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사는 즐거움은 있다 
 병장 임정우 03-09 15:26 | HIT : 145 



 어제 김훈의 <현의 노래>를 100쪽정도 읽다 뒤쪽으로 넘겨서 신수정씨와 김훈씨의 인터뷰 비슷한 걸 약간 읽어 보았습니다. 초반 내용이 김훈씨가 일본에서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 부분을 약간 인용할게요.

" 거긴 다만 글을 쓰기 위해 간 것뿐예요. 어쨌든 나는 교토가 참 좋았어요.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산 속에 혼자 있었으니까. 사실, 혼자 있다는 것에 인간의 존엄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것은 나에게는 굉장히 고귀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 여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려고 해요. 이것을 두고 욕을 해도 좋은데,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것이 은둔이나 폐쇄가 아니라 매우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의 태도라는 거죠. 가장 건강하고 가장 건전하고 가장 생산적인 삶의 방식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데서 나와요. 인간이 모여서 하는 일이란 대개 경우 쓸데없는 것이 많은 거죠.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문제를 일으키잖아요."

 이 부분을 읽다보니 최근에 발간된 법정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맞나?) 이란 책이 떠오르더군요. 책 내용은 읽어보지도 않고서 제목만 보고 괜시리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왜 불쾌해 하냐구요? 그건 당연히 제가 홀로는 도저히 살지 못하는 인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고귀하다고 느낄 필요가 있는데 위 김현씨 말이나 법정스님 말대로라면 제가 왠지 저급해져 버리는 것같아서 말이죠. 뭐, 김현씨가 욕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으니 부담없이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을' 이라 말한 부분에만 딴지를 걸겁니다. 김현씨는 좋아요. 현의 노래 정말 감탄하고 두근거리며 읽고 있습니다.

 제가 고3때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읽었는데 그중 아직도 기억나는 부분을 말하고 싶어요.
` 우리는 모두와 함께 살고 있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웃옷만 해도 수많은 인연이 있다. 자연이 실의 원료를 주고 누군가는 그 원료로 실을 만들테고 어떤이는 단추를 만들고 어떤이는 재단을 할것이며 어떤이는 색을 입힐것이고 어떤이는... 이런식으로 옷 한벌의 수많은 인연이 관여한다. 그러니 이 웃옷 한벌에도 감사하고 행복할수가 있는것이다'

 상당히 압축했지만 그 본의미는 크게 차이 없을 겁니다. 당시 저는 막역한 미래의 불안감과 허술한 인연의 구멍 숭숭 뚤린 공복감으로 매일밤을 가위에 눌리며 지냈습니다.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 -수능공부따위의- 는 신발 깔창 아래에 포개 뭉갠 채 하루를 살아가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읽은 달라이 라마의 말들은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란 사람이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모두가 함께 하고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한번 이런 질문을 해보죠 "우리가 홀로 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라고. 우나모노라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우리가 홀로 살기 위해선 남이 있어야 한다." 
 제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노자의 일화중에도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지금 땅에 서있는 우리는 우리가 당장 밟고 있는 발바닥 넓이의 땅만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정말 중요한것은 다음 걸음에 필요한, 그 이외의 땅들이다"  아마 제자와의 대화중에 했던 말일겁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라는 말을 건방진 말투로 자주 하곤 합니다. 저도 사람들의 관계의 허망함을 느끼고 한달이상 가족 외 모든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집에서만 지낸 경험도 있습니다. 또한 정말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한데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아 절망감을 느낀적도 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할 거라 생각됩니다만.
 이처럼 마치 하나인것처럼 가깝던 사람들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여 허망함이 구름처럼 태양을 가리우고. 수많은 개성의 사람들에 각각의 욕구는 서로 엉키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더욱 검게 부각시킵니다. 때문에 어떤 고상한 사람이 나타나서 '역시 혼자사는 것이 좋구나' 라고 떠들어도 저처럼 평범하다 못해 허접한 사람은 입한번 벙끗해선 안되는게 당연하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처럼 어처구니 없이 떠드는 것은 김현씨가 욕을 해도 상관없다고 해서 그런게 99% 이고 나머지 1%는 제 신념때문입니다. 지금것 잘난척하며 떠들어댔지만 저도 아직 헷갈립니다. 하여간 저는 세상에 홀로 사는 즐거움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고귀하거나 존중되어야 한다는건 인정할수 없습니다.
 홀로의 삶의 존귀성을 주장하려는 사람은 그 생각을 오직 자신의 삶속 가두 놓음으로만 그 존귀성을 증명 할수 있을 겁니다. 만약 실제로 홀로사는 것이 최고 가치라 하더라도 그것이 겉으로 표현된다면 자연스럽게  남을 염두하는 것이 되기때문에 결국 홀로의 삶이라고 할수가 없는거니깐요. 만약 김현씨가 제대로 혼자 살았다면 그의 그런 말을 제가 읽었을리도 없을테고 제가 이런 엉터리 글을 썼을리도 없는 거니깐요. 뭐, 홀로사는것도 단계가 있어서 구별한다면야 제가 지금 까지 했던 말들은 다 무의로 돌아가겠습니다만.

< 변명> 
: 위에 인용한 어구들은 제 기억의 한계에 정도만큼 변색되었음을 밝힙니다. 
:: 개인적으로 김훈씨와 법정스님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밝힙니다.  


 병장 배진호 
 동감.................... 동감.... 03-09   

 상병 진규언 
 개인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홀로 하는 여행이 그토록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행은 혼자가야합니다..(불끈) 너무도 사람들 속에 치여 살고 있다보니(현실상 사람과 동떨어져 살기가 불가능하잖아요..) 오롯하게 혼자만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03-09   

 병장 이상호 
 여담이지만.. 김훈씨가 아닐는지요(땀) 중간중간 혼동하시는 모습이 보여서 그만; 03-09   

 병장 임정우 
 으하하 그러네요. 지금 상호님의 댓글로 제 주장이 증명되는 군요. 03-09   

 병장 홍연택 
 넥스트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 곁에 있던 사람들은 언제나 힘들때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혼자란 걸 느끼지 
 하지만 그게 세상이야 그 누구도 원망하지마' 03-09   

 병장 이승일 
 갑자기 먹이사슬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동물일 수록 떼를 지어 행동하고, 상층부의 동물일 수록 소규모 그룹으로 생활하거나 홀로 생활한다는 사실이 생각나는군요. 우리가 홀로 살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나 그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