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베스트선정-내글내생각] 친구(6급 하지연)  
병장 김상열   2008-04-16 09:54:08, 조회: 1,566, 추천:0 

어제 근무지가 청주로 바뀌어서 8개월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퇴근 후 막차를 타고 온 친구는 와이프가 급하게 건네준 샌드위치 한 조각만 먹고 와서 배가 몹시 고프다고 했고 나는 아홉시 반이 넘어 그 친구를 데리고 밥집으로 가 매운 순두부를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참 동안 못 봐도 맨 날 어제 본 것 같아’ 

그 친구는 이마에 주름을 잡더니 

‘글쎄... 자주 못 봐도 워낙 오래 알아왔고... 또 우리가’ 

‘됐어... 뭘 그리 열심히 설명해’ 

‘아니야.. 이런 건 명확히 설명해야 해’ 

내가 핀잔을 주자 쑥스러운 듯 한마디 하며 다시 밥 수저를 들었다. 

사실은 언제든 부르면 나올 거란 위안을 빼고는 같은 도시에 있을 때도 일년에 두 서 너 번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밖에 자주 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목소리를 착 깔면서 전화를 할 때는 기분이 안 좋아있거나 그 좋은 성격으로도 사람들이 꼴 보기 싫을 그때였다. 그 친구는 성격이 좋아서 아무하고도 잘 어울리는 그런 친구였다. 

사실 만나서 하는 건 별로 없다. 그냥 옆에서 빈 잔 좀 채워주고 안주나 축내고 푸념 좀 들어주고 맞장구 좀 쳐주고 멍하니 이마에 잡힌 주름을 보며 아.. 저 얘도 나이를 먹네. 그런 생각 좀 하다가 집에 바래다준다면 일어나 좀 걷다가 내키면 아이들처럼 손을 잡고 밤거리를 뛰기도 한다. 

우리가 친구인 것이 비밀은 아니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친한 티를 내지 않고 우리들만 아는 신호로 눈으로만 인사를 주고받을 뿐 유난을 떨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자와 남자가 친구가 되기 어려운 환경 속이다 보니 친구라고하면 어떻게 알았냐. 나이 차이는 나지 않느냐. 저사람 결혼하지 않았느냐 뭐 그런 쓰 잘데 없는 질문들로 색안경을 끼기도 하고 또 내가 사람들 입소문을 좀 타는 스타일인데 유독 나와 친한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는 통에 사이가 어색해져 버린 사람들이 몇 있다. 




옛날에 사랑과 우정사이에 등장했던 그 친구가 맞다. 

뭐 언젠가 순도 100%의 우정에 등장했던 그 친구와도 동일 인물이다. 

한때는 만나면 가슴이 뛰기도 했고 이런 감정이 혹시나 연애감정일까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친구가 마누라 모르는 애인이 생겼다고 고백해도 태연하게 상담해 줄 그런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 친구 와이프는 얼굴만 아는 나를 위해 쿠키와 수제 비누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으니 나는 그 친구에게 있어 여자가 아닌 게다. (좀 짜증난다) 

여자는 60살이 넘어도 여자란 걸 모르나. 

우리들 눈에는 할머니가 엄마가 여자로 보이지 않겠지만 할머니 옷장을 뒤져보면 연 분홍색의 예쁜 치마저고리 하나, 엄마 화장대 서랍에는 빨간색의 구찌 베니가 하나쯤은 분명히 있다. 

나는 이 친구가 나를 여자로 보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남자친구처럼 동성으로 대하는 것도 싫다. 

이 친구와 있을 때는 남자처럼 양반다리 하고 오만상을 찡그리며 소주를 마시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불타는 닭발도 마다하지 않지만 비가 오면 자기 옷을 벗어 머리에 씌워주고 건널목을 건널 때면 커다란 손으로 어깨를 감싸주는 가끔은 ‘여자처럼’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 




살기 바쁘고 힘들어 지면 친구에게 마저 팍팍해지기 쉽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인간관계를 이해관계의 ‘인맥’속에 집어넣다보면 나에게 이익이 없는 관계는 과감히 청산하라고 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 친구 얘기를 하면 꼭 물어보던 말이 있다. ‘ 걔는 공부 잘하냐?’ 

그런 말을 하는 어머니가 속물처럼 보여서 한동안 말이 하기 싫었던 적도 있다. 

고만고만한 때 사회생활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는 월급타서 적금 넣고 용돈 쪼개 쓸 때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해 만나면 밥 사주고 영화 보여주고 설 추석이면 얼마 되지 않지만 기죽지 말라고 용돈까지 줘야했던 친구와 결국 소원해져 버린 과거도 있다. 어릴 적 같이 책 펴놓고 도시락 까먹고 쉬는 시간 얼굴이 보고 싶어 복도를 질주하게 만든 그 친구가 마치 패배자처럼 세상에 불만만 많아지고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옷 한 벌 사 입고도 눈치보고 밥 사주고 술 사주고도 늘 기분이 안 좋아지던 그 무게를 감당치 못하게 한 것이다. 

세월이 지나 느낀 것은 좋은 친구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누구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자질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내 친구역시 좋은 사람일 것이다. 친구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관계없이 그 친구가 나에게만 잘해 주기를 바란다면  그 얼마나 이기적인 발로인가. 내가 좋은 사람일 때 나의 곁에 좋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친구는 이해관계를 떠나지만 정말 이해관계를 따져야 할 때는 자기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나의 편에 서주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언젠가 저 녀석에게 신세져야지 하고 적금 드는 기분으로 대하는 건 친구가 아니다. 




친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머리 크고 만난 친구는 어쨌건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어렸을 때부터 바닥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끈끈함은 없는 것 같다. 정말 가슴으로 내게 진정한 친구가 있냐고 물어본다. 

가끔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취미가 있는 나는 내일이라도 내가 죽어서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과연 몇 사람쯤 진심으로 울어 줄 수 있을까 가슴으로 물어본다. 그러나 정말로 내가 바라는 것은 친구가 아주 잠시 동안만 슬퍼해주고 나머지는 오랫동안 나를 좋은 친구였다고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이 부모님, 형제, 식구 빼고 

셋.... 아니 한 다섯쯤.... 아니다.. 하나는 빼자 

아. 넷씩이나.... 욕심이 좀 과한가 







진정한 친구는 그 숫자에 관계없이 단 한사람만 있어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

05|병장 허글  
저는 친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군생활 하면서 무진장 깨닫고 있습니다.
뭐, 부대 내에서 외로움은 둘째치고
시차가 13시간씩이나 나서 전화한통화, 메신저 대화도 제대로 못하는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이 토하도록 그립기도 하지만
초등학교때 마지막 본, 이제 얼굴도 모르고 이름만 가물가물 생각나는 녀석들이 친구해준다고. 공통 관심사, 삶의 방식, 사고방식 하나 같은건 없지만, 그냥 '친구니까'라는 이유 하나로, '친구니까' 말 한마디로 이뤄지는 친구... 이거 또 새롭더라고요.
비슷비슷한 사람들 끼리만 살아오다 그중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그랬는데 (학교다닐때는). 아무리 성격도 다르고 관심도 다르고 성별도 달라도 뭔가 공통된 지반을 밟고 친구가 되었지만
여기 오니까 나랑 공통되는게 하나 없는 사람들하고 친구가 되고. 곧 다가올 출국이 살짝 아쉽게 느껴질정도로.

이런 말이 있죠.
내가 죄를 짓고 감옥에 있는데
'좋은'친구는 새벽에 보석금 들고 뛰어와서 나를 풀어주고 변호사 불러주고 하고
'진정한'친구는. 내옆에 앉아서. '우리 x됐다' 라고 중얼거리는 녀석.

졸업식 직후 짐 다 싸서 황폐해진 기숙사 방 찾아와서 울어주었던 친구 도
입대할때 작별통화하다가 우는소리 들려주기 싫어서 갑자기 전화끊었다던 친구 도

떨어져서 사는게 30년 50년 되면. 내가 죽을때 슬퍼해줄수 있을까?
아무리 나이먹었다고 불평해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많은 (적어도, 많기 바라는) 지금.
가끔 생각하게 만들어요.
2008-02-28 14:07:18  

05|병장 허글  
여기서 문제는. 전 문혁이 아니라는거. 허허.
암튼. 친구에 관한 이해관계. 이득관계.
이득을 따지려고 친구를 사귀는건 정말 아니지만
그리고 이런 저런 모로 정말 쓰레기인 사람이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정'이란것도 보면. 이득인거죠. 자기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삶의 모든거는 그렇게 분류되지 않나요? 플러스냐 마이너스냐.
아무리 끈끈한 우정이라도. 나에게 해를 끼치면. 뭐, 금전적인 해, 그런걸 떠나서. 어릴적 친구때문에 나쁜길로 빠진다거나. 하지연님께서 언급하신, 항상 우울하고 다운시키는 친구때문에 내 삶까지 다운되고.
그런 관계에 대해서는 책마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친구란 서로의 삶에 득이 되는 존재여야 하지만. 그사람이 나한테서 돈뺏어가고 그런건 아니더라도, 나에게 플러스인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마이너스다. 여러모로. 그러나 '우정'이란걸 져버릴순 없다.
뭐 어떻게 보면 유유상종이란말도 있듯이 웬만한 친구들은 크게 마이너스 될게 없죠. 특히 다 크고 만나게 된 친구일 수록요.
뭐 윤택이란 말 어찌보면 아니지만, 암튼.
2008-02-28 16:16:56  

02|6급 하지연  
제가... 왜 그랬을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마 제가 좀 전까지 문혁님 글을 읽다 그랬나 봅니다.
허.글님!!
저도 진정한 우정은 이해관계를 초월한다고 생각 하지만 아무래도 우울한 친구는 자꾸만 피하게 됩니다.
마이너스다. 뭐 이런 것보다 나도 피곤하고 힘든데 그래서 마음써 줄 여력이 없나 봅니다.
2008-02-28 16:33:14  

03|병장 문혁  
저는 여깄습니다만(웃음)..
2008-02-28 16:58:36  

06|상병 전영호A  
돈, 명예, 미래 따위야 말로 영원할 순 없소 
이 다이아몬드 같이 
Someting`s never change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가끔 전화를 해보시오 
이젠 뭘 하더라도 그때와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줘 
이젠 뭘 하더라도 그 시절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가끔 전화를 해보시오 
이젠 월 하더라도 그때와 같을 순 없으리오 
이젠 바쁘더라도 우리의 추억을 기억해줘 
친구여 
조PD - 친구여中

아무리 수십년 보지 못하더라도, 같이 추억을 공존하는 친구들이라면, 소주 한잔에 과거를 말하고, 웃고 떠들고 놀고, 즐길수있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웃음)
2008-02-29 05:55:44  

04|상병 이태형  
전 세 사람 정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정말 머리크고나서 사귄 친구들은. 
뭔가..
2008-02-29 12:07:17  

05|병장 허글  
글쎄
어릴적 친구들과의 추억은 어릴적 친구들과의 추억이지만
머리 크고나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또 다른 뭔가가 있죠. 지금 삶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불평과 고민을 이해해주고 조언해줄수 있는. 
근데 저같은 경우는 초등학교때,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그 이후, 네가지 모습이 서로 너무 상반되다 보니까...
2008-02-29 13:28:27  

04|상병 이태형  
전 정확히 머리크고 사귄 친구들은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이것 저것 비교할 게 못됩니다(하하)
2008-02-29 18:49:14  

03|상병 김은호  
친구..........
듣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말이네요.
좋다!
2008-02-29 15:34:43  

01| 신성훈  
남녀사이에 그정도 친구가 될수있다는게 정말 부럽네요.

전 아직 그렇게 편하게 지낼만한 이성친구는 만나본적이 없는듯 하네요. 뭔가 불편하고, 
2008-03-13 11:08:19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26:28 

 

상병 임대석 
  청주라...내가 복무하는대서 별루 안머네.. 
저는 충북 증평복무중입니다 
좋은친구 좋죠~~ 2008-06-06
23:22:06
  

 

병장 이동석 
  음, 그런데 하지연 님은 이쪽으로는 안 넘어오신듯합니다? 

from. 주말소묘의 왕팬 2008-06-12
11:54:08
 

 

상병 김진희 
  저는 고향이 청주입니다. 청주 어디서 근무하시는지요?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2008-07-26
08:5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