 듣는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20대 이상은 경험이 없으므로 제외),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이 범위 안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드물다. 간혹 공포물이나 컬트, 독립영화 같은 것들이 대화에 포함되는 일도 있지만, 역시 이 경우에도 위의 액션, 스릴러, 코미디, 반전 영화...등에 더해져서 언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멜로 영화’ 만큼은 절대로 이 장르에 포함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멜로 영화’ 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게 혐오감을 나타낸다. 내 경험으로는, 처음 영화 얘기를 꺼내자 마자, “난 멜로는 별로 안좋아하고...x,y,z 이런 것들을 좋아해.” 라는 멘트를 날리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었다.

........
흔히 앙케이트 라는 것을 하면, 질문이 “당신의 월급은 월 200 이하입니까? 이상입니까? 같은 간단한 것이어도, 꼭 한두 명씩 ”잘 모르겠다.“ 라고 답하는 사람이 나온다. 역시 모든 것엔 예외라는게 있단다. 하지만, ‘멜로’에 대해서 만큼은, 난 아직 단 한명의 예외도 발견하지 못했다. 단 한명의 멜로 애호가도 찾지 못했다. 물론 나의 표본은 터무니없이 많은 결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뭔가, 최악이 아닌가.




3.
하긴, 원래 멜로물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장르는 아니었다. 흔히 사람들이 얘기하는 “헐리우드 대작” 을 살펴보자. 내가 지금 막 떠올릴 수 있는 것...<E.T>,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 <람보>, <백 투더 퓨처>, <인디아나 존스>, <007...>....글세, 딱히 없다.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들을 떠올려 보아도....<친구>, <괴물>, <쉬리>, <JSA>, <왕의 남자>.....물론 멜로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은 꽤 있지만, 그것이 메인으로 쓰인 적은 없다. 그럼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나? 내가 이상한건가?

아니, 분명 천 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멜로물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들은 있었다. 좀 옛날 이야기지만, <로마의 휴일> 이라든가, <로미오와 줄리엣> 만 해도 그렇다. 이 영화들로 인해 아버지 세대의 사람들과 옛날 이야기를 할 때면 “내 이상형은 오드리 햅번이었어.” 라든가, “너희 엄마도 젊었을땐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어.” 뭐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박신양이 출연했던 <약속>, <편지> 도 나름 히트작이었고,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아류작을 배출해내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접속> 이라든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심은하가 최고의 미인으로 뽑혔던 적도 있었다. 거기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오 겡끼 데스까~”  한 마디는 말할 수 있게 해준 <러브레터> 는 또 어떻고? 

......그러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4.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기도 뭐하지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주제에 우습게도 나 역시 멜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누가 나에게 보고서 감동으로 까무러칠 뻔 했던 영화 탑 5 리스트를 만들라면, 그나마 <하이 피델리티> 하나만 근접한 범주에 해당이 될 것이다.  하긴 보는 내내 뭔가 무겁고, 잔잔하고, 환자들은 속출하여 때때로 병원 진료창구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느낌이 들게하는 그런 영화를 누가 좋아할까. 어떻게 보면 툭하면 부적절한 관계가 제기되고, 불치병이 난무하는 짜증나는 전개의 연속 자체가 이 장르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비록 멜로물에서 파스텔톤의 이쁜 영상미와 사실적인 카메라워크, 조각같은 히로인의 얼굴...등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솔직히 멜로 영화의 스토리는...재미없다. 줄거리도 재미없는데 재탕까지 하니 이뭐병...라고, 멜로를 버린 사람들을 우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재미없으니 안본다, 참 간단한 논리 아닌가. 하지만 모든 간단한 스토리 뒤에는 또 항상 뒷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길거리에서 바바리맨을 만났는데 우연히 그것을 보고 자기를 구해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자신에게 한눈에 반해온 재벌 3세를 버리지만 알고보니 그가 배다른 오빠였고 또 알고보니 어느샌가 백혈병에 걸려 죽어버리는 여주인공보다 더, 멜로를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것은 바로, ‘쿨한 사회’ 다.




5.
이것이 언제, 어디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 사실 나는 잘 모른다. 대학도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했고, 그나마 그 한 학기 동안 듣고 싶었던 사회학 강의도 엄청난 지원자로 인해 우린 뽑기를 해야 했고 시범 라운드에서 1/16의 확률을 뚫고 이름이 불려 버린 나는, “자, 이런 식으로 하는 거다. 다음은 진짜 라운드다.” 라는 교수님의 말 이후 이어진 실전에서는 뽑히지 못하고 다른 강의를 들어야 했다. 하기야, 1/256의 확률이었으니까.
아님 최소한 이런 글을 올리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가 보거나, 관련 책을 읽거나, 주변의 박식한 선후임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항상 일을 저지르고 난 뒤 문제점을 깨닫는다. 젠장.

하지만 포수의 리드를 무시하고 미완성의 너클볼을 던지다 무사 만루를 허용한 투수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땅볼인데 수비수 위치가 잘못됐다거나, , 파울인데 바람 때문에 페어가 됐다거나, 운좋게 빗맞은 공이 세컨드와 센터 사이에 떨어진 거라거나...한 술 더 떠 (주의!: 절대 따라하지 마시오) 이렇게 되었으니 시즌 최초의 트리플 플레이를 노려볼 수 있지 않냐, 라는 희망적인 자세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나의 얕은 지식과 사회에 대한 견해를 늘어놓음으로써,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신선한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도 있을것이고, 또 허접하게나마 의문을 던짐으로써 다른 박식한 사람들의 고견을 감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 본다.




6.
나에게, 사회란 항상 크게 두 가지 성향의 집단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항상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듯 하는 ‘잘 나가는 집단’ 과 아무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하지만 구성원들끼리는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듯한, 흔히 말하는 “찌질한 집단”. 이 둘의 차이점이라면, 전자는 한 사회에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후자는 여러 개의 군소 집단으로 사회 곳곳에 분포한다는 것, 그리고 이 둘은 서로를 ‘무시’ 하는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는 각 집단 구성원들의 자신들의 집단에 대한 ‘프라이드’ 도 들어가 있지만, 이 둘의 공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집단을 이루지 못하는 개인들의 존재이다. 첫째는 흔히 말하는 ‘왕따’ 에 해당하는 개인들- 이들은 ‘잘 나가는 집단’의 호전성을 억제하고, 둘째로 양쪽 그룹 어느 쪽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쿨’한 개인들이 있다.

중학교 때 까지만 해도, 이 ‘쿨’ 한 개인들은 그다지 동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 때까지의 ‘잘 나가는 집단’은 싸움을 잘하거나, 잘생기거나, m아다니는 레이디들이 많거나, 뭔가 듣도 보도 못한 것을 사회에 도입하는 ‘얼리 아답터’ 들이거나, 혹은 이 모든 사항에 해당되는 ‘뭔가 있는’ 아이들이었고, 그러므로 모두에게 이들은 동경의 대상 제 1순위였다. 반면, 어떻게 보면 ‘민충성도’ 가 가장 높은 이 ‘쿨’한 개인들은 ‘착한 아이’ 라는 칭호를 받거나, 가끔 우호 관계에 있는 ‘잘 나가는 집단’ 의 비호를 받을 때 부러움을 사는 정도에 그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잘 나가는 집단’ 은 그래봤자 허울 좋은 간판에 지나지 않고 진정 뒤를 조종하며 “모든 것은 계획대로다.” 란 대사를 날렸을 거라 생각되지만, 역시, 그땐 그랬다. 그리고 어차피, 좋든 싫든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예전의 그 ‘잘 나가는 집단’ 소속원들의 대부분은 더욱 지루하고 피곤해지는 세계에 등을 돌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쿨’ 한 개인들의 독재가 시작되었으니까. ‘잘 나가는 집단’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성격이 변했다. 이전의 ‘잘 나가는 집단’ 구성원 = 뭔가 ‘있는’ OR '있어 보이는‘ 놈 의 공식을 적용해보면, 고등학교 때에도 뭐 좀 있는 놈들은 있다. 나의 세계에는, 뭐 학생회장이라든가, 하다못해 3년동안 반장을 했다거나, 성적이 전교 1% 에 드는 놈들이라든가, 모의수능 만점자라든가, 연예인 데뷔를 준비하는 놈이라든가...하지만 이들은 “공부를 잘 하는 아이”, “연예인 지망생”, “반장” 이라는 호칭이 달리고, 그저 ’좋겠다“ ”부럽네“ 같은 시니컬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고, 반면, ‘쿨함’은 모두가 동경하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알아 버린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 터프해서, 또 인간들은 너무나 까칠해서, 정공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사회에서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나 혼자 뿐이라는 것을. 외롭다는 것을. 죽고 싶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결국 그곳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간절한 출구를 찾고 싶었고, 나만의 낙원을 찾아 나를 괴롭힌 이 세상을 마음껏 비웃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단순한 감정들과, 이상주의에 빠져있는 도덕관념과, 바보같은 순수함 따윈 버리고 싶었다. 나는 모든 것을 달관하고 싶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선이든 악이든, 어차피 그런것 따윈 있지도 않고 있든 없든 상관도 없으니, 이 둘의 뒤에서 그저 웃어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쿨’해지고 싶었다.  ‘잘 나가는 집단’ 이니, 나의 사회적 이론이니 모두 다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싶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든 것은 단 한 마디로 설명된다. 내가 원하고, 우리가 원하고, 이 사회가 원하고, 이나영도 원한다.
So Coooooooool.





7.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나는 쿨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난 ’쿨‘한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사람과 사람간의 미묘한 갭이 불편했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힘들었고, 암울한 세계관도 두려웠다. 결국 나는 마늘과 파가 싫어 도망나온 호랑이처럼 ’쿨‘한 사회를 뛰쳐나왔고, 그 댓가로 나는 ‘자랑스러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이라는 ’잘 나가는 집단‘ 에 소속되지 못했고 아웃사이더니 비현실주의자니 하는 호칭을 얻어 계속 찌질한 라이프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것도 좋다. 난 정공법이 좋고, ’정의는 승리한다‘ 따위의 이상적인 도덕관념이 좋고, 무엇보다 바보같은 순수함이 좋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휴가를 나가면 죽어버린 첫사랑 소꿉친구의 꿈만 믿고 고교 야구의 괴물투수로 성장한 한 소년과 그를 너무도 싫어했던 소꿉친구의 동생과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만화를  읽고, 아직도 종종 멜로 영화를 감상한다. 나는 그들의 순진함에게서 내가 꿈꾸는 세계를 본다. 하지만, 단순한 감정만큼은 좀 자제해야겠다. 안 그러면 나의 군생활은 정말 피곤할 것 같으니까.

‘쿨’한 사회 역시 나 같은 놈에 대해서는 무시함으로 일관한 채 여전히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엔 ‘알파걸’ 이 이슈화되고 있다. 여자들은 점점 털털해지고, 남자들은 점점 소심해 진단다. ‘나는 펫’ 이 토요일 밤 시간대의 군부대 시청률을 독점하고 있고 말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진정한 성 평등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애초에 ‘남성성’ 과 ‘여성성’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나로서는, 흔히 얘기하는 털털한 남성성은 남성들에게만 사회활동이 국한되던 시절, 터프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쿨’ 해진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에게 사회 진출의 길이 넓어지면서, 그들 역시 ‘쿨’ 해질 뿐이었고, 남자들은 위선에 가득 찬 자신들의 ‘남성성’에 질려 그들만의 방식으로 ‘쿨’ 해진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희석되어 양성평등으로 가는 양성화 내지는 중성화 현상이 아니라, 감성이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 사회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무성화’의 일부가 아닐까? 그리하여 모두가 쿨해진 이 곳에서 멜로영화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 아닐까. 혹은 이 멜로영화 라는 것이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멜로 영화는 죽었다. 앞으로 그는 절대 관객수 500만, 1000만을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쿨’해진 우리들 역시 살아있는 것이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



Rest In Peace, 

everyone.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12 10:47)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10:33:53 

 

병장 김종빈 
  티켓 값이 올라서 그런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요. 
물론 온갖 카드들을 긁어내고 조조할인 때려버리면 공짜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광랜따위도 보편화되고 홈씨어터도 심심치않게 가지고들 있는 마당에 
멜로물 같은거야 작은화면에서 봐도 큰 화면에서 보는거하고 별반 다른 차이를 못느끼니까요. 
반지의제왕따위 영화들은 조그마한 화면에서 보는거하고 극장에서 보는거하고는 당연한 차이가 있죠... 
근데 아무래도 티켓값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니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 블록버스터류들만 골라보고 멜로물들은 집에서들 즐기는 걸수도 있는거 같아요. 뻔하고 다 예측이 가능하고 안봐도 비디오고 억지눈물 퍼올려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원래 그런 뻔한 내용이 더 슬프고 눈길을 잡아 끌 수도 있는 법이거든요. 2008-05-16
19:57:06
  

 

상병 김태형 
  멜로라고 해서 최루탄 뿌린 마냥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픈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달리 감동적인 것도 없던게 많은 것 같아요. 
그냥 공장에서 찍어낸 도식대로의 영화가 많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영화가 진짜로 성공하려면 (장르 구분없이) 시나리오와 씬 구성(한 마디로 '영상')이 탄탄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수적인 재미도 없으면서 티켓값 받는다는게 좀 꺼려지는 영화들, 그런게 많아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2008-05-17
16:10:03
  

 

병장 장윤호 
  글이 참 좋습니다. <클래식> 보면서 두근두근 거리던 때가 생각나네요. 2008-05-18
09:33:58
  

 

병장 장재혁 
  m아다니는에서 상큼한 오타 한자! 

하하..부산은 그나마.. PIFF때문에 영화값이 싼편이죠. 
많이 오르지도 않았구요. 

그리고 멜로라..전 멜로 좋아하는데요... 
위에 윤호님이 말씀하신 <클래식>이나 <동감>, <사랑> 
그리고 일본영화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나, <그때는 그에게 안부를 전해줘요>도 그렇고... 2008-05-18
15:10:30
  

 

상병 이태형 
  가끔 터지는 길고 긴 문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 번 반복해서 읽느라 힘들었습니다(웃음) 
잘 봤어요. 
고교 때 뒤에서 조종했던 것인가요, 쿨한 개인들이. 
충격인데요! 2008-05-19
07:35:10
  

 

상병 홍석기 
  종빈님// 맞는 말입니다. 티켓 값과 기술의 발전도 분명히 한 몫 했죠. 저희 아버지께서도 그런 말씀을 종종 하세요. "영화관에서는 블락버스터를 봐야 돼." 라든가, "이런 영화는 그냥 집에서 봐도 돼지 않아?" 같은. 하지만, 사실 "영화관에서는 스케일이 큰 것을 봐야 한다." 는 지론은 비디오 시절에도 적용될 수 있었죠.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것들은 영화관 성적도 준수했거든요. 티켓 값이라...분명히 한가지 요소이겠지만, 그래도 아직 흔한 데이트 공식 중의 하나에 영화관람이 들어가 있는데, 티켓 값 아까워서 딴거 보자, 집에서 보자...이것은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데이트나 여자친구 이외에는 멜로를 볼 일이 거의 없을 텐데도 말이죠. 이것 보다는, 취향의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태형(김) 님// 동감합니다. 저도 그게 요즘 멜로 영화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나름 변화를 준 답시고 이것 저것 섞다가 오히려 고유의 동화적 매력을 잃어버렸달까요...그래서 달리 감동적이라고 느낄 만 한 것들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 대해서 거의 초보 수준의 지식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이 점에 대해 반론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만, 전 영화의 성공 요소가 탄탄한 시나리오와 씬 구성이다...라는 것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네요. 사실 멜로는 관객의 허를 찌르며 관객의 머리에 '!!!!!!!!!' 를 날릴 만한 퍼펙트한 시나리오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그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를 던져주죠. 그리고 씬 구성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멜로영화에는 정말 아름답다...라고 느낄 만한 씬이 등장하고, 사실적이면서도 동화적 영상미가 있죠. 특히 밑에서 언급된 <클래식> 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에서는 굉장했거든요. 그렇다면 나름 '영상'에는 멜로가 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이것이 '관객의 허를 찌르는 미스테리어스한 (혹은 뭔가 어려워 보이는) 시나리오'와 '역동적인 (혹은 지루하지 않은) 씬 구성' 으로 고착화 되어 버린 것 같아요.예를 들어 <올드보이> 같은 건 취향 자체도 상당히 마이너적인 영화인데다가 상당히 어려운 영화인데도 흥행에 성공했죠. (그래서 재미있게도 이 영화를 거의 이해 못 하면서 극찬하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구요) 물론 한국을 빛낸 영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보아랑 박찬욱 감독이랑 같이 나오는 cf 도 때리고 한 홍보 효과도 있었겠지만, 시대의 흐름이 잘 맞아 떨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윤호님// <클래식> 정말 멋있는 영화였죠. 한동안 빠져서 ost 까지 샀다는...(웃음) 

재혁님// 반갑습니다. 멜로를 좋아하신다니 굉장하시군요. 이런 분을 꼭 찾고 싶었습니다. 
마치 모피어스가 네오를 만난 느낌인데요...(웃음) 

태형(이)님// 써놓고 저도 당황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첫글이니만큼 생각나는대로 쓰자...하는 바람에 그냥 그대로 달리게 되었네요....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귀차니즘에 수정 작업도 안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웃음) 

'쿨한 개인들' 에 대해서 더 염려스러운 것은, 쿨함= 모든 것에 의연함= 침묵/무시= 암묵적 동의 의 공식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어떠한 사회적 부조리도 막지 못하게 되겠죠. 이쯤 되면 정말 음모론까지 던져 볼 수 있겠네요. 쿨한 개인들이 사회를 조종하고 있다...하하 2008-05-19
10:19:55
  

 

병장 김별 
  쿨-하다라는 의미로 쓰신 건 한번쯤 생각해볼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멜로영화의 종언의 이유가 그 쿨(=감성의 메마름)이라면 
그런 개인들의 비유가 너무 확대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008-05-21
14:20:44
  

 

병장 박준연 
  나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요 몇년간 흥행한 멜로영화를 기억해내긴 좀 힘드네.(웃음) 이 글과 맥이 통하련지는 모르겠지만 명예의 전당의 글 <쿨함에 대하여> 추천. 2008-05-23
09:03:42
  

 

병장 김병선 
  우선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구요. 보는 내내 감탄했답니다. 
개인적으로 멜로를 좋아해서 많은 사람들이 멜로를 외면한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습니다. 
최근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게 적어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본 기억도 없고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상하게 영화 취향에 관심이 없어서 물어보질 않았구요.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 군대에 오고 나서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헤어지고 또 그리워하고 하다보니 다른 사람의 사랑에 관심이 많아지고 영화 속 감성으로 위로받게 되어 멜로물이 좋아지게 되어 휴가때마다 멜로물을 찾게 되었답니다. 근데 보고 싶어도 사실 별로 없기는 하더군요. 기억나는게 <사랑>,<행복> 정도인데 <사랑>은 정말 졸작이고 <행복>은 그나마 허진호의 연출력과 임수정, 황정민이라는 걸출한 배우들 덕분에 중간은 갔구요. 
근데 최근에 <내 사랑>이라는 4커플이 나오는 옴니버스적인 영화를 보았는데 강추입니다. 저는 감우성때문에 보게 되었는데(드라마 '연애시대'를 본 이후 감우성 출연작을 섭렵중입니다) 최강희와 이연희의 매력이 정말 최고인데다가 4차원적인 캐릭터도 발군이거든요. 
그리고 지난 주에 <도쿄 여우비>라는 스페셜 드라마를 보았는데 일본이라는 장소와 노팅힐스런 캐릭터와 이와이 슈우지 감독이 생각나는 영상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과 마음을 보면서 참 느끼는게 많습니다. 나도 저렇게 애절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하고 싶어서 부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은 정말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2008-06-09
09:51:38
 

 

상병 이동석 
  사실 멜로는 연애만 주구장창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비범한 인간들이 우여곡절끝에 좌절하는 이야기 
고로 고대 그리스 비극이나 세익스피어의 비극같은 것들과 궤를 함께하는 장르인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비틀린 가족사와 비극적인 결말 
오이디푸스 이야기에서는 출생의 비밀의 
모티브들만 졸렬하게 떡칠하는게 요즘의 멜로인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멜로는 죽지 않습니다. 
다만 변용될뿐이지요. 2008-06-10
18:33:16
 

 

상병 박봉식 
  저역시 개인적으로 멜로 영화를 좋아하기에 놀랐습니다. 저역시 뭐 뻔한 스토리의 

불치병이니, 출생의 비밀이니 하는 내용들의 멜로 영화는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런 이유에서는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로맨틱 코미디 특히 외화 같은 

경우에는 이런 단순한 스토리 보단 그냥 웃음 속에서..그리고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그려 놓은 영화도 많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로맨틱홀리데이가 참 괜찮앗네요 (웃음) 

다만 이런 뻔한 스토리라는 편견이 생긴게 멜로영화가 죽어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8-06-14
13:55:48
  

 

병장 황인준 
  글 좋네요(웃음). 
확실히 대박 멜로 영화가 잘 생각이 안 나네요. 
그래도 하나를 뽑으라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가 생각나네요. 아, 이런 아련함 때문에 멜로를 보는 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 영화라는.. 2008-06-18
08:27:58
  

 

병장 진상훈 
  잘 읽었습니다 

음 .. 저도 멜로를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최근에 대박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대박인지 군대에 있어서 

"말할수 없는 비밀" 이영화 좋은거 같네요 2008-06-27
20:19:59
 

 

병장 장호석 
  글 잘 읽었습니다 .. 

덕분에 멜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되었는데요 .. 

평소엔 블록버스터나 액션 등등의 영화를 상당히 좋아합니다만 .. 

멜로 역시 좋아합니다 .. 영화에 있어선 하나를 선정하고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 

제가 DVD로 사 놓은 영화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멜로라는 걸 .. 

멜로를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 2008-07-11
00:48:55
  

 

상병 권형민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단어가 인류역사상 거론되지 않은적이 있나요... 

동석님 말씀처럼 변용될뿐이지요, 단지 '쿨'하지 못하게 변할뿐. 2008-11-04
14: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