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ue 와 Breen 문제 
병장 이승일 01-12 01:09 | HIT : 249 
 

 


Glue 와 Breen 문제
다이아몬드가 있다. 
어떤 시점 t 를 기준으로 하여 이 다이아몬드가 푸른색 Blue 에서 초록색 Green 으로 바뀐다면, 이 다이아몬드의 색을 푸초록색 Breen 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혹은 반대로, t 이전에는 초록색 Green 이고 t 이후에는 푸른색 Blue 인 다이아몬드를 초푸른색 Glue 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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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어제 성태식씨의 이름을 보고 나서였다. 
예전에 예전 35연대 책마을에서 성태식씨가 Glue 와 Breen 문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 때 리플을 하나 달았었다. 물론 그 직후 35연대가 폭파되었기 때문에 성태식씨를 포함해서 아무도 못보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성태식씨가 설명한 Glue 와 Breen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색상들의 이름은, 실제 색상의 개수보다 지나치게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색상의 개수는 유한하다. 왜냐하면 색상은 빛의 파장의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빛의 파장이 취할 수 있는 값은 불연속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시광선 내에서 빛의 파장이 취할 수 있는 길이는 유한하다. 
만약 Glue와 Breen 따위의 색상 때문에 색상의 개수가 무한해지게 된다면, 우리의 언어적 표현으로는 모든 색상을 지시할 수 없게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 무한이 연속체의 무한이라면 우리가 가진 단어의 목록이 무한하다고 해도 색상을 전부 지시할 수가 없게된다. (왜냐하면 무한한 단어의 목록은 기껏해야 자연수 집합과 같은 크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로 Glue 와 Breen 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연수 집합의 무한 (이것을 aleph null 알레프 널 이라고 부른다.), 혹은 연속체의 무한 (이것을 aleph one 이라고 부른다.) 과 같은 수의 색상 인덱스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왜냐하면 두 색상을 섞고, 그 색상들을 또 섞고, 그것들을 또 섞고 .... 이런 방식으로 무한히 많은 색상이 만들어져야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 시점 이전에는 Glue 이고 t 이후에는 Breen 인 색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출된 색상을 또 다시 변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 
Glue와 Breen 을 만드는 방식으로 무한한 색상의 목록이 만들어진다면, 그 목록의 대부분은 그 지시대상을 갖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색상에 대한 이름표 목록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성태식씨의 이름을 보고 이 문제를 다시 떠올려 근무시간 내내 생각을 해본 결과, 나의 예상과는 반대로 Breen 과 Glue 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오직 유한개의 색상 목록만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자세히 검토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나는 위에서 "Glue 와 Breen 을 만드는 방법' 이라고 부른 것을 하나의 연산으로 고려했다. 그리고 이 연산을 수행하는 연산자를 T 라고 부르겠다. T는 두 색상 사이의 이항연산자이다. 나는 "xTy" 를 
" 두 색상 x,y에 대해 xTy = '시점 t 이전에는 x 이고, 시점 t 이후에는 y 인 색상' "
라고 정의하겠다. 
또한 파란색 Blue 를 b 라고 표시하고, 초록색 Green 을 g 라고 표시하기로 하자. 
이 방법에 의해 Breen은 'bTg 로, Glue 는 gTb 로 표현될 수 있다. 
이제 Breen과 Glue, 즉 bTg 와 gTb 에 T 연산을 적용해 보자.즉, (bTg)T(gTb) 를 생각해보자. 이 식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t 이전에는 Breen 이고, t 이후에는 Glue 인 색상"

한편 Breen은 't 이전에는 Blue이고, t 이후에는 Green인 색상' 이며, 
       Glue 는 't 이전에는 Green이고, t 이후에는 Blue 인 색상' 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bTg)T(gTb) 에 대한 해석에 적용시켜 보면, (bTg)T(gTb)는 
"t 이전에는 't 이전에는 Blue이고 t 이후에는 Green인 색상' 이고, t 이후에는 't 이전에는 Green이고 t 이후에는 Blue 인 색상'" 
이 된다. 논리적으로 겹치는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bTg)T(gTb) 는 놀랍게도 "t 이전에는 Blue 이고 t 이후에는 Blue 인 색상' 이 된다. 다시 말해 (bTg)T(gTb) 는 Blue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더 복잡한 식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한단계 더 연산을 적용하면 {(bTg)T(gTb)}T{(bTg)T(gTb)}.
여기에 또 한번 T 연산을 적용하면 하면 
[{(bTg)T(gTb)}T{(bTg)T(gTb)}]T[{(bTg)T(gTb)}T{(bTg)T(gTb)}]
가 된다. 지루할테니 이 식들의 해석은 나 혼자 한 것으로 마무리 짓겠다. 
중요한 것은 이런식으로 아무리 복잡하게 만들어봤자 그 결과는 b(Blue) 라는 것이다. 
이리 저리 식들을 변형시켜본 결과 너무나도 당연한 단순한 규칙이 있음을 뒤늦게야 알았는데, 그것은 아무리 복잡한 T 연산결과라고 할지라도 가장 최초의 색상과 가장 마지막 색상간의 T 연산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규칙이었다. 
즉,  아무리 T 연산이 반복되더라도 가장 앞에 써있는 색상과 가장 나중에 써 있는 색상에 대한 T 연산이 전체 연산의 결과이다. 위의 경우, 가장 앞에 써 있는 것은 b 였고 가장 나중에 써 있는 것 역시 b 였으므로 결과는 bTb, 즉 b 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T 연산과 관련된 공리규칙을 작성해 보았다. 

<T 연산의 공리체계>

먼저 내 멋대로 용어들을 정의하자면,

㉠ 공리체계에는 T 라는 이항연산자 하나와, 모든 색상들의 유한한 집합 C ={a,b,c,d, e,f, g ..... k} 가 존재한다. 
㉡소문자 알파벳은 색상을 의미하고, T 의 의미는 앞에서 정의한 것과 동일하다.  
㉢또한 T 연산을 여러번 적용한 결과를 T-복합체라고 부르기로 정의하자. 
㉣그리고 T-복합체의 가장 앞에 등장한 C의 원소를 초항,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C의 원소를 말항으로 부르자. 


공리1. 서로 다를 필요가 없는 임의의 원소 x, y에 대해, x, y가 집합 C의 원소이면 (즉 x,y가 색상이면) xTy 도 집합 C의 원소이다. 
공리2. C의 임의의 원소 z에 대해, zTz= z
공리3. 서로 다를 필요가 없는 C 의 네 원소 p,q,r,s 에 대해 (pTq)T(rTs) = pTs


이상 세 개의 공리가 불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오늘 해본 바에 의하면 왠만큼 충분한 것 같다. 
이 공리들로부터 몇가지 정리들을 도출해 보았는데, 그 중 세개만 적어본다. 


정리 1. 집합 C 의 임의의 두 원소 x, y 에 대해, x ≠ y 이면, xTy ≠ yTx 이다. 

   증명 : 귀류법으로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만약 집합 C의 두 x,y 가 x ≠ y 를 만족하는데도 불구하고 xTy = yTx  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xTy)T(yTx) = (yTx)T(xTy) 가 성립해야한다. 
그런데 공리 3에 의해 
    (xTy)T(yTx) = x
    (yTx)T(xTy) = y 이다. 한편 x ≠ y 라고 가정했으므로 
    (xTy)T(yTx) = (yTx)T(xTy) 라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가정은 거짓이다. 

  정리 2. 집합 C의 임의의 T-복합체 τ 에 대해, τ 의 초항을 α, 말항을 β라고 하면 
τ  = αTβ 가 성립한다. 

  (증명을 생략한다.)

  정리3. 집합 C 의 부분집합 중, xTx 꼴을 만족하는 원소들의 집합을 Γ 라고 하자. 이 때 집합 C의 원소의 개수 n(C) 와 집합  Γ의 원소의 개수 n( Γ) 사이에는 다음이 성립한다. 
                  n(Γ)² =n(C)

  증명 :
공리 1과 정리 2에 의해, 집합 C 의 원소는 모두 αTβ로 표현될 수 있다. (이때, α∈Γ , β∈Γ) 따라서 서로 다른 αTβ의 개수는 순서쌍 (α,β) 의 개수와 동일하다. 
(α,β) = {α,β | α∈Γ & β∈Γ} ={α | α∈Γ} X {β | β∈Γ}
이므로,  n((α,β)) = n({α | α∈Γ}) X n({β | β∈Γ}) 
이다. 
이 때, n({α | α∈Γ}) =  n({β | β∈Γ}) = n(Γ) 
이므로  n((α,β)) = n(Γ)² 
  그러므로   n(Γ)² =n(C). 


괜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어쨌건 정리 3에 따라, 기본적인 색상(즉 Γ의 원소)의 개수가 k 개라면, T 연산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까지 합한 색상(즉 C의 원소)의 개수는 기껏해야 k² 이다. k 가 유한기수이므로 k²도 유한기수이며 따라서 Breen과 Glue 를 만드는 방식에 의해서 무한한 색상이 산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성태씨가 언급했던 Breen과 Glue 문제는, 최소한 지시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난점을 갖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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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심승보 
54.12.7.21   승일씨,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세부에 있어 솔직히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좋은 자극 받습니다. (바쁘다 바뻐) 01-12 * 
 
상병 김지민 
18.16.13.19   승일 / 승일씨 글은 깊이도 있고 참 친절하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개인적인 능력이 모자란탓에 글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안타까워요. 흑. 연산만 아니더라도.. (..) 01-12 * 
 
상병 서동영 
38.17.1.84   생각보다 난해하지 않게 잘 설명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고맙) 01-12 * 
 
일병 구본성 
5.12.1.72   빛의 파장이 취할 수 있는 값은 불연속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시광선 내에서 빛의 파장이 취할 수 있는 길이는 유한하다..색이란것이 한정적인 것이었나요? 색은 나눌수 없는데 언어로서 임의적으로 나누는게 언어의 분절성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다른 차원의 논의인가요? 01-12 * 
 
상병 서경우 
26.112.10.5   xT₁x₂T₂x₃...........이면 kⁿ이고 n은 무한이 아닙니까? 유한한것인가? 

색이 유한하다고 하더라도 특정 tⁿ시점에서 다시 x로 변화하면xTx로 변화된다면 x₁T₁x₂T₂x₃....Tn xn Tn+₁x₁은 다른 색이지 않습니까? 

(x₁T₁x₂T₂x₁은 x₁T₁x₁과 다른 색인듯) 

먼저 글을 읽지 못해서 잘못이해하고 있는건가.(땀땀땀) 01-12 * 
 
병장 조주현 
22.96.3.105   ....................(후비적) 01-12 * 
 
상병 서경우 
26.112.10.5   앗. 이승일 병장님 답글이 사라졌다 01-12 * 
 
병장 이승일 
54.2.9.70   본성 / 일단 색의 개수가 유한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물리학적 차원에서 그렇다는 것인데 .. 제가 생각해도 이 글에서 맥락이 약간 뒤섞여 있는 것 같네요. 

언어의 분절성 문제는 실제로는 "사실은 더 많은 수의 색상을 그보다 적은 단어들로 표현할 때 발생하는 문제" 일 뿐이겠지요. 물론 여기서 '실제로는' 이라는 말은, 물리적 차원을 고려했을때 말하는 것이고요. 한편 우리가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색에 대한 관념은 분명 색상들의 집합이 하나의 연속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보면 분명 틀렸지만... 과연 쉽게 폐지할 수 있는 관념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경우 / 왜 T₁,T₂라고 T 연산자들에 아랫첨자가 붙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단 하나의 T 연산을 고려했는데.. "x₁T₁x₂T₂x₁" 라는 식은 제가 고려한 방식에 의하면 색이 아닙니다. 
음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땀) 01-12 * 
 
상병 박동일 
18.19.11.111   오오.. 그러면 Red T Green T Blue 를 Rrue라고 부를 수 있다면, 
n(C)=n(Γ)³ 인가요? 01-12 * 
 
병장 이영기 
48.9.5.129   서경우 / 제 생각엔 경우씨가 xTx 연산을 x^2로 이해하고 계신건 아닌가 싶은데요? 이 연산은 xTx=x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고요. 01-12 * 
 
병장 이영기 
48.9.5.129   아 내가 경우씨 답글을 잘못 이해했구나. 01-12 * 
 
상병 서경우 
26.112.10.5   Breen이나 Glue가 또다시 Blue나 Green으로 변화하여 Breeblue 나 Gluegreen(땀)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 거였는데.(작명센스 전혀 없습니다.)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승일 병장님의 수학적 증명을 하기전에 했던 고민과 똑같은 고민인것 같아서 저도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땀) 01-12 * 
 
병장 이승일 
54.2.9.70   경우 / 아, 동일씨의 리플을 보고 경우씨의 리플을 이해했습니다.(땀) 
그러게요. 그런 생각은 안해봤군요. 저는 T를 이항연산자로 고려했지만 꼭 그럴 필요야 없겠죠. 
x₁T₁x₂T₂x₁은 x₁T₁x₁확실히 다른 색이긴 한데, 이런 방식으로 무한한 색상집합이 나올지는 생각해봐야겠네요. n(C)=n(Γ)³ 인지도 생각해봐야겠군요. 01-12 * 
 
병장 이남혁 
22.96.3.202   당신인생이야기의 나오는 한 단편이 떠오릅니다. 한 여성 수학자의 이야기인데 수학이 논리적으로 아름답고 치밀한 학문이지만 수학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자연의 현상을 수학으로 제단할려다 보니 수학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지진 않을까요? 
아! 참고로 기호나올때 부터 머리가 아파서 안봤습니다(땀) 01-12 * 
 
병장 이승일 
54.2.9.70   남혁 /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땅에 발붙이고 태어난 인간이 상상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달나라까지 가서 발을 디디고 태양계 끝까지 탐측장비를 날려보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통화하고 ... 하는걸 보면, 수학만큼이나 자연도 치밀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요? 01-12 * 
 
상병 박재우 
38.1.6.205   힘들어요............ 01-12 * 
 
일병 구본성 
5.12.1.72   동일 씨가 제시한 문제의 경우 Rrue 가 아니라 그냥 Rlue가 될 것 같네요. 01-12 * 
 
상병 임채승 
22.19.47.1   과학철학의 이해라는 수업 때 본 내용 같은데, 
수학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또 색다르네요!!! 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