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베스트선정-독서후기] 상실의 시대 -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의 이야기
병장 정병훈 [Homepage] 2008-10-28 21:14:02, 조회: 620, 추천:4
2008年 10月 28日 19時 20分 ~21時 30分
젊은 날 슬프고 감미롭고 황홀한 사랑의 이야기-
그토록 소중해 보이던 그때의 그녀와 나, 그리고 나의 세계는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드럼소리가 들려온다. 쿵쿵 탁-
그렇게 그녀는 드럼 앞에 앉아 드럼 스틱으로 드럼을 부수고 있었다. 그녀가 드럼을 배운 건 약 4년 정도 된다고 했다. 4년이라……. 짧다면 짧지만 길지 않은 시간의 노력이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 흰 피부에 남들보다 큰 눈동자, 고양이 입을 갖고 있는 귀여운 소녀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면바지에 남방을 주로 입는 그녀는 섬머슴이라고 불리는 여자이다. 그런 그녀를 내가 좋아하게 될 줄이야…….
*그렇게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
친구의 권유로 인해 여름 수련회라는 행사에 참석한 뒤 그녀를 만났고, 그녀 때문만은 아니지만 교회 찬양 팀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녀도 그 팀의 드러머로 있었다. 나는 특별히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노래 부분을 맡았다. 물론 기타도 서브로 배우곤 있었지만, 사실 노래만큼 좋아하는 게 또 없어서 열심히 부르고 불렀다. 그렇게 한달 정도 그녀를 알았을까? 정확히 본건 세 번이 전분데 왜 그녀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했을까…….
*친구의 도움으로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수줍게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 그녀는 일주일동안 기도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얘기 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하루에 한통씩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그날이 다가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토요일에 모여 찬양팀 연습을 했다. 그리고 모두가 나간 예배실에서 그녀가 나를 쳐다보지도 못해 수줍어하며 말했다.
- 나도 너 좋아하는 거 같아. (발그레)
그렇게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천사가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폭탄을 내 가슴에 설치해 뒀는지 극심하게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의 고백을 듣고 우린 집으로 함께 걸어갔다. 서로의 수줍음을 이기지 못하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집에 갔다. 몇 개의 횡단보도를 지났을까. 이제 말할 때도 됐다 싶어 그동안 적어 놓은 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활짝 웃으며 받아주는 그녀가 그렇게 예뻐 보일수가 없었는데…….
*그렇게 우리 사랑이 시작 했다.*
언젠가 그녀가 물어왔다.
-사랑이 뭘까……?, 병훈아. 나 사랑이 솔직히 잘 모르겠어. 좋아하는 것과 사랑은 어떻게 다른 거지……?
-글쎄…… 아무나 좋아할 순 있어도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진부한 대답을 해버렸다. 그리곤 내가 뭐라고 말했을까. 이젠 기억 속에도 남아있지 않은 그 대답을 듣고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금 좋아했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우리 사랑이 뭔지는 조금 더 겪고 지내면서 알아가자. 적어도 우리가 하는 건 사랑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우리 사랑이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그녀와 손을 잡는데 걸린 21일. 첫 뽀뽀를 하는데 걸린 1년. 첫 키스를 하는데 걸린 1년 2개월. 그리고…….
늦게 키스를 한 탓일까. 항상 으슥한 아파트 층계사이에서 키스를 즐기던 나는 어느 순간 이게 뭘 하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에 빠졌다. 달콤하던 그녀의 입술이 한순간에 고깃덩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항상 만남의 끝은 그녀와의 딥 키스로 끝을 맺었다. 그것도 항상 그녀의 아파트 7층과 8층의 어둑한 층간에서……. 그녀가 피곤해 그냥 들어가려고 해도 어느새 우린 엘리베이터 앞에 함께 서서 8층 버튼을 누르고 있다. 그리곤 문이 열리면 그녀의 손을 잡고 어두운 층간으로 가서 키가 작은 그녀를 한 계단 위에 새우고 꼭 안는다. 그리곤 딥키스. 그리곤 딥키스.
행위는 그것이 의미를 가질 때 빛을 바란다. 이 키스라는 건 사랑이 함께 할 때 그 빛을 바라지만 내가한 키스는 이미 그때부터 빛을 잃고 있었다. 차가워진 겨울 밤공기처럼 차가운 그녀의 입술을 나는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핥고 있는 거다. 그녀의 가슴을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며 나는 그녀의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이제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그녀 앞에 서 있는 탐욕적인 나는 그대로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첫 키스와는 다르게 눈을 뜰 수 없다. 그녀를 보기가 부끄러운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탐욕을 즐긴 나는 그녀의 귀가 예정시간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그녀에겐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게 해준다는 검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그녀와 딥 키스를 하고 나면 내 매직 스틱은 강하게 곤두서 있다. 그놈의 방망이를 그녀의 몸에 밀착시키고 문지르며 그녀와 키스를 하고 엉덩이를 만진다. 하지만 탐욕적인 나는 더 이상의 욕구를 얻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희멀건 사랑의 씨앗을 내뿜는다.
*그리곤 정신이 든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아파트 층간에 뿌려진 거짓된 사랑의 씨앗의 1억 5천 마리의 올챙이들은 날 보며 아우성을 친다. 이렇게 버릴 거면서 왜 날 만들었냐는 둥……. 그렇게 의미 없이 버려진 희멀건 반죽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태연한척 셀 폰을 손에 잡는다.
-집에 잘 들어갔지? 미안. 제시간에 들여보냈어야 되는데 또 늦었다.(웃음) 오늘 정말 행복했어. 그리곤 불라. 뚝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린 서로 대학생이 되었다. 한살 많은 그녀는 대학교 2학년. 나는 대학교 1학년의 신입생이 되었다. 주위의 우려와 다르게 그녀는 대학1학년 생활을 나와 함께 보내주었고, 나도 대학1학년 생활을 그녀와 함께 보냈다. 덕분에 넓은 인간관계를 얻는데 실패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냥 사귄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그냥 사귀었다.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영화 보고, 놀러 다니고, 연극도 보고, 책도 사고,
*참. 변한 게 있다면 내가 교회를 그만 다닌다는 것? 이게 그렇게 큰일을 만들 줄이야. *
교회를 그만 다니게 되었다. 그녀가 다니는 교회를 2년 정도 같이 다녔는데 대학 생활이라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동안 술을 먹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에 대해 고민하며 전도사라는 직책의 인물과도 면담을 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교회의 주 방침은 되도록 술을 먹지 않는 것이라는 것만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술 먹으면서 말이다. 담배도 피고, 서로에게 욕도 하고, 서로 미워하고, 서로 증오하고, 서로 욕하고, 싸우고, 믿지 못하고 말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기도도 하지 않고, 찬양도 안하고, 예배도 안들이고, 헌금도 안하고, 말씀도 안 듣고 말이다. 근데 장학금은 그네들이 받고, 좋은 말은 그네들이 듣고, 좋은 상은 그네들이 받고 말이다. 그래서 나왔다. 그녀와 같이 다니던 교회를. 그녀에겐 솔직하게 말 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내 의견을 존중해 줘서 조금 쉬어 보는 것을 권했다.
*그때 솔직하게 말했다면 믿었을 텐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다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라에 충성하라는 명령이 나왔다. 3월 26일 서로 말없이 서로를 의지할 뿐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 시절이다.
그런 그때 3월 14일 그녀가 나와의 여행을 계획했다. 강촌의 어느 한가한 펜션에서 1박 2일로 쉬고 오자는 그녀의 말에 입대 전 마지막 추억일거라 생각하며 함께 떠났다.
강이 보이거나 산에 둘러싸이지도 않고 그냥 논과 밭이 보이는 조용한 산장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해 짐정리를 잠깐 하고 주위 풍경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준비해온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먹었다.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칠 쯤 하늘에서 3월의 눈이 내렸다. 하얀 눈이 나의 입대를 축하는 것인지, 우리의 오랜 사랑을 축복하는 것인지, 오랜 만남을 축복하는 것인지, 그녀와 나 사이의 순정을 놀리는 것인지 모르게 수북이 내려줬다. 덕분에 아주 조용하지만 로맨틱한 밤을 맞이했다.
깊은 밤 한방에 남여가 같이 있을 때의 긴장감이란 이런 것일까? 준비해온 영화를 틀어 놔도 그녀의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샴푸 향과 바디 로션 향이 내 코를 자극해 오는 통에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2편의 영화를 다 보고난 뒤 불을 껐다. 한번 해볼까 하는 나의 말에 수줍게 안 된다고 대답하는 그녀가 옆에 있었다. 키스를 하고 다시금 엉덩이를 만지며 다가갔지만 어느새 내 손을 잡으며 안 된다고 대답하는 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난 쿨한 남자니까. 그래 널 지켜줄게. 라며 말하곤 밤새도록 키스만 하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날이 밝았다. *
문득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로 싫었을까. 내가 그녀를 지켜준다고 생각한 것이 맞았을까.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어제 남은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고 우린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그날의 추억은 그냥 그렇게 간직하기로 하고 말이다. 어째 뜬 재밌게 초콜릿도 같이 만들며 추억을 만들었다. 그걸로 만족해야지.
*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는 나에게 그날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
지킨다는 건 어떤 걸까. 그녀의 순결? 처녀? 그럼 사랑은 무엇일까? 그녀의 순결을 지킬 줄 아는 기사도와 사랑 앞에서도 지켜져야 할 처녀성을 말하는 걸까? 혼란과 혼란을 갖게 하는 사랑이라는 빨간 하트를 망치로 부셔버리고 싶게 머리가 아팠다. 사랑 앞에서도 지켜져야 할 게 있다니. 그럼 사랑은 무엇인가. 죽음과도 바꾼다는 사랑은 처녀성 앞에서 무너져 버렸다.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플라토닉 사랑의 결정체를 만나고 싶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그토록 간절해 보였던 그녀와 나였는데 그 간절함 앞에서 우리는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섹스를 ‘불가’로 못 밖은 그녀는 콘돔이라는 기구를 못 믿어서 그렇다는 말 밖에 하지 않는다. 80%~90%의 피임률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10%정도의 임신 확률을 갖고 있는 그것을 어떻게 믿고 쓰냐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던 그녀의 답은 그것이었다. 다른 답은 찾지 못한 것인지 나에게 둘러댄 변명이란 그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완고한 불가한 마음을 갖고 입대를 했다. 첫 100일 설탕. 첫 특1박. 첫 포상설탕. 첫외1박. 그리고 드디어 세줄을 달았다. 그동안 나는 그녀의 사랑을 절실하게 확인하고 싶었지만, 단 한 번의 기회도 허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날 놀리듯 빠져나갔다. 그렇게 어둑한 아파트 7~8층 층간에서의 텁텁한 키스는 계속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병의 피곤한 하루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야간 인솔 중 조금의 시간이 남은 틈을 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잘 지내냐는 말에 그녀는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곤 한다는 그녀의 말은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엿이라도 먹으라는 듯이 들렸다.
- 친구들이 그러는데……. 오래 기다려 봤자 전투화 거꾸로 신는다고 하더라고……. 사실 그래서 조금 우울해 하고 있어.
- 그래? 나는 다른 남자들이랑 다르다는 거 알고 있자나(웃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끊은 전화가 못내 씁쓸했다. 그리고 며칠 뒤의 전화로 다음 설탕 계획을 넌지시 말했다. 그리고 대화는 계속 됐다.
- 이번 설탕 때 만나면 아주 죽었어! 잡아먹어 줄 테다. 앙앙!!
- 에이 뭐야…….
- 한번만……. (흑흑)
- …….
- 진짜 안 돼?
- 나 고민 많이 해봤는데, 정말 그럴꺼면 말이야……. 누나들 만나.
- (웃으며) 에이. 누나라니? 나한테 누나는 너밖에 없는데?
- 그런 거 말고, 사서하라고. 그렇게 성욕을 참지 못하면 말이야…….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사서해……. 이해해줄게 남자라서 참기 힘들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 미쳤어?
이런 말 같지도 않는 대화를 계속하다 성질을 못 이겨 끊어 버렸다. 미친 게 확실해. 그렇게 조금 어색해진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 어떻게 다른 여자에게 눈길 주는 것 조차, 다른 여자랑 술 먹는 것 조차 질투하는 여자가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해가 바뀌고 08년 3월의 어느 겨울밤 너무나 가기 싫던 교회를 다시금 다니게 되었다. 미친 듯이 싫던 사람들도 왠지 모르게 다시금 좋아졌고, 교회라는 곳에 다시 열심히 다니면서 그녀의 마음도 다시금 돌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 주의 종교 활동에 내 이름을 적어 넣고, 왠지 더 보고 싶던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박스로 갔다. 전화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금 전화를 했더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 어……. 좀 바빴어.
- 아 그래? 하하하 나 누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 했어. 와 좋다.
- 아……. 그래?
- 무슨 일 있어?
- 나……. 없이도…….잘살아…….
- 응?
- 나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라고…….(흑흑흑)
그녀의 흐느낌이 들렸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무시한 채 뇌는 죽었다. 그렇게 그녀의 이별 소식을 듣다니. 나는 그녀를 끝까지 믿었는데 그녀는 그렇게 내 뇌를 죽여 놓았다.
- 뭐야……. 왜……? 이유가 뭔데?
- 그냥……. 며칠 전까지 계속 기도를 했는데. 그렇게 됐어. 종교적인 이유야. 미안해
- 종교적인 이유? 내가 교회를 안 나가는 것에 대해서?
- 응……. 그런 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계속 사귀어도 나중엔 종교적인 감정 때문에 헤어질 꺼 같아.
차마
‘누나, 나 이번 주부터 다시 교회 다니기로 시작했어! 정말 다시 교회가 좋아졌다니까. 그러니까 제발 헤어지자고 말하지 마.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자나. 응?’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 헤어지는 건 좀 생각해 보고 다시 전화 해 줄게. 근데 종교 때문에 헤어진다곤 하지 마.
*뚝.*
그렇게 그녀와 마지막 전화가 끝이 났다. 미친 듯이 사랑했던 그녀를. 육체적인 사랑을 얻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더 사랑하면 육체적 사랑을 이길 수 있겠지 라는 내 생각은 산산이 무너졌다.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때는 내가 그녀와 헤어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냥 평소에 못 보던 사람이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한테 전화를 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미친X처럼, 철없이 눈물만 한없이 흘렸다.
*그렇게 젊은 날의 순수하고 감미롭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5월 설탕동안 가장 믿는 형을 만나서 술을 한잔 했다. 그렇게 다정해 보이던 너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형……. 여자 친구가 사서 하래요. 여자 돈 주고 가서 하래요. 형……. 그렇게라도 풀리면 이해해 주겠다고 그러네요. 그런 여자랑 제가 사랑을 했데요…….’
미친 듯이 쏟아지는 눈물은 더 이상 내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내 신체의 일부인 뇌는 내가 멈추라면 멈출 것이지 자기들 멋대로 시상하부에서 부교감신경을 거쳐 눈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술에 겨워 슬픔에 겨워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부끄러움을 뛰어넘은 치욕이었다. 말없이 형은 술을 마실 뿐이다.
사랑을 한다고 하던 그 시절에 그녀는 내가 꿈에 그렇게 자주 나와 행복하다고 했다.
사랑을 한다고 하던 그 시절에 나는 그녀가 꿈에 너무 않나와 짜증을 내곤 했다.
사랑이 아니란 걸 안 지금 그녀는 내 꿈에 나와 그때 왜 진실 되게 다가오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지금 꿈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냐 물어보고 싶지만 이내 머릿속에 사라져 버린 그녀를 잡을 길이 없다.
젊은 날엔 누구나 울창한 숲속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과 정든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 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마련이다.
*책을 덮는 순간 또 다시 내 왼쪽 구석이 아려오는 젊은 날의 붉은 사랑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그 풍경 속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다. 그녀도 없고 나도 없다. 우리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토록 소중해 보이던 그때의 그녀와 나, 그리고 나의 세계는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사족.1
우선 장문을 다 읽으셨다면 제가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별 자지구리한 이야기죠. 사실독서후기로 올려야 할까 내생각 내글로 올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상실의 시대를 읽고 느낀점이니까 독서후기로 올렸습니다. 그래요 독후감은 아닌데 말이죠. 궂이 독후감을 찾으라면 마지막 별표가 되겠군요. 한줄짜리 독후감에 6페이지 가량의 감상에 젖은 독자의 마음입니다.
거기에 군용어를 빼기위해 대량 수정이 들어가서... 내용이...(삐질삐질)
사족.2
욕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제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응?)
사족.3
오랜만에 제대로 된 글로 찾아뵙는거 같은데...
사족.4
안녕들 하시죠?(하하)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1-18 14:39)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20:36:53
일병 송기화
상실의 시대는 읽는 사람을 아련하고 쌉싸름한, 지나간 기억에 빠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원문이 그런건지 번역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전 친구가 상실의 시대를 읽는다고 할 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너 그거 읽으면 2주일은 허우적거릴껄?"
전 그 친구의 옛사랑얘기를 알고있었거든요.
아뇨, 뭐, 후기만 읽었는데도 허우적거리는 것 같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냠냠. 2008-10-28
21:27:11
병장 정병훈
이런... 원책이 워낙 허우적 거리게 만들어서 대충써도 허우적 거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거 같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브랜디 한잔이 간절하군요...(흑흑흑...)
그나저나 기화님은 냠냠 제 글을 먹고 있군요. 히히
내일쯤 기화님의 항문을 통해 기화님의 글을 볼수 있겟죠? (응?)
그게 아니라 올리자 마자 이렇게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다는게 이럴때 쓰는말인가요
흐흐흐
제가 쓴 글 중에 이 글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전 제글에 제가 한표 추천하겠습니다.
꾸욱. (돌팔매질 사절. 시즌2 정모때 끝까지 찾아내 응징함.) 에이 설마 2008-10-28
21:44:20
상병 이지훈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이런 쌍방의 사랑 경험이 없는 저에겐
어떻게 책이 다가올지 설레네요....
왠지 책을 읽을 땐 모르고 나중에서야 책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쩝 그건 싫은데 말이죠 허허 2008-10-29
02:28:18
상병 김민규
허우적거렸어요. 어영부영 앉아서 깨작거리고 있다가 잠이 확 깼네요.
허우적 허우적, 휘이, 2008-10-29
03:49:26
상병 양순호
아. 뭔가. 중간에 오버랩되어버린 모습은 저의 착각일까요. 아하하하. 2008-10-29
05:27:20
병장 박성훈
순결이라는것은 그것이 깨지기 전까지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죠?(웃음)
제가 다 아쉽네요(응?) 2008-10-29
10:37:14
병장 고은호
후우.. 30분에 걸쳐서 읽었어요.
마음이 아릿하네요.
그나저나~ 저도 틀림없이 상실의 시대를 읽었는데...
이제는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에고고고~
하여간 이 놈의 독서 습관이 문제라니까..
좋은 독서 후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비록 책 내용은 한줄 밖에 안된다고 하셨지만,
그 아련한 분위기가 마음에 '짜안-'하고 와 닿네요.
아무래도 상싱의 시대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웃음) 2008-10-29
11:19:14
상병 이우중
아, 정말 순수한 사랑이야기군요.
우리는 좀 더 쿨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떠벌리면서 혼자 웅크리고 찌질대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쿨'은 위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군요.
게다가 내 여자에게마저 차가운 도시남자는, 시크가 아니라 쉐트겠죠?
참, 콘돔의 피임률은 97%로 알고 있습니다. 허허... 2008-10-29
11:25:49
병장 김재찬
저도 같은 소리 (지켜줘서 고마워)를 들은 적이 있어서 뭔가 공감이 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2008-10-29
11:37:04
병장 이동석
멀쩡한 콘돔을 사용법에 맞게 사용하면 네가 산부인과를 드나들어야 할 일은 없다는걸 설득하는게 중요-
하지 않지요. 2008-10-29
12:49:19
상병 김민규
사랑의 최종적 단계에 성적 결합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산부인과 갈 일만 만들지 않는다면 괜찮아- 라는 생각에는 저 역시도, 여지를 남겨두고 싶네요. 얻고 나면 허망해지는 것이 인간 본성인지라 말이예요. 좀더 아껴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껴주고 싶구요. 그 역시도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않나요. 다 동물인데.
그게 내 여자에게마저 차가운 일인지는, 그래서 쉐트한 일인지는 전후를 좀더 따져보고 결론내려야 할 일이 아닌지. 그래서 저는 여전히 쿨하지는 못하군요. 그러나 위악스럽지는 않아요. 차라리 위선적이죠. 내 검은 속내는 그렇지 않은데 과잉차단으로 자아를 포장하고 있으니까.
내 옆자리 후임프가 쓰리썸을 했든 포썸을 했든 비난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고리타분하다는 지적 역시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겠지요. 2008-10-29
13:24:45
병장 정병훈
지훈// 흠.. 글쎄 짝사랑만 한 분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갈찌는 저도 궁금하네요.
꼭 읽어보시고 독서후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웃음)
순호// 순호님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었다는 얘긴가요? 하하. 상실의 시대도 뭔가 같은
경험은 아니지만 추억이 오버랩 되곤 하죠. 그런 부분이 젊은 남여에게 책을 들게
하는 부분 같다고 생각합니다.
성훈// 이런... 제가 그녀의 순결을 뺏지 못했다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기 보다 사랑의 결정
체에 관해 얘기 하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저도 아쉽네요. (응?)
은호// 와... 30분이나 투자해서 제 글을 읽어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할 뿐이네요.
뭐... 오래된 책은 기억에 남지 않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곤하죠(웃음)
우중// 크크크. 피임율은 정확히 생각 안나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아마 그때는 97%라고했겠죠. 하지만 뭐 상관있나요. 휴- 순수한 사랑이야기라... 감사합니다.
재찬// 재밌게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네요.
동석// 끌끌끌... 뭐라 해야할찌...
민규// 저도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은 같습니다만, 4년여의 연애의 끝은 막다른 골목과도 같더군요. 무엇보다 얻고나면 허망하다는 것에 대한 인간의 본성은 사랑앞에서 작아진다고 믿고 있는 1人입니다. 물론 손잡으면 키스하고 싶고 안고 싶고 자고 싶은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감정을 잃는다는건... 크게 본다면 너무 무서운 얘기가 아닐까요? 휴- 인간에 대해 논하려면 책마을이 폭파될 겁니다. 2008-10-29
15:12:43
병장 이동석
음, 사실 제겐 이 글이 고통스러워요. 그 친구 집은 꼭대기 층이었는데, 그 옥상으로 올라가는 어두운 계단에서 몇시간이고 놔주질 않으면서 몸뚱이를 탐했죠.
사랑은 뭐니뭐니 해도, 정신적 욕구와 육체적 욕구의 합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을수도 없고, 하나만 있는건 사랑이 아니겠지요.
육체적 욕구라고 해봐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거나, 귀로 목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손을 잡고 싶다거나 하는것도 육체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의 정신은 정말 사랑하는데 그의 목소리는 듣기 싫다는건 말장난일 뿐더러 사랑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구요. 그녀의 입술은 맛있어, 다리는 멋져, 해봐야 그녀가 뭔 소릴 하건 그녀가 뭔 생각을 하건 그딴건 관심없다면, 사랑이 아닌것처럼.
손을 잡는것은 순수하고, 섹스를 하는것은 순수하지 못하다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년만에 손을 잡는게 순수하고, 하루만에 섹스를 한다고 순수하지 못한것에도 전 동의하지 않아요. 그런 행위의 종류나 시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거지요. 게다가 섹스가 꼭 남자의 욕망에 의한 얼르고 떼쓰고 강압으로 이뤄지는것만도 아니에요, 그건 지금 우리가 접하는 섹스가 왜곡되어 있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장광설이냐고요? 괜히 찔려서 그렇죠. 사랑하는줄 알았더니 아랫도리의 욕망에만 충실했던, 뭐 그런 기억과
뭐니뭐니 해도, 참 어이없게도 제가 좋아했던 그녀는 데미안 라이스 식으로다가
<pastor's daughter>였거든요. 무신론자라는 말이 아까울정도로 맹렬한 반종교주의자였던 저와 어떻게 만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정도로. 2008-10-29
15:15:08
책마을
일병 박대한
저도 웬지 오버랩되는.
정욕과 영혼의 순결함 사이의 갈등.
지금은 정리됐죠 2008-10-29 15:23:34
이모티콘 사용으로 댓글 정리 됐습니다. 2008-10-29
15:34:26
상병 이우중
섹스와 사랑이 꼭 붙어 있을 이유는 없다고 봐요 전.
처녀성과 순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구요.
이런게 제가 바라는 '쿨'인데요, 쩝. 2008-10-29
15:35:58
병장 정병훈
저도 동석님의 말에 동의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섹스는 너무나 왜곡된면이 많이 있죠.
그게 부끄러워 입에 담기가 힘들답니다. 솔직하게 그런 사회풍조에 반감이 가는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더욱 고립되는거 같기도 합니다.
글쎄요. 사랑하는 그녀의 모든것을 같고 싶어하는 저는...
욕심쟁이 우후훗.
그나저나 처녀성과 순수함 그리고 순결의 상관관계는 정말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한 나머지 본인은 생각의 끈을 놓습니다. 털썩. 2008-10-29
15:44:28
병장 이동석
우중님의 말이 명확하지가 않아서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처녀성'이든, '순결'이든 그걸 지켜두든 지켜주지 않든, 애초에 그 개념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전 애초에 순수-라는게 뭔지를 모르겠군요)
강간죄의 기원이 여자 노예를 겁탈한 자에게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던데서 비롯되었다는 썩어빠질 설이 있더군요. '순결'이라는 이념이 인간다움을 위해서인지, 가부장들의 재물 보존을 위해서인지는 다시 생각해보긴 해야겠군요. 2008-10-29
15:51:05
상병 이우중
이런, 용어 선택이 적절치 못했군요. 제 댓글의 '순수'는 '순결'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문득 제가 생각한 순결의 뜻이 그게 맞나 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1. 마음에 사욕(私慾)·사념(邪念) 따위가 없이 깨끗함.
2. 이성과 육체 관계가 없음.
이라고 나오는군요. 2번 앞에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전적으로는 처녀성과 순결이 이음동의어처럼 쓰이는군요.
하지만 이런 개념이 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사전 상의 '순결'은 2번->1번, 혹은 1번=2번이군요.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여기서나마 소심하게 프리섹스를 외치지는 못하겠고 지나가는 말로 혼잣말처럼 되뇌어 봅니다. 2008-10-29
17:01:40
병장 이동석
허허허- 저도 차마 글은 못쓰겠고, 주민탐방에서 외쳤습니다. 프리섹스- 는 난봉과 동의어가 아니고, 섹스에서 자유로워지는것이다-라고
저도 글을 못쓰겠는데, 제가 글을 못 쓰는 까닭은 단지 능력이 부족해서일뿐, 소재에 대한 꺼리낌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게 그건가요? (웃음) 2008-10-29
20:55:44
병장 이재민
제가 아는 한(그게 짧죠) 서양에서의 'virginity'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가 암흑시대에 개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조하기 했다더군요. 이것이 수정주의 역사관에서 처녀성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동양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겟군요 2008-10-31
11:25:15
병장 정병훈
와-
드디어 제 이름도 책가지에서 볼수 있게 되었군요. 그것도 베스트선정이라는...
기분이 어떠냐구요?
그래요. 지금 여기 목성쯤 날라가고 있습니다. 2008-11-19
18: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