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훈님의 [내글내생각] 소사 선거에 대한 단상 - Why are U so serious? 라는 글에서 민해기님의 세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첫째> 소사란 어떤 존재인가? 
 <둘째> 우리가 얘기하던 방향성과 당파성의 구체적인 정의는 무엇인가? 
 <셋째> 지금의 책마을은 실제로 어떠한 공간인가? 

저는 여기서 '첫째' 부분에 대해서 제 나름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좀 늘어놓아보려고 합니다. 


  현재 책마을 운영진은 '소사'라 불립니다. 그러나 이 '소사'라는 단어는 사실 그 역사가 1년도 안된 것이죠. 원래 책마을 운영진은 '촌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명예의 전당' 시대의 일이죠. 촌장과 부촌장, 보안관 등의 직책이 있던 시절입니다. (참고1) 그때의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남아있는 기록에 따라 추측해보자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커뮤니티였던 책마을에서 '촌장' 등 운영진들은 말 그대로 '책마을' 그 자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대표하는 자가 곧 대표 되는 자였던 것이죠.

참고 1 - 이동석 : [공지사항]11월 베스트 선정과 차후 운영진에 관하여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1&sn1=&divpage=1&category=5&sn=off&ss=on&sc=on&keyword=소사&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146

'촌장'에서 '소사'로 운영진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08년 부촌장 - 촌장이였던 이동석님이 언젠가 부터 스스로를 '소사'라고 표현하면서부터 그리 되지 않았었나 하고 기억합니다. 이동석님은 원래 부촌장이였지만 김준호님이 활동을 뜸하게 하면서, 거의 1인 체제로 책마을 관리를 맡게 되었죠. 

그렇다면 이동석님은 왜 스스로 '소사'라고 표현했을까요? '소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쉽게 말해서 '심부름꾼'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홍석기님의 글(참고2)에서 볼 수 있듯이, 이동석님은 스스로 어떤 권한을 가진 '책마을 관리자'라기 보다는 책마을에 " 쓰레기 줍고 담장의 페인트칠을 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래 글에서 나타나듯 그 어떤 촌장보다도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책마을을 운영한 '개발주의자'이기도 했죠.


참고 2 - 홍석기 : [re] [보론] '위기론' 에 부쳐(2)- '이동석 체제' 돌아보기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3&sn1=&divpage=2&category=2&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694


참고1 글의 리플들에서 볼 수 있듯이 12월에 이동석님에 이은 차기 운영자를 선출하게 되면서 새로운 운영진의 명칭과 역할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이동석님의 제안에 따라

"운영진의 명칭은 개명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촌장은 유지하더라도, 부촌장은 책마을 답지 않습니다. 보안관은 경비-나 정원사-, 청소부-, 아니면 정말 소사-라고 해야할까요? 어쨌거나 운영자 계정을 직접 사용하는 비중있는 역할이면서 일종의 권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니 이름은 좀 망가뜨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


소사라는 이름 쪽으로 굳어집니다. 사실 뭐 결정된 바는 없었지만, 운영진 선거 공지가 올라오면서(참고 3) '소사'라는 명칭이 굳어지게 된 것이죠. 여기서 운영진의 역할은  "책마을 운영진은 대외적인 일-이를 테면 공지사항과 벙커사이트 마련, 전체 관리자와의 조율 같은-일을 주로 담당하는 촌장-과 대내적인 일-회원관리, 위규적발, 게시물 관리등 세부사항-을 주로 담당하는 부촌장-으로 나뉘었습니다." 라고 명시되었습니다.



참고 3 - 이동석 : [공지사항] 11월 베스트 선정 결과 & 차기 소사 후보 선출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1&sn1=&divpage=1&category=5&sn=off&ss=on&sc=on&keyword=소사&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313



그리고 여기서 홍석기, 김동욱, 김예찬 3인이 운영진으로 뽑히면서, '소사'라는 명칭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운영진 성향상(?) 이들은 상당히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1월부터 책마을 입주자 증가와, 연재 게시판에 환상 소설이 대거 포함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고, 이들은 한 차례 개혁을 단행하게 되죠. (참고 4)

참고 4 : 책마을 - [공지사항] 논의를 시작해 봅시다. 

http://26.1.1.40:2007/bbs/zboard.php?id=02191&page=1&sn1=&divpage=1&category=5&sn=on&ss=off&sc=off&keyword=책마을&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102

여기서 주목해볼 부분은 3인 체제로 변화하면서 유난히 주민 투표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동석 독재 체제'라는 말은 농담처럼 해왔던 이야기였으면서도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이기도 했지요. 1인 운영자였던 이동석님 뿐 아니라, 그와 성향을 함께하는 여론 주도층이 분명 존재했던 것이죠.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것이 3인 체제로 변하면서, 1인 체제처럼 '결단하는 주권자'가 쉽게 등장하기 어려워졌죠. 아무래도 다른 소사들의 눈치도 보이고, 모든지 합의 하에 말을 꺼냈어야하니까요. 혼자 밥 사먹을 때 보다 여럿이 밥 사먹을 때 음식점 정하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주민투표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주민들에게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그만큼 참여율은 떨어져 갑니다. 정치학에서 말하는 인민 민주주의의 한계와도 같은 것이죠. 참여율이 떨어지면 운영진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고, 또 뭔가 일을 벌인다는게 귀찮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을 계기로 운영진들은 정말로 최소한의 잡무만을 수행하게 되구요. 게다가 3인이 모두 운영진으로 열심히 활동하면 모를까, 한 명이 잠수를 타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남은 이들이 힘들어지는 상황도 발생하죠. 불행하게도 첫번째 3인 체제(홍석기 김동욱 김예찬)와 두번째 3인 체제(김형태 송기화 김예찬) 모두 한 명씩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했구요. 물론 동욱님은 활동을 안하셨다기 보다는, 근무 여건 상 야간에만 접속을 해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만... 말련을 애매하게 나가셔서. 흐흐.

따라서 3인 체제라는 여건 상, 그리고 그 동안 운영진의 성격상 점차 소사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찌보면 책임 회피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책마을 내에서 어떤 개입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 이를테면 지금 소사 선거를 두고 이야기되는 '당파성' 등의 문제 같은 경우에 - 발언하기를 꺼리게 되는데, 이는 제 의견이 '책마을 주민의 1인' 보다는 '책마을 운영자'의 입장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경우를 우려해서입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동석 체제'에서 '3인 체제'로 이행하면서, 또 그 것을 반영하여 운영진의 명칭이 '소사'로 굳어지게 되면서 저는 '운영진'이 가지고 있는 '당파성'이라는 것이 상당히 제거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설사 누군가가 어떤 당파성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소사'라는 명칭에 눌려서, 혹은 3인 합의라는 과정의 존재 때문에 그 것을 표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구요. 뭐, 이 것은 저 개인의 사례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소사 선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