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주목할 만한 젊은 글쟁이들 (2) - 한윤형 편  
상병 김예찬   2009-02-18 17:05:19, 조회: 235, 추천:0 

2. 한윤형


한윤형 역시 강명석처럼 고등학생 때 부터 필명을 날리던 케이스다. 한윤형은 고등학생 때 안티 조선일보 모임인 '우리모두'에서 아흐리만 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당시 '우리모두'는 개혁/자유/진보적 성향의 네티즌들이 모여서 갑론을박을 벌이는 사이트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파이터인 진중권도 '우리모두'에서 단순한 수꼴부터 개혁파들까지 차근차근 격파하던 시절이 있었드랬다. 아무튼 아흐리만은 '우리모두'에서 내로라하는 논객들과의 키보드 파이트를 통해 글쟁이로 스스로를 단련시켜간다. (그 시절 부터 그의 지향점은 진중권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그가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년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2학년 맞을 거다.) 서울대에서 주관하고 조선일보에서 후원하는 '전국 고교생 논술 대회' 같은게 열렸는데, 한윤형이 거기서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우리모두'에서 날리던 글빨을 고교생 양민들에게 펼쳤으니 대상을 받을만 했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원래 논술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에게는 조선일보가 2면을 할애하여 인터뷰를 실어주는데, 한윤형이 그걸 거부했던 것이다. 안티 조선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학생이니 당연할 법하지만, 어린 나이에 자신의 신념과 상관 없이 조선일보 2면 인터뷰라는 일종의 영예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한윤형은 그렇게 찬찬히 이름을 높히기 시작한다.

'우리모두' 다음으로 그가 활동했던 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서울대에 입학했고, 이후 우리에겐 유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기억되는 개X당 당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당원으로서 그가 어떤 정치적 역할을 가지고 활동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무튼 당 홈페이지 등에서 논객으로 맹활약했다고 알려져있다. 그가 그 정당을 선택했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 즈음에 민XX동당에 동의하기엔 그 정당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가 워낙 컸을 것이다. 

개X당은 우리가 모두 잘 알듯이 2002년 대선 이후로 해산하고, 그 당원들도 대부분 X주당으로 흡수되고 만다. 한윤형은 개X당의 탄생에 대해 하나의 정치적 실험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현실 정치의 논리에 대선 이후 해산된 것을 보고 많이 실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입궁을 선택한다. (개X당의 해체와 한윤형의 입궁 사이에 놓인 함수 관계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내가 그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뭔가 관계가 있긴 있을 것 같다.)

만약 한윤형이 책마을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책마을의 전성기라고 추정하는 그 시기가 좀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 한윤형이 궁인 시절 썼던 글들을 보면 그가 특정 공간에서의 위계 질서나 권력 관계의 작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그만의 분석 틀을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인트라넷 3대 소설로 일컬어지는 연애소설들에 대한 글도 찾아볼 수 있는데, 책마을의 라이트노블 논의와 연관하여 읽으면 재미있을듯 하다. 

아무튼 그는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글을 또 썼으며, 예전의 날카로움을 되찾은 상태로 사회로 돌아온다. 그리고 블로그를 열게 된다. 그는 정치/사회 평론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에 대한 학술적 논의들,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글들까지 다방면에서 정말 '20대의 마인드'를 통한 포스팅을 하기 시작한다. 그가 글을 쓸 때 선택하는 언어는 특별한 공부 없이도 이해하기 쉬운 일상어들인데, 그 일상어들이 몇 가지 개념과 함께 동원되면 정치 현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의미들이 낱낱히 드러난다. 그가 20대 네티즌 답게 '웹 상으로 통용되는 언어와 문체'에 익숙하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기존의 글쟁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는 그가 한 사람의 DC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진빠 1호'라는 닉네임으로 디씨 진중권 갤러리의 유명인사기도 했다. 또한 한윤형은 E-스포츠 스타리그의 팬이기도 한데, 특히 열렬한 플토빠다. 그의 현란한 글 솜씨에서 형상화되는 선수들 하나 하나에 대한 이야기는 포모스 등의 스타 커뮤니티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한윤형의 글은 <88만원 세대>의 히트와 함께 여러 매체에서 '20대의 글'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다양한 매체에 실리게 되었다. 특히 <D-WAR>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때에 적극적으로 D-WAR 비판에 나서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그의 블로그가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김규항, 고종석 등 실력과 유명세를 갖춘 글쟁이들이 필자로 활약하기도 했던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코너의 필자로 발탁된다. 뿐만 아니라 민XX동당이 분당 논의에 휩싸이고 진X신당이 생겨나면서 벌어졌던 논쟁들에 참여하며 20대들에 걸맞는 새롭고 참신한 정치 세력의 촉구를 호소하기도 한다. 자신을 한 사람의 '키보드 워리어'로 자칭하는 그는 얼마 전 '키보드 워리어들이 전하는 청춘의 문법'이라는 글쓰기 강좌에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한윤형은 포모스 등의 스타 리그 관련 커뮤니티와 주로 진보적인 성향의 블로그 서비스 이용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후자 쪽의 사람들은 일명 '파워 블로거'들에 대한 영향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윤형은 입진보 등의 비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파워 블로거' 중 한 사람이다. 정치적으로 상당히 리버럴에 가깝지만, 글쓰기에서 보이는 냉철한 논리 전개나 스스로의 정치 체험에서 끌어온 설득력 있는 논거들은 그의 글을 오히려 좌파들 보다 더 전복적이고 실천적으로 보이게 한다. 게다가 그와 정치/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는 20대들에게 그의 글이 가지는 설득력은 다른 글쟁이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곧 그만의 글로 이루어진 첫 단행본을 내는 한윤형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그의 글은 20대의 목소리가 단지 공허하고 가치없는 울림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무기로 단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나는 부탁한다. 전국의 키보드 워리어들이여, 키보드 배틀을 두려워 말라. 깨지고 또 깨지면서도 언젠가 그대의 글은 하나의 치명적인 무기로 바뀌어 갈테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5-15
13:45:26 



병장 김민규 
  크크크, 우리모두의 자객이 바로 그 신문사의 논술대회 1등을 먹고, 또 그 지면을 거부하고, 이야말로 카운터펀치가 아닌가. 찌라시 입장에서 속으로 얼마나 열받았을까요. 신원조회를 해봤어야 하는 건데! 

그가 책마을에 있었더라면 명예의전당이 더욱 빛났겠군요. 여러 가지 면에서 탈궁후 모습을 고민하는 제게 시사하는 바가 큰 모델입니다. 역시, 뭔가를 해야겠어요. 

냠냠. 잘 읽었습니다. 2009-02-19
08:51:54
  



상병 정근영 
  오호, 이분 매력적인걸요. 예찬씨 글은 참 영양가가 좋아요. 냠냠 

스타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한다면, 왠지 제가 알 것 같기도한데 혹시 닉네임이 무언지 알고계시나요, 예찬씨? 2009-02-19
10:41:01
  



상병 김예찬 
  카이만 / 아흐리만 둘 중 하나일거에요. 글에서 이야기된대로 이분 책이 곧 나옵니다. 기대하고 있죠. 2009-02-19
10:58:07




상병 정근영 
  으음, 잘 모르겠군요. 역시 활동한 지가 너무 오래 지났나.. (긁적) 

다음 글쟁이는 누가 될까요, 기대많이 하고 있어요. 나가서 한 번 찾아봐야지, 흐흐 2009-02-19
23:17:38
  



일병 김유현 
  개인적으로는 허지웅씨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 한윤형, 강명석, 마음에 두겠습니다. 2009-02-20
07:31:26
  



상병 김예찬 
  허지웅씨도 생각해놓은 명단에 있긴 합니다. 근데 정보가 부족하네요. 음. 2009-02-20
08:25:30




일병 이정환 
  예찬님, 허지웅 씨와 알고 지내는 사람을 한명 알고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까요? 2009-02-20
14:47:01
  



일병 오효섭 
  아 잘읽었습니다 . 이어서 밑에도 슬쩍.. 역주행을 해버려서... 으윽.. 2009-02-20
16:11:38
  



상병 최한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2009-02-20
20:04:47
  



상병 김예찬 
  정환 // 이 글은 그저 거의 인상비평에 불과하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일단 제 메일을 확인해보시기 바람. 궁금해 하는 그 부분에 대해 해결이 되었음. 껄껄. 200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