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다는 거 
 
 
 
 
- to Kid A

1.내가 너희들에게 전화를 하지않는 이유

친하다는 말이 가지는 오묘함. 
섯불리 내뱉기 어렵지만, 일단 내뱉고나면 왠지 모를 이질감과 괜한 소릴했다는 마음, 그리고 


굳이 말할 필요가 있었냐는 안도.


친구라는 말처럼 친근하면서도 말로써 확인하면 그렇게 낯뜨거운 단어가 어디있을까. 연인은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지만, 어디 친구가 그러는가. 친하다는 것도, 친구란 것도 그닥 말로 할 필요따윈 없는거다. 


특히, 남자들 사이에선 말이다.






미안해 :|| 서로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별것아닌 이야기나 주고받아도, 

충분해 :||  말한마디 후에 괜한 찌리함에 말문이 막혀 정적이 흘러도, 

괜찮아 :||  말을 하고 안하고는 문제가 아니야. 다 아니까. 그러니까, 

고맙지도 않아 :||  그런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래서 고맙게도,





끊을게, 



…걸지도 않았어.










그래서 끊지도 않았어.




2.균형잡기

분명, 내가 원하는 원치않든 나란 사람이 내뿜는 거미줄은 필요이상으로 타인의 그것과 얼기설기 얽혀서 필요이상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아직도 부족하다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당장은 벅찬 느낌에 목을 채여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관계의 거미줄 사이를 맨발로 오가는 나의 감정들에게, 
들러붙지 않도록 세로줄만 타고가다가 내키는 곳에 

철썩! 

가로줄로 몸도 던지렴. 돌돌 말려서 남에게 먹히면, 나도 배가 부르단다. 



관계의 거미줄 사이를 관례처럼 오가는 나의 예의들아. 
들러붙지 않도록 세로줄만 타고가다가 행여나 낚여서 가로줄에 

철썩! 

던져지고 돌돌 말려서 남에게 먹히더라도, 괘념치마라. 먹히는 순간까지 네 위의 하늘을 바라봐라. 예의상.



단단해지길 원한다면, 단단하게. 끈적해지길 바란다면 끈적하게. 따뜻해지길 바란다면 따뜻하게. 
내가 어떤 실을 뿜느냐에 달렸으나, 언젠간 감정으로 거듭날 예의들에게.. 
당장 힘들고 괴로워도, 죽는 순간까지 외치라고 전해주고싶다. 

예의상!



낙오된 자들의 뉴런이여, K부족으로 쇠약해진 신경이여. 말단에 뿌리내린 체 연신 전자를 뿌려다오. 
조심스럽게 거니는 나를 다잡아주는 반고리관을 향해. 균형잡기가 많이 힘들단다.



이미, 내 쪽에서부터 삭아버린 줄은 빨리 썩어줘. 
밑에서,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호랑이가 잡고 오르다 붉은 수수밭으로 떨어지게.



3.未完

가장 아름다운건, 친하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하지도 않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끝도 없는, 
영원한 미완의 상태일꺼다. 


그러니까, 친하다면 친하다는 말은 하지 마. 괜한 말을 함으로써 오염되버릴라.

순수한 느낌만 상하고 의문만 생긴다는 걸 안다면.

실제론 더럽혀지지 않더라도, 던진 말에 파문이 일면 끝이다.

…시작하지 않았기에 끝이 없도록. 

  
 
 
 
상병 송희석 (2006/04/18 05:59:55)

상상도 못했던 미완이 나와서 깜짝 놀랬습니다.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군요. 좋은글 읽고 갑니다.    
 
 
상병 곽지훈 (2006/04/18 08:15:38)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병장 한상원 (2006/04/18 08:26:19)

문제는 이심전심 이전에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닐까요. 저는 그렇든데. 싸우기도 하고, 퍼질러 질펀하게 이야기를 밤새 하고 나면 찾아오는 텔레파시의 단계. 흐흐.    
 
 
병장 정광훈 (2006/04/21 14:16:16)

살가운게 좋죠. 
친하다는 말보다는 
너와 나는 참 살가운 사이야. 

아 얼마나 듣기좋은가 (러브)    
 
 
상병 조주현 (2006/04/21 14:38:47)

광훈 // 살갑다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베시시, 오늘 날씨도 좋은데 따뜻하네요. 
어젠가 캐나다에서 편지가 왔는데, 밖에서는 터놓고 말을 그닥 해본적이 없었던 누나한테서요.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그 누난 고등학교때 중국으로 어학연수갔다와서 1살 많았던 누나였죠. 친구같으면서도 언제나 누나라고 불렀던.) 
이 누나랑은 입대후 편지를 통해서 친해졌죠. 

아, 그냥 떠올라서요.(흠..)    
 
 
상병 정멸 (2006/05/04 11:08:08)

저는 주현님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친구간에도 서로의 애정과 믿음을 표현하고 
표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성격 차이가 문제이겠지만, 표현하고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꿍하게 아무 말, 아무 표현도 하지 않는다면 저같이 미련한 사람은 
도무지 알 길이 없거든요. 

표현하는 가운데 애정도 더 싹트는게 아닐까요?    
 
 
상병 최숭규 (2006/05/05 06:22:56)

표현 방식의 차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