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에 대한 고찰 
 
 
 
 
도깨비에 대한 고찰


제가 우리문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는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과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알게 된 다음입니다. 두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인물들은 모두 그네들의 전통민간신앙에 토대를 두면서도, 서구적인 양식을 흡수하여 가히 ‘토착화’시키는데 대성공(?)한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통민간과 세게적인 시류의 화합. 우리나라에도 물론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우리 전통 문화를 리메이크하려는 많은 시도가 보이지만, 그 깊이나 내용의 면에 있어서, 그 화합적인 면에 있어서 한심하기 이를데 없을정도로 허접한 모습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시중에는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나, 우리가 알아야할 우리문화-신화 따위의 책들이 꽤 많이 나와있는 상태이지만, 그 내용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고찰의 측면에서 한없이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구전문화 연구는 거의 대부분 건국신화나 삼국사기 등 역사서와 기록서에 등장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연구되어졌으며, 무속과 민간신앙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입니다. 게다가 한국 구전문화에 본격적으로 연구하던 황패강 교수님나, 이수자 선생님이 쓴 논문들을 f어보더라도, 신화의 에피소드나 이야기와 문화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서 단지 피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도깨비? 독각?, 돗가비. 산과 수풀에 사는 사람.

많은 분들이 도깨비의 존재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도깨비는 독각獨脚이라는 한자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고대 신화나, 산해경등에는 독각이라는 요괴가 등장을 하고, 그는 다리가 하나이며, 장난기가 많은 산에 사는 요괴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산소라고도 불립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독각민담이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돗가비’, 혹은 ‘돗아비’로 번역되어졌고, 그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와 융합되면서 도깨비가 탄생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볼 때 이것은 지극히 사대주의적 발상(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의 무속신앙적 토양이 훨씬 풍부하고 우리나라는 유교적-혹은 체계적 시스템이 발달해서 건국신화가 발달했다고 보는 견해)일 뿐입니다. 원래 도깨비는 한반도 북부와 특히 만주 일대에서 시작된 신앙중 하나이며, 그것이 습합성(다른 민족의 문화를 자기것을 끌어들이는 중화문화의 특성중 하나입니다.)에 의해서 중국 문화의 독각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견해가 훨씬 타당합니다. 

도깨비의 가장 최근 고어인 돗가비는 ‘돗아비’라는 더 오래된 고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므로, 도깨비의 가장 원형적인 우리말은 ‘돗아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돗’은 이미 죽은 사어死語중 하나인데, 골풀, 즉 갈대를 뜻하는 만주 토착어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이는 지금 ‘돗자리’라는 우리말에 흔적어로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몽골-만주어에서 ‘돗’이라는 의미를 찾아보면 그 의미가 더 뚜렷해지겠지만, 아직 알타이어 공부는 못한 상태라서 이 이상은 규명하기가 어렵겠군요. 하지만, ‘돗’ + ‘자리’로 형성된 우리말 돗자리는 분명 ‘돗’이 골풀과의 갈대를 지칭하는 말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즉, 돗아비는 골풀, 갈대사람이라는 말로, 들과 야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아시다시피 중앙아시아는 대초원지대이고, 야트막한 언덕과 습지등이 가지게 되는 누미노제적인 (미지의 공포) 호기심과 환상은 신화의 종족을 만들어내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돗아비라는 어원적, 그리고 도깨비의 습성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돗아비는 만주인들이 마치, 게르만족이 생각하는 ‘엘프족’의 이미지처럼 들판 언덕너머의 습지에서 살고 있는 다른 종족이었다고 여겨집니다. 도깨비는 다른 ‘귀鬼’들과 요괴들과는 다르게, ‘인격’과 ‘문화’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는 하나의 ‘종족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고, 민담이나 신화에서 등장하는 도깨비들도 이런것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깨비는 귀신이나 요괴가 아니며, 이영도씨의 ‘눈마새’에서 등장하는것 처럼 하나의 ‘종족’으로 보아야 옳습니다. 그렇다면, 왜 도깨비가 중국에서는 ‘독각’으로 불리는 걸까요? 


-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것

우리 민간신앙에 도깨비는 일괄적인 특성과 성격을 가진 존재로 묘사됩니다. 흔히,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주위에서 자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 세대에는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 세가지와 싫어하는 것 하나를 너무도 자세히 알고 계신답니다. 나들이 나가시게 되면, 한번 여쭤보세요. 웃음)
한반도와 만주지역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도깨비의 기호는, 세가지입니다.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은 수수팥떡, 삶은 돼지머리, 그리고 메밀묵입니다. 그리고 도깨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말피(horse Blood)입니다. 바로 이점이 도깨비가 중국 요괴문화의 산물이고 한반도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토착 정령(?)이고, 만주에서 중국으로 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하나하나 요목조목 따져보도록 하죠.
도깨비는 일단 수수팥떡과 메밀묵을 가장 좋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수’와 ‘팥’, 그리고 ‘메밀’이라는 세가지 작물의 특성에 대해서입니다. 모옌의 소설 ‘붉은 수수밭’에서도 나와있듯이, 수수는 붉은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만주와 시베리아가 원산지로 되어있는 구황작물중 하나입니다. 또한 산간지방에서 자란다는 것을 염두해보면, 이 수수가 가지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도깨비신앙은 중국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한반도 북부 밑 만주 구릉 산맥일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도깨비가 산에서 사는 ‘산소’ 혹은 ‘산도깨비’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 수수팥떡을 좋아하는 도깨비는 산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수는 붉은색이기 때문에,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한다는 전체적인 동양민간신앙을 떠올린다면, 도깨비는 바로 귀신이 아니라는 좋은 증거가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메밀묵’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메밀은 한민족만 먹던 유일한 작물이었습니다. 이것은 중국 고대신화와 알타이계 고대 신화에서도 ‘메밀’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댈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왜냐면, 메밀은 원산지가 만주일대와 중앙아시아, 한반도 북부이기때문입니다. (몰랐죠? 웃음. 뱀다리로, 콩의 원산지도 한반도 북부입니다.) 메밀의 어원을 따져보면 메밀은 ‘메 + 밀’로 되어있는 합성어입니다. ‘메’는 ‘뫼’의 고어이고 우리가 잘 아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산 역시 한자입니다. 뫼와 메도 엄밀히 따지면 한자이고. 산의 순 우리말은 ‘오로미’, ‘오롬’입니다. 오르다의 명사형이죠. 이것은 제주도 일대에 남아있는 ‘오름’이라는 단어 - 칼데라의 순 우리말 - 에만 편린적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메밀의 어원적인 의미는 ‘산에서 나는 밀’이라는 뜻입니다. 메밀 역시 ‘산’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도깨비가 수수팥떡과 메밀묵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코 구황작물이라는 민간적 의미와 우리가 먹는 음식에만 관련이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산간과 만주의 지리적 특성이 만들어가는 (‘묵’이라는 음식 역시 만주 유목민의 전통음식이자, 한반도 전통음식입니다.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인 ‘선지(선짓국)’역시, 만주 유목시절부터 먹던 일종의 ‘전투식량’이었죠.) 도깨비의 발생적 특징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메밀에 대한 또하나의 중요한 코드는 바로 한국문속신앙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여신, ‘자청비신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자청비신화에서 역시 메밀이 인간세계와 중요한 연결을 맺고 있는 매개체로서 등장합니다.) 이로 보아서 도깨비는 확실히 한국 무속신화의 오랜 전통과 함께한 우리민족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앙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셋째, 삶은 돼지머리를 아주 좋아하는 것이 도깨비의 기호중 하나인데, 이 삶은 돼지머리가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떠올리시면, 이 삶은 돼지머리라는 코드속에 담겨있는 한국문화의 습합성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돼지머리는 제사때 사용합니다. 돼지머리는 신성한 제사에 드리는 가장 뛰어난 ‘구복제물’(복을 비는 제물)로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있지요. 근데, 이 돼지축사와 돼지=다산과 부라는 의미는 만주일대의 민간신앙과는 거의관련이 없습니다. 왜냐면 돼지축사는 ‘농업’과 관련이 있기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이 신앙은 바로 한반도로 만주족이 유입되기 전,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삼한시대’의 종족들의 신앙으로 여겨집니다. 이것이 유목민이 한반도로 흘러들어오는 시기에 섞여서 도깨비의 특성에 하나를 더 부과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부분은 자료가 거의 없을뿐더러 제가 연구한 성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정도로만 부언해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삼한족과 유목민족의 문화적 융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도깨비가 가장 싫어하는것, 바로 말피입니다. 말의 피이지요. 말! 뭔가 떠오르는것 없습니까? 말이라는 상징은 당연히 유목민과 연관이 너무나도 깊은 동물입니다. 그리고 ‘말’이라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아니라, 말피를 싫어한다는것은 엄청난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시베리아-만주, 그리고 한반도 일대의 샤먼들(당골, 박수)이 재액과 불운을 쫓을 때 굿내림을 하면서 말피를 (요새는 돼지피와 닭피로 바뀐 곳도 많습니다) 제단에 뿌리는 의식을 행합니다. 제사 때 다른 희생양의 피를 뿌리거나 바르는 행위는 엘리아데와 캠벨등 종교 현상학자들이 밝혀낸 제례적인 의미와도 아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구약성서에서도 이런 상징적 제례행위가 등장합니다.) 요컨대, 도깨비는 귀는 아니지만, 인간과 같은 위치에 있는 동등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는것이 가장 타당한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여튼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면, 도깨비는 확실한 만주일대의 유목민시절부터 우리와 함께한 민간신앙이라는 확증을 굳히게 됩니다.


- 도깨비의 성격, 그리고 독각의 진의
그리고 그 밖에도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이 두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씨름과 막걸리입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이 ‘씨름’ 역시 몽고족들과 돌궐, 만주일대에서 전통적으로 즐기는 스포츠라는 겁니다. 여기까지 오게 되면 도깨비는 더 이상 중국문화의 산물이나 일본의 오니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게 됩니다. 도깨비는 씨름을 너무나도 좋아하지요. 왜냐면, 도깨비는 성격이 쾌활하고, 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부분은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뭔가를 걸고 내기를 하기 좋아하고, 그 내기종목은 주로 자신의 주 종목인 스포츠 ‘씨름’으로 판가름 하려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입니다. (그래서 한자로는 ‘독각’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근데, 보통 묘사되는 도깨비나 우리가 보는 도깨비는 다리가 두개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도깨비의 한가지 비밀이 드러납니다. 도깨비가 왜, 사람들과 내기로 ‘씨름을 하려 했었는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입니다. 근데, 다리가 두개처럼 보이게 행세를 합니다. 즉, 하나의 다리는 ‘허상’이며, 둘중 하나만 진짜 다리인겁니다. 씨름을 할 때, 안다리, 딴죽걸기등의 기술을 쓰지요. 즉,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것이 씨름의 관건입니다. 근데,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허상인 다리에다가 기술을 걸면, 아무리 뛰어난 장사라도, 도깨비는 다리가 걸려서 넘어지지 않는것입니다. 그건 진짜다리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장사더라도, 도깨비에게 씨름을 이기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에서도, 도깨비는 ‘독각’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도깨비가 특히 탁주를 좋아한다고 알려져있는데, 이에 대한 순 우리말로 ‘도깨비뜨물’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영어  Butterfly가 만들어진 언어적 기원과 같은 방식으로 생성된 말입니다. 버터플라이가 왜 나비를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중세의 다음과 같은 민간신앙이 전해집니다.
중세 유럽인들에게 주식은 우유와 빵이었지요. 특히, 빵은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귀족들이 즐겨먹었고, 서민들은 거의 호밀빵과 우유로 연명해야했습니다. 곡물은 수확시기가 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우유를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우유는 아주 중요한 식량자원중 하나여서, 아녀자들은 그 우유를 애지중지하여, 우유를 담은 통을 집안 가장 깊은 찬장에 꽁꽁 숨겨서 보관했다고 하지요. 근데, 우유를 찬장에 숨겨두고 며칠이 지나면, 우유가 사라지고 이상한 덩어리만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발효되서 버터가 되어있었겠지요) 중세인들은 “그 많던 우유를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질문을 가졌고, 민담과 환상담이 판을 치던 중세시대에, 서민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구나! 마녀들이 나비로 변해서 우리가 숨겨놓은 우유를 버터랑 바꿔치기 한 것이 틀림없어!” (중세, 아니 근대까지만 해도 나비가 마녀의 둔갑한 모습이라는 민간신앙이 남아있던 걸로 봐서는 이 내용이 거의 확실한듯 합니다.) 그리하여 “버터(Butter)로 바꿔치기한 파리(Fly)"라는 뜻의 Butterfly라는 단어가 중세시대의 민담의 산물로 탄생하게 된것입니다. 
도깨비뜨물이라는 말도 이것과 비슷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옹기’라는 항아리에다가 쌀을 보관했지요. 근데, 그 쌀에 습기가 차고, 며칠이 지나면, 그것이 이상한 탁주로 변한것입니다. 한민족은 이것을 “아, 도깨비가 또 우리집 뒤뜰까지 와서 장난치고 갔구나!”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생긴 술을 도깨비뜨물(소위 막걸리)이라고 불렀답니다. (버터플라이에서와 마찬가지로 효모에 의해서 쌀이 발효되는 과학적 현상을 신화적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이 도깨비의 특징 - 쾌활하고 장난기 많으며 서민적인 정서 - 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도깨비들의 기호와 이러한 성격을 살펴보면,
도깨비는 변방의 종족이기 때문에, ‘농업’으로만 얻을 수 있는것들 - 즉 도깨비는 얻을수 없는 것들-을 인간에게서 얻어가려는 습성(?)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서민들’의 삶과 (이건 역사시대 이후의 사실입니다) 너무나도 비슷했고, 그래서 도깨비 신앙은 민간신앙속에서 너무나도 밀접하게 결부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밖에도 도깨비가 번개와 사물놀이를 좋아하고, 피를 묻히면 도깨비로 변한다는등 다양한 민간전설이 내려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나중에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귀면와? 도깨비? 치우?

끝으로 최근에 뜨고있는 붉은악마의 로고로 사용되는 ‘귀면와’와 도깨비의 관계에 대해서 잠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귀면와가 바로 도깨비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귀면와에 새겨진 얼굴은 우리의 전설적인 우두머리인 치우입니다. 치우는 구리의 신이자 무기의 신으로 중국에서까지 추앙받는 신인데, 기본적으로 이 치우신앙은, 역사적인 건국신화와 민간 무속신화가 함께 섞여있는 특이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여튼, 이 치우는 구리로 된 갑옷과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고, 당당한 풍채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후에 한반도 정착이후 이 치우는 집안의 문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문화속에 섞여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귀면와, 즉, 문간의 기와에 새기는 문양으로 치우가 대대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치우신앙의 이동경로로 파악되는, 치우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시기는 약 3000년전, 그리고 최소한 고려시대까지도 귀면와와 치우신앙이 남아있는걸로 봐서는, 이 치우신앙은 한반도 문화가 형성된 한참 후에 들어온 신앙으로 보여집니다.)
이 치우신앙의 기원과 역사-문화적 영향관계에 대해서는 남만신앙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는 내용이 적합하지 않아 생략합니다.
하여튼, 도깨비와 치우는 그 발생학적 근거부터가 완전히 다른 신앙이고, 두개가 거의 구분없이 사용되는것은 조선시대 이후라는 점만 밝혀두겠습니다.


맺는말.

하나의 민간신앙, 문화적인 표정 안에는 그 민족의 정신과 정신의 진화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제가 그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연유가 바로 이 도깨비였습니다. 저도 역시 도깨비에 대해서는 그저 뿔달리고 씨름좋아하는 우리문화의 동반자라고 가볍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에 눈을 뜨게 된 경위는 친구와 도깨비에 대한 논쟁(?)을 가볍게 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아마도 눈마새의 영향이었던것 같군요.) 당시 저는 한국 구전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고,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께 들은 도깨비문화에 대해서 저에게 이야기해주고 있었기에, 저는 그 사이에서 엄청난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우리문화속에 숨쉬고 있는 정신의 표정들을 찾는일, 아마도 우리세대의 국문학자들의 중요한 몫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병장 김동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6-08 14:10) 

  
 
 
 
일병 김현동 (2006/05/22 14:01:39)

아우, 민우님만이 할 수 있는 영양만점 고단백 양질의 러쉬! 
요즘 책마을 스크랩 폴더에 파일이 차곡 차곡 쌓여가네요.    
 
 
상병 황민우 (2006/05/22 14:04:15)

메밀에 대한 팁 하나. 메밀국수, 즉 '소바'라고 불리는 일본 음식은, 조선시대에 한국 승려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굶고 있는 서민들에게 메밀을 파종시키고 국수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어서 탄생하게된 음식입니다. 그 역사가 상당히 짧지요.    
 
 
 병장 김동환 (2006/05/22 14:12:57)

음. 치우얘기도 나오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상병 박상일 (2006/05/22 14:16:06)

어라? 도깨비 아니에요? 이제까지 그거 듣고 와 신기하다 하면서 
도깨비로 알고 있었는데..    
 
 
상병 허익준 (2006/05/22 14:16:56)

붉은 악마의 상징인 귀면와의 초상화는 치우입니다.    
 
 
상병 허익준 (2006/05/22 14:17:26)

그리고 치우는 악마-라거나 귀신-이랑은 약간 차이가 있죠. 덕분에 살짝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뭐, 상관없겠죠(긁적)    
 
 
병장 조용준 (2006/05/22 14:17:39)

체엣. 메밀 원산지는 알고 있었는데. 선수를 치시다니요. 크윽. 
그나저나 한국 민담에서의 도깨비에 대한 해석. 시대가 가면 갈수록 색을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어서 빨리 일제시대때 이식된 오니에 대한 의식을 벗기고, 토종적인 의식이 바로 잡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상병 조주현 (2006/05/22 14:21:18)

flutterby를 잘못 표기한게 버터플라이인걸로 알고있었는데, 음..    
 
 
상병 박종민 (2006/05/22 14:21:28)

떠억. 또 출력감이 떴군요-(씨익) 

그나저나, 
상고사의 히어로 치우천황이 도깨비는 아니겠죠.    
 
 
일병 변화수 (2006/05/22 14:25:09)

치우천황은 중국의 전설적인 왕 헌원 과 대립하다 결국 헌원에게 패배하는 것으로 나오지요(중국 
사서에). 
그런데 과연 진짜 그랬을까 궁금합니다. 의심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상병 박상일 (2006/05/22 14:25:45)

죄송합니다. 잘못된 정보 유포한 것에 대해 사죄드립니다..(민망)    
 
 
병장 박원홍 (2006/05/22 14:25:55)

얼마전 후임중 한명이 도깨비가 그냥 흔해 빠진 귀신중에 하나라고 알고 있던데. 이 얘기 들여주면 좋아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상병 황민우 (2006/05/22 14:27:13)

아.. 치우얘기 괜히 꺼냈다... 치우신앙은 도깨비신앙과 완전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 학교에서 중국신화수업을 할때 치우신앙과 중국-한반도신앙간의 관계에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치우가 '나쁜'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와, 그게 관한 사실들, 그리고 남만신앙에 나타나는 구리의 신과 단풍, 붉은 색과의 관계등에서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괜히 꺼냈군요. 치우얘기는 도깨비에 대해 이야기할때 전혀 꺼낼 필요가 없는 말인데..(털썩) 
하여튼, 붉은 악마의 귀면와는 치우 맞습니다. 
용준님// 저 버터플라이에 대한 설명은, 영한대사전에 나와있는 설명입니다.    
 
 
일병 변화수 (2006/05/22 14:28:59)

치우천황과 헌원과의 싸움 얘기도 해 주세요.    
 
 
상병 안대섭 (2006/05/22 14:31:26)

분위기 후끈 후끈!    
 
 
병장 류재경 (2006/05/22 14:33:09)

갑자기 '배추도사와 무도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하하;; 거기서 본 도깨비의 이미지가 가장 도깨비답고 한국적인거 같네요 
귀엽기도 하고....    
 
 
상병 이영준 (2006/05/22 14:43:06)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들었던 내용이 가물가물하게 떠오를듯 해요. 
현재 저희가 치우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가 
중국인들이 '치우'를 무서워 해서, 중국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을때, 
이에 관한 자료를 상당 부분 없앴다는 소리를 들은거 같기도 하구요. 
교과서에는 없던 부분이지만, 상당히 흥미롭게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려니까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네요. 

주입식 교육의 한계인듯 해요.    
 
 
상병 송희석 (2006/05/22 16:06:14)

재밌다. 전혀 관심없는 분야이지만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병장 주영준 (2006/05/22 16:12:38)

멋스런 민우님의 러시. 그분이 병장을 달면 어찌될지 두렵다. 
(그분이 병장을 달면 나도 대대 유일의 홀수기수 병장을 면하게 되는데)    
 
 
병장 조용준 (2006/05/22 16:30:36)

민우// 저는 버터이야기 꺼낸즉 없어요. 오니에 대한 이야기만 꺼냈지. 크윽.    
 
 
상병 권오규 (2006/05/22 16:54:36)

궁금하신 분들은 이우혁씨의 '치우천왕기'를 읽어보세요    
 
 
 병장 노지훈 (2006/05/23 08:19:47)

<책가지로>~ 
(뻘줌)    
 
 
병장 박민수 (2006/05/23 10:15:33)

<책가지로>~ 
(먼산)    
 
 
병장 김태경 (2006/05/23 10:39:21)

아, 재밌어요. <책가지로>하면 추천되는거 맞죠? 

보통 환상문학 즉 판타지를 좋아하게되면 서양 판타지에 빠지거나 중국 무협지에 전념하거나 일본문화에 빠지는게 보통인데, 민우님은 우리나라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뭐, 제 마음에 들어서 좋을건 하나도 없지만...    
 
 
소위 정도환 (2006/05/23 13:27:10)

관심있게 찾아보던 도깨비와 관련된 글을 이곳에서 보게 되는군요. 

몇달쯤 전 '한국 난타의 원형 : 두두리 도깨비의 세계' 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그 책에서는 도깨비의 원형이나 근간을 좀더 짧게 잡고, 전형적인 농경문화의 산물로 도깨비를 표현한 듯 합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깨비를 '도리깨'와 연관짓고 '도깨비 방망이'까지 연결시켜서 설명된 전형적 트릭스터(신화나 민화 속에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동?)의 이미지로 글이 전개되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납니다. 

오니에 대해서는 아는게 전혀 없어서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요괴...정도로 생각해야 하는겁니까? 일본설화속 오니는 장난기가 없나요? 방망이도 없고?? 

역시 아무래도 도깨비 하면 혹부리 영감이 항상 떠오르기에 방망이 없는 도깨비를 상상하기 힘들군요. (근데 왜 도깨비 방망이는 모닝스타처럼 뿔이 나있을까요?)    
 
 
상병 허익준 (2006/05/23 13:32:31)

도환 - 오니는 그러니까 지옥사자-라는 느낌일까나요.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머리에 외뿔(또는 쌍뿔)이 나고 험상궂게 생겼으며 팬티 한장만 걸치고 울긋불긋한 피부색에 징박은 야구빠따(...)를 들고 있는 녀석"이 바로 오니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도깨비로 잘못 알려진 녀석들이죠. 우리나라 도깨비는 뭔가 특징적인 생김새가 있다기 보다는 그것보다는 훨씬 인간에 가깝게 생겼고, 또 친근하달까. 아무튼 일본쪽의 오니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상병 권영욱 (2006/06/09 16:49:09)

아주 좋은 이야기거리네요!! 우리나라도 우리 문화를 좀더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듯. 
너무 묻혀져가고있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