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씨와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내림) 
 
 
 
 
자 한상원님의 회원특집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전에 필진이신 하진환씨와 회원특집을 진행중이다 게시판이 공중분해 되는바람에 몇가지 이야기만 나누다 끝이 난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아쉬웠었죠. 그래서 촌장을 넘겨받고 한상원님께 말씀드렸어요.
제가 회원특집을 하자고 하면 꼭 해달라고 했었는데 의외로 상원님께서 긍정정인 대답을 너무 빨리 해주셔 여기자리를 빌어 "고마워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간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들어가 볼께요..

0. 자기소개

제가 살아온 날들은 길다면 길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엄청난 사건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나름대로 자평해보면, 대체로 무난한 삶을 살아온 것 같군요. 하지만 제 삶은 제 자신에게 속해 있기에 언제나 소중해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요. 자기의 삶에서 주인공은 자신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은 대개 밖으로 향해 있으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어떻고 저떻고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하나봐요. 저는 제 삶을 사랑한답니다. 나름의 굴곡이 있더라도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죽 부산에서만 살았답니다. 어렸을 때는 아파트 옥상에서 친구들과 누가 멀리가지 돌을 던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한 장난을 치곤하던 작은 악당이었죠. 차 지붕을 박살낸 이후로 그 장난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건 제가 어린 시절에 저지른 가장 엄청나고 커다란 사고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대책없이 하루하루가 마냥 즐거운 어린시절을 보냈네요. 학교에서 놀고, 하교해서 또 놀고. 어쩌다가 불같은 첫사랑도 하고.

뭐, 그러다가 남녀공학인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남들 하는 것처럼 수능을 준비했고, 중학교 때 선생님 덕으로 반강제적으로 공부해 놓은 약간의 재산과 운으로 성적도 많이 올라서 큰 고민없이 고등학교 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은 언제나 즐거웠죠.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도 그때 만났고, 야자 때 몰래 보던 은하영웅전설과 수십권의 만화책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즐거움이었어요. 이승환의 공연을 종종 갔었고. 음, 제가 고등학교 1회 졸업생이거든요. 그래서 도서부원으로 학교 도서관 확립과 운영에 참여할 기회가 되어 도서부에 들어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고 대출하고, 읽고 쓰고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어요. 

어영부영 수능을 보고, 눈높이가 높아 어쩌다보니 재수를 하고 대학을 들어갔어요. 대학에서의 어느 날 선배들을 통해 운동이라는 것을 만나게 되었고, 집회라는 것의 실상을 알게 되었죠. 최루탄과 뿌연 연기가 난무하고 전경과 몽둥이가 오가는 살벌한 것인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소위 데모는 불량 대학생들만의 전유물인줄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예, 어렸었어요. 그때까지는. 지금도 크지는 않지만. 1학년 때 선배들의 이끌림에 각종 학내 투쟁, 집회든 철거촌이든, 이리저리 다녀본 것이 많은 깨달음을 주었어요. 내가 모르던 세계의 진실하지만 추악한 모습을 본 것 같았고, 누군가의 화려함 뒤에 필연적인 누군가의 눈물이 그 찬란함을 가능케 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운동 내부에 산적해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도요. 이를테면 대의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것도 때론 한 개인에게 크나큰, 그리고 또 다른 모습 폭력일 수 있음을 몸소 느낀 시절이기도 했죠. 아직까지 그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추상적인 어떠한 가치들, 말들을 경계하고 불신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내가 스스로 고민해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울처럼 ‘그것’들은 사람에 따라 늘 다른 얼굴을 비추어 내니까요.

아, 전공 이야기를 빠뜨렸군요. 학부제 1년을 마치고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현실정치에 대해 배우고 현실을 또 바라보고, 그런게 재미있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정치를 참 혐오했었는데, 많은 변화가 생긴거죠. 그리고 2학년 마치고 입대했어요. 다들 가는 고시의 길은 가기 싫고, 그렇다고 마땅히 학교에서 더 무언가 하자니 필연적인 군복무에 어중간할 것 같고, 그래서 친구와 같이 공군 지원해서 입대했어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길지만.(땀)

앞으로의 저는..아직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고민 중이죠. 존재가 지나가는 모든 자리에 그림자가 함께 가듯, 삶이 스치는 모든 자리에는 고민이 남는 것 같아요. 후회와 더불어서요. 

상병 박민수

1. 지금까지 읽은 것들 중에서, 최고라고 부를만 한 책이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평소에 ‘이것은 내가 꼽는 최고의 책이야’ 라며 자신있게 말할 만한 것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책은 밀의 <자유론>이요. <자유론>은 근대를 구성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정신적 배경이 되어왔고 지금도 그 내용들은 우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유를 언제나 희구하는 한, 맥락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전공에 무관하게 한번쯤은 권해보고 싶네요.(웃음) 얼마전에 읽은 어떤 책에서는 자유주의가 요즘 대세라고 그러더군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자유주의의 올바른 의미와 연원을 잘 생각하자는 거죠. 자신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중요하다. 그걸 알려주는 책이죠.

2. 상원씨는 평소에 어떤 책들을 즐겨 보시나요? 그리고 읽으려는 책을 고르는 데에 있어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궁금합니다

흠. 저는 좋은 책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솔깃해져서 그 책들을 대개 찾아본답니다. 귀가 얇아서(웃음) 

좋은 책이라는 말을 듣는데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그래서 책마을 주민들의 후기나 추천들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죠. 그리고 요즘에는 좀 주춤하지만 여전히 품고 있는 ‘고전’들에 대한 짝사랑도 여전하고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현대를 바라보려면 당대에 일어나는 변화들이나 사건들, 사상들을 체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없이 오늘로 수렴되어 온 무수한 어제들을 읽는 것 또한 버금가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역사를 배우는 것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여건이 되면 그러려구요. 그런데 요즘 고전들은 양장이니 뭐니 해서 질적으로 좋아지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단 가격이 올라가고들 있어서 좀 버겁네요. 흑. 푸코의 책들만 해도 가격의 압박이 엄청나죠. 감시와 처벌이 2만원가까이 하니. 쩝.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무엇보다 재미입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알게 되어 생기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텍스트 그 자체의 재미, 이야기의 즐거움, 그런 것들이 정말 책을 계속 읽게 만들어주는 힘이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연이어 읽기도 해요. 박완서면 박완서, 박민규면 박민규, 시오노 나나미면 시오노 나나미..한 작가당 몇 권씩은 어지간하면 읽어요.

3. 평소에 글쓰기 연습을 꾸준하게 하셨기에 글을 잘 쓰시는 거겠죠?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셨나요? 그리고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알려주세요.

글을 쓰는 가장 큰 힘은 지난번 회원특집에서 지연님이 해주신 말씀처럼 제게도 중, 고등학교 때 일기를 쭉 써왔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에 무엇이든 의미를 붙이려고 노력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좋아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고,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또는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만나면 전해주지 못했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반년정도 공을 들여 쓴 나름 엄청난 양의 글들을 써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선물해 본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 읽어보니 참 유치찬란하고 못나고 그래서 부끄러웠지만. 흑.

어쨌든 그 때의 감수성이 글을 쓰게 하는 버릇을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냥 머리를 스치는 생각들, 생활 속에서 떠오르는 착상들, 그런 것들을 버릇처럼 여기저기 끄적거리고, 내가 쓰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쓴 것들을 많이 읽게 되고. 고3때는 친한 친구랑 교환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일년 동안 보름에 한번 엽서를 주고 받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 언제부턴가 저는 뭔가 생각을 잠시 머리에 담아두었다가 시간에 그걸 날려보내는 건 정신의 낭비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냥 내가 하는 생각을 전해보고 싶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들어보고도 싶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보면 내 생각이 명료해지니까 그걸로도 좋고. 한때는 마구마구 다작을 했었으나, 요즘은 쓰고나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엄청나게 부끄러워져서 호흡을 길게 두고 쓰고 있어요. 이 문단만 해도, 너댓번 손본 것 같군요.(웃음)

병장 구태우

4. 상원님께 가장 큰 성장통을 선물해주신 분(있다면 2~3분만) 그리고 그 분에 대한 짧은 일화를 소개해주실수 있을까요? 

첫 번째 분은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세요. 선생님을 통해서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제자들에게 헌신하시고 애정을 기울이시는 모습에서 그리고 삶을 산다는 것이 무언가 자신이 뜻한 바를 생산해내는 보람에서 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선생님 덕에 고등학교 수학을 좀 일찍 보게 됐죠, 실질적으로 큰 덕을 봤어요. 미리봐서 여유가 있었달까.

두 번째 사람은 제 첫사랑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려주었고,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애정과 선망이 결합된 사람이었죠. 그 사람과의 만남은 늘 닿을 듯 닿을 듯 조금 미치지 않는 크레인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인형을 겨냥하면서 언제나 가지고 있던 동전이 동이 났고, 늘 동전이 모자란 기분을 느꼈죠. 그 이후로 존경할 만한 사람과 만나고 싶어요. 이상형이 됐죠.

5.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지구촌의 세계화는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언젠가는 모두가 잘 살수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땀) 사실, 잘 모르는데. 저는 세계화의 흐름은 겉으로는 분산을 지향하지만 20대 80과 같은 말로 표현될 수도 있는 ‘집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특히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커지지만 그 능력으로 행해야 하는 일이 실천되지 않고 있다고 봐요. 경제가 정치를 압도하고, 실용이 당위를 압도하고, 효율이 형평을 압도하죠. 글리벡 같은거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언젠가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그 집중을 해소하고 진정한 지역 자치와 대등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하겠어요. 너무 머나먼 길이거나 보이지 않아 닿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너와 내가, 너의 벗과 나의 벗이 소통하는 작은 힘들이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준씨 얼개였던가요?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 저도 믿고 싶어요.

6. 상원님께서는 민주주의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것도 어렵네요. 사실 잘 모르는건 언제나 대답하기 어려운거죠. 하하. 민주주의는 완전한 지도자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의 자유가 증대하고, 서로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그러한 전제하에선 가장 좋은 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마다의 자유와 판단을 서로의 합의하에 조정해가는 정치체제가 민주주의이니까요. 대의라든지, 간접이라든지, 직접이라든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적 등등, 여타 다른 접두어로 조금씩 다른 형태가 되기는 하지만요. 정말 같은 조건에서 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 자신의 분야에서 보다 탁월한 능력을 정당하게 발휘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조심스레 꿈꿔보는데 그럴려면 일단 평등의 개념을 내포하는 민주주의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완전한 지도자 상이 있고, 사람들이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른다고 한다면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소피의 세계>든, 윌 듀랜트의 <철학 이야기>나, <대화>를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조건이 정말 까다로운데다가 엄청 많은 제한들-재산의 철폐, 가족금지, 결혼금지, 40년간의 교육 등-이 첨부되어 있잖아요? 완전한 사회라는 건 그런 정황들 속에서나 가능한가봐요. 힘드니까 그런거겠죠.

예전에 칼럼에도 썼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현재의 대의제를 전제로 한다면, 사실 민주주의의 종류도 너무나 많으니까- 참여라고 생각해요. 말 뜻 그대로 자신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회체제를 만드는거죠. 투표와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하기 위한 ‘지양’으로서의 시민불복종 등,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조직이나 체계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참여로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병 지석원

7. 앎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앎이요. 아직 앎이라는 것에 아직 닿아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네요. 제가 막연히 상상하기에는 각자의 전쟁터가 있듯이, 내 어머니의 앎, 나의 앎, 친구의 앎처럼 앎은 삶이라 생각해요. 글자도 닮았잖아요?(웃음)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얻어가는 진리들, 삶과 삶으로 속삭여지고 살포시 비춰질 수 있는 소소한 깨달음들이 죄다 앎이 아닐까요. 앎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세상과 내가 맺는 관계에 대한 나의 깨달음. 그게 앎이 아닐까요. 덧붙이자면 앎은 그릇에 담긴 물과 같아서, 누구의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습이 다를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거기서 조금 더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그 앎의 본질은 물이라는 물질의 속성을 공통적으로 띄게 되어 누구나 그것이 물이라고 최소한의 공감과 합의, 소통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물을 누구는 기름, 누구는 우유, 이렇게 말해버리면 곤란하잖아요.

상병 김상희

8. 세상을 살면서 가장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진리가 있나요? 있다면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짧을 수도 있는 단 한번의 인생, 무언가를 생산하면서 정말 즐겁게 살자. 그리고 혼자 즐겁기보다는 나의 옆에 선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라고 자신있게 말해보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스스로의 삶에서 그걸 증거해야겠죠?

9. 사랑에 대해서 정의해주세요

사랑이란, 내가 빚어내는 모든 생각 속에서 폴폴 묻어나는 그 사람의 실루엣을 느끼게 되는 행복한 정신착란. 제게는 그렇군요. 그랬군요. 하하.

10. 세상이 두쪽나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뭔가,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세상이 두쪽나도 일단 전역해보고 싶구요. 흑.

당장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꼭 하고 싶은 일” 이라는게 없어서요. 먼 미래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선생님이 한번 되어보고 싶어요.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고 도움을 준다는 기쁨이 왠지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산 좋고 물 좋은 무인도나 밀림은...말고,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곳으로(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본 후로 박혀버린 촬영지의 이미지예요. CG에 속은게 아니기를 바랄뿐) 모든 준비를 갖춘 후, 이상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 괜히 이미지는 이국적인 것을 선호하게 되는군요. 익숙한 것과 다른 것을 욕망한달까.

상병 김성민

11. 상원님에게 책마을이란 어떤 곳이었는지요?

좋은 글들을 읽으며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곳,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만을 하면서 읽어야 했던 글들을 많이 만난 곳, 그래서 나를 돌아보고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곳. 과 커뮤니티 말고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거의 해보지 않은 저라는 사람에게 사이버 공간이 어떤 곳인지, 이름만 아는 익명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다는게 어떤 일인지, 그리고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내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군대지만) 알려준 곳이죠. 지금도 그렇구요.

12. 인터넷 북클럽에 가보니까 상원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던데 상원님만의 인기비결이 있다면요?(웃음)

얼마전에 처음 가봤는데, 그런 얘기는 전혀 못봤는데요? 박상원씨 이야기하는거 아닌가요?(긁적긁적)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별로 없어서요. 

13. 우리나라 역사교육에 대한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을 꼽으라면 어떤것이 있는지요

평소 생각해 온 분명한 단점은 교과과정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지 않는 것이에요. 어제를 모르면 오늘과 내일 역시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대학가서는 거의 국사를 잊고 사니까요. 대학과정에서도 마찬가지겠죠.

다른 나라에서는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장점을 잘 모르겠네요. 단군으로 시작되는 뿌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 정도? 단일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배우는데 자긍심과 애국심, 일체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것 같지만, 자라면서 생각이 좀 달라져서. 일단 이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일병 이영준

14. 날씨가 추운 겨울이 왔는데, 군에서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 좀 추천해주세요

군에서요? 흠. 내복 든든히 입고, 장갑에 귀마개, 마스크를 완비한 후 웬만하면 밖으로 나갈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죠. 사실 젤 좋은건 전역인데. 세상의 모든 군대는 어디나 춥다구요. 얼른 따뜻한 아랫목에서 배 깔고 담요 덮은 후, 차 한잔과 다과를 곁들인 만화책이나 영화를 보실 수 있길 기원하죠. 저도 그렇구요. 상상 만해도 따뜻해지지 않나요?

15. 지금껏 살아오며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 한가지와, 후회하는 일 한가지를 말해주세요

아,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되는 제 인생을 기어이 돌아보게 만드시는군요. 흑.

그래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최근 4년 동안 적어도 일년에 한번은 여행을 떠나본 것이요. 변산반도, 유럽, 지리산, 해남과 강진 순으로 해마다 방학 때 갔었는데, 여유도 찾고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새기는 훌륭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두고두고 안주거리가 될만한 추억들을 만들어서 돌아왔었죠.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떠난건 아니었지만, 견문을 넓히고 추상적인 풍경들을 실제적인 것으로 만들어 돌아오니 비록 세상에 던져진 작은 몸뚱이이건만 뭔가 세상 속에서 나의 위치를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후회되는 일은 첫사랑 그 아이에게 늘 부족했다는 거예요.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 있죠? 원래 제가 혈액형별 성격이나 남자는 원래 어쩌고, 여자는 또 어쩌고 하는 식의 모든 법칙을 정하는 듯한 그런 말 싫어하는데, 저는 정말 못 잊을까봐 걱정돼요. 아아.

16. 삶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8번답으로 대신할게요. 그러니 패스.

병장 김건수

17. 이번 MBC PD수첩 사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PD수첩 사건은 지금 또 다시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회견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글을 쓰는 시점과 여러분이 글을 읽는 시점에 상황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민망하기 싫어서 지금은 괜히 침묵하고 싶어지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승민씨가 올린 “유감”이라는 칼럼에 있는 승민 씨의 생각 중 80%이상 지지합니다. 깊은 성찰, 적절한 논리와 근거, 다른 견해에 대한 배려와 관용 없이 무수한 사람들의 견해가 자신의 견해인 양, 그리고 그것만이 마치 진리인양 한 곳으로 몰아가는 모든 파시즘적 형세를 완강히 거부하렵니다. 이걸로 답변이 충분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연구성과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익에 대한 기대, 혹은 난치병 환자들의 기대와 같은 것들은 연구성과를 둘러싼 올바른 길이나 언론의 역할, 정부의 역할 등과 비교해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속된 말로 냄비소리 듣지 말고 균형 잡힌 시선을 가져야겠죠.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고 그 벌이의 추악함이 어딜 갈까요. 누군가를 물어도 수십번을 물었을텐데.

18. 행정수도 이전은 찬성하시는지 반대하시는지..

공익광고 보셨어요? 건교부인가 어딘가에서 만들었던 건데, 지방 분산을 통해서 내가 겪지 못했던 것들을 내 아이가 겪을 수 있게 되었다는 광고요. 저는 그 말에 매우 동의합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하는 곳에 살았지만, 막상 서울에 가봤을 때 느껴졌던 이질감, 10년의 시간적 차이가 난다는 그 현격했던 격차, 그리고 내가 서울에 있음으로써 이제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을 여전히 겪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의 아쉬움을 직접 접하면서 지역적 차이로 인해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는 분명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산지에 사는 사람이 바다를 볼 수 없다고 해서 정부가 바다를 들어다 산에 가져다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문화 인프라나 행정 기관에 대한 접근성, 정보 접근성 등은 분명히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수도집중에 의한 경제적 효과라든지, 수도 서울로서의 위상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한 나라를, 한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중지를 모아가는 것이 정부의, 정치의 역할이 아닐까요. 

광화문이나 시청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월드컵의 그 뜨거운 열기를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지방의 문화광장의 건설, 정책이나 법률이 처리되고 집행되는 것을 바로 주변에서 만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정치와 행정에 대한 접근성, 유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에만 몰려있어 지방의 무수한 학생들이 짐 보따리를 싸들고 상경해야 하게 만드는 한국의 일류대학이라고 불리는 학교들의 집중, 그리고 이에 비해 수도권과 지방대로 이분되며 상대적으로 그 어깨가 작아 보이는 지방의 훨씬 많은 학교들. 분산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집적을 통한 효율과 경쟁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상황은 효율과 경쟁이 도모되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이동과 집중으로 인한 인적, 물적 낭비에 상대적 박탈감 유발에 수도권에 대한 헛된 상상 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서울, 경기에 남한 인구 반 가량이 몰려있다니요. 27일부로 인구조사 결과가 나왔네요.

분산의 이념이란 이런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답했던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반론도 있을 수 있고, 상황을 적절히 알지 못해 빚어진 착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치권에서 선거니 재집권이니 해서 왜곡되고 뒤틀리게 보이고, 반감도 사고 시끌시끌 문제도 많지만 저는 분산의 핵심이 계속 왜곡되지 않고 올바르게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네요. 지방자치가 1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해 본 분은 아시겠지요. 여전히 엄연하게 현실에 뿌리박힌 격차와 소외감,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 자치에의 길을요.

모든 곳에 똑같은 시설들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집중되어 있는 것들을 뿔뿔이 흩어놓아야 한다는 말도 아니구요. 지역의 특색은 살리되, 현재 우리나라를 짓누르는 지대한 집중을 벗어나 극복될 수 있는 인위적인 차이는 조금씩 양보하면서 극복하자는 것이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9. 학창시절에 중년이 되서도 잊혀지지 않을만한 선생님이 계셨는지

4번 답변에 의해서 패스요.

병장 김동환

20. '위센의 이야기' 재밌게 읽었는데 혹시 또 다른 창작물이 있으신지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창작은 솔직히 너무 어려워요. 제가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끄적거린 것들이 조금-아주 조금-있긴한데 부끄러워 차마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답니다.(쿨럭) 무언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한번 도전해볼게요. 하하. 항상 일인칭으로 썼는데, 쓰다보니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구별이 안돼서. 우울해지기만 하구요. 쩝

21. 솔직히 말해서 상원님의 글을 읽다보면 어떤 당위의 범주안에 있는 소재들이 많습니다. 감탄스러운 것은 그런 소재들로 소위 '먹히는'글을 자주 보여주신다는 건데요. 보통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다 자극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선호하기 마련인데 자신이 쓰는 글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신가요?

아, 정말 강력한 질문인데요. 사실,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라는 말씀을 에둘러 좋게 이야기해주신 것 같아 그 배려에 감사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저도 저의 그런 부분이 글을 쓰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자극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써보고 싶기도 한데, 다름에 대해 익명을 무기로 발끈하는 언사들을 마주 대할 자신도 없고(이런 일이 이곳에서 반드시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익명이 존재하는 게시판에서는 대개 그러한 경향을 목격한 저의 경험에 근거한 두려움에 비추어), 거기다 책마을이라는 곳은 군 인트라넷으로서 다소 언어의 날카로운 면들을 무디게 한 후 사용하게끔 되어있으니까요.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기도 하더군요.

한편, 말을 거는 방식에 대해 말씀드려보고 싶군요. 저는 누군가와 대화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생각을 해요.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열띤 토론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서로가 처한 공통적인 배경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직 정말 심도있는 대화를 하기 위한 -지적으로-공통된 배경이 별로 없고, 서로가 사용하는 자신만의 언어에 대한 합의-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네트워크에서 지적인 소통을 종종 가로막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만-를 하지 못했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글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삶에 대한 이야기, 20대의 젊음이 처해있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소중히 여겨야 하는 다양성과 서로 북돋아 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만의 이야기를 풀어드릴 수도 있지만, 스스로가 특별하게 다르지 않은 범인인 이상에야 나만 아는 내 이야기나, 나도 잘 모르는 특정 분야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한번쯤 떠올려보면서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각박하게 굴러가는 세상, 그리고 혼란한 젊음, 불안한 미래와 두려운 사회 앞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 같은, 너무나 당연하니까 별반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사는게 정말 뭔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건 또 무언지. 어떻게 하면 돈을 벌고, 어느 학교를 가면 취직이 잘되고, 어떤 자격증이 좋고 나쁜지가 아니라 어느새 우리가 서서히 하지 않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당연히 내가 알고 있고, 나는 그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기성세대들의 논리에 서서히 동조해가면서 무시하는 것들. 하지만 분명히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제가 부족하지만 가장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록군이나 영준씨처럼 재기발랄하며 독창적인 글을 쓸 재주도 없고, 동환씨처럼 역사와 같은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제 전공이 봉인될 수 밖에 없는 정치학이라는 것도 이유가 되겠죠. 흑.

음..좋은 질문 감사해요. 

22. '소통의 경지'에 있어 상원님은 어느정도 자신이 있으신지. 또 소통하기위해 항상 염두해둬야하는 자기만의 요령이 있으신지 알고싶네요

저도 사실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소통에 있어서 염두해야 할 것은 일단 잘 듣는 연습을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지지말고, 자신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말들을 잘 들어준다는 게 먼저 시작이 되어야 겠죠.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게 가끔은 안타까워요. 자신이 누구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도 그런 생각들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는게 중요하겠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경우에 대체로 반응은 그 사람과 나의 접점을 열심히 찾아보는 긍정적인 경우가 있지만, 극단적일 때는 너는 너, 나는 나니까라는 식의 지나친 상대주의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서로의 생각을 확인은 하지만, 그 소통의 과정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려는 노력에는 소홀하게 된다는 거죠. 사실 서로의 생각이 확고하면 할수록 자신의 견해를 굽히고, 나와는 상이한 지점에 선 다른 사람의 견해를 받아들인다는게 머리로 아는 것 보다 언제나 힘드니까요. 동환씨가 즐겨 쓰시는 “각자의 전쟁터가 있는 법이다” 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떠맡아야 할 영역이 달리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직 나만의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 안에 속한 우리에게 어쩌면 지나친 허구는 아닐른지요. 함께 싸워야 하는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저는 그래서 늘 조심스러워요. 내가 지금 들어가는 자리가 나만의, 혹은 그 사람만의 전쟁터는 아닌지, 아니면 함께 싸워야 하는 자리인지 고민이 되죠. 일단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그 뒤에 하려고 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찔러줘야할 때 찌르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소극적인 것처럼 되는 단점도 있지만요. 어쨌든 필요하지만 힘겨운 과정인 것 같아요. 소통이라는 것은.

병장 장성문

23.지금 시점에서 예전에 리뷰하신 "나의 생명이야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뭐, 여전히 과학과 인문학의 접접이 필요하고, 과학이 유독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전문적인 영역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내가 참견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무관심으로 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교류와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황우석 교수 사건은 지금은 정말 아프지만, 대개의 사건들이 그렇듯 소 잃고 고쳐놓은 외양간에 새로운 소가 들어와 또 다른 기쁨을 주기를 한번 기대해보게 되네요.

24.젊은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꿈을 꿔야죠,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가져오려고 치열하게 살아야 할 거구요. 그리고 즐겨야 돼요. 젊음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그 찰나의 번뜩임과 열정을요. 그렇게 살게 되기를 바래요. 저도 여러분도.

25.촌장님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가장 중요한 질문임)

이름 말인가요? 기대와는 달리 아무 관계없는데. 그저 닮았을 뿐이에요. 하하. 만나보고 더 알고 싶기도 하구요.

상병 김강록

26.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와 그것을 발판삼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은?

강록군에게 괜히 전공을 이야기했다는 생각이 드는 질문이군요. 괜히 부끄럽고 할 말이 없는걸 보니.(웃음)

학부에 들어갈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과였어요. 사실 사회학과를 참 가고 싶었는데, 아는 형이 정치외교학을 하면 현실정치에 대한 것과 사회의 기본적인 구조나 철학 등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많고, 정치라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어느 한 분야로 국한되어 존재해온 것이 아니라 무수한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배울 수도 있고 재미도 있을거라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겨우 전공 두 학기 하고 온 얼치기지만, 실제로도 좀 그런 것 같기도 한 생각이 들고 있기도 하답니다. 

전공을 발판삼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막연하게 고민해왔었는데, 전공을 선택할 때는 언론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뭐라 딱히 단정짓기가 어렵군요.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이론과는 차이가 있는 것도 분명하고, 실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저 추상적인 정도로만 알고 있으니 말이죠. 음..관심은 여전히 크지만, 아직 좀 더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고 싶다정도로 대답하고 싶군요. 일단 남은 학기가 네 학기나 되니. 좀 더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그 선택과 도약의 순간에 보다 자신감있는 스스로가 되기 위해 더 수양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27. 갓 들어온 새내기들이 목구멍으로 술 한 잔 꼴까닥 옳게 넘기기도 전에 토익이다 학점하는 것들에 얽매여 십자가에 못박히듯 열람실에 쳐박히는 작금의 세태에 비추어, (본인의 어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캠퍼스의 풍경이 있다면?

1학년 때 중간고사를 마치니 동기들이 스터디를 만들어서 같이 자격증을 따자고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나름대로 황당했었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그때도 자격증보다 더 중요한 경험들이 대학에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어리숙한 새내기 시절이라 선배들의 그런 추세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에 다소 동조하고 있는 시절이기도 했구요. 

토익이니 학점이니 무시하고 자기 할 것을 찾아‘해야만’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이 꾸려가는 하루의 목적성 정도는 세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그렇게 해야 취직도 되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는 늘 주변에서 조장되고 있는 막연한 위기의식이야말로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대학초년생들을 몰아가는 주범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들 어딘가에서 무언가 열심히 하지만, 그곳에 바쳐지는 정력들이 자신의 의지와 소망의 물결을 따라 흐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봐요. 대학이라는 곳이 순수하게 학문의 전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취직알선소나 직업훈련소가 아닌 이상 고등학교의 벽을 넘어 만나게 된 새로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술자리에서의 만남으로 사람들을 알아가고, 자신의 소망을 새로이 발견하고 그리고 그것을 좇고.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폭넓게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이라는 곳에 와서 한번 어딘가에 돌아보는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미쳐야 미친다죠? 강록군처럼 당구에, 또 누군가처럼 술자리의 매력에, 사랑에, 학생운동에, 철학에, 영화나 음악에. 자신도 모르는 자신안의 소리에 이끌려 확 돌아보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의 재발견을 충분히 가능하게 하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충실한 학교생활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도 당연히 포함될 수 있지만, 요즘처럼 뭐에 홀린 듯 학교를 드나드는 건 아니라고 봐요.

28. 입대전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 내지 학회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곳에서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 했거나 혹은 얻게 된 것이 있다면.

제 동아리는 도서관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생활도서관이라고, 학생자치도서관 운영을 했었습니다. 우연하게 찾게 된 곳이지만,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군요. 거창하고 외면적으로 커다란 변화나 움직임들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지만, 사회과학의 대중화를 간판으로 걸고, 일상 속에서 그리고 대학 내에서 인문, 사회학적 가치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작은 역할을 했었다고 자평해봅니다. 요즘의 대학도서관은 공부하러가는 곳이 잖아요? 공부. 그 공부라는 것이 대개 취업준비나 자격증, 고시가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누군가에게 도서관 간다고 하는 행위는 어느샌가 그런 류의 연장선상에서만 생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자치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정말 도서관에 책 읽으러가는 모습을 사회로부터 되찾아오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가볍게보면 그저 도서관의 업무일 수 있지만, 오늘날의 대학 중도들이 우리에게 주는 압박이 아니라 정말 인문, 사회학적인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기회를 주는 일을 한다고 자부했었죠.

그리고 자치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성원들이 동등한 관계에서 약속을 정하고, 우리의 모임에 애정을 갖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꾸려나가는 ‘자치’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개념인지 알게 되었어요. 물론 소수였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통보나 하달에 익숙해왔던 관료제가 지배하는 세상만을 봐온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죠. 애정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책임이라는게 정말 하나의 집단을 움직이는 커다란 동력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영감을 얻었구요. 그리고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의 뛰어난 역량과 깊은 사람됨에 많은 감명과 자극을 받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였기도 했고,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져 학교생활도 많이 즐거웠었어요. 같이 세미나도 하고, 동물원도 가고. 항상 부족한 점도 참 많았고, 쌓여가는 일들에 짜증이 났었던 적도 있지만 참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시간과 기회가 허락한다면, 도서관 운동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보고 싶네요.

상병 유인호

29. 책마을을 운영하면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이 황당했던 상황은 언제인지요? - 이름 때문에 전 촌장님과 혼동하신게 아닐까 해요(촌장)

필진들은 책마을의 운영진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운영은 촌장님과 리장님이 하시죠.. 제가 잘못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운영에 관해서 관여해본적은 없군요. 그러나 일년 넘게 이곳에서 봐온 경험들로 비추어 이야기하면, 62전대 폭파랑 얼마 전의 기무부대 신고 사건이 가장 황당했었구요. 인상깊은 사람들은 그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멋진 글들을 남겨주시는 탁월한 역량의 주민들이죠. 예전 분들로는 늘 감탄했었던 오승주 씨나 리장님이셨던 성범 씨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지금도 혀를 내두르는 식견과 솜씨를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세상은 넓고 굉장한 사람들은 언제나 많죠. 아, 열등감은 어쩌면 저를 열심히 살게해주는 힘일지도 몰라요. 그런 생각을 종종 하죠.

병장 백윤화

30.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상원님만의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도 그런 방법 있으면 꼭 알고 싶은데요, 혹시 나중에라도 알게되시면 연락 좀 주세요. 개인적으로 강록군의 재기발랄한 글쓰기를 참 배우고 싶어요. 저는 제 글에 대해 많이 진부하거나 심심하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혼자놀기 좋아하는 좀 심심한 성격이라 그런지. 쩝. 그런거 있잖아요. 평범함에 대한 스트레스. 

제가 글쓰기에 대해 노력하는 부분은 좋은 글들을 많이 읽고 인상 깊은 묘사나 구절들을 머리에 종종 담아두었다가 응용하거나 가져다 쓰곤하죠.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 보는게 필요할 것 같네요.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 머리에 번뜩 떠올랐다해도 적절한 표현이라는 동반자가 없으면 혼자만 알게 되는거잖아요. 글쓰기의 피해갈 수 없는 목적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것임을 포함하는 한 많은 읽기와 쓰기 외에는 딱히 왕도란게 있을까 싶어요. 열심히 쓰자구요. 하하.

병장 김승연

31. 소통에 대해서 쓰신 글 2개를 읽었습니다. 예전 글 인터넷의 소통에 대한 것과 20일에 쓰신 칼럼 "말말말". 의사소통에서 자유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말은 일단 자기를 이야기하는 것이잖아요. 요즘에는 누군가 말을 하면 그게 그 사람의 말인지, 혹은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많지만. 어쨌든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만한 자유가 당연히,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물론이거니와, 사상과 종교의 자유처럼 신념과 믿음에 대한 것. 그리고 추가되어야 할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왜곡하거나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죠. 황우석 교수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소장 과학자들을 침묵하게 만든 것이나, 대기업 면접에서 기업이 원하는 대답을 하는 것과 같은 특수한 상황 등은 소통을 위한 자유가 허락되는 거라 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상병 조성웅

32. 상원님의 필력이 상당하신데, 평소 자신이 자주하는 메모나, 정리의 기술이 있으신지?

아, 상당할 것 까지야. 부끄럽네요. 책 제목 같은 메모나 정리의 기술 같이 딱히 그런건 없고, 책 읽을때 험하게 읽는 편이거든요. 줄 좍좍 그어대고, 끄적거리고. 군대와서 생긴 습관은 컴으로 요약을 하거나, 좋은 구절은 담아두죠. 그 정도예요. 

상병 강승민

33. 본인에게 있어서 가족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이승환의 ‘가족’ 이란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죠.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었죠, 많은 기대와 실망 때문에.

세상에 단 하나의 무조건적인 신뢰와 사랑을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부모님과 저 사이의 서로의 기대가 엇갈릴까 조금 가까운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그러네요. 조금 슬픈 질문인데요.

34. 상원님의 우상은 누구인가요?

우상이라. 글쎄요.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임요환이나 이승환, 스티브 잡스같이.
꼭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훈 씨 정도? 경력도 경력이지만, 뭔가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 것 같아서요. 삶의 질감이 정말 물컹물컹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느 그런 글을 저도 한번 써보고 싶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벼락처럼 내린 축복’과 같은 존재가 한번 쯤은 되어보고 싶군요. <칼의 노래>에 그렇게 홍보가 되고 있더군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내린 축복이라고. 그 분은 신경 안 쓸 수도 있지만, 참 부담스럽겠다-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아, 진중권씨 같은 삶이 나름 목표였던 적도 있는데 능력의 한계를 종종 느껴서요. 하하.

35. ‘위선’과 ‘위악’중에 어떤 것이 더 나쁠까요?

위선이라 함은 선을 가장하는 것이고, 위악이라 함은 악을 가장하는 것이라 한다면 제 이해가 올바른 건가요? 승민씨는 둘 다 나쁘다고 보시는 것 같군요. 그 질문에 내포된 의미처럼 무언가 진솔하지 못하고 꾸며대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죠. 제 생각으로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선이 더 나쁠 것 같네요. 선한 척하는 악당보다는 대악당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그나마 보통 사람 정도였다는 것을 알 때 덜 충격적일 테니까요.(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실미도에 나오는 사람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본모습을 드러내는 위선자들이 역사 속에나, 주변에서나 늘 제대로 미운 법이죠. 

그래도 다른 사람이 가지는 자신의 인상이나 느낌, 자신에 대한 판단이 대체로 좋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의 마음에나 있는 것 아닐까요.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선이나 위악은 모두에게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들 거짓말에 뻔히 알면서 때로 속아주는 우리 어머니들처럼 그러려니 하면서 나와 너에게 모르는 척 눈감아 주고 살아가는게 또 우리 삶 아닐까 싶습니다. 

병장 황인성

36. 필요악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데 상원님께서는 ‘필요’악과 필요‘악’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실건지 궁금해요. 즉 ”필요“와 ”악“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실지.

죄송하지만 말뜻을 명확히 모르겠어요. ‘필요’악과 필요‘악’이 어떻게 다른거죠? 음..제가 대강이나마 파악하기에는 필요악의 딜레마에서 어떤 것을 택할지 물으시는 것 같은데..맞나요? 필요악이라는 말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필요에 의해서는 악한 것도 때론, 일부분은 용납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군요. 그렇지 않다면 필요에 의해서라도 악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울테니까요. 필요악이니 만큼 누군가에게는 해악을 끼치는 요소가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것은 집단 내의 다수와 소수의 문제까지 나아갈 수도 있겠군요. 소수의 희생을 통한 다수의 이익이라는 것 말이죠. 다수의 행복을 생각한다는 것은 집단 내의 행복의 총량이 최대가 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는 옳을 수 있겠지만, 슬퍼야만 하는 소수가 내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바로 나 자신이 된다면 비록 내가 다수의 입장에 있더라도 그것을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하죠. 그만큼 다수의 입장과 소수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왜, 종종 ‘이해는 하지만 공감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하잖아요? 세상에는 정말 머리로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나 할까요. 필요악의 문제도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인터뷰
(원채 시간이 맞지 않아 실시간으로 진행하려던 몇가지 질문도 27사단 책마을의 붕괴이후 장시간 상원씨와 이야기 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진행중인 이야기를 먼져 올리겠습니다.)

상원님께 몇가지 질문을 드릴께요.. 제가 워낙 글 솜씨, 말 솜씨가 없어서 몇 몇 질문이 직절석이고 우매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면서 시작할께요

첫 번째. 상원님의 글읽기는 재미가 우선된다고 생각해요 서양고전이나, 박완서, 시오노나나미, 에코까지 하지만 단순하게 재미가 우선된다고 하기에는 엄청난 다독을 하고 있고, 자신의 글로 맛있게 소화를 하시는데 재미의 안에 있는 더 근본적인 상원씨의 글 읽기와 글 쓰기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맞아요. 재밌어야 책을 일단 읽죠. 가끔씩 재미는 없지만 책을 붙잡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그럴 때면 책을 읽는게 너무나 고통스럽죠. 그냥 덮고 읽은 셈치고 싶다니까요.(웃음)

그런데 어쩌면 당연히도 재미라는 것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죠? 그 말 그대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여가 같은 것이나, 내가 고민하는 어떤 부분에 대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재미, 혹은 궁극적으로 어떤 세계에 대한 앎이 조금씩 늘어가는 재미. 뭐, 그런게 있겠죠. 다들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것 아닐까요? 성공하는 무슨무슨 방법 따위의 실용적인 독서조차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거죠.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나서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의 그 다름처럼요. 저는 즐기고 싶고, 좀 더 알고 싶고 그래요. 단순하죠? 드넓은 우주와 세계에서 내가 결코 겪지 못할 모험들, 만남들, 내가 이 책 없이 살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그러한 앎들을 책을 통해서 가까이 하고 싶어요. 이런저런 상상도 해보고, 이런 생각도 있구나, 이런 세계를 상상해서 글로 쓸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 나는 유럽에서 이런 것들을 느꼈는데 이 사람을 그곳에서 다른 것들을 봤구나. 뭐, 이런 것들요. 직접 겪으면 훨씬 더 좋겠지만 책은 보다 수월하게 우리를 경험의 구체적인 세계 너머로 데려다주죠. 그래서 읽어요. 재미있고, 좋으니까.

글쓰기의 이유는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해보고, 연상해보는 기회로 삼는거구요. 능력과 기회가 허락한다면 그 책을 거쳐나오는 제2의 텍스트로 다른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착상을 기대해보는 거죠.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있을테고, 또 읽고나서 다른 글을 쓸 사람이 있을테고. 예전에 <장미의 이름> 독서후기를 썼을 때, 몇몇 분들이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라고 말해주셔서 참 보람찼던 기억이 새삼 나는군요. 그런 때 더욱 즐겁게 글을 쓰게 되죠. 내가 쓰는 모자란 글이 누군가에게 멋진 책을 소개해주는 뚜쟁이는 되는구나. 듀오구나.(웃음) 누군가에게 어떤 행동의 계기가 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요. 게으른데다. 헉..



두 번째,  고전을 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쓰이고 있음을 예전에 말씀을 하셨고 많은 고전을 해체하고 분석하는것에 중점을 두는데 가끔 비판적인 독서는 자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건 고전이란 가끔은 존재의 무거움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궁금합니다.


너무 늦게 답변을 드려서 뜬금이 없지만, 완결을 짓는다는 의미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 고전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로 이미 내가 이 고전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어딘가에서 들어 알고 있다는 기시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다른 2차적인 텍스트에서 그 내용을 접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이 되긴 하지만요. 그래서 내가 이 고전을 읽고 하게 되는 말이 중언부언이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혹은 고전에 붙어있는 작품해설이라든지, 역자 주라든지의 내용과 유사하면 글쓰기를 피합니다. 따라쟁이처럼 생각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책을 읽으며 정치적이거나 사회 현상에 관련된 메모들을 남기기도 하는데 쓸 수 없는 이상 자제하는 편이죠. 홈페이지에는 기억해뒀다가 간혹 올리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존재의 무거움’도 큰 이유죠. 내가 지식이 부족하고 공부가 덜 된 상태에서 지금의 고전에 비판을 가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내가 아는 것이 정녕 참된 앎인가 하는 회의가 들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게 되는 소심함에 이르곤 한답니다. 게다가 과연 그래하며 고개만 끄덕이다 책을 덮는 경우도 많고요. 이리저리 부족함에 대한 변명이 되는 것 같군요.(웃음)


원래 네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중복된 질문이 조금있어 두가지는 없애버렸습니다.(하하) 사실은  나중에 상원씨께 제가 정종을 한잔하면서 물어볼려고 숨겨버렸습니다. 

제가 회원탐방을 두번 했었는데 두번다 하는 당시에 보금자리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처음은 완성을 못했었고, 두번째는 어떻게 어떻게 완성을 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하지 못했고. 상원씨와 저와 근무시간이 계속 어긋나고 중간에 새로운 집을 찾기위해 이리저리 찾기 위해 발품을 팔다보니 지지부진하게 끝을 내는것 같아 죄송합니다. 

예전에 원영씨와 동환씨께도 부탁을 드렸는데 두분다 상병일때였던거 같군요 아직은 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제 뒤를 이어서 하실분은 두분의 회원탐방을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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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송희석 (2006/01/31 16:16:43)

제가 감히 질문을 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고전중심의 공부를 하신 한상원님은 저한테 
일종의 이데아의 사람이거든요.(웃음) 
질문. 흄은 '기적에 관하여'라는 책을 쓰면서 종교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종교를 과학과 접목시킬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접목시킬수 있다면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상원님만의 색체로 답변 부탁드립니다.    
 
 
 병장 한상천 (2006/01/31 16:40:00)

위의 질문은 37번으로 해서 추가를 하도록 하죠.. 
상원씨가 근무를 오셔서 보시면 대답을 해줄꺼라 믿습니다. 종교에 대해서 질문을 하시니 예전 필진이신 민관씨가 생각나는군요. 종교학이 전공이시던. 
인터넷 책마을에 가시면 가끔 민관님이 나타나시곤 합니다. 희석님도 그곳에 오셔서 좋은 이야기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더이상의 상원님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잘못하면 정말 끝을 내지 못할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병장 김동환 (2006/02/01 08:35:36)

하핫. 아니에요. 핵심은 '당연한 얘기를 한다'가 아니라 ''먹히는'글들을 
자주 보여주신다'는 거라구요.(웃음) 
아. 정신없이 읽었네요. 요게 또 회원특집의 각별한 맛이죠. 
상천님 수고하셨습니다(웃음)    
 
 
상병 엄보운 (2006/02/01 14:57:10)

상원씨 멋져요~ 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병장 한상원 (2006/02/03 03:17:52)

상천// 주말을 틈타 나머지 공부를 하는 기분으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헉. 이 게으름이란. 

동환// '먹히는'이었단 말인가요. 그럼 저는 괜히 움찔한거로군요. 하핫. 그런데 '당연한 얘기'에서 스스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아요. 저도 대체로 좀 미적지근한 면이 있어서. '먹힌다'는 건 그저 읽는 사람들과의 공감인 것 같네요. 동환씨를 비롯한 다른 필진들이 쓰시는 각기 다른 글맛에 그 독특한 맛들을 즐기는 분들이 꾸준히 호응을 보내는 것 처럼 저도 그런거겠죠. 스스로 생각하건대 제 글이 가진 맛은 다음에 오는 맛을 준비하는 담백함 정도가 아닐까 스스로 자뻑하고 싶네요.(웃음) 늘 글 속에서 이런저런 청소를 하고 있으니까요. 큭.    
 
 
상병 주영준 (2006/02/06 10:21:45)

상원/ 혹시 말이죠. 전설의 국제고 나오셨는지?    
 
 
상병 김강록 (2006/02/06 15:16:29)

영준 / 전설의 문근영이 나왔다는 그?    
 
 
상병 주영준 (2006/02/06 15:25:31)

강록/아니 그게. 국제고가 일종의 뭐랄까 해처리처럼 '국제고'라는 이름으로 전국 몇곳에 박혀서 라바를 키우는 그런 학교일꺼에요. A. 근영씨는 광주 국제고일꺼고. 상원씨에게 묻는 건 부산 국제고인지. 하는 것.    
 
 
병장 한상원 (2006/02/06 18:28:08)

영준/ 설마요. 저는 공사장에서 무수한 SCV에 의해 지어지는 커맨드센터를 지켜본 이름없는 첫배럭 출신의 첫 마린입니다. 1회졸업생이에요. 부산 S고등학교. 하하. 강록군과 같이 아는 '건너'가 국제고죠. 흐흐.    
 
 
상병 김강록 (2006/02/08 20:09:04)

영준 / 문근영이 라바라니! 납득할 수 없는 비유입니다. 게이트웨이라 해도 시원찮을 판에. 근영, 나의 고귀한...아비터 정도는 되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다들 들으셨다시피 저는 상원군과 건너건너 아는 운명적인 사이요. 에헴! (줄타기)    
 
 
병장 육이은 (2006/02/09 10:41:06)

훗. 나는 촌장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인데. (자랑)    
 
 
상병 주영준 (2006/02/09 11:12:19)

나는 김대현/이준영과 자주 만났던 사이였으며-나는 그들을 몰랐으나 그들은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이런 건 역시 패션이 문제가 된다-이은씨와 한울안에서 생활하며(울 밖에서도 이은씨와도 어쩌면 분명히 건너건너 알고 있을 듯 하며), 상원씨와는 지나가는 길에 어쩌면 몇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며-분명히!-강록씨의 동생 지은양과 같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으며 희상씨와 건너건너 알고 있으며 보운씨도 뒷조사 해보면 왠지 알 것만 같으며, 옛 필진이자 지금은 실종된 김상희씨와도 비대면적으로 꽤 아는 사이였으며 촌장님은 복학과 더불어 건너건너 아는 사이가 되고 말 듯한. 

그런 사람이오(자랑)    
 
 
병장 육이은 (2006/02/09 11:42:15)

그럼, 지난 번에 "아리따운 여동생을 가지신 분"에 대해서 영준님이 자랑한 건 지은씨였군요. 사실 제가 말한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만. 아! 물론, 지은씨도 매력적이었지요. 고스톱을 좋아하시는 것 같더군요. 저도 좋아하는데. 
영준씨는 건너건너 알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주말부터 조사 착수하기로 했거든요. 두 가지 통로(고등학교 라인과, '발전적해체'라인) 중 하나는 건지겠지요.    
 
 
병장 한상원 (2006/02/09 13:35:33)

아..세상은 좁드래요.    
 
 
 병장 한상천 (2006/02/09 15:45:34)

상원씨 답부터 해주세요.    
 
 
병장 한상원 (2006/02/09 15:50:24)

큭..죄..죄송합니다. 여유있게 뭔가를 쓸 시간이 없어서. 이번주말에는 정말 마무리하죠. 흑.    
 
 
 병장 한상천 (2006/02/09 16:33:08)

공부하세요!!(노현정 아나운서 톤으로) 아 오늘점심 식사후 상상플러스를 보았는데 그냥 아!! 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을 한참이나 보았습니다. 봉인 해제일이 다가와서 인지 왜 이리 이뻐보이던지..    
 
 
상병 박민수 (2006/02/14 18:56:40)

아. 질문 하나하나에 칠절하게 대답해 주신 상원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군요. 호호. 
그리고 상천씨도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병장 한상천 (2006/02/14 20:30:58)

이렇게 끝을 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께요. 
요즘은 항시 접속은 해있지만 들여달 볼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사무실 후임에게 저 처럼 고생하지 않도록 가르쳐주는데 그래도 시간이 부족해서 소원해지는 감이 있어서 질질 끌기보단 단 2가지 질문으로 끝을 내버렸습니다. 섭섭해 하시지 말기 바래요.    
 
 
병장 한상원 (2006/02/14 20:41:19)

설마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촌장님이 다른 분과 더 좋은 회원특집을 해주시길 기대해보죠.    
 
 
상병 이영준 (2006/02/15 14:32:54)

주~욱 읽다보니 제가 한 질문도 있군요. 정신을 차려보니 새로운 집에서 본 글.. 
겨우 2달정도. 길면 3달정도 밖에 안된 시간이지만. 그래도 뭔개 새롭네요. 
질문을 했을땐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봄이 오려고 하네요. 
좋은 회원특집 감사합니다.    
 
 
병장 손동철 (2006/02/17 05:34:40)

미드 나잇에 읽는 글이라 그런가. 따듯한 분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