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_김지민
병장 임정우 03-16 14:29 | HIT : 501
핑. 퐁
대화를 이룩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브와 리시브. 듀스. 팽팽한, 팽팽, 핑퐁
세계는 아직 쓸만한가? 핑퐁 핑퐁포로퐁퐁퐁 핑퐁퐁 떠뜨릴까 이거. 무슨 소리지
치고, 받고, 치고, 받고, 치고, 받고, 그것이 소통의 기본 원칙이던가
서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이 넓디넓은 공간 안에, 우리는 육십억 중 하나로. 데굴데굴. 다른 공들과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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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원소
좋아하는 영화 중에. 제 5원소가 있다. 브루스 윌리스도 좋아하고, SF세계관도 좋아하고, 뤽베송 감독도 좋아해서 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원인 둘째 치고 결과론 적으로 나는 제 5원소라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액션 뿐만 아니라, 음향도 괜찮고, 배우도 괜찮고
무엇보다. 깊이가 있다.
하기사 제 5원소라는 영화는 '결국 5번째 원소가 뭔가 했더니 사랑이었냐? 이 지긋지긋한 소재 같으니'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세계 멸망을 지키는 것은 '사랑'이라니 이렇게 강력한 진부함은 또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영화 중에서, 세계를 구원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성패를 가지고 있는 고대 무기이자 완벽한 개체인 '릴루'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얼마나 타락하고 더러운 종족인지, 얼마나 악의적이고 쓸모없는 존재인지 깨닫는다. 나는 아직도 릴루가 노트북에서 'war'을 검색해 보며 많은 동영상, 사진 자료를 보며 흘린 눈물의 장면을 기억한다.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핵폭발의 장면에서 릴루의 울음은 극도로 치닫는다. 인간의 세계는 파괴하기 위해 존재하는구나.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나는 인간을 구해야 하는가. 릴루는 고민한다.
핑 퐁
맨날 얻어 쳐 맞는 아이 두 명이 있다. '못'과 '모아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 녀석이다. 이녀석들은 속칭 '따'이다. 그것도 심한, 따이다. 심심하면 공터에 나가서 껌 좀 씹는 녀석들에게 얻어맞는다. 그 중에서 '못'이라는 녀석은 두개골에 금이 갈 때까지도 맞는다. '모아이'는 돈을 심심찮게 갖다 바친다. 책에서 이야기하기를 '깜빡'잊혀진 녀석들이란다. '못'과 '모아이'는 세상이 잊어버린, 깜빡 해버린 녀석들이다. 도태된 녀석들. 그래서 인간답지 못하게 사는 녀석들.
개인, 무리, 그리고 그 무리를 감싸는 더 큰 무리. 그 무리를 감싸는 더 더 큰 무리. 이렇게 해서 한 개인은 인류와 통해진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인류'가 되려고 한다. 다수의 편에 서려고 한다는 말이다. 작가 박민규는, 이렇게 모두가 '다수'이려고 하는 세상 속에서 '다수'가 되지 못하고 깜빡 잊혀진 녀석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래서 박민규는 이 녀석들을 깜빡 잊지 않는다. 플롯은 이 녀석들을 깜빡 잊지 않는다.
잊혀져 있던 이 녀석들이 서서히 세상의 물망으로 오르는 모습은 흥미롭다. 끊임없이 둘을 괴롭히던 치수의 행방불명, 종무의 뇌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탁구의 발견.
사실상 이 녀석들은 세상의 물망으로 오르기보다, 저들끼리의 의미를 찾는 모습에 가깝다. 이 두 녀석은 잊혀진 자기들 끼리 '다수'를 이룩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핑퐁을 한다. 치고, 받는. 핑퐁. 치고, 받는 핑퐁.
'인간 연습'이라는 거다.
인간은 살려둘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이 녀석들이 '릴루'처럼 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인류의 운명을 거머쥔 녀석들. 언인스톨 할 것인가? 아니면 취소할 것인가. 릴루에게 주어졌던 '구원할 것인가' '종말하게 내버려 둘 것인가'와 같은 맥락의 질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살려둘 가치가 있는가?' 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 5원소와 핑퐁의 공통점이자 차이점을 관측할 수 있다. 릴루와 '녀석들'은 일반적인 인간과 먼 녀석들이다. 그러나 인간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인간을 느껴 본 이후이다. 이것이 그들의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인가?
어째서 일반적인 인간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 다르다. 릴루는 기본 전제가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핑퐁의 주인공들은 인간이다. 이것이 포인트이다. 인간인데, 인간과는 먼 인간이다. 도태된 인간. 깜빡 잊혀진 인간. 말하자면. 버.려.진.인.간이라는 거다. 여기서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핑퐁은 제 5원소처럼 간단하게 '그래도 사랑이 있어 세상은 구할 만 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릴루같은 외계인에게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없이 아름다운 가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못과 모아이처럼 사랑에 대해서도 버림받아보았다면, 릴루는 과연 지구를 구했을까? 미지수이다. 제 5원소는 시니컬하게 끝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핑퐁은 시니컬하게 끝났는가?
묵묵부답.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제 5원소에서 구가했던 가치가 '사랑'이었다면, '핑퐁'에서는 '소통'이라는 더 광대한 가치로 드러나고 있다. 핑퐁이라는 스포츠는 그 '소통'을 대변하는 개체로서 나타나고 있는데. 소설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핑퐁'은 꽤나 긍정적인 개념이다. 물론 한계점은 드러난다. 끝없는 듀스. 지칠 것만 같은 소통. 무엇이 '럭키' 인지 알 수 없는 과정. 소통은 수수께끼 같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수수께끼 같기 때문에 소통은 희망일 수 있다.
기계적이었던,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만 같던, 스키너의 쥐와 새를 이길 수 있었던 건, 그러한 수수께끼 같은 희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수께끼 같은 희망을 품었기 때문에, 과로사 할 때까지 그들은 핑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어쩌면, 어쩌면, 이길 수 있어. 소통 할 수 있어. 나는 이 공을 넘길 수 있어. 언젠가는, 저 녀석이 못 받을 날이 있어.
이따금은, 받아쳐지지 않는 일방통행도 필요한 법이다.
소설 '핑퐁'은 그들이 지구를 언인스톨 했는지 안했는지 드러나지 않고 끝난다.
"언인스톨?"
이라는 물음에 그들은 끄덕이는 대답을 하지만, 정작 마지막 장면에서 '그리고 인간은 우리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라는 설명 대신 '나는 학교를 향해 걸었다'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고는 있지만 섣불리 단정 지을 수만은 또 없는 결말이다.
핼리를 기다렸던 그들에게, 탁구계(卓球界)는 '멸망'이었을까.
어쩌면 박민규는 우리에게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살려둘 가치가 있는가?"
하며, 우리에게 스매시를 날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받아 칠 것인지. 공을 흘릴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아니, 당신의 선택이다. 설령 소용없는 선택이라도, 선택 자체가 의미가 될 수 있다.
당신은 깜빡 잊혀진 인간은 아닌가? 당신은 누구를 깜빡 잊고 있지는 않는가. 이렇게 깜빡 잊혀진 세상은 과연 구원의 가치가 있는 세상인가? 책을 읽는 동안, 박민규와 독자 간의 끊임없는 핑퐁이 계속 될 것이다. 아직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핑.
퐁.
병장 김효경
흠...저도 이거 봤답니다.
못과 모아이의 불상한 인생들이...하지만 그들의 손에 지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 세상에 필요 없는 인간은 없다.'
책 내용으로 보면 정말 하잘것 없는 인간으로 나오는 '못'과 '모아이'
하지만 지구의 앞날이 그들에게 달려있죠.
그것도 쥐와 새를 이겨서..힘겨운 싸움이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궁금한건 공룡들도 그 작은 탁구대에서 탁구를 쳤을까? 하핫
그냥 제 생각 입니다.큭큭
하여튼 결론은 우리모두 필요한 인간...
세상은 멈춰있지 않고 항상 움직이고 있다. 핑.....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