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상병 박수영 04-10 09:34 | HIT : 441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Phoenix
# 원서로 읽었기에 용어가 번역본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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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페이지나 되는 엄청난 분량은 원주민이 차근차근 읽어주는 테이프와 함께 정독했음에도 20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처음의 목표는 하루에 테이프 한 개씩. 17일에 걸쳐 완독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실 그다지 인내력이 없는 나로서는 이 목표조차 지켜 낼 수 있을지 여부가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고 어학기를 Play 시키자 나는 놀라울 정도로 책에 빠져들었다. 1권부터 4권까지의 이야기는 완역판을 통해 읽었고, 5권 불사조기사단에서 처음 원서로 시도했는데 그 몰입도가 완연하게 차이가 났다. 처음 17일 완성 코스였던 것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연등을 해서 밤을 새다시피 읽었고, 주말 내내 읽어서 4일만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두껍디 두꺼운 책을 덮고 나서 머릿속을 채운 생각은 하나였다.
"동화?"
물론 Fairy-Tale이라는 것이 가볍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잘 알고 있다. 그간단한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풍자와 재치 그리고 해학은 대단하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주 대상 연령층이 유아, 소년소녀라는 것이다. 조앤 K 롤링이 해리 포터를 처음 발표했을 때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어린애들에게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반향은 TV를 보다가 집단 혼수사태를 야기시켰다는 포켓 몬스터가 저 멀리 달아날 지경이다.
그러나 조앤 K 롤링을 이 책을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 썼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재미있는 책을 쓰고자 한다고 했다. 처음의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에 이르기까지도 어느 정도의 동화적인 요소가 상당히 짙었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수 있었다. 그러나 4권에서 세드릭 디고리가 트리위저드 토너먼트에서 충격적인 죽음을 당하고 로드- 볼드모트가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도무지 동화라고는 할 수 없을 '리얼'한 세계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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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지 않는 자 해리포터
5 권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것은 해리포터의 불안정하고 격렬한 마음 상태이다. 사실 이전까지도 그는 여느 동화 주인공처럼 아름답고 이상적인 가치관과 관념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민과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가는 소년에 가깝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는 '상처'라는 각인이 몸에도 마음에도 새겨져 있어 조금은 음울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가 볼드모트와 관련된 각종 사건들을 겪고, 또한 그 모든 사건들을 훌륭하게 성공시키면서 그는 상당한 자신감을 손에 넣게 된다.
트리위저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 볼드모트의 귀환을 그 홀로 접하게 됬음에도 다시금 Privet Drive의 더즐리 가정에 갖히다시피 한 형편이 되었을 때 그는 '분노'를 느낀다.
- 어째서 세상은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 주지 않는가?
그의 유일한 소통의 통로인 '론' , '헤르미온느' ,'시리우스'와의 편지는 그의 터질듯한 감정상태를 전혀 해소 시켜주지 못했다. 덤블도어의 명으로 부엉이를 통한 의사교류를 차단당한 그들로부터는 아무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해리포터의 마음은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차 오른다.
마법사의 돌을 지킨 것은 나다.
바실리스크를 퇴치한 것도 나다.
수 백의 디멘터를 퇴치한 것도 나다.
트리위저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여 볼드모트의 귀환을 확인한 것도 나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이 바보 같은 더즐리 가정에 가두어놓고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가.
1 권의 해리포터였다면 과연 이런 식의 생각을 했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것에는 그가 '사춘기'의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에 있는 것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데에 대한 어떤 깊은 좌절과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 그의 어두운 감정의 배출구는 두들리다. 이전과는 달리 '마법'이라는 초월적이고 강력한 힘을 얻은 해리에게 있어서 두들리의 주먹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더즐리 가정에게 있어서 '위저드' , '지팡이' , '부엉이'따위의 저 쪽 세계의 이야기는 완전한 공포와 미지의 대상이다. 그래서 두들리는 이제 더 이상 해리를 괴롭히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슬슬 피해다닌다. 그러자 해리는 이제 '자신'으로부터 먼저 시비를 건다.
거리에 나가 앉아 있다가 귀가 하는 두들리의 무리를 마주친 해리는 속으로 기원한다.
눈치채라. 눈치채. 내가 여기에 앉아있다고.
어서 와서 시비를 걸어봐.
해리는 마을의 불량배들로부터 경원시 당하는 존재이니 분명 해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두들리만이 해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때에 두들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친구들 앞이라 '가오'가 있으니 덤벼들 것인가 아니면 '공포'로 푸르죽죽해져 피하고 말것인가. 하지만 두들리의 무리가 해리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자 해리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낀다. 전에 두들리가 해리를 괴롭힘으로써 어떤 카타르시스를 얻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해리 자신의 침잠된 감정과 욕망의 배출구로써 두들리를 사용한다.
그러던 와중에 뜻밖에도 디멘터 두 기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머글의 거리 Privet Drive. Little Winging에 나타나고, 해리는 스스로의 방어를 위해 Patronus Charm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법 정부(Ministry of Magic)으로부터 한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머글이 사는 거리에서 그것도 머글의 존재 하에서 마법을 사용하였으므로, 해리의 지팡이를 부러뜨리고 그를 호그와트에게서 추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또 다시 이해 받지 못했다. 분통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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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해 그리고 정보 조작
해리는 Mr. 위즐리와 함께 마법 정부로 향한다. 그곳에서 해리가 사용한 파트로누스 참의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예정보다 일찍 도달한 그에게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 본디 10:00쯤에나 여유 있게 열릴 예정이었던 청문회가 8:00로 바뀌었다고 한다. 헐레벌떡 뛰어간 해리에게 코넬리우스 퍼지는 어째서 늦었냐고 힐문을 한다. 오늘 아침 일찍 '시간 변경 통보'를 위한 부엉이를 날려 보냈다고 했다.
그 부엉이의 통보를 받은 후에 움직였다면 해리는 반드시 청문회에 늦었을 것이다. 그리고 해리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해 볼 최소한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출되고 말았겠지.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강력한 후원자인 '덤블도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코넬리우스에게 있어 덤블도어의 총애와 관심을 받는 '해리 포터'를 추방할 수 있다는 것은 덤블도어의 명성과 커리어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열정적이다. 따라서 유치하기 그지 없는 수단 그러나 강력한 청문회의 시간을 급히 바꾸어 덤블도어로 하여금 청문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게 한다. 그러나 그 수를 미리 읽은 덤블도어는 여유있게 청문회에 나타난다. 수단이 읽힌 코넬리우스 퍼지는 당황하고 덤블도어는 심리적 우위에 선다.
이건 정치다. 놀랍도록 정치적이고 권력적인 이해가 해리포터 안에 얽혀있다.
퍼지는 규칙과 제도 그리고 권력이 용납하는 태두리 안에서 어떻게든 최대한으로 덤블도어를 갉아먹으려 하고, 덤블도어는 그 예리한 공격들을 넘겨낸다. 퍼지는 해리를 향해 공격한다. 직접 덤블도어와 맞상대 하는 것은 보기에도 안 좋을 뿐더러, 덤블도어의 페이스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해리를 흠집내면 덩달아 덤블도어도 흠집을 입는다. 그로서는 무리하게 덤블도어를 상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해리포터가 퍼지의 페이스에 말려들다가 드디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디멘터'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퍼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술자에게 어떤 중대한 생명의 위기가 닥쳐올 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즉, 이 청문회의 쟁점은 디멘터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여부로 귀결된다. 디멘터를 관측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위자드','위치'들 뿐이고, 머글들만이 사는 거리인 Privet Drive, Little Winging에는 해리를 제외한 마법사가 없다. 그러므로 해리의 주장 '디멘터가 나타났다!'라는 것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신빙성이 희미해져 버리는 것이다.
더군다나 퍼지는 해리가 말을 꺼내는 순간 청문회의 분위기를 어떤 '비웃음' , '소년의 지어낸 거짓말 혹은 헛된 망상'쯤으로 치부시킴으로써 주장의 전개가 진중해 지는 것을 방지한다. 물론 코넬리우스 퍼지는 실제로 디멘터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해를 위해서 그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그러나 덤블도어가 해리를 보호 및 감시하기 위해 심어놓은 스큅의 증언으로 인해 결국 퍼지는 궁지에 몰리게 되어 청문회는 해리의 무죄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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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언론
조앤이 창조한 해리포터의 세계에 등장하는 매체는 크게 두 가지이다. Daily Prophet과 The Quibbler이다. Daily Prophet 조,중,동의 메이저급 매체라면 The Quibbler의 경우에는 루머성 기사들을 흥미위주로 다루는 마이너급 매체라고 볼 수 있다. Daily Prophet과 The Quibbler에서 똑 같은 기사를 다루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이해의 정도는 전혀 다르다. 주 매체인 Daily Prophet에 어떤 내용의 기사가 실린다면 그 기사는 그대로 '위자드 사회'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강력한 매체가 정부와 긴밀히 유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
언론은 스스로 곧추서서 정부나 권력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그들을 감시하고 폭로할 수 있는 그런 독립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Daily Prophet의 경우에는 권력과 연계하여 그들의 입맛대로 기사를 공표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공작한다. 그리고 더군다나 좋은 것은 그 사실이 '대중'의 입맛에 조차 맞는다. 이러한 언론을 상징하는 인물인 리타 스키터의 말에서도 이것은 더욱 명확하게 들어난다.
"Daily Prophet은 퍼지의 영향력 안에 놓여져 있는거죠?"
리타 스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하지만 그 이상으로 언론. 매거진이라는 건 말이지. 비즈니스야.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뉴스는 '대중'들이 원하지 않아"
Daily Prophet은 거대한 매체다. 우리의 실제 세상에서 TV, 인터넷, 신문, 잡지 등의 다양한 루트를 통합한 공룡과도 같은 언론. 그 거대 언론조차 권력과의 유착,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들만을 제공하는등, 언론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소설의 내용임에도 섬뜩하다.
Daily Prophet이 결국 볼드모트의 귀환을 인정하게 되는 것은 5권의 최후에 마법 정부에 볼드모트와 데스 이터들의 침입을 허용하여 난장판이 된 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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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꿈의 소멸
해리포터 시리즈 1권부터 4권에 이르기 까지 어떤 인물들 간의 적대관계나 선과 악의 대립은 상당히 뚜렷하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슬리데린만을 편애하고 해리에게 심술궂은 행동을 하는 스네이프 교수. 이전까지 시리즈에서 그는 그저 해리에게 있어 '싫은 사람'중의 하나였다.
반대로 해리의 아버지는 해리에게 있어 어떤 이상적인 존재이다. 아버지가 사용했던 투명 망토를 사용하면서 해리는 자신이 꿈꾸던 존재가 되어간다는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고, 그의 아버지가 볼드모트를 죽인 영웅이라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는 '결점'따위는 없는 완벽한 인간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친우 '시리어스 블랙'을 만나면서 더욱 견고해진다. 그러나 스네이프와 함께 Occlumency 수업을 하다가 우연히 과거의 기억을 엿보게 되면서 그의 믿음은 조각나게 된다.
그의 아버지가 시리어스와 함께 스네이프에게 한 행동들. 그것은 인물로 비유하자면 '드레이코 말포이'. 자신이 벌레보다도 싫어하는 말포이의 행동들 그것을 젊은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스네이프에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며 해리는 혼란에 빠진다. 그 혼란은 심지어 위협을 무릎쓰고 시리우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서 물어 볼 정도로 격렬하다. 그것은 아버지 제임스가 해리에게 있어 어떤 꿈과 환상의 결정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상은 현실의 견고함과 맞닥뜨려 언젠가 깨어지기 마련이다.
해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이전처럼 스네이프를 미워만 할 수도 없고, 아버지에 대해 무조건적인 존경과 신뢰의 기억만을 가질 수도 없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시리어스 블랙마저 사망하면서 해리는 자신의 세계를 지탱해주던 가장 큰 축을 잃어버린다. 그는 더 이상 소년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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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지으며
이번 해리포터를 읽으며 나는 정말로 놀랍다고 느꼈다. 1권부터 시작되어온 해리포터의 세상은 이제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와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그어질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가 얽혀있다.
그리고 그런 이해들 안에서 해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성장하기도 하고 삐뚤어지기도 한다. 그의 캐릭터는 평면적이지 않고 대단히 입체적이다. 그런 것을 예리하게 그려내는 조앤 K 롤링의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의 이야기가 세상에 풀어진 지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최종장인 7권이 벌써 출시직전이라고 하니 5권의 후기를 쓰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로 놀라운 세계를 창조해내었다. 조앤 K 롤링은.
그녀에게 경의를 표하며, 독서후기를 마무리 짓겠다.
* 병장 김현동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10 09:39)
병장 이영준
잘 읽었습니다.
집에 해리포터 1권부터 6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7 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구요... 04-10
병장 이건룡
원어와 함께 해리포터. 흥미 위주나 이야기 풀이 위주로 읽어 딱히 그러한 감상은 없었는데..(그리고 폰트가 깔끔하시네요. 비결이 무엇인지 살짝..) 04-10
일병 구본성
원서로 30페이지 정도 읽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아직 그 묘사들을 못 알아먹겠더군요. 04-10
상병 박수영
건룡// 특별히 폰트를 건드린 건 없는데요...(웃음) 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