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권하는 사회 
 병장 이진호 04-09 13:51 | HIT : 823 



Show 권하는 사회
-9 시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

#1. 여의도 쇼

5 분전.
' 좋아. 이 정도면 괜찮아. 얻을 건 얻었어. 김치찌개 먹을까? 황사였는데 삼겹살로?'
3 분전.
 에이. 왜 자꾸 꼬르륵 거려. 아 정장은 불편하군.
1 분전.
 머리가 띵하네. 이거 참. 쓰러지는 게 나으려나. 죽으로 할까?
 그 날 그 시각
 타결이 되던 말던 결과는 나왔으니 밥이나 먹자.

" 의원님. 협상이 48시간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 뭐? 오늘 끝난다면서? 머야? 장난쳐? 통상이 장난이야?"

 파르르 떠는 김모의원.
 아쉽게도 계획표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2일 추가라니. 차라리 늦게 시작할껄.
 눈 앞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김치찌개와 삼겹살은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내일 가기로 했던 골프티 모임은 취소를 해야한다. 이런. 제길.
" 내가 이래서(밥도 못 먹고 해서)FTA 반대야!"

#2. 인천시의 예산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광풍이 부동산 청약시장에 상식이 무너진 어처구니 없는 신기록을 작성해 냈다. 청약과열로 지난달 12일 접수중단사태까지 빚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K 오피스텔"은 돈 앞에 춤추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또 다시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청약을 마감했다.

 평당 값이 주위보다 늦게 책정 돼, 청약을 받을 경우 프리미엄을 붙여 되 팔면 돈이 된다는 소식에 투기광풍은 인천으로 몰려든 것이다.

5000:1 의 경쟁률. 청약 증거금으로 모인 5조원은 270만명이 사는 인천시의 올 예산 4조 9천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경인일보. 2007.04.06 김왕표 기자

 이 기사를 본 경기도 어느 시 간부의 왈
" 시장님. 저희 시도 이번에 오피스텔 왕창 짓는 거 어떻습니까?"

#3. 구미 쇼

"000 임금동결 선언. 강성노조,귀족노조에서 벗어나. 노조위원장 하루 두 끼만 먹겠다."
 임금동결. 그 4글자를 위해 회사사람들은 무던히도 고생했다.

 민주노총 탈퇴해라!
 노조 위원장 바꿔라!
 애네들 잘라라!

 많은 지시가 있었고, 이행했으며 그에 따라 여름에 어깨동무하며 투쟁을 외치던 동료를 보내야 했다. 살아야 했다. 왜냐하면 남은 자는 가족이 있었으니까. 떠나는 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울분을 참고 묵묵히 일을 했다. 더럽지만 살아야 했다.

 또 지시가 내려왔다.
 임금동결하면 정리해고 안 한다.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파업 왜 해? 목소리 크게 할려고, 핏발 세우고, 오른손 까딱까딱하면 뭐 해?
 머리에 띠 두르면 뭐 해?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면 뭐 해?
 경영진이 도장집 가서 "귀족노조"라고 도장 파서 찍으면 게임은 끝인데.
 협력하면 돈 주잖아. 더러워도 협력하면 돈은 주는데. 눈 한번 감고 협력하면 돈은 주는데. 그래. 하면 된다. 더러워도 하면 된다니까.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기사 옆에 있는 중견기업 임원의 장모님 상을 알리는 부고가 더 큼에 또 한 번 만감이 교차했다. 역시 경제신문은, 전경련 잡지라니까.
 얼마나 위대하신 분이길래, 우리 귀족노조 1000명의 목숨보다 귀중하실까요.

" 아빠. 임금 동결했다면서요. 노조위원장이 하루에 두 끼만 먹겠다고 하던데."
" 아들. 걱정하지마. 아빠는 세 끼 먹을 테니까."

 아빠. 미안.

#4. UCC(Ugly Corea Community)

UCC 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스타를 만들어 냈다.

" 소속사가 망했어요." 라는 가수에게 네티즌의 힘으로 앨범을 만들어 낸 것도
 악기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 광고로도 나왔던 기타녀도
 댄스실력을 뽐내는 B-Boy도 모두 UCC를 통해서 였다.
 이제 UCC는 인터넷에서만이 아닌,
TV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와 제작자의 소통로로, 아이디어 창고로, 드라마 감상평으로,
 광고미디어로도 활약중이다. 이에 따라 시청자는 단순한 소비자에서 생산도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소비자가 된 셈이다.

 하지만 주목 받고 싶어 여장해서 찍은 성폭행 동영상도, 1위하고 싶어 올린 음란 동영상도, 왕따인 친구를 찍어 인터넷에서까지 매장하는 것 또한 UCC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벌써 잊어버렸다. 잊은 지 얼마 안 됬는데 불구하고 또 잊을 것이 나온다.
UCC 세상이라는 말 답게 여러 영상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점점 자극에 무감각해진 우리는, 더 센 자극을 원한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벗고, 낄낄대고, 바보같이 쇼를 해야 본다. 쇼를 해야 한다. 그래야 클릭 수가 늘어난다.

TV 광고에서는 "쇼를 해라"라고 버젓이 명령한다. 그래. 쇼를 해야 본다.
FTA 반대도 포럼, 공청회를 통해서 이유를 밝히는 것이 아닌 단식으로 해야 알아준다.
 한국에서 돈 벌려면 부동산이 정답이라는 것을 투기로 보여주고 있다. 5000:1의 경쟁율로 청약한 그 오피스텔은 다 되팔려는 사람 뿐이다. 도대체 누가 사는 거지?
 경제신문에서는 피를 흘린 노동자의 소식 보다는 정승집 장모님 상을 더 크게 싣는다.
 장모님이 돌아가시는 것과 한국 경제는 무슨 상관이 있지?
 이 곳은 대한민국이다.

 다 쇼다.
 우리는 진지함을 잃었다. 카메라는 항상 조명아래 밝은 모습만 비춘다. 밝은 모습만 보고 살아간 우리는 진지함을 잃었다. 그늘은 없는 줄 안다. 항상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산다. 그건 꿈이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만들어 낸 쇼를 보고 우리 역시 쇼를 한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분신기도라도 해야 한다. 그래 봤자 TV 시청표 보다 적게 나오겠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제 2의 전태일이 설사 나온다 할 지라도 관심을 가져줄까. 나는 아니올시다.

 이게 우리네 모습이다. UCC세상. 추한 한국인의 세상.
 진지함을 잃고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의 모습. 쇼를 해라. 쇼


 이상 9시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 병장 김현동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10 09:40)  


 일병 박준연 
 한겨레 21의 '맛있는 뉴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웃음) 
 문성현 대표는 FTA 타결과 함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단식을 중단하셨구요.. 
 허세욱씨의 쾌유를 빕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04-09   

 병장 진규언 
2. 청약 당첨되면 거주하려는 사람은 10%도 안될것 같고(아예 없을지도) 사려는 사람은 어디가고 없고, 팔려는 사람만 있을테니.. 가격은 훅 꺼지겠지요. 그것도 아주 훅. 아 호가 만으로는 거래자체가 성립이 안될테니, 가격은 그대로이려나.. 04-09   

 병장 이영준 
 쇼는 끝났다. 04-09   

 병장 한철희 
 굉장히 깔끔한 글솜씨 정말 좋네요. 
#4. 의 UCC에 대한 글은 정말 동감합니다. 
 장점이 너무 부각되어 아직은 단점이 안보이는 건지.. 많이 아쉽네요 04-09   

 병장 이승일 
 와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참 재치있는 형식이군요. 현대 사회는 어떻게 하면 더 가벼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표피적일 수 있을까를 너무나도 진지하게 궁리하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04-09 * 

 상병 박수영 
 잘 읽었습니다! 후후. 04-09   

 일병 황인준 
 잘 읽었습니다. 뭐랄까 굉장히 후련한 글입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네요. 이런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 사회가. 04-09   

 상병 권오성 
 잘 읽었습니다. 
 시사 경제에 문외한인 저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글이네요 04-09   

 병장 임창욱 
 딱 한 문장이 뇌리에 꽂히는 군요. "다 쇼다" 04-09   

 병장 임정우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웃음) 04-09   

 상병 차원 
 이진호님, 이런 통쾌한 '쇼' 또 부탁드립니다. 잘 보았습니다. 04-09   

 병장 박상호 
 잘 읽었습니다. 요즘들어 대체 뭐가 문제인거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되요. 
 문득 마성은님이 생각나는군요. 앞으로도 시원묵직한 글 기다리겠습니다. 04-10   

 병장 김홍성 
 쇼를 끝내려면 쇼를 만드세요.(웃음) 쇼를 만들려면 감독이 되어야 겠고, 작게나마 쇼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배우가 되는 법이 있죠. 04-10   

 일병 손지훈 
 정말 잘 쓰셨습니다. 04-11   

 병장 이진호 
 책가지에 제 글이 올라져있다는 사실은 저를 참 흥분시킵니다. 
 예전 27사단에 있을때에는 늘 댓글만 달면서 나도 저렇게 글을 멋지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글을 쓰고 글쓰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로그아웃해버린 적도 많았습니다. 

 참 기분이 좋은 하루입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한번 본 제 글은 정준엽님이 말했듯이 원석에 불과한 듯 싶습니다. 
 미흡한 글에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05-11   

 상병 조수아 
 첨엔 무슨 시나리오인줄 알았어요, 간지 제대로네요,,멋지십니다. 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