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Introdance Moolself (상병 김강록/050810) 
 
 
 
 
얼개는 필진분들의 간략한 자기소개와 앞으로의 칼럼 방향에 대해 명시해놓는 일종의 청사진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배너에서 필진분들 이름을 누르시면 얼개를 볼 수 있습니다. 강록씨의 활동을 기대해보죠.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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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Me Introdance Moolself.


序 

"와하핫! 본인은 앞으로 이러이러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그 한 마디가 앞날이 창창한 나의 사유를 한정시키는 족쇄가 된다면(물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족쇄까지도 사랑할 수 있지만), 나는 차라리 침묵을 택하리라. 그보단, 지금껏 살아온 지난날을 말함으로써 나의 관심사와, 존재 양식과, 방향성을 절로 드러낼 수 있다면! 좋아, 그렇게 하자. 


세상과의 조우, 그 투쟁의 시작 

1982년 10월 10일, 부모 양친이 모두 대한민국 국적자로 등재된─이른바 '모태국적'이라 하는─2.7kg의 아기가 다들 그러하듯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났다.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덜렁 태어나버린 뜬금없는 세상, 그 고생길이 훤한 삶에 대한 예지가 아기의 세상을 향한 첫 메세지로 울음을 선택케 했다. '내가 지금 이 상황에 당신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표정은 바로 이거다!' 생명의 탄생이란 늘 당사자를 아젠다의 설정권에서 철저히 배제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당신은 당신 앞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널 자유가 있소." 아아, 우리 손에 쥐어진 한줌의 '자유'란 어쩜 이다지도 달콤한지! 태어난다는 것은 곧 노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그의 삶의 양식이 된 투쟁은 필연이었다. 


생에의 열망과 혐오, 그 이중주에 춤을 추다 

아아, 따지고 보면 이거야말로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가? 대한민국 땅에서 10대를 산다는 건 말이다. 우리를 한 입에 삼켜버린 대한민국의 그로테스크한 교육 제도. 잡아먹히지 않고자 했던 건 그래도 내게 지켜야 할 생명이 있어서였을까? 저주하고자 했던─그럼으로써 나의 고상함을 지키려 했던─내 앞에 놓인 외나무다리를 사실 나는 사랑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치 이은주가 에릭을 사랑했듯이? 그리하여, 생에의 열망와 생에의 혐오, 서로 다른 두 개의 의지가 드디어 그 유명한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다. 

'내 안의 전면전'─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겐 잠시 미루어두어야 할 미래의 이름이었다. 전형적인 경상도의 가부장적 가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6년 중 체육담임 치하에서 4년(!)을 보내야만 했던 그에게 있어 내면의 투쟁이란 팔자 편한 사치에 불과했다. 세계는 그의 적이었고, 그 하나의 적을 향해 내면의 갈등은 화해의 악수를 나누었다. 생에의 열망과 혐오, 이제 그 두 개의 의지는 하나의 선율이 되어 그를 연주한다. 그는 이제 '놀이'를 시작한다. 세계를 향한 증오와 비웃음이 뒤섞인, 오만하고 치열하며 유쾌하면서도 집요한, 복수심에 차갑게 불타는 '놀이'를 시작한다. 


'김프로', 무대의 막이 오르다 

1998년 어느날, 친구 따라 우연히 문을 열고 들어섰던 당구장은 그의 운명에 찾아온 하나의 혁명이었다. '김프로'─스스로 선택한 그의 이름.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드디어 스스로 존재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보리수나무가지를 꺾어 큐대로 삼았던 고다마 싯다르타가 그러했듯, 그 역시 팽팽 도는 당구공에서 소립자와 대우주의 프렉탈을 깨닫고 해탈의 길로 나아갔다.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올랐다! 큐대와 쵸크를 양 손에 쥔 그의 앞길엔 거칠 것이 없었다. 바야흐로 '大영일고등당구스쿨 공채 24기 목동의 김프로'의 그 '숭고했던' 시절. 

아아, 그러나 어찌하랴. 그 화려한 무대의 이면엔 얄팍한 캐릭터 설정의 술수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을. '김프로'의 탄생─그것은 명석판명한 코기토의 연극과 그 극중인물의 가면을 쓴 배우가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겉으로 드러난 '김프로'의 긍지와, 그 가면 뒤에 숨은 '이름없는 이'의 비겁에 대한 자기가학. 그리하여 생에의 열망과 혐오, 그 아슬아슬한 이중주는 더욱 더 격정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지 않을란다 

"인생은 주관식이다."라는 말은 틀렸다. 삶이라는 이름의 외나무다리 앞에서 우리에게 '선택'이라는 게 가능할까? 세상은 닫혀있고, 우리를 옥죄고 있다. 마치 사방이 쿠션으로 가로막힌 당구장의 다이처럼. 하지만, 그 꽉 막힌 사각의 공간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었는지! 그 변화무쌍함과 결정불가능함의 평면 위에서 우리의 유희는 그 얼마나 격정적이었던지! 당구, 그것은 꽉 막힌 세상에 대한 초월이다. 세상을 향한 비웃음이다. "그래, 날 그렇게 계속 가두고 옥죄어 봐! 그럴수록 난 더더욱 즐거울 뿐이야!" 시지프스는 죽어라 바윗돌을 굴리며 속으론 딴생각─야한?─을 했을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심장을 쪼아먹는 독수리와 한가롭게 노가리를 깠을 것이다. 큐대와 쵸크를 양손에 쥔 김프로, 김프로메테우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의 머리 꼭대기에 서다 

그리움, 닿을 수 없는 / 너머의 s. 바벨탑 이후 인간의 언어란 바로 '의미'에의 그리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머릿속엔 오로지 비극만이 존재한다. 인간이 가진 언어로 이제 더 이상 희극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기 인류가 잃어버린 희극이 있다. 大영일고등당구스쿨 공채 24기 졸업생 목동의 김프로가 여러분께 선사하는 희극이 있다. '의미의 미끄러짐', 다시 말해 '언어의 감옥'. 그 신의 형벌 앞에 오히려 미소를 짓는 그가 있다. '의미의 미끄럼틀' 위에서 아이처럼 천진난만한─그리고 오만한─표정으로 '놀이'를 즐기고 있는 그가 있다. 마치 당구다이 위를 미끄러지는 당구공처럼. 

마치 지푸라기에 매달린 듯 '의미'에의 도달을 위해 안간힘인 그 처절하고 애처로운 언어에의 열망. 김프로의 언어에는 그 비극적인 의지가 없다. 이 세상 머리 꼭대기에 선 이에게 오로지 관심사는 한가롭고 질펀한 한갓 유희일 뿐이다. 그러니 앞으로 그에게 잡다한 말장난 외엔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라. 그가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오직 스스로를 향한 긍지와 세상을 향한 비웃음이 뒤섞인 한 줌의 말장난이다. 



2005. 4. 29. 金. 

大영일고등당구스쿨 공채 24기 목동의 김프로 





상병 이재영 (2005-08-10 13:51:49)  
핫!!!!!!목동 김프로시군요!!!!!!
혹시..이승진이라고 아시는지...(웃음)  

상병 김강록 (2005-08-10 14:07:26)  
오오! 혹시 이승진이라면 大영일고등당구스쿨 공채 25기 이대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언젠가 그녀석이 100을 놓고 제가 120을 놓던 아련한 시절에,
바로 그녀석 앞에서 11연타 콤보─다시 말해, 이대협의 지수보다 정확히 한 점이 더 많은─를 적중시키며
공채 24기의 무서움을 후배들에게 떨쳐보인 일이 있었더랬지요.
그 이후로, 이대협을 볼 때마다 한동안 "니 다마는 내 한 큐다!"라며 놀리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핫!)
헌데 우리 이대협과는 어떤 관계이신지?  

상병 이재영 (2005-08-10 16:05:54)  
쪽지확인해주세요(웃음)  

상병 김동환 (2005-08-12 09:21:46)  
흠.. 이런 방법이..  

일병 이영준 (2005-10-26 08:55:57)  
목동이라.. 저도 목동 사는데(웃음)...
괜히 군대와서 목동 사는분 보면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