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나는 축구가 보호받기를 원한다  
일병 김장훈   2009-07-26 20:32:27, 조회: 215, 추천:0 

포항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맞붙는 우즈베키스탄의 FC 부뇨드꼬르에 대해서 아십니까? 2005년에 창단된 신생팀이 지금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팀의 감독이 루이스 펠리뻬 스꼴라리 형님이고, 2002 월드컵 우승멤버인 히바우두도 뛰고 있다고 하면, 한번쯤은 들어봤겠죠?

이 팀의 공식적인 구단주는 이소끄 아끄바로프지만,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38살의 굴노라 까리모바(Gulnora Karimova)입니다. 그녀는 사업가이자 디자이너이며, 가수이교, 외교관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3선 개헌을 하고 17년째 우즈베키스탄을 철권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이슬람 까리모프의 장녀입니다. 

굴노라는 중앙아시아 최고 명문인 타쉬켄트 주립대학을 나왔고, 하버드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도 받은 재원입니다. 또 보석 디자인을 하고 있는 사업가답게, 뉴욕주립대학의 예술디자인대학인 패션인스티튜트 테크놀로지(FIT)를 수료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27살 때부터 UN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모스크바의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주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9월부터는 제네바 유엔사무국(UNOG)의 우즈베키스탄 상임대표로 있습니다.

독재자의 딸답게 굴노라는 굉장히 야심만만한 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기간산업인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면화 부문까지 총괄하는 우즈베키스탄 최대의 기업 제로맥스의 사실상의 소유주입니다. 또 최대의 통신업체인 우즈둔노비타와 최대 금광을 소유한 억만장자이기도 합니다. 두 자녀를 둔 이혼녀지만, 아버지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까닭은 거기에 있습니다. 

아버지 이슬람은 대중에게 굴노라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축구팀까지 준 것 같습니다. 그 돈으로 전에 FC 바르셀로나의 사뮈엘 에토까지 사온다고 했었잖습니까.

우즈베키스탄의 인권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매관매직은 물론이고, 고문과 재산 갈취, 심지어는 정부차원의 살해까지 횡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로 치자면 유신헌법 때인데, 오죽들 하겠습니까. 국민들의 피와 땀을 빨아먹으며 활짝 핀 꽃이 바로 굴노라인 것입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헤르타 베를린과 독일 대표팀에 투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결국 저글링 케첩이 된 다까끼 마사오도 양지라는 팀을 만들었습니다. 독재자 아우구스또 삐노체트는 칠레의 명문 꼴로꼴로를 만들어 냈습니다. 축구는 이렇게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나봅니다. 

FC 부뇨드꼬르의 팬들은 팀이 잘 하고 있으니 그저 즐거울까. 스꼴라리와 히바우두를 선뜻 데려올 수 있는 자신들의 구단주와 그 배후가 좋을까. 팀과 연고지는 그대로지만, 이미 팬들은 장난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독재 아래 축구에 미쳐, 결국 축구장 티켓 값까지도 삥 뜯기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외국 자본이 잠식한 프리미어리그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포츠머스의 매각 소식을 듣고서 참 답답했습니다. 도대체 몇 팀이나 넘어가는 건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부뇨드꼬르의 팬들과 첼스키의 팬은 뭐가 다릅니까. 팬 개인은 응원하는 팀이 이겨서 좋고 즐겁습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일확천금을 거머쥔 졸부 구단주들은, 팀의 전통과 팬들을 그저 기념품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그들은 슬슬 티켓 값을 올립니다. 

진짜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장땡인 것인가. 결국 승점 3점과 트로피가 나와 클럽 사이의 자부심보다 더욱 무겁단 말인가. 그게 근대 축구가 보여준 공동체에 대한 미덕이었는가.

내 친구가 사업이 잘 되든, 로또 대박이 터지든 엄청나게 큰돈을 벌었다고 칩시다. 그 돈으로 친구들 간의 나름의 예의와 무언의 전통 따위를 무시하고 슬슬 애들 먹을 거나 사주면서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래도 우리는 그 친구들이 그저 좋을까. 그렇게 돈과 함께하는 그 친구들이 그래도 좋을까.




p.s.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바로 축구입니다. 최근에 맨유의 방한, 그리고 거대 자본들에게 넘어가는 잉글리시 클럽들을 보며 느낀 점을 써봤습니다. 이런 글은 싸커매니아에나 올려야할까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8-24
18:42:13 



상병 이재익 
  그러셨다면 뭐 전 싸매 회원이 아니라 못읽었겠죠 
국내 사람을 언급한게 조금 조심스러웠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그리고 포츠머스는 넘어간지 좀 됐죠...맨시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업다운제가 제대로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2009-07-26
22:55:07
  



병장 이재환 
  축구팀은 기업입니다. 최대한 좋은 성적을 올려야 많은 수입이 들어오는 기업이죠. 축구팀이 기업이라 하면 구단주는 CEO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기업은 그 스스로를 최대한 잘 경영할 수 있는 CEO가 경영하는 게 최고입니다. 그런 점에서 첼시와 부뇨드 뭐시기 축구팀은 틀려요. 차라리 로만의 러시아 대표팀과 비교를 하지 그러셨어요. 자본주의가 횡행하는 이런 터프한 세상에서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림은 뒤틀린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투자가 있어야 수입이 있으니까요. 2009-07-27
06:37:20
  



일병 박준우 
  바둑팬인 제가 보기에는 축구이야기는 그냥 부러움에 대상일 뿐이군요... 

프로선수 한명의 휴직으로 인해서 전 바둑계가 난리가 나게되는 빈약한 상황보다는 좋겠죠... 자본주의에게 소외받은 스포츠의 서러움이란... 2009-07-27
08:04:47
  



병장 차종기 
  재환님에게 동감, 흐흐, 
그래도 맨시티의 선수영입 때문에 EPL이 흥미로워 지는 건 사실입니다. 
빅 4라고 불리는 네 팀의 경쟁구도에 새로운 팀이 합류하게 되는 거니까요. 2009-07-27
08:28:59
  



상병 박진식 
  포츠머스는 석유재벌에게 넘어갔다가 얼마전에 다시 알파힘쪽으로 넘어갔음. 
물론 알파힘이 직접 운영하는건 아니라해도. 크큭 
축구와 돈. 정치. 권력은 아무래도 돌고 돌 수밖에 없는듯. 
그런의미에서 서울유나이티드와 부천FC가 최고의클럽이 되는 그날까지. 올레!! 2009-07-27
08:44:10
  



상병 전시우 
  첼시가 돈으로 선수들을 마구 사오긴 했지만 티켓값을 올리고 선수들을 장난감 취급했다는건 어불성설이죠.. 선수에 대한 대우나 유스에 대한 투자 그리고 첼시가 싫어진 선수를 보내주는 모습 등등 첼시가 다른 팀보다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면 잘해줬지 못해주지 않는데요?.. 2009-07-27
15:41:47
  



병장 김예찬 
  따지자면 라리가의 부흥 역시 프랑코 파시즘과 무관하지 않겠죠. 근원적으로 따지면 스포츠라는 것 자체가 자본놀음이라는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피버피치>가 생각나네요. 

아무튼 현직 국내 정치인을 언급한 부분은 살짝 수정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9-07-28
13:43:24




일병 김장훈 
  축구팀이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저는 참 슬픈 겁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야 처음부터 3S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리그를 만들어내고, 각 기업들에게 팀을 하나씩 만들게끔 했다지만 유럽이나 남미 같은 경우엔 그게 아니잖아요. 시민들이 그들의 연대를 위해서 만들고 즐겼던 축구인데, 점점 축구계에도 신자유주의가 파고 들어서 이윤에만 혈안이 되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자유주의를 잘 따라가고 있는 잉글리시는 지난 번 미국의 슈퍼머시기 모기지였던가?(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하여튼, 신자유주의가 또 다시 흔들리면, 폭삭 내려앉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우// 혹시나 싶어서 다시 글을 살펴봤는데, 선수들을 장난감 취급했다는 구절은 없습니다. 착각하셨나보네요. 솔직히, 그런 구단주들 입장에서 선수들은 돈을 위한 도구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긴 하지만요. 2009-07-28
16:57:03
  



일병 김장훈 
  아, 그리고 현직 국내정치인 관련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2009-07-28
17:00:23
  



병장 이재환 
  배금주의적 풍토가 넘실거리는 세상이라 그럴 겁니다. 아무리 그때가 그립고 현실이 안타깝다고 해도, 뒤쳐지면 순식간에 그 그리웠던 역사 너머로 사라지는 거니까요. 

사실 3S정책까지는 아니어도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샤 사이의 미묘한 정치적, 사회적 관계를 보고 있자면 '유럽은 우리와 달라' 라고 말 할수는 없으니까요. 또 예를 들자면 말씀하셨다시피 베를린도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정치와 경제가 뒤섞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예계나 영화계, 스포츠계 같은. 지금에서야 되돌리기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네요. 2009-07-28
17:57:50
  



상병 강인선 
  에버토니아들이 존 하울딩의 비싼 임대료를 기꺼이 감수하고 앤필드에 들어간 리버풀을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하울딩의 비열한 '돈놀이'에 참가한 xx라고 하는것과 말이죠. 

프로와 돈은 어쩔 수 없이 때놓을 수 없어요. 그렇다면 자본은 필연적으로 따라 붙을 거구요. '팬'을 장난감으로 여기는 구단주가 있다면.. 그 '팬'이 과연 단지 그런 신세로 전락하고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걸까요?? 그렇다면 로만 첼시에 실망한 런던팬들이나 말콤을 떠난 맨체스터의 지역팬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요?? 

만일 첼시나 리즈에 거대한 부채를 안겨준 피터 리즈데일이나 켄 베이츠가 단지 '구단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유지했다하더라도 클럽 서포터들은 그들을 '전혀' 비난하지 않을까요?? 아닐겁니다. 절대로요.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서포터들은 굉장히 조직적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 클럽들은요. QPR의 경우 멋도 모르고 티켓값을 인상했다가 서포터들의 엄청난 반대에 직면해서 이런 결정을 취소한 전례도 있습니다. 결국 '팬'들은 결코 구단주의 '돈'에의한 '승리'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거죠. 

안타까운것은 저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흐름이고 프로이고 성적을 내기위해선 일정수준의 자본은 있어야하는게 현실이니깐요. 2009-07-29
16:50:15
  



병장 윤영준 
  요즘 축구판을 보면 옛날에 비해 서글퍼지는건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