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김예찬   2009-09-09 14:10:57, 조회: 375, 추천:0 


1.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대학교에 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학교가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펼친 05년도 부터 외국인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는데, 어쨌든 얼마 전 학교에 들렸을 때 캠퍼스를 거니는 사람들 중 10%는 외국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외국인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한국어를 제외하면 다른 어떤 언어로도 일상적인 대화도 나눌 수 없는 빈약한 외국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따로 외국인 학생들하고 이야기를 나누어볼 기회가 없었다. 물론 그들과 접촉하게 될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대화'가 가능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이다. 과반 동기들 중에는 수업에서 만난 외국인 학생과 나름대로 친분을 쌓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나는 그럴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바로 어제까지도 마찬가지였다.


2.

그러다가 어제 인터넷에서 누군가 스크랩한 박노자의 글을 읽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인데, 생각해보니 박노자 역시 90년대 초반,  '외국인 학생'으로 우리 학교에 다녔었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박노자의 어떤 책에 보면 한국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정확히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역시 당시의 스포츠권 학생들과 나름의 교분을 가졌던 것 같다. 내 과반 후배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박노자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만 해도 외국인 학생이 극히 드문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외국인 학생들이 당연한 풍경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으리라. 박노자가 한국 학생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렇게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교류해온 박노자는 지금 좋은 한국사 연구자,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가진 진보적 지식인으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

그렇다면, 오늘 날 학교에서 수없이 만날 수 있는 외국인 학생들이 또 다른 '박노자'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는 걸까? 나는 여기서 한국인으로 귀화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또 그 애정만큼의 비판을 가열차게 펼치고 있는 '한국인 박노자'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역사의 페이지로 사라진, 혹은 유령처럼 세계를 떠도는 '구 소련'이라는 국가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급속히 자본주의화된 성장기 '한국'에서 공부했으며, 사민주의 모델의 대표 국가 중 하나인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혹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사X주의자'라는 이름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박노자'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지젝이 '동구권 출신'이기 때문에 "전체주의가 어쨌다고?"라고 반문할 때 함부로 반박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련 - 한국 - 노르웨이를 거친 박노자'는 단지 이론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어떤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박노자의 가치가 그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학 전공자로서 나는 박노자 같은 젊은 연구자가 그렇게 많은 사료에 접근한 것 자체에 경악할 수 밖에 없다. 그는 동년배들 가운데 손꼽을 만큼 훌륭한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다.)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그가 알려준 것들은 분명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는 또 다른 박노자를 만날 수 있을까?


4. 

그렇다면 오늘 날 한국 학생들, 아니, '또 다른 박노자'를 필요로 하는 진보적 학생들(?)은 교내 외국인 학생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물론 제 맘껏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적어도 기존 '학생 스포츠권'들 같은 경우 그리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외국인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아직까지도 (그런 것이 아직 남아 있다면) '학생 사회'에 이들 외국인 학생들을 포괄하려는 움직임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학내 동아리, 학회, 기타 단체들의 경우, (언제나 한발 앞서나가는!) 종교 동아리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외국인 학생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된 몇몇 동아리를 제외하면 외국인 학생들과 온전히 '학생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나는 특히 '국제주의'를 제일가치로 표방하는 모 단체의 '외국인 학생 정책'이 꽤나 궁금하다. 음.)


5.

물론 이는 기존의 '(한국인) 학생 사회' 문제를 고민하기도 바쁜 진보적 학생 단체들에게 어떤 역할을 요구하기엔 너무 가혹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나 스스로도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그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외국인 친구를 한 명도 두지 않는 나는 현재 우리 학교에 외국인 학생이 몇이나 있는지, 그들의 학교 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단순한 교환 학생과 유학생, 그리고 입학부터 본교생의 각각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전무하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한국에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떤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 날 적어도 '학내 정치'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이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들은 학교(체제?)의 '선전물'이자, 어떤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본관을 점거한 한국인 학생들에게 무차별 징계를 내렸던 '글로벌'을 그렇게 좋아하는 학교가, 본관을 점거한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어떤 처벌을 내릴까?  

6.

난 갑자기 궁금해진다. 지금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중국인 학생이라면 그야말로 격동의 '개혁개방'의 시대를 산 중국 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일 것이다. 유럽권 학생들이라면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대응하는 '1000 유로 세대'일 것이고. 또 미국인 학생이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표되는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오바마라는 새로운 리더쉽을 선택한 바로 그 '젊은' 미국일 것이고. "오늘 날 우리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정치가 세계정치"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단지 외국어에 불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우리'들이  외국인 학생들의 '학생 사회' 진입에 대한 문제에는 무관심했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만약, 우리들이 '연대'를 이야기한다면, 거기에 '외국인 학생'들을 배제한 채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가 '학생 사회'를 이야기한다면, 외국인 학생들 역시 "우리"와 더불어 '학생 사회'의 구성원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동료 학생으로 인정 되어야하지 않을까? 


7.

일단 생각을 여기까지 '던져' 두고 무책임하게 들어가보겠다. (무엇보다도 나는 일단 외국어를 배워야하는 것일까.)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10-21 10:54)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10-01-27
13:20:08 



일병 지승인 
  7번에 공감하면서, 저번 슈가때 학교에서 슬로베니아 여자를 만났는데, 쿤데라 책을 같이 펼쳐 흔들며 하하하-. 지젝 책을 펼쳐 흔들며 하하하- 밖에 할 수 없었지요. 엄청난 무력감이 들었답니다. 허허 2009-09-09
14:53:45
  



상병 정택민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 1권"을 보면 박노자씨가 격한 고려대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느낀 점들을 풀어놓은 부분이 있지요. 저도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인상깊었던 점은 한국의 스포츠권 학생들이 민주에 대한 피끓는 외침과 실천적 투쟁을 하면서도, 밀리터리 서비스만 마치고 오면 권위적으로 변해버리는, 평등을 외치면서 그안에서 수직적 구조를 만들어버리는 세태를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스포츠권의 이념 및 지식 전달이 선배에서 후배로 '권위적으로' 이식된다는 점에 주목했지요. 말그대로 복학생 선배의 이념주저리를 너무나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을 한국 스포츠권의 하나의 문화라고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술자리에서 선배의 레닌설교를 듣는 것 보다 선배가 강권하는 술한잔을 거절하는 것이 훨씬 더 진취적이고 실천적이라는 말이지요. 2009-09-09
15:05:06
  



병장 윤정기 
  '외국인 학생이 '스포츠권'에 편입되어 정치적 실천을 보여줄 수 있는 사회.' 
한국사회에서 그런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이 저의 눈에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거꾸로 생각해보면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 학생들 - 그들의 입장에선 결국 외국인 - 이 그다지 그 사회에서의 박노자식의 '정치적'인 활동을 보여준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군요.(있나요?) '연대'의 범위에 편입되기를 아예 거부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한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수 밖에요. 예컨대, 정치학을 배우러 프랑스로 간 학생이 프랑스의 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실천하는 것을 꺼려한다면, 적어도 그런 의지조차도 없다면 그는 정치학을 대체 어떻게 써먹어 나가야 하냐는 식의 논리랄까, 여튼 저는 약간 서글픕니다. 
이것은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주관에의 매몰'에 관한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박노자의 '눈'은 우리보다 '객관적'일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 또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을 테고. 2009-09-09
15:16:53
  



상병 정성근 
  윤정기 /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모든 주관적인 시각의 소유자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될 각오가 전제되어야 할 겁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은 '외국인이 뭘 안다고 떠드느냐.' 식의 베타적인 공격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지요. 

정택민 / 아, 슬픕니다 그거. 궁에서 세뇌교육을 받아서 그래요.(웃음) 사실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직은 실천적 투쟁을 하는 스포츠권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듯 합니다. 게다가 요새는 스포츠권의 몰락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학생여러분이 죄다 현실주의자가 되는 상황이라 이제는 변혁도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답니다. 2009-09-09
15:47:50
  



상병 정성근 
  6. 에, 뭐랄까 저도 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체계라 급관심 상승 중이군요.(웃음) 외국인 학생과의 연대라는 건 머릿 속으로 상상은 해 보았으나 현실적인 문제들이 가로막는군요.(언어의 장벽이라던가)추구하는 이상의 크기를 생각할 때, 어찌 생각하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했던 점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2009-09-09
15:50:39
  



병장 이 원 
  음.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중국인이 학교인원에 약 15%인데요, 문제는 이같은 대화와 연대감을 가지고 싶어도 알바와 공장근무가 목적이라, 참 아쉽네여. 2009-09-10
03:15:15
  



상병 박재영 
  크게 관심없는 주제일 거라 속단하며 스크롤을 중간부터 내리려 하다가 어느 순간 눈길이 
박혔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네요. 외국인 학생의 학생 사회 진입이라. 지금에야 더듬어보면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 교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을 상대로 발언하려고 했던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그저 무관심해여서 몰랐을까요 음. 

이런 글을 보니 미수다의 도미니카 씨와 공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게 유일한 학내 
외국인과의 접점인 걸 보면 저도 참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허허. 2009-09-10
09:55:59
  



상병 홍명교 
  4,5/ 
기억을 되살려보면, 관심이 없지는 않고, 관심이야 무진장 많지만, 두세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하나는, 예찬씨처럼 외국어 능력의 부족함 때문이었죠. 통역을 둘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다들 공부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학생회 일, 그외 다른 일들이 수도 없이 쌓여 살아갔기 때문에 포기하며 사는 거죠. 역량이 부족해서 무언가 선택을 해야만 했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버티고 붙잡느라고 바쁜 정경대, 문과대, 사범대의 전통적인 중심 과들, 그리고 전통적인 동아리들부터 챙겨야하니까요. 
둘째는, 그래도 만날수야있다면, 지금 1단위1연대로 만나고있는 의정부의 20대초반 외국인노동자들과 한번이라도 더 많이 만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것도 있죠. 이미 2000년대 이후로 '학생xx'은 '자기 영역'의 차원에서 실천적으로 몇가지 갈래로 나누어졌는데, "학생복지"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공장"의 문제만 집중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주의,세대,이데올로기" 등의 문제에 집중하는 등등이죠. 그런데 학내의 외국인 학생들은 차순위도 아니고 차차순위도 되기 어려우니까요. 우선 중요한 것부터, 할수있는것부터 한다고 할땐 순위에서 많이 밀릴수밖에 없죠. 안타깝지만.. 
비극이지만,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는 괴로운 현실 조건이 존재하는 겁니다. 2009-09-10
10:14:43
  



병장 김예찬 
  '학생 사회' 자체가 참담한 상태라는게 일단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고대 같은 경우 이른바 07, 08년도에 '비권' 총학이 들어서면서 '학생 복지'라는 주제를 확실히 강조했기 때문에 스포츠권의 경우 전략적으로 '복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학생회 선거 때 그 부분을 정책적으로 포함하긴 했지만, 대놓고 "학내 복지에 집중하겠다"는 쪽하고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생회가 '학생 사회'의 재구성 쪽에 100%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측면에서 '학생 사회'를 다시 생각해볼 때 외국인 학생 문제를 빼놓고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하겠죠. 명교님 말씀처럼 '선택과 집중'에서 우선 순위가 되기 힘들고, 원님 말씀처럼 외국인 유학생들 대다수는 (마치 한국의 미국 유학생들이 그러하듯) 자국에서 통용되는 '스펙'이나 경제적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내 조직 중에서 '영어 팸플릿'을 만들고, 몇몇 외국인 학생들이 이 영어 팸플릿을 돌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학생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논의 대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그 들 중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을 누군가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네요. 2009-09-10
10:35:48
  



병장 류선웅 
  언어가 그렇게 큰 장벽이 될까요? 물론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제가 다니던 동아리에(건전한 볼링 동아리랍니다) 같이 다니던 선배(미수다에도 나왔더랬죠 아맨다 라고)님은 한국어 능력이 상당히 괜찮으시더라구요, 굳이 외국인이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이런 외국인 학생들과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도(물론 한국어로) 외국인 학생과의 장벽을 좁혀가는데 도움되지 않을까요>? 

뭔가 태클인듯한 글이되었는데 진심은 그게 아니랍니다(흑) 2009-09-10
10:38:04
  



병장 김예찬 
  원문과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서, 학생회가 '학생 복지'를 꺼내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 사회'를 이야기하려면 우리가 '학생 사회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보면 제열님의 글에서 이야기했던 '공동 생활 전선'과도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일텐데.. 자취생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권리,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권리와도 같은 것들을 기획한다면, 혹은 '공동 생활 전선'이 펼쳐질 수 있도록 '부동산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 있다면 '학생 사회'의 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학생회에서 식당이나 부동산 정보와 같은 것들을 제공해주고 있긴 합니다만, 그 것에 그치지 않고 집을 고르는 것에서 부터 밥을 먹는 것까지 - 예를 들어 '월 식권' 같은 것을 계약한다거나 - 학생회가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역할을 맡아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9-09-10
10:43:54
  



병장 김예찬 
  선웅님의 말에도 공감하는데, 제가 아는 한 친구는 외국어 구사가 '전혀' 안되도(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회화능력은 초등학생에도 못미칩니다) 외국인 클래스에서 한국어로 친구를 잘 사귀면서 지내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외국어라는 장벽은 어떤 심리적인 요인에서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2009-09-10
10:45:32
  



병장 김태완 
  외국어는 부딪쳐야 는다고 하죠. 서로의 회화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소통이 어느정도 가능할 정도만 된다면 속도는 더딜지 몰라도 목표로는 지속적으로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속도도 붙겠죠. 문제는 외국인에 대한 인식인데 요즘 신종플루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을 꺼려하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인종차별의식과 더불어 그냥 외국인 무리들끼리 몰려다니고 갑자기 그들에게 말걸기도 쑥스러워서 같은 집단에 속해있더라도 말을 잘 걸지 않고 다가가기도 불편해 했습니다. 한국인들끼리의 장벽보다 조금 높은 장벽이 그들과 우리 사이에서 존재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외국인 자체를 아예 꺼려한다고 합니다. 신종플루에 의해 장벽의 높이가 격상된 것이지요. 스포츠 경기나 각종 회담 등에서 빚은 결과 때문에 어떤 나라에 대하여 안좋은 인상이 박혀도 그 나라의 외국인들과의 장벽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외국인과의 장벽은 나도 모르는 새에 형성된 외국인에 대한 인식에 기인합니다. 전 외국인에 대한 인식전환 유도가 외국인과의 교류에 있어서 가장 시급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외국인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예찬님의 생각에 대해 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싶습니다. 외국인들과 어느정도 얘기를 해봤는데 그들은 그들 나라에서 부자였습니다. 숙식은 이미 건너 오기 전에 다 처리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리를 지어 다녀서 그들 나름의 해결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도움의 손길을 언제나 열어놓는 것은 좋겠지만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도와줄 정도로 유난 떨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의 문제에 외국인들까지 '공동 생활 전선'으로 참여 시킬 필요가 있나 생각합니다. 2009-09-10
13:13:50
  



상병 조원일 
  우리 학교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습니다. 
주로 중국인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학교 주변의 상당수 편의점에서 그들이 알바를 한다는 점이죠. 
밤에 배고 파서 삼각김밥 사먹으러 지에쓰나 屎 문을 열면 처음 들어보는 중국어 노래가 나오기도하고... 다른 중국인 친구들과 막 얘기하고 있으면 제가 괜히 낯선 곳에 온 거 같기도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이었던가요? 티벳 사태가 한참 난리가 났을 때나, 혹은 또 이전에 중국의 축구 에이매치가있었을 때 밤새도록 중국인들 끼리 술마시고 소리지르고 여기 저기 토해 놓고 그래서 무서워서(헛허헛) 못 나갔던 기억도 있네요. 
뭐 이런 저런 좋은 기옥과 나쁜 기억을 넘어서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의 일상에 함께 하고 있는 점 만은 분명한 듯 합니다. 2009-09-11
08:33:36
  



상병 민해기 
  저희 학교 같은 경우에는 06년도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서 
그런 문제의식이 제기되었습니다. 무차별적인 어용의 복지약속에 
또 거기에 따라가는 숨은 표들에 회의와 무력감을 한창 느끼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외국인 학생이 늘어서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10%에 육박하고 있으니까요. 
숨겨진 다수랄까? 
그런 상황에서 스포츠권에서 나름 싱크탱크라 자처하는 새내기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내놓았죠. 저들도 투표권이 있는 우리 학교 학생 아니냐고. 저들의 문제에도 귀를 귀울이고 다가가야하지 않나교. 표의 문제를 떠나서. 
속으로는 떨었습니다. 그 땐 고작 새내기였으니까요. (웃음) 
그래서 06년도에는 
선거 플랑과 대자를 문과대의 도움을 받아 중국어와 일본어로도 쓰고, 
선전전도 그렇고, 새롭게 진행되었답니다. 
역시나 선거에는 패했지만, 저희 학교 사람들에겐 참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달까요? 

물론 그 후에 지속되는 후속타가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요. 2009-09-11
11:11:11
  



병장 김예찬 
  미국으로 유학 가는 한국 유학생들이 다 부자가 아니듯, 한국으로 유학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다 부자인 것은 아닙니다. 저희 학교 근처에는 거의 외국인 학생들 - 특히 중국, 동남아 지역 유학생들 - 만 가는 밥집이 있었는데, 싼 가격에 뷔페식으로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죠. 그러나 또 그만큼 위생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 곳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몰렸다는 것은, 이들 역시 '먹는 문제'에 대해 어떤 경제적 곤란이 있다는 증거였겠죠. 외국인 유학생들도 어찌 보면 많은 수가 다른 지방에서 온 '자취생'들인 만큼, 한국인 자취생들과 같은 맥락에서 '복지'를 누려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해기님이 말씀하신 경우와 같이, 특히 외국인 학생들의 생활권, 혹 수업권과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연대 방향을 찾을 필요도 있는 것 같구요. 2009-09-11
11:25:04
  



상병 민해기 
  예찬님께/ 
위생문제도 참 문제죠. 더군다나 그런 식당의 경우에 알바생도 외국인 학생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손님을 끌기위해서나 임금면에서나... 
제가 근처 PC방에서 알바를 하면서 외국인 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덕분에 그분이 알바하는 가게에서 대통주를 얻어마시기도 했죠.) 
참...근무조건이 너무 열악하더군요. 거의 노예계약.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의사소통이군요.결국은 학교내에서도, 
한 인간이 모든 언어를 익힐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쪽이 생기기 마련일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부분적인 연대라고 해서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잘못된거겠죠? 

저도 '외국인 학생'이라는 단어에서 오로지 외국인만 강조되는 
것이 좀 항상 불만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외국인 학생'은 
외국인이기 이전에 학교테두리에서는 '학생'아닐까요? 

하지만 역시나 방법을 찾는 거란 항상 어렵네요. 2009-09-11
11:39:31
  



병장 김예찬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학생'인데, '학생'이나 '학생 사회'안으로 포괄할 수 있어야된다는 것입니다. 뭐 미국으로 유학가는 한국 유학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듯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과도 기본적으로는 한국어로 소통해야겠죠? 허허. 

무언가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 학생들이 가진 '문제'를 파악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도 기회가 닿는대로 그들을 더 알아가야겠습니다. 

해기님이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신 것 같은데, 외국인 알바생들을 불합리한 조건으로 고용하는 학교 주변 점포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외국인 학생들과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좋은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2009-09-11
16: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