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개조를 해 봅시다. 
 
 
 
 
0.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 내용은 꽤나 복잡한 내용이고, 이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 역시 매우 힘들어 하는 분야입니다. 나름대로 이해하는 부분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쓰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용이 틀릴수도 있고, 제 실제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길로 샐 수도 있음을 미리 언급해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 칼럼에 떡하니 달아놓은 주현님의 답글.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하실까봐서요.(잇힝)

1. 원핵 생물을 개조해보자.

일단, 원핵생물의 개조가 이루어진 시점은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최초의 이론 정립은 1960년대 후반, DNA의 구조와 역할이 밝혀지면서 이미 정립되어졌고, 1970년대 실험실 단위에서의 성공이 이루어진 다음, 1980년대에는 유럽쪽에서 대단위의 성공, 그러니까 '이학적'인 성공이 아닌, '공학적'인 성공에 이르게 됩니다. 게놈프로젝트가 지금에서야 본론에 들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성과는 사실 20년 정도 빠르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모든 유전정보는 코돈이라는 단위, 그러니까 세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이루어지는데, 진짜 재미있는 점은 일부 남조류와 혐기성 단세포 생물을 제외하고선 이 코돈이 의미하는 바가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람에게 있어서 Alp-C541이라고 명명된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면, 이 유전자는 특정 코돈을 가지고 있고, 이 코돈을 그대로 이식해서 다른 생물에게 이식을 한다면, Alp-C541이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그대로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Alp-C541이라는 유전자는 없습니다. 괜한 오해 마시길.(웃음))

그리고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드리자면, 유전자의 절반 이상은, 실질적으로 그 역할이 거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생명체가 살아있는동안, 그 유전자의 코돈은 거의 발현되지 않는데, 사실 그 때문에 그 유전자의 역할은 거의 없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또한, 유전자의 발현위치와 종료위치를 생각할때, 발현되지 않을 확률은 상당합니다). 그 부분은 망가져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것이죠.

이 두가지 점을 악용한(?)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은 원핵생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른바 요상한 역할을 하는, 플라스미드라는 존재때문이죠. 이 플라스미드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세포안에 있으면 기능이 발현되지만, 염색질처럼 세포 바깥으로 뛰쳐나간다고 세포가 죽어버리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그런 존재죠.

사람이 쓰고 싶은 유전자를 적당히 자릅니다. 그리고 플라스미드에 끼워놓고, 적절한 가공을 하면, 플라스미드는 마치 새것인양 바뀌게 되버립니다. 이 플라스미드를 원핵생물, 예컨데 대장균과 같이 섞어놓기만 해도, 이들 대장균은 플라스미드를 받아들여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이 원하는 바를 수행(?)하게 되는겁니다. 이는 기존의 유전자 위치를 어디에 배열할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므로, 매우 쉬운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2. 하드코어한 방법 : 진핵생물

진핵생물은, 핵을 직접 건드리는 방법으로만 유전자 재조합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흔히들 이 데이터 수집 작업을 '게놈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이 데이터는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하고,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정리입니다. 아무래도 개론서적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는것이죠.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게놈프로젝트의 힘을 많이 빌리지 않습니다. '어디에 위치하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것은 '어떤 효과를 발휘하느냐'하는것입니다. 바로 몇년전에 실용화된, '변형 바이러스'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바이러스의 기본 매카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자신의 유전물질을 만들어서, 세포의 생명유지활동에 끼어들기를 해서, 자신을 만드는 과정으로 자기증식을 취합니다. 여기에는 바이러스의 DNA에 결함이 있다 한들, 이 과정은 바뀌지 않습니다. 대신, 태어나는 리틀 바이러스(...)들이 좀 이상이 생길수는 있겠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바이러스에서, 바이러스의 DNA는 빼버리고, 원하는 DNA를 넣는것 만으로도, 원하는 방법의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특정 기능을 가진 생물, 예를 들자면, 자체적으로 살충성분을 분비하는 옥수수를 만든다고 한다면, 모기향의 원료로 사용되는 국화의 특정 유전자를 빼서, 바이러스의 DNA를 바꿔치기 한 다음, 옥수수 세포와 섞기만 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뭐, 더더욱 정밀한 방법으로는 유전자를 직접 효소로 '칼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아직 이 방법은 우리 인간이 게놈프로젝트를 완벽히 완성시키지 못한 상황 - 기능이 존재한다 한들, 어느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혀진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  에서, 이러한 직접적인 방법을 수행하는데는 상당한 무리가 있겠죠.

3. 문제.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유전정보를 고침에 따라, 무슨 물건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일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수십건의 '유전자'사고 사례가 존재하는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서 발생되는데, 원하지 않는 유전자의 기능이, 전혀 다른 개체에 이식이 되는 사례가 이미 '가능함'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는 번식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더더욱 골치가 아프답니다.)

더불어서, 이렇게 개량된 생명체는 실제 야생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또한, 종교적으로도 많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상업화'하여, 특정 집단만이 이득을 본다는 부정적인 입장 또한 다수입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로드맵인 게놈프로젝트가, 결국에는 그 위치만 기록하고, 기능은 전혀 알 수 없는 '실질적으로는 반쪽에도 못미치는'점임을 감안하면, 지금 이 기술을 접목하는건 상당히 무모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과연, 이 유전자 공학 분야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관심가지고 필히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p.s 제 전공은 유전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틀리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사실 식물생리학/생화학쪽에 관심있는 사람은 이런 기술의 본질 자체에 깊이 알지를 못해요. 단지 수박겉기일뿐. (울음)

p.s 2 더불어서 글 써놓은건 일주일 전, 올리는건 지금.(웃음) 

  
 
 
 
상병 송희석 (2006/03/26 15:29:50)

헉! 혹시 용준님도 식물생리학 공부하셨나요? 저도 그거 비스무리한 작물생리학 공부했는데(웃음) 
아무튼 잘 읽고갑니다.    
 
 
병장 한상원 (2006/03/26 21:57:28)

우와, 재밌습니다.    
 
 
상병 조주현 (2006/03/27 03:21:22)

음, 어려운 부분이라 재대로 못봤는데, 다시보니까 매우 놀라운 구절이 있군요?! 
저의 리플때문이었다니 ! 
마침 글을 읽다가 생각났는데요. 세포는 각 세포마다 특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피부세포, 뼈세포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저로서는 전혀 모르겠지만, 분명 다 다르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러머글 고등학교 생물과정!! 아는 세포모양이라고는 양파밖에 없으니!!) 
그런데 이 세포들을 '굶김'으로서 모든 세포의 최초단계로 되돌릴수 있다고 하던데. 
이름역시 기억이 잘 안나지만, 거기서 '원형 줄기세포'라는 개념을 썼던거 같던데, 아니면 말구요. 
굶긴다는게 단순히 영양을 끊어버리는 건가? 하는 위험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기사를 '과학동아'였나 어디선가 봤었는데, 선생님. 한번 보여주세요.(문화살롱투로)    
 
 
상병 조용준 (2006/03/27 11:53:26)

희석님 // 우후후. 식물학 전공입니다. 일단 생리학, 생태학 다 배우기는 했는데, 생리학점수가 좀 더 좋아서 아마 복학한뒤에는 생리학교수가 끌고갈거 같다는 불길한 추측이(...) 
상원님 // 감사합니다. 사실 글을 그다지 잘 쓰는 편이 아니라서요.(한숨) 
주현님 // 우후후. 리플은 제게 힘이 근원이자, 센스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내용이 복잡하므로 나중에 쓸게요. 점점 전공과 거리가 멀어지니, 쓰기도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쿨럭. 
(...저게 무슨 과목인지 기억이 안나는 이 난감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죠.)    
 
 
상병 송희석 (2006/03/27 11:54:26)

용준님/ 식물학이요? 이런 저 예전 전공이 식물생산전공인데요! 어허! 반갑군요! 4년동안 배웠지만 머리속에 하나도 안남아있는데, 용준님은 다 기억하나봐요!    
 
 
상병 조용준 (2006/03/27 12:55:32)

희석님 // 하하, 생물공학쪽이시군요.(...이과가 아니라 공과라는 점에서 벽을 느끼는중(땀)) 
저도 기억이 잘 안나요. 단지 머리속에 있는 내용을 극도로 쥐어 짜고 있을뿐이죠. 
원래대로라면 재조합에 사용되는 효소의 종류와, 특징정도까지는 기억하고 있어야하는데(...그래야 석사과정 들어갈때 탈이 적답니다), 거의 2년 가까이 공부를 안했더니, 남아있는게 저정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용준이라는 사람이 대학교때 얼마나 공부를 안했는지 여기서 우리는 짐작할수가 있는것이죠.(...) 

XX : 훗. 난 너의 과거를 다 알고 있다. 
용준 : ...도데체 넌 누구냐? 
(웃음)    
 
 
상병 김상엽 (2006/03/28 21:04:32)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표현형에 관여하고 
하나의 표현형이 여러 유전자로부터 발현된다는 것이 
현재 문제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