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론] 다시 책 읽는 책마을을 위해 
 
 
 
 

  제 글에 달린 리플들이니 저로서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되었군요. 먼저, 재명 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몇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발견했다기보다는 재명 님과 다른 필진들의 논의를 통해서 확실하게 드러났다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아무튼 몇 가지 부분을 좀 확실히 짚어보겠습니다.

  재명 님이나 다른 회원분들이 느끼는 일종의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겠습니다. 거부감을 표시하신 분들은 실제로 여러 명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재명 님은 물론이거니와 필진들의 글에 대해 불만(혹은 의문)을 표시한 분들 중에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신 분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 하면, 본문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절대로] "지식의 우월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표기나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고, "대단한 지식으로 가장한 체 표현되고자 함"을 의도하지도 않았고, "일시의 과시의 의미"로 글을 쓴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필진'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역할 - 제가 생각하는 바를 다른 회원들에게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 - 에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지식의 가장'이나 '과시'도 없습니다. 먼저 그럴 능력도 없을 뿐더러, 뭣보다 저는 스스로 읽어보고 이해할 수 없는 글 같은 건 절대로 책가지 게시판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난해한 글을 쓸 능력이 없다는 것에는 일백퍼센트의 자신감이 있으며, 제 기준에서 '난해하지 않은' 글을 썼다는 것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렇듯 제 글에 대해 떳떳하기 때문에, 재명 님을 비롯해 많은 다른 회원분들의 불만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쓴이와 글, 또는 문장에 대한 '정확한 언급'을 요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불만을, 또는 잘못을, 어떻게 고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만일 정확하게 "너의 글은 어떤 부분이 '지식을 과시'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한다면, 저는 그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사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지적이 타당하다면, 기꺼이 고개 숙여 사죄할 의향도 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만일 어떤 분이 "너의 글은 이러이러한 점에 있어서 '지식을 과시하는 느낌(어디까지나 느낌)을 주고 있어!"라는 주장을 하신다해도, 저는 그것이 '느낌'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주장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그 '느낌'이 타당하다면 반성할 것입니다. 글쓴이로서는 이런 지적과 비판은 '매도'하거나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책마을을 떠도는 말싸움 속에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그냥 '반감'만 있을 뿐입니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글쓴이가 아무리 '난해함'이나 '과시'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거부감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이번 말싸움이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재명 님의 말대로, 그걸 표현하는 것도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말싸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그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우리나라 헌법에 보장된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개인이 제제를 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이 승원 님의 글처럼 인격을 들먹이는 범위에 이른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론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또 없다면 이상한 것입니다. 필진의 '글들'이 정말로 그런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글쓴이의 생각에 그런 문제가 없는데 타당한 이유나 아무 설득도 없이 그런 '반감'만을 전해받는다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론하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저는 제 글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책임'입니다. 자꾸 글에서 말한 걸 되풀이하는 느낌이지만, 타당한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또 고개 숙여 반성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게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책임'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나타나는 '반감'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유를 알아야 반성을 하지요. 재명 님은 리플에서 "한자어의 사용 영어의 사용"을 말씀하셨는데, 제 글을 전부 다시 읽어보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재명 님이 그 부분을 찾아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제 글에는 분명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비판에 대한 것이지, 근거없는 반감에 대해서까지는 아닙니다. 그건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런 반감의 원인조차 '납득하지 못한 채로' 또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반성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없는데 '네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글(그런 글이 뭔지도 모르는데!) 따위는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수야 없는 노릇이지요.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비판'에 대한 책임도 묻는 것입니다. 제가 제 글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판'이든 '비아냥'이든 그렇게 하시는 분들은 스스로의 '비판', '비아냥'에 대해 책임을 지십시오. 왜 그런 말을 하게 됐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니까 '필진들 니들은 그래서 틀렸어!'라고 말해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열심히 찾아보고 생각하고 고치고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비판'에도 '비아냥'에도 그런 '책임'을 진 글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리플 하나'든, '게시물 열 개'든 똑같습니다. 자꾸 이런 '책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비아냥'의 권리만을 주장하기에 문제가 뱅글뱅글 제자리를 도는 것이 아닐까요. 애초에 "이건 좀 아닌데"라고 생각하셨다면, '아닌' 부분에 대해서 올바르게 지적해 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입니다. '나는 어차피 방관자이지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하는 글은, 결국 '책임회피'를 가슴에 품고 태어난 것과 똑같습니다. 어떤 분은 제 말을 "애초에 방관자였다면 방관자로 남을 것이지 왜 글을 쓰냐"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결국 '책임'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뭔가 '아니라고' 생각되셨다면 그 '아닌' 부분에 대해 확실히 글을 써주십시오. 만일 '자유롭게' 반감을 표현했다면, 거기에 대한 문제제기에 '책임'을 지십시오. 그 '책임'이 중요인/비중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그냥 반감을 표현했을 뿐인데"라고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그건 결국 필진들이 "나는 그냥 내 멋대로 잘난 척하려고 글 쓴 것 뿐인데"라고 말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상대방에게 책임을 제시하려면 자기 자신의 글 - 그게 리플이든 한 토막 단어든 간에 - 부터 책임을 져야 하는 법입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원리가 그렇습니다. 안 그러면 계속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 뿐입니다.

  재명 님이 말씀하신 "연대와 수성", 그리고 다른 분들이 느끼신 "소외감"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진들은 필진들 글에 대해 편들지 않느냐는 주장, 니들끼리 서로 방어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 그런 것들이겠지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 뿐입니다. 필진들 글에 대해 '필진 아닌' 다른 분들도 많이 옹호해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그 글들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많은 분들의 반감이나 비아냥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연대"나 "수성" 같은 게 아니라, 가치관에 따른 옹호입니다. 만일 제가 당한 것과 같은 (승원 님의 글 같은) 부당한 비난을 재명 님께서 받으신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재명 님의 편을 들 겁니다. 그리고 아마 다른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만일 필진의 글일지라도 정당하게 책임져야 할(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가차없이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이건 필진/비필진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 어떤 글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내 편' 챙기는 게 아니라, 부당하면 맞서고, 타당하면 수긍하는 것일 뿐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촌장을 비롯한 운영진들과 여러 회원들이 생산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그런 마당에 불필요한 말싸움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방해하는 꼴만 됩니다. 제 글이 필진들의 글에 대해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 전부를 납득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필진들 - 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면 허원영이라는 필진 - 의 입장을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필진이기 이전에 책마을의 회원의 한 사람이며, 재명 님이든 다른 어떤 분이든 간에 '책마을 회원으로서' 제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서로 일정한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말싸움이 곧바로 그 '접점'이 되리라는 꿈은 꾸지 않지만, 그 '접점'을 찾고 책마을이 더 나은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과정'은 충분히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안 그렇고서야, 이 많은 글들은 도대체 뭣 때문에 썼겠습니까. 의미는 만들어야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 '의미가 있게 될' 말싸움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재명 님, 상욱 님, 희석 님, 주선 님, 준응 님, 본준 님, 보운 님, 대식 님, 진욱 님, 동민 님, 동석 님, 희용 님, 해성 님, 종민 님, 지훈 님, 형선 님, 수용 님, 그외 다른 회원분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욱 님이 말씀하신대로, [논쟁으로 인해 '책을 안 읽는' 책마을]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다시 책 읽고 토론하는 책마을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저는 다시 필진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병 박종민 (2006/03/28 00:25:44)

각자의 위치로-(웃음) 

저 역시, 
주류/비주류라는 조금은 민망한 편가르기라기 보다. 
긴 유랑끝에 유례없는 성황으로 정착에 성공한 책마을이, 
하나의 '정체성'이나 '색깔' 같은 것을 점점 형성해 나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달까요. 
그에 따른 진통은 불가피한 것일거구요. 
여러모로 유의미한 논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병장 양인수 (2006/03/28 14:24:29)

한자나 어려운 말이 있다고해서 수정할 필요는 없을듯. 
전체의 독자를 기준으로 쓸수는 없는겁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겪어야할 산고쯤으로 해두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누누히 얘기했지만 관심없는 글을 그냥 주르륵 내려버립니다. 
혹자는 자신의 글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어떤 글을 내리는지는 전혀 언급한적 없습니다. 
관심없으면 제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책을 왜 읽습니까? 똑똑해지려고? 배우고 싶어서? 유머러스 해지기 위해? 
저는 지금 이 말이 생각납니다. 
슬램덩크 표절이기는 하지만 "자네 책 읽기는 좋아하나?    
 
 
 병장 박준응 (2006/03/28 15:13:26)

인수 / 
"자네 책 읽기는 좋아하나? 

원츄!!    
 
 
병장 이상준 (2006/03/28 16:52:50)

저 역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끔 잊은 채, '자유'라는 가치만을 절대적으로 옹호하곤 하는데, 역시 원영 님의 글은 그 맹점을 잘 짚어주는군요. 아, 이 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