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말 잡글 
 병장 김청하 05-26 13:15 | HIT : 18 
 

 
안녕하세요, 빈머리뜨거운가슴 진흙탕개싸움의 스페셜리스트 김끼룩입니다. 이 글은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냥 2007년 5월 4번째 주말 기념 개그입니다.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이 오가는 진흙탕 논쟁이야말로 저의 전장이지요. 다만 이러한 진흙탕 개싸움이라고 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는 것만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많은 경우 갤러리의 반응이 승리의 열쇠가 되는데, 이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맥락을 무시한 개그라거나 뭔가 멋있어보이는 말을 한다거나 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승리고 뭐고 이전에 둘 다 감정만 상하고 얻는 것은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맥락을 무시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개그의 경우에는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들며 이 과정에서 주요한 논지들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건강한 토론과는 거리가 있고, 우리가 진흙탕 개싸움에 임할 때 캐치해야 할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멋있어보이는 말은 화자를 뭔가 강해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큰 효용을 가지는데, 진중권 씨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구술문화에 익숙해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들은 논객들의 논지나 근거를 검증하기보다는 어느 쪽의 '포스'가 강한가를 비교하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간지가 내실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말입니다. 


여기저기에서 이런 진흙탕싸움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이유 이외에도 진화심리학적인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는데, 스티븐 핑커는 두뇌가 엄밀하고 정합적인 논리에 의해 도출된 결론보다는 다소 논리에 맞지 않더라도 실제 세계에서는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결론들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암시를 던집니다. 일종의 적응특성이라는 것이지요. 인간이 필요 이상 배우자 선택에 있어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언뜻 오류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유전자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꼬리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설명이 이를 조금 헐겁게나마 뒷받침합니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생존과 적응에 알맞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이성은 그저 그러한 설계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이성이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대단히 유리한 영향을 주었을지라도, 그것이 두뇌 전체를 지배하리라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도 없이 많은 오류들을 범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죠. 아래의 예시는 우리가 범하기 쉬운 오류의 예입니다. 


1. 부적절한 긍정의 오류
김청하: 휴, 나는 정말 왜 이렇게 사는걸까?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난 정말 바보같아.
김지민: 그래? 나도 그 말에 동의해. 너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바보같아. 
김청하: ....
김지민: ....


2. 정확한 대답의 오류
김청하: 아 나 전역 대체 얼마 남은거야... 그때쯤 되면 자동차 막 하늘 날아다니고 그러는거 아냐? 
이승일: 너의 전역은 XX일 남았고,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까워. 

3. 성급한 근엄화의 오류
이성욱: 언제쯤 여자친구가 생기는 걸까? 
김청하: 나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위와 같은 오류들은 인간의 두뇌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범하고 마는 오류.. 그런거 아니고 그냥 써봤습니다. 사실 저러한 예시를 든 것 자체가 하나의 예시인 셈입니다. 이 불합리성이 온몸으로 느껴지십니까?(...) 도리어 놀라운 것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말이죠. 그렇다고 물 흐리는 미꾸라지에게 만족할만한 변명이 되어주지는 못합니다. 인간은 놀랍긴 하지만 어쨌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것이 토론에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적극적인 메타-논의적 의구심들이 진흙탕을 피해가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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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구본성 
5.12.1.71   재밌었습니다. 하하 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