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인간. 
 
 
 
 
-곧 죽어도 인간.


태초에 하늘이 있더라. 등의 날개가 없는 인간은 오랫동안 하늘을 입맛대로 해석해오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낮이되면 환해지고, 밤이되면 어두워지는 자연법칙들에 주관적인 감정을 개입시키고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히고, 만인이 공유하는 넓디넓은 하늘이 개인적인 것으로 특화되고 유일해지면서도 -각 개인들과 개별적인 관계를 맺어오면서- 하늘은 있어왔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하늘은 하난데 들리는 소리는 다 다르다.  고.

우리는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하늘'의 동의없이 -혹은 '하늘'을 창조한 조물주의 허락없이- 하늘이라는 객체를 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도구로 강간해왔다. 사실 하늘의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붉은 노을을 보며 피바람이 불었던 '그날의 전쟁'을 이야기하고, 그녀와 헤어진 날 까페에 홀로 앉아 내리는 비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어렸을때 소풍가던 날은 '고맙게도' 맑았고, 한껏 우울했던 전날 하루가 간밤에 내린 하얀 첫눈으로 '기분이 풀렸다.'

Post it! 도 사실 그뜻이 아니었다. 페니실린도 그뜻이 아니었다. 컴퓨터도 그뜻이 아니었다. 진공청소기도 그뜻이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었고, '모메존 석류'에서 단순히 포장과 이름만 바꾼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도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김수로도 몰랐고, 김종국도 몰랐고, 김수미도 몰랐다. 의도와 예상을 한참이나 비껴나가 개인들에게 주관적으로, 임의적으로 모든 대상들은, 문화들은 수용된다.

WEB 2.0 이라는 신기술이 곧 선보인다. 기존의 인터넷에 떠도는 콘텐츠를 '수용자'의 구미대로 특화시키고 개별화시켜 맞춤형 페이지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MP3의 이퀼라이저는 음장은 철저히 '개인' 취향대로 개성화시켜준다. 홈시어터는 '감상하는 사람'의 입맛대로 스피커를 배치하고 조절할수 있다. 미술관들은 자신의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관람객'의 편의를 생각해 인터넷에서도 관람할수 있게 해준다. 정치가들은 생활의 정치를 부르짖으며 '각 개인'들에게 특화된 공약을 내건다. 각종 펀드, 재테크 매니저들은 '고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특화된 맞춤형 재테크를 소개한다. 은행들의 VIP 업무는 'VIP 대상자'의 시시콜콜한 기념일까지 챙겨주며 '수용자'의 눈높이까지 친히 걸어내려와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적인 영역의 최고 권위자이자, 통치자인 유일신. 야훼. 하나님 또한 2천여년 전 친히 영광스런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인간의 몸으로 이땅에 내려와 '인간', '각 개인' -당신-과 너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택한 십자가에서 죽고 '당신'과의 채널을 개설해놓았다. 

모든 문화들은 끊임없이 문화를 위한 문화를 추구해왔다. 문화를 위한 문화를 추구하며 얻게되는 영광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겼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권위있고 범접할수 없는 영역의 고유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문화들이 속속들이 생활-세속-의 영역으로 친히 강등하고 있다. 2천여년전 신의 인간을 향한 뜨거운 피의 사랑이 이제서야 범문화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 - 바로 당신에게 기억되기 위하여. - - 

우리는 유례없는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에서 살고있다. 콘텐츠는 인간에게 기억받기 위해 개인과의 통로-채널, 패스-를 끊임없이 개설한다. 단 한명의 인간 대 콘텐츠. 연결고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존폐여부가 갈린다. 프레디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프레디는 도태될 뿐만 아니라 소멸해버린다.

엄보운 필진이 말하길. 나의 글은 또다른 나의 분신과도 같다. 수시간의 산고끝에 간신히 낳은 신생아 -혹은 우량아- 같은 존재다. 그 작은 아이는 당신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수많은 한명의 인간들과 -방사형, 수평형, 수직형, 거미줄형, 벌집형, 구형- 개인적 통로를 개설하기 원하다. 수용자에게 특화될 준비가 되어있는 예비 입양아이어라.

오해도 좋다. 편견도 좋다. 반박도 좋고, 폭력도 좋고, 억압도 좋고, 사랑도 좋고, 질투도 좋고, 존경도 좋고, 우정도 좋고. 그 어떤 반응 -댓글 혹은 쪽지-에도 고마워할것이다.

아이의 뜻과 의지와 욕구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소통이 아니다. 설사 그게 오해나 편견일지라도 거기서부터 시작된 '관심'. 그것이 소통이라는 건물을 세우는데에 든든한 어깨로 떠받들어 무너지지 않게 할 주춧돌이다. 따라서 당신과 나의 아이와의 채널이 무너지는 순간은 '무관심'이다. 아이는 밥달라고 울고있고, 혼내달라고 나쁜짓을 하고 있고, 칭찬해달라고 착한 일을 티내며 하고있다. 아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당신의 '화'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나는 사람의 바다에 떠있는 섬이다. 육지와의 다리를 놓고 싶어 미칠것같은, 사람을 앓고있는 '인간감기' 걸린 섬이다. 얼마든지 나의 신생아를 즐겨달라. 그리고 다리를 놓아달라. 당신과 나 사이의 길고 좁지만 -곧 넓어지고 짧아질- '링크'의 다리를. '당신'을 건너 또 다른 사람. '다른 당신'을 만나고, '그 너머'를 만나고. 결국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갈 우리의 다리를, 케빈베이컨 놀이의 다리를 놓고싶다.

나의 적자가 당신들의 자아 -혹은 일상-의 소소한 한부분과 '연결'된다면 알려달라. 궁금한것이 있다면 남겨달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기다림 중독증을 말끔이 해소시켜달라.

그녀가 말한다.
'거짓말보다 나쁜건 말 안하는거야.' 라고.

내가 벌리는 이 판에 끼어들어 신명나게 놀아줬으면한다. 가벼운 농담도 좋고, 제시한 콘텐츠의 재배치, 재생산도 얼마든지 허용한다. 개별적이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1인의 창조자 자리에 등극하신 단 하나뿐인 당신의 개성을 유감없이 펼쳐보였으면 한다. 그로인해 당신의 재능이 재발견되거나, 새로운 유희를 얻게 될 한바탕 놀아제낄 유쾌한 판에서.

내가 말한다.
'내가 듣는 소리를 너도 듣게 해줄게.'

당신이 나의 글을 읽는 동안 Being Zele -제레 되기. 존 말코비치 되기.- 하여, 내가 보는 세상을 보고 즐거워했다면 나의 역할은 사실상 거기서 완료다. 자족한다. 그러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새 매체를 이용하는 난 자족하나 만족하지 못한다. 내가 듣는 소리를 들려줬다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꼬옥- 한번 안아주세요.' 당신을 힘껏 앓아오며 당신을 만나러 맨발로 달려나온 나를 말이다.

곧 죽어도 인간. 인간사랑. 당신과의 대화. 그것 외에는 추구할 다른 가치가 없다.


2006. 5. 25 // 소행성 J-447에 사는 테페리의 어린총수. 갈림길의 제레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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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고맙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죠. 

  
 
 
 
병장 이종혁 (2006/05/26 11:35:00)

진우님의 읽고 있자면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느낌이 드네요 
그 가려움은 사실 가렵지만 가렵다고 티를 냈다가는 비난받을 수 있는 
그래서 억제하고 억제해 나 자신도 가려웠다는 사실을 망각한 그런 가려움이에요 
긁어줘서 고마워요 나만 그런건 아니었군요..호호 
진우님글 몇개밖엔 읽어보지 못했는데 팬이될거같아요    
 
 
상병 박진욱 (2006/05/26 12:13:24)

얼개가 어째 많이 외롭습니다? 

앞으로도 잘 읽을께요-    
 
 
상병 허익준 (2006/05/26 12:42:45)

여기도 진우님 팬 하나.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상병 조주현 (2006/05/26 16:18:09)

여기 팬 하나 더. 지금까지도 너무 멋졌어요. 그 이상도 바라는건 욕심이 아니겠죠?    
 
 
상병 박종민 (2006/05/28 14:16:51)

그러니까, 저같은 경우는 이 사람한테 아주 묘한. 
호감반, 질투심반쯤 섞인 컴플렉스 비스끄무리한 걸 가지고 있다니까요. 
그게 뭐, 같은 길을 걸어가려는 사람이니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친다는 느낌도 들고. 크큭. 
뭐 아무튼 팬은 여기 하나 더. 사실 젤 기대되는 사람.    
 
 
 병장 노지훈 (2006/05/30 18:15:49)

아무 글이나 써도 칼럼이 되는 분(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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