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조용진  [Homepage]  2009-08-28 03:41:20, 조회: 319, 추천:4 

경운기에 송아지 꼬리 빨려가듯



입대 후 처음 어머니 얼굴을 보며 울었던 적이 있는데
그 얼굴은 잠에 빠진 얼굴이었다

회상해보면 아이러니 하지만 서도
어떠한 확신이였을까
내 어머니 동정이라기 보단
적막하고 홀가분한 그런 슬픔
이슬에 찬 편도(扁桃) 같은 눈
그 눈을 보는게 힘들어서 나름대로의 해답은
어머니를 가장 슬프게 한 장본인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등대에 계셨다
고목의 숨통을 쥐는 넝쿨처럼 층 없는 계단
바다를 비추는 광탑
그 뒤에서
격세감과 공방을 펼친 아버지 묵은 뒷모습
나는 돌아 내려 올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어머니의 꿈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17세
소녀였던 그녀가 어린 송아지 메고 논둑 건너고 있었단다
지나가던 아무개의 경운기에 쑤-욱 빨려들어간 꼬리
소 ㅅㅐ끼 꼬리 없어지고 얇은 울부짖음 뒷전이고 어머니 앞이 캄캄했단다
밤새 마을 개울가에 숨어 마른 눈알에 콩 나듯 흐느끼고 있었단다
당신 말론 할머니 저를 안 죽였다고
손 끝 하나 대지 않았다고 궁금해 했단다
어머니된 어머니는 아시겠지
가끔 어머니는 옷에 땀이 흠뻑 밴 채 현실로 귀의(歸依) 하는데
그게 언제부터였나 하니
누나와 나 사이에 작은 누나가 죽었을 때
부터라 했다

나 중학생 엿을 때 교복 물려 받아 한 뼘 남았지만
어머니 청소일 하며 주워온 옷가지들
몸에 착 달라부으면
나는 엄마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주변 사람들도 엄마를 미인이라 했다

최근의 일이지만
어머니 틀니를 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 수술 후 시트의 수주운 잔여물 본 적도 있었고
어머니 당신을 숨기려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건 아니다
어머니에게 맞는 시어 찾기는 별 따기 일 뿐
이 시 같지 않은 시 멈추는 건 내 눈물 뿐

경운기에 송아지 꼬리 빨려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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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올려보는 시 입니다..
첫휴가때 어머니가 잠들어 있던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을 계속 생각하며 ㎧윱求.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9-16 09:06)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10-01-27
11:20:17 



병장 박재현 
  좋네요 
자꾸 보게 돼요 2009-08-28
10:23:19
  



상병 조용진 
  박재현병장님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요.[웃음] 2009-08-29
01:13:46
  



병장 이기범 
  아. 너무 좋네요.. 집에 전화라도 한통 해야겠어요. 2009-09-01
13:50:32
  



일병 김용균 
  잘읽었습니다. (웃음) 2009-09-03
13:24:50
  



상병 정택민 
  창작했다는 글이 이거였구나.. 예전에 같은 침상에 누워서 자기전에 이 이야기 했던게 생각난다. 미안하게도 내 기억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네. 좋다! 용진이 니가 해주는 어머니 이야기는 참 동화같았어 크크 2009-09-03
15:46:40
  



병장 박정현 
  뭐라고 할까. 길가다가 돈 주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머리가 쭈뼛서고 닭살이 돋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시입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한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전환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거기다가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김현민 교수님이 이런 시를 아주 잘 쓰십니다. 
다음에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2009-09-04
05:06:33
  



상병 조용진 
  택민형//내가 이야기 까지 해줬었구나. 기억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네 고마워. 형이랑 상우형이랑 꼭 소주한잔 하고싶다. 내가 회를 사 줄 수 있을텐데 다들 무사히 지내자! 


정형님// 김현민 교수님, 좋은 분 추천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좋은 시인을 추천받는건 참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09-09-04
07:11:54
  



병장 이 원 
  아, 찡하네요. 

오늘따라 우리 오마니가 뵙고 싶군요. 더더욱이요. 2009-09-04
22: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