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목할 만한 젊은 글쟁이들 (1) - 강명석 편
상병 김예찬 2009-02-18 16:02:08, 조회: 307, 추천:0
최근 들어 '시즌 2'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인터넷 시대를 맞아 웹 공간에서 유형 무형의 영향력을 가지면서 기존 매체에도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한 젊은 글쟁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즐겨읽는 필자들인 이 사람들은 어느새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이들의 의식과 사고를 글로써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들의 특징은 인터넷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PC 통신 - 대형 포탈 커뮤니티 - 블로그로 이어지는 인터넷 공간 개념의 변천과도 연관됩니다. 앞으로 시즌 2를 고민하는 이들이 우리들에게 일정한 역할 모델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나 풀어나가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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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명석
- 강명석은 90년대 초중반 고등학생의 나이로 하이텔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에서 활동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대중음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그 시절에 강명석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과 활동에 대한 장문의 글들로 PC통신망에서 유명세를 탄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이후 서태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한 출판사의 제의로 강명석은 PC통신에 올렸던 글들을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 책 제목은 정확히 제목이 안나는데, 당시 고등학생이라는 강명석의 나이와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책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강명석과 '서태지'라는 이름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그는 그 책을 내서 대학 등록금을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을 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한다.) 또, 강명석은 (그도 역시 서태지 팬이지만) '서태지 팬덤'이라는 많은 수의 고정 독자군을 얻게 된다.
그 이후로 강명석은 '글쟁이'로 인생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시대의 흐름이 흘러가게 되면서 그는 몇몇 시트콤의 아이템 작가를 하면서 동시에 여러 대중 문화 관련 웹진에서 필진으로 활동하게 된다. 2000년 경, PC 통신 시절 만난 사람들과 '트리플크라운'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좀 더 활동적인 리뷰를 시작한다. 이때 마침 서태지가 컴백하게 되면서 '서태지 팬덤'에 의해 강명석의 평론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다. 이미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실한 문화평론가로 이름을 얻고 있던 강명석은 서태지의 컴백쇼에 스탭으로 참가하면서 한 사람의 팬으로써, 그리고 대중문화평론가로써의 커리어에도 큰 획을 긋게 된다.
강명석은 2000년대 초중반에는 주로 대중음악평론에 주력했는데, 많은 음악평론가들이 영미팝이나 인디씬을 거론했던 것과 달리 강명석은 아이돌 그룹을 포함하여 대중가요 전체에 고른 리뷰 활동을 펼쳤다. 당시 가슴, izm, 웨이브, 딴지일보 등 많은 대중음악리뷰사이트가 있었지만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도 음악적으로 공정한 평가를 내리는 평론가는 강명석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아이돌 팬덤에서도 강명석의 팬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MKMF 초창기 부터(그때는 엠넷뮤직비디오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었다.) MKMF를 매년 빼놓지 않고 리뷰하고, 신화, 이효리, 동방신기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에 대한 글도 꾸준히 썼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글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리뷰는 기존의 평론에 비해 그 소재가 핫하고 프레쉬했을 뿐만 아니라 리뷰 자체가 성실하고 치밀했다. 한 가지 예로 문희준의 1집에 대한 음반 리뷰를 들겠다. 당시 문희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타이틀 곡을 들고 락커로 변신하여 솔로로 컴백했다. 음악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둘째치고, "댄스 가수가 감히 락 음악을 말해?"라는 분위기가 '빠순이'라는 용어로 상징되는 아이돌 팬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겹쳐져 문희준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악플과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문희준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리뷰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있어봐야 인상 비평에 치중한 악의적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때 강명석은 문희준의 1집에 대해 일백프로 음악적 분석에 따른 평가를 내렸다.(물론 평가는 참담했지만.) 얼핏 봐도 정말 객관적이고 공정해 보이는 그의 리뷰는 문희준의 안티 세력에게 바이블처럼 떠받들여졌고, 문희준을 옹호하던 팬들도 그 글에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지식의 권력화가 무엇인지 처음 느꼈던 경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아이돌 출신을 편협하게 몰아 붙이는 평론가는 아니었고, 은지원이나 이민우처럼 나름의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 아이돌들에게는 공정한 치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 같은 태도는 어지간한 아이돌 팬들이 가수의 신보가 나올 때 마다 강명석의 평가를 기다리게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게 되었다.
이때부터 케이블의 스타 다큐 프로그램 등에 문화평론가나 인터뷰어로 출연하거나 씨네21 등의 유명 잡지에 그의 원고가 실리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이효리 특집 다큐에 출연했던 기억이 있다. 씨네21, 한겨레21의 문화 섹션에서 고정 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요새는 잘 안읽어서 모르겠지만.) 동시에 그는 '트리플크라운'에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 평론을 하기 시작한다. 특히 <네멋대로 해라> 등을 시작으로 컬트 드라마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평론 부분을 선점한 강명석의 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강명석이 본격 대중문화웹진인 '매거진 T'의 주요 필진으로 합류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 부터였다. 특히 매번 핫 아이콘이라고 불리우는 스타들에 대한 인맥 관계도를 통해 그 스타를 분석하는 코너였던 T-MAP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매거진 T'에서의 인기는 대중문화평론가로서 강명석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주었다.
그러나 몇 달 전 '매거진 T'의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을 포함한 '매거진 T'의 주요 필진들이 대거 '텐-아시아'라는 새로운 웹진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강명석 역시 '텐-아시아'에 합류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의 나이도 이제 서른 중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꾸준히,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해온 그의 새로운 시작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텍스트가 90년대 이후 양적, 질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맞은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하나의 역사로 남을 것을 기대한다. 부디 건필하길.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5-15
13:45:02
병장 손정훈
예찬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요즘 책 예찬과 축구 예찬은 봤지만 말이죠.
잘 읽었습니다. 두번째도 기대할게요. 2009-02-18
16:08:20
상병 김예찬
(그리고 '텐-아시아'에 어제던가 그제 부로 강명석의 소녀시대 인터뷰가 올라왔다. 열폭. 서태지빠/소시빠라는 내 정체성의 두가지가 모두 강명석에게 열등함.) 2009-02-18
16:09:55
일병 권홍목
check check
사이트 주소좀 알려주실래요? 이거 매우 관심가는 내용이군요 2009-02-18
16:24:32
상병 김예찬
10-asia.co.kr 일겁니다. 정확한 주소는 생각이 안나긴 합니다만.. 그냥 포털에 텐아시아, 혹은 강명석으로 검색하면 뜰겁니다. 2009-02-18
16:32:54
일병 권홍목
감사합니다. 아이돌에 대한 음악적으로 공정한 평가라는게 눈길이 가네요. 애초에 아이돌 리뷰조차 찾기 힘들뿐더러 위 글처럼 인상비평에만 치중한 리뷰가 많아서, '음악적'인 리뷰를 읽고싶었어요. 뭐 지금은 들었을때 어느정도 좋고나쁜게 가려진다고 자신(이라쓰고 자뻑-이라 읽는)하지만, 그래도 읽을만한 리뷰가 있다는건 좋은일이죠. 음악을 음악으로만 보지 못하는게 왜곡된 우리나라 음악판의 또 다른 모습인것 같아 안타깝네요.
저 멀리 영국에서는 McFly같은 딴따라들도 가끔 7점이상을 받는다고요- 2009-02-18
16:40:53
상병 김예찬
근데 요새는 음반 리뷰를 잘 안해서.. 음. 텐아시아도 문화웹진이라 비평적 성격은 약하구요. 프리챌에 있는 강명석씨의 커뮤니티 '트리플크라운'을 찾으신다면 강명석씨의 옛 음반 리뷰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최근까지는 트리플크라운에서 음반 리뷰를 했더라구요. 한 서태지 <모아이> 정도까지? 2009-02-18
16:52:23
병장 양동민
강명석씨는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sg 뭐였더라 기억도 안나네)보다는
view란에서 엄청난 유명세를 탔던걸로 기억합니다.
당신의 view란은 지금의 인터넷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전문적이고
식견있는 유저들이 많았거든요. 현재 활동중인 뮤지션들도 많았고.
(당시 신해철이 쓴 글은 PC통신에서는 보기 드물게 조회수가 1만이 넘었습죠)
말씀하신 '트리플크라운'도 아마 그때 활동하던 사람들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나저나 '10-asia.co.kr' 하니까 왠지 19금틱한 이미지가 풍기는데
저만 그런건가요. 큭큭. 2009-02-19
08:25:27
병장 김민규
그러게요. 10-asia라, 무언가 모를 야릇한 기운이? 클클
잘 읽었습니다. 2009-02-19
08:43:55
상병 김예찬
저도 글을 쓰고 나서 텐아시아, 좀 이상한데? 혹시 텐매거진이었나? 하는 마음에 사지방에서 확인까지 했건만.. 정말 텐아시아 맞는 것 같습니다. 야릇하네 진짜..
view! 맞습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 천리안 텔방하고 헷갈리는군요. 신해철 뿐만 아니라 장석원도 글을 써서 굉장히 재미있게 전개되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2009-02-19
08:55:29
병장 양동민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도 그 전신을 찾자면 view란(혹은 metal란) 이죠.
.... 앉아서 생각해봤는데 그 텐아시아의 어감은 쇼킹아시아의 잔상이 아닐런지...... 끙. 2009-02-19
10:25:49
상병 김예찬
음, 이석원은 제 기억에 모소모쪽에서 주로 활동했던 것 같은데. 하긴 고등학생 때는 view에서 글 썼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 2009-02-19
10:59:06
일병 김유현
흐음. 매거진-T도 잡음이 있었군요. 흥미로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9-02-20
07:27:10
병장 홍승표
정말 아이돌 팬덤쪽에선 최고능력자로 대우받고있죠...
객관적인 리뷰를 해주니까요.
덕분에 새로운 앨범이 나올때마다 명석님의 리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중에서 문희준이 아낌없이주는나무를 타이틀곡으로 1집솔로활동을 시작했다고 되있는데 아낌없이주는나무는 2집타이틀곡이죠...
1집은 Alone이라고 문희준 특유의 窩 느껴지는 전형적인 댄스곡이였습니다. 2009-02-20
10:29:54
일병 오효섭
호오 역주행을 해서 읽긴했습니다만 이어지는 글이 아니니 하하.
예찬님 잘 읽었습니다아. 2009-02-20
16:13:36
상병 김예찬
승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허허. 그래도 한때는 희준이형 팬이었는데 이런 실수를. 2009-02-21
12:28:11
상병 전시우
트리플크라운에서 활동하는 1인으로써 강명석님에 대한 글을 보니 뿌듯하네요 2009-04-03
10:4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