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내생각] 소녀시대, 책마을, GG  
일병 박준우   2009-07-10 07:20:44, 조회: 359, 추천:0 


우리는 분명히 내몰린다. 그것은 분명하다. 누가 우리를 내모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 스스로라는 생각도 들고,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나간다는 느낌도 든다. 아마 우리= 그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내몰리고 뛰쳐나간다.

甲: 책들은 많은데 진정한 책이 없어. 우리가 읽는 책이라고 해봤자 뻔한 연애소설이나 만화책, 잡지 같은 것 뿐이잖아.
乙: 멍청아. 책은 얼마든지 많아. 다만 니가 찾지 못하고 읽지 못할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연애소설이나 두드리고 있는 너 자신을 보라고.

  비유가 조금 과격했는지도 모른다. 연애소설, 만화책, 잡지 등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약간 심통이 났을 뿐이다. 사회라는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회화가 필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연애소설도 봐야하고, 만화책이나 잡지도 봐야한다. 친구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술집에 가야한다. 어느 정도의 사회화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요소임이 분명하다. (필자는 소녀시대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입궁을 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이제 소녀시대 10명의 이름정도는 외우게 되었으나 여전히 이름과 얼굴이 매칭 되지 않아서 고민이다.)

  물론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며 남들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면 상관없겠으나, 필자는 그런 강심장이 아니다. 따라서 남들을 만나면 술집으로 끌려가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자세로 놀게 되지만 가슴한편은 씁쓸하다. 분명히 씁쓸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일종의 강매를 당하는 느낌이다.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있음이 분명함에도 억지로 ‘사회화’를 위해 만화책, 잡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우리’를 ‘나’와 ‘너’로 분리 하려고 한다. 그래, 우리를 밖으로 내미는 것은 바로 ‘너’였다. 
  ‘나’는 공간에는 불만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공간은 무죄이다. 아니, 오히려 공간을 제대로 즐겨주지 못해서 공간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내가 미워하는 것은 ‘너’이다. 
  나는 이 논의를 마무리 짓이 위해서는 우리의 불만 사항을 공간으로부터 분리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만나면 갈 곳이 술집밖에 없는 현실,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도전해야 하는 대상은 공간이 아니다. 사회 통념이고 ‘나’를 술집으로 이끄는 ‘너’이다. 

  그러나 막상 ‘나’와 ‘너’를 분리시키고 문제점을 공간으로부터 분리시켜 개인의 사회통념에 대한 거부로 확장 시키고 나니 뭔가 할 말이 없어진다. 너무 진부한 문제이기도 하고, 또 너무 거대한 문제이기도 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종사하려고 하는 교육을 비롯해서 이 사회통념과 기 형성된 모던한 의식 구조가 거의 모든 곳에서 우리에게 불만의 여지를 선사한다.

  진부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건 ‘개혁’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소비자 운동을 하건 궁극적인 목적은 개혁이다. 그러나 이 개혁이란 놈은 현실이라는 천적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결국 이 현실에 가로 막혀서 TV를 때려 부수지 못하고 소녀시대의 이름을 ‘태연, 효연, 서현, 제시카, 티파니, 써니, 수영, 유리, 윤아’ 하고 원소이름 외우듯 줄줄 외우에 된 것이다.

  이제 이 글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개혁과 실천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도저히 다가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막연하고 달콤한 말로 여러분을 속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나는 그럴 힘이 없다. 덕분에 이 글은 구겨서 던져버려도 무관한 글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통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하나 남기고 싶다. 그것은 세상이 분명히 바뀐다는 점이다. 아니 바뀌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이런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마을과 같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필자에게 그나마 사회통념을 탈피해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친구가 몇 명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패배주의라고 비판해도 좋다. 만약 당신이 개혁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현실과 맞서고 있다면 얼마든지 나를 욕해야 마땅할 것이다. 나는 그저 개인적으로 일상 속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하고, 공간의 자유를 향유하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몇몇 ‘너’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거나 갈아치울 뿐이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회적 인간이 되기로 했다. 

  ‘나’와 다른 많은 ‘나’ 들이여, 건투를 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8-24
18:43:13 

 

병장 차종기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있음이 분명함에도 억지로 ‘사회화’를 위해 만화책, 잡지를 봐야 하는 것이다. 

이부분이 잘 이해가 안되네요. 억지로 만화책, 잡지를 싫어도 보는 사람이 있나요, 
허허허. 만화책이나 잡지는 개인적인 취향이 심하게 포함되어 선택되는 책들 아닌가요. 
그런데, 그런 책을 억지로 보다뇨. 설령 억지로 보게 되었다 하더라도, 
끝까지는 못 볼 것 같은데.. 2009-07-10
08:26:53
  

 

일병 박준우 
  별로 관심 없는 만화책이나 드라마를 이야기에 끼기 위해서 본것이 저만의 경험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종기씨는 그런 경험이 없으셨나 보군요. 

이 만화책이나 잡지라는건 그냥 일종의 비유입니다. 단지 네임벨류만으로 영화를 보러간적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만화책이나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집단이라면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입니다. 
'고스트 바둑왕' 과 '바둑동아리'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바둑보다 재미있는건 없어." 
"넌 나보다 하수다." 
이런 말들을 농담으로 주고 받는 바둑동아리에서 사회화를 이루려면 만화책도 봐야하고. 

컴퓨터동아리나 기타 전문동아리에서도 잡지(웹진이라도)를 통해서 최근 동향을 따라잡는것은 이야기에 끼기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사전 활동입니다. 

글쎄요, 만화책이나 잡지보다는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억지로 소녀시대 10명 이름을 외우게 되는게 좀더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실듯 하네요. (소녀시대를 좋아하지 않는 자체부터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요...) 2009-07-10
08:34:42
  

 

병장 김범수 
  억지로 자신을 세뇌시키거나, 행동을 할 필요는 전혀 없네요. 
물론 의무나 자신의 일과 관련된 경우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할 때는 있지만, 

사소한 것 까지, 내몰릴 필요는 없네요. 
누구였던가? 말했잖아요. 선택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한 번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해보세요. 하고 싶은 일인가, 눈치 보다가 내가 주체가 아닌 강매 당하는 것인가. 어쩔수 없을 때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굳이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요. 2009-07-10
08:53:44
  

 

일병 박준우 
  범수//어쩔수 없을 때인가 아닌가 하는 경계가 모호할 뿐이죠. 혹은 사람에 이끌려 다른사람을 따라가다보니 '강매인걸 알지만 당해주자.' 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2009-07-10
08:57:57
  

 

상병 박재현 
  소녀시대는 9명...... 2009-07-10
08:59:59
  

 

병장 차종기 
  범수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선택은 개인적인 자유예요. 저도 밖에 있을 때는 소녀시대 맴버가 
몇명인지 몰랐지만, 들어와서 누가 누구인지 다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게 사회화를 위해 그런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예로 드신 고스트 바둑왕과 바둑동아리의 관계에서도,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그 책을 본 사람들의 설명만으로도 사회화는 충분할 것같은데요.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겠지만. 
잡지를 보지 않아도 잡지를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사회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09-07-10
09:01:38
  

 

일병 박준우 
  재현//........... 9명이군요.... 

종기// 소녀시대의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로 거의 반강제로 암기를 강요당했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물론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잡지를 보지 않아도 사회화가 충분할수도 있겠죠. 그런것 만으로 충분하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러면 억지로 술자리에 끌려갈 필요도 없고, 전적으로 제 의지에 의해 모든걸 결정하고, 모르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남들과 무언가 공유한다는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것도 일종의 노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술마시러 갈때 함께 가지 않아도 나중에 그냥 그 술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것 만으로도 그 사회의 일원으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다면 좋겠군요. 그럼 정말 제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공간이고 시간이고 마음껏 선택해서 사용할수 있을텐데요. 2009-07-10
09:24:32
  

 

상병 권홍목 
  그놈의 '사회화'를 위해 별로 재미도 없었던 카x스라는 게임을 하곤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해합니다 2009-07-10
09:40:17
  

 

병장 차종기 
  들어준다는 말은 공유를 한다는 거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상호간의 소통은 들어주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땀땀) 

물론 하기 싫은 무언가를 꼭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 놈에 사회화를 위해서요. 
저도 그런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 글을 썼던 거구요. 2009-07-10
09:52:49
  

 

일병 박준우 
  들어준다는 말이 공유한다는것도 맞지만, 들어주는것 만으로 사회화를 위한 무언가를 충분히 공유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기 싫은 무언가를 꼭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 놈에 사회화를 위해서요. 
저도 그런 것들이 맘에 들지 않아, 글을 썼던 거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2009-07-10
10:03:37
  

 

병장 손자후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기 보다는 그것을 한번 즐겨보는것 또한 나름의 방법이 아닐까요? 2009-07-10
12:17:58
  

 

일병 이승진 
  자후님, 즐기고 싶지 않아서 억지로 하는 건데 즐기라고 한다면 그건 다름아닌 폭력이 아닐까요. 왜 항상 엄한 예시밖에 안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왜 강간당하는 장면이 떠오르는 걸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은, 결국 피할 수 없다면 동의하라의 또다른 버젼입니다. 
결국 거대한 횡포에 굴복하는 것을 '즐기다'는 말로 환원시키고 나면, 남는 것은 굴복하는 주체도 아니고 굴복당하는 수동적인 객체도 아니고, 순수한 폭력 그자체만 남게 되네요. 
준우님의 고민은 원익님 처럼 멋지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즐기고 싶지 않은데 어찌 할 바를 몰라서 엉엉 울고 있는 엉성한 지점이네요. 

피할 수 없으면 싸워야지 대체 뭘 즐긴다는건지. 

굳이 진단하자면, 같은 프레임 안에 머무르면서 해법을 찾는 게 준우님의 일관성없음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굳이'라고 쓴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준우님은 충분히 이미 자각하고 있는 상태라는걸 전제하고 있어서. - 아잉, 쑥쓰러워라.젠체하는 나. 2009-07-10 
12:27:17 2009-07-10
12:27:55
  

 

상병 이해광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사회적인 동물이고 결국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성립되는 존재라고 봅니다. 물론 가치관의 차이는 있겠지만. 또한 다른차원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개인의 자유겠지만. 본인이 확고한 신념을 갖은 상태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회화"되는것이 멋진 삶이 아닐까요? 2009-07-10
12:36:47
  

 

일병 박준우 
  이것도 맞는거 같고 그것도 맞는거 같고 저것도 맞는거 같네요. 

즐기고 있는데, 가끔은 짜증이 날뿐입니다. 

피할수 없을때 즐기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적당히 스리슬쩍 넘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