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
일병 정영목 05-30 13:33 | HIT : 168
== 들어가기 ==
하워드 진의 '오만한 제국'을 보다가 현실주의에 대한 적절한 문구가 있어서 그 부분을 스크랩하고 제 생각을 가미한 짧은 글입니다. 주위에 현실주의를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아서, 한 마디 논평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글은 '독서후기'도 아니고 '내글내생각'도 아니네요. 같기도인가.. (흐음)
== 현실주의자? ==
우리는 정치 토론장이나 언론, 가정 등 곳곳에서 "현실적이 되어라. 현실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라는 호소를 듣습니다. 전 세계를 파괴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핵무기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현실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부모, 대체로 아버지들이 얼마나 자주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더 좋은 세상이라는 이상주의적 꿈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지. 하지만 너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어. 그렇다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니?"
현실에 근거해 행동해야 한다는 관념을 적당히 수용하고 나면, 현실에 대한 다른 사람의 견해를 별 다른 고민 없이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현실입니까? 누가 현실을 올바르게 설명해 줄 수 있다는 건가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고 객관적이며 전문적이라는 사람들의 말이 정말로 현실을 대표하고 있나요? 게다가 그들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이 같다는 증거라도 있는 건가요?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데 무엇을 지킨다는 것입니까?
현실 세계는 무한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어떻게 그 복잡한 현실을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그것도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현실에 대한 어떤 설명도 부분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어떤 부분을 택해 설명할 것인지부터가 개인과 집단의 이해 관계에 따라 선별되는 것입니다. 즉, 현실주의는 이론 그 자체로서는 받아들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나 그 이면에는 현실로 가장된 논리에 기만당하기 쉽다는 약점이 있습니다.{ARGEMPKO} 현실주의를 주장하려면 자기만의 치열한 사유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부자와 거지의 이해 관계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자는 말할 겁니다. "부지런瞞?잘 사는 것이 현실. 게으르니 가난한 것이지." 일견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전체 문장은 이렇습니다. "부지런해야 잘 사는 것이 현실. 게으르니 가난한 것이지. 그런데 말야. 게을러도 잘 사는 것이 현실. 부지런해도 가난할 수 있어." 부자는 뒷 문장은 짤라 먹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부자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지도 앞 문장은 짤라 먹으니까요. 진실로, 거지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자의 논리가 현실인양 기만당하지 않아야 하고, 반대로 자신의 논리가 현실인양 자위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생각의 틀을 다양하게 찾아보세요. 도그마에서 빠져 나오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자와 거지의 문제는 부지런하냐 게으르냐의 한정된 논리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책을 많이 읽는가 아닌가, 밑천이 있는가 없는가, 운이 따라주는가 아닌가, 심지어 고양이를 키우는가 강아지를 키우는가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 때, 결론을 내는 것도 좋지만 생각하는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이 글에서 말하는 바가 정말로 진실인지 아닌지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면, 잘 하셨습니다. 훌륭합니다. 당신은 이제 현실주의자가 되셨습니다.
== 다시 듣기 ==
대체 무엇이 현실입니까?
== 참고 문헌 ==
* ARGEMPKO -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오만한 제국. 당대. 1. 2001.
상병 구본성
끄덕거리기만 했습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의 길은 멀기만 하군요. 05-30
상병 김현진
현실은 아마, " '현실이 아닌 것' 이 아닌 것" 일 겁니다. 그렇게 인식했을 거예요. 05-31
병장 김청하
맥심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현실은 알콜이 부족해서 생겨나는 일종의 환상 같은 겁니다. 네. 05-31
병장 이승일
태풍의 세기를 정말로 아는 사람은 바람을 피해 엎드린 사람이 아니라 바람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입니다. 현실을 정말로 아는 사람은 현실에 순응한 사람이 아니라 그것과 싸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체로 현실에 순응한 사람들이 현실에 관해 가장 자주 말하곤 하지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대체 알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현실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