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잊혀질 만 하니까 SU라는 비정기적(인데다가 전혀 반갑지도 않은) 손님이 간만에 자기의 존재감을 한껏 발휘하고 가 버렸더군요. 그분의 포스에 압도되어 손가락만 쪽쪽 빨면서 지낸 5일동안 이쪽 동네는 첫눈도 거하게 30cm씩이나 와 주시고 그 외에 최근에 터졌던 궁관련 전국민 관심사급 초대박 대형사고 뒤처리때문에(감기는 아닙니다. 아니구요.) 바쁘기도 하고(왜냐하면, 이동네거든요. 자세한 내용까지 말하기에는 피아노의 압박이 있지만.) 정신없이 보내는 가운데 간만에 열린 책마을에 들어와보니, 이게 왠걸, 책마을 최대의 이벤트가(물론, 제 생각입니다.) 책마을 최대의 싸움터로 변해 버렸네요. 

   이 분위기는 대체 뭐죠? 나온지 보름도 안된 곡을 그해 가요대상후보로 선정하는 것 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고 등등 만감이 교차합니다. 참, 찹찹한 심정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버튼을 누르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 자신을 보면. 허허. 솔직히, 두렵습니다. 제 자신이 이 논의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지, 능력은 되는지, 혹시나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저기 먼 후방으로 후송되어가는것은 아닌지. 그래요. 공돌이라는 놈 참 비겁하고 소심하고 약한 놈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그 이후의 사태는,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먼산...)


   저는 일련의 논의가 왜 이런 분위기로까지 와야 했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첫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집어넣은 사람으로써 그 순간에 느낀 소사 선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학교 다닐 때 연중행사였던 '반장 선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번 선거(투표가 옳은지 선거가 옳은지 전 잘 모르겠지만 다들 선거라고 하시니.) 이전에 치루어졌던 선거의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그때는 제가 책마을에서 보면 거의 신입 수준이었는데, 그때 글이나 댓글을 전부 다 완독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기때문에 자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때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 때와 달라진것은 단 하나, 추천요건이 타인에서 자신으로 바뀐 것 뿐인데말이죠.

   제 생각엔 그때와 다르게 자기 자신이 지원해서 나왔기 때문에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유세도 하고 당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당연한 일인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왜 그러한 과정에서 줄 두개를 놓고 해처모여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저는 그중 한쪽을 자꾸 검은색으로 칠하려 하는것처럼 보이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일련의 논의들을 지켜 보았을때에 저를 포함한 모두의 공통점은 딱 하나밖에 없어보입니다. 그 명제는 '나는 책마을을 사랑한다.' 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연애하는 방법이 다르듯, 이 곳에서 이 곳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다. 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논의를 지켜본 저의 감상인데, 저는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도데체가 '여러분에게 책마을은 어떤 공간인가요?' 인문독서 커뮤니티인가요? 그렇다면 책마을이 가야 하는 방향은 도데체 어디인가요? 왼쪽인가요? 오른쪽인가요? 아니면 우주 너머인가요? 언제부터 그곳으로 가기 시작한거죠? 어제부터? 오늘부터?


   이곳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분들이 어디 가서 '짬'밥이 밀릴리가 없는 분들이 대다수이기에, 짬타령은 좀 식상해 보입니다. 거기에 이 논의에 참여하시는 분 거의 전부가 저보다 책마을에 오래 거주해 계셧기에, 제가 이런 말을 하는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책마을은 20대를 위한 소통의 장 아니었나요? - 적어도 이 정도 시점까지는 말이죠.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1&sn1=&divpage=2&category=5&sn=off&ss=on&sc=on&keyword=소사&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855


   그 소통에 방법엔, 분명히 논쟁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긴 한데, 굳이 이 책마을 모든 곳에서 총성이 울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치열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보장받은 우리 모두가 이곳에서까지 날카롭고 세밀하게 총을 쏴야 하는 것인가요? 책마을이 그런 공간이었다면 - 이를테면 근지대 이전에 야공단(이 맞나 모르겠네요. 아 이놈의 무식한 머리란!)이란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을때의 그랬듯 -명예의 전당에 올라와 있는 글 몇 개만 읽어봐도 금방 알겠더군요.- 화약냄새와 진득한 땀냄새만 가득한 공간이었다면, 우수회원이고 특별회원이고 다 던져두고 전 예전에 책마을을 떠났을 것입니다. 화약으로 달구어진 공기던, 체온으로 덥혀진 공기던 모두 책마을이 안고 가야할 소중한 온도 그 자체 아니었나요?


   하나 더, 우리는 책마을이라는 공간 안에선 어쩔 수 없이 글로 소통합니다. 그것은, 정모에 참석해서 얼굴을 맞대로 술이라도 한잔 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입니다. 저는 이 일련의 논의에 마지막으로 쓰여져 있던 원익씨의 글에서 그러한 현실에서 나올 수 있는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부분을 보았는데, 전 제 스스로 저의 독해력 점수가 0점에 가깝다는 현실을 알기에, 명백히 오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치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원익씨는 정환씨의 얼개에서 어떠한 '진정성' 을 보신 건가요? 그렇게 글을 쓰고 또 써도 관념적인 글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는 저로써는 아무리 읽어봐도 도통 알 길이 없습니다.(아 이건 정환씨를 매도한다거나, 글에 적어 주신 일련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 그 자체일 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귀납추리를 지지하는 통계주의자로 보이려나요? 흠냐흠냐)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합니다. 저는 DC라는 곳에는 가본 적도 없고, 공감에서 딱히 활동하는것도 아닌데, 왜 지금의 열의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는 걸까요? 솔직히 저는 두렵습니다. 이미 만인이 인정한(거 같은) 이편과 저편 사이에서, 제가 이곳에 입주한 것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서리치도록 보아 왔던 '그들만의 리그' 라는 논쟁의 또다른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당치도 않은 망상이 그것입니다. 저의 정말 한참 모자라고 다시 모자란 생각으로는, 소사란 무엇이고 소사의 역활이 무엇이고 주류니 비주류니 정치성과 당파싸움 모두를 떠나, 저는 이 책마을 그 자체에 대한 공감이 형성되는게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화성인가요? 목성인가요?


18.49.45.151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12-07
17:02:23 



병장 양동훈 
18.1.17.63   선거 - 어떠한 후보자들 사이에서 당선자를 뽑는 일 
투표 - 어떠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일 

선거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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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종보씨. 미안- 
여기는 지구입니다. 여기는 책마을이구요. 우린 다 살아서 숨을 쉬고 있구요. 
아마- 미래에도. 에효. 2009-11-05
12:31:23




병장 김진호 
22.65.5.94   맞습니다. 책마을 자체에 대한 공감. 
사랑 싸움은 칼로 물베기인데 그 칼에 정말 물이 베일까봐 무섭네요. 
부부싸움이였나요... 쓰고보니.. 2009-11-05
17:07:13




병장 김예찬 
48.9.2.115   '사랑 싸움'이라는 점에 공감합니다. 다만 사랑은 항상 증오를 함께 가지고 있는 법이지요. 사랑을 실천하는 방향에서, '사랑 싸움'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저는 정말 사랑한다면 싸움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2009-11-05
17:28:18




병장 양동훈 
18.1.17.63   아 덤으로 종보씨, 왜 링크가 안되죠? 흐흐- 저거, 어느 글이에요? 2009-11-05
20:07:56




병장 이종보 
18.49.45.151   /동훈 

후후 수정했어요, 새벽 5시쯤 써서 정신이 오락가락 한듯 2009-11-07
22: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