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09 10:01:58)
상병 황민우
푸른꽃의 문학산책 1-1. 신화의 시대
1-1. 신화의 시대
인간의 역사에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은 메소포타미아지방에 남아있는 한 거인에 대한 전설인 '길가메시 서사시'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신화' 혹은 '옛날이야기'라고 부릅니다.
신화는 문자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문학 양식이기때문에, 원래 그것은 노래로 불려졌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왜냐면, 그리스 신화의, 문학의 여신인 무사이(뮤즈)들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의 딸들이고 노래를 부르려면 많은 기억력이 필요로 했기때문입니다. 따라서 옛날엔 문학과 음악이 하나로 일체화 되어있었다고 추정합니다. 고대시대에는 문학과 음악과 행위예술(춤)이 모두 하나의 형태를 갖춘 상태로 전승되었다고 추측하는 문학이론을 이른바 발라드 댄스 기원설(Ballad Dance Origin)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문학은 시와 소설이 결합된(?) 서사시로 시작을 했으며, 서사시란 그런 신화적 내러티브를 '노래했던' 양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 서사시는 뒤에서 말씀드릴 영웅서사시Epic과는 전혀 다른 장르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하여튼, 문학의 시작은 구전문학임에는 틀림이 없고, 그것은 노래의 형식으로만 남아있었기때문에 이것이 실제로 우리앞에 '드러나는'경우는 크게 두가지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그런 세상에 떠도는 신화의 편린인 이야기들을 모아서 채담자가 직접 기록하여 정리한 것으로, 우리가 보통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나 '이집트신화'같은 책들이 그것입니다.
둘째는 작자미상의 어떤 인물이 문자시대이후에 자신이 부르던 노래의 노랫말들을 기록하여 남겨진 것들을 말합니다. 이는 대개 작자미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엄격한 율격과 신화적인 은유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제의적 목적의 코러스들이 분명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것은 각 수사본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있는 통일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겨진 텍스트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영국의 '베오울프', 에뉴마 엘리시(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조각이라 추정되는 '길가메시 서사시'등입니다. 우리는 오늘 바로 이 텍스트에 대해서 알아볼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읽는 그리스 신화는 거의 99%가 토마스 불핀치 본의 '그리스 로마신화(The Age Of Fable)'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부유한 재벌이었던 불핀치가 여가생활의 일환으로 (이부분에서 케인즈가 경제학자들에게 공격받는것과 마찬가지의 공격을 불핀치도 받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이 쉽게 신화에 접근할수 있도록 편집한 3부작의 1권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두권은 아서왕이야기와 샤를마뉴의 전설인데 모두 범우사에서 번역출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도 통일적으로 채집한 최고의 그리스신화의 모음으로 여겨지고 있고 지금도 가장 표준적인 신화텍스트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신화의 모든 면모는 바로 호메로스 서사시에서 온전히 드러나는데, 이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상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하여튼, 채담자의 편집본의 경우는 구전에 의해서 훼손, 상실,변형된 내용들이 많기때문에 신화의 진의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것을 복원하여 원형을 찾는 방법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 전문적인 내용이고 이 글과는 관계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일반적인 신화의 특징을 고찰하고자 하므로, 호메로스서사시와 길가메시서사시, 베오울프, 그리고 한국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풀어가겠습니다.
(1) 호메로스 서사시
많은 분들이 아실만한 호메로스의 명 서사시는 트로이전쟁과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라는 두가지 이야기를 가지고 풀어갑니다. 또한 신화적인 서사시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문학에 속하기도 합니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문학을 통틀어서 에픽Epic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영웅적인'이라는 뜻으로, 이 에픽문학의 성격에 대해서는 다음장에서 루카치를 알아볼때 상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기서는 에픽이라고 불린다는것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이 작품은 신화의 가장 표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은 자연(이 시대에 자연과 신은 동격입니다. 이 역시 뒤의 캠벨과 신화파트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에 귀속된 존재이며, 이는 '운명'으로 결정지워져 있고, 신들의 세계에서 발생한 일들이 원인이 되어 인간세상의 운명이 결정지어진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로이의 멸망은 헬레네와 황금사과라는 신들의 행동에 의해서 이미 결정된 것이고, 오디세우스의 죽음 역시 신들의 일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신화가 원래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려는 종교적 사유'에서 출발하였고, 그것에 사유적 색채가 발달한것이 종교라면, 문학적 상상력이 극대화 되어서 발달한것이 신화였습니다. 따라서 신화는 굉장한 은유적 표현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매우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세게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연적 사건에는 반드시 필연적 원인이 있으며, 그것을 신들의 사회와 연관시켜서 생각했습니다. 신화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을 그리스신화적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핵심인 마술적 사실주의를 이해할때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므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 번개가 내리쳤다.
신화적 해석 -> 제우스가 우리가 지은 죄를 알고 벌을 내리려 창을 던졌다. (은유적 표현)
과학적 해석 -> 기단이 다른 두 구름이 충돌하여 일시적으로 방전상태로 전하가 지상에 떨어졌다. 앞으로 비가 올것 같다.
우리는 대개 '과학적 해석'의 생각을 가지고 번개를 바라보는데, 이를 '지시적 언어'라고 부르며, '과학어' 혹은 '일상어'라고도 부릅니다. 이것은 단어와 의미가 1:1의 의미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화적 해석은 우리가 문학이나 음악, 미술을 볼때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보여지는것을 가지고 여러가지 해석을 하는 방법입니다. 예를들어 위에서는 '번개'를 '제우스의 창' 혹은 '죄에 대한 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은유적 표현이며, 과학적 사고(과학적 해석)이 없던 고대인들이 과학적 설명을 풀어주는 '인과적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신화적 해석은 단어와 의미가 1:1관계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현상 자체는 '창을 던지는 모습'이 아니며 번개가 치는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번개 = 제우스의 창(벌을 내리는) 이라는 언어적 바탕(이것을 언어적 관계라고 불리는데, 이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면 소쉬르와 코펜하겐학파의 언어학을 언급해야겠지만, 어려운 부분이니 간단히만 설명하겠습니다)을 고대인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기때문에 '제우스가 벌을 내렸다'라고 하면 번개친다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는것입니다. 이런 신화적 해석관계를 "문학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문학어를 굉장히 자유자재로 쓰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까치가 운다'는 사실은 말 그대로 까치가 소리를 냈을 뿐이지만, 우리문화의 신화적 바탕은 그것을 '손님이 올 모양이다'라는 은유적(신화적) 의미로 해석하게 만들기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 신화적 정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모든 신화의 이야기는 '헛소리'가 아닌, 세상의 인식과 사유에 대한 은유적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 (물고기 두마리와 보리떡 다섯개로 오천명을 먹이신)은 단순한 실제적 기적적인 사건이 아니라, 영적 수확기를 뜻한 점성술 황도상에서 서로 마주보며 상반되는 두개의 별자리인 천칭좌(땅의 궁좌로 물질적 수확을의미)와 물고기좌(물의 궁좌로 영적 수확을 의미)에 대한 예수님의 임재에 대한 신화적 표현입니다.
이부분은 신화의 발생과 관련에서 다음 장에서 더욱 깊게 다루겠습니다.
(2)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는 호메로스 서사시보다 훨씬 고대에 쓰여진 시로 현존하는 최고(가장 오래된)의 문학텍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1/4의 신의 혼혈인 거인 길가메시가 그의 동료 엔키두와 함께 여러가지 퀘스트를 받고, 불멸불사를 위해 영원초를 찾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신화가 모든 신화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텍스트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그 압도적인 영웅신화의 구조때문입니다. 이 신화에서는 불멸과 영원, 그리고 뱀과의 관계, 신과 인간의 존재와 그 사이의 영웅의 역할등 영웅신화에서 드러나는 모든 구조가 간결하게 집약되어있습니다. 조셉 캠벨, W.H 오든에 의해서, 바로 이 작품때문에 영웅신화의 가장 근본적인 구조가 밝혀지게 됩니다. 이 구조는 뒤에서 다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하여튼, 세계 최고의 서사시로 남아있고 메소포타미아 신화라는 점, 영웅신화의 구조가 뚜렷하게 남아있는것이 길가메시 서사시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베오울프
그리스 서사시가 세계에 대한 문학적 설명이고 길가메시 서사시가 무의식속에 잠겨진 영웅의 원형적 구조의 출현이었다면 베오울프는 다른 점에서 주목할만한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렌델을 잡고 용을 죽이는 베오울프의 행동은 전형적인 영웅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것은 이 작품 안에 한 민족이 형성되는 정체성의 발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요한 서사시라는 점입니다.
베오울프는 북구에서 쓰여진 가장 오래된 텍스트로 노르웨이와 덴마크 왕가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였으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그 필사본이 발견되었습니다. 5세기경 쓰여진것으로 추정되며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화적입니다.
하지만, 베오울프의 테마는 그리스신화처럼 '총체성'속에서 즐거운 여행이나 길가메시의 '인류구원을 위한 영웅적 가도'가 아닙니다. 물론 영웅서사시적인 내용도 중요한 테마로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북구-게르만&노르만적 정신의 모든것을 이 서사시는 벌써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르만 수렵문화의 특징, 그러니까 폭력성, 잔인성, 몰개성적인 자아보호등의 특징이 베오울프에서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북구 헤비메틀에서 느낄수 있는 특유의 어둡고 암울하고 장대한 느낌을 베오울프에서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과 더불어 독일에서 발견된 오래된 짧은 서사시 '멜쩨부르크의 노래'에서 역시 노래하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도 삼촌과 조카가 목숨을 걸고 칼을 들이대며, 아버지 아들에 의해 죽임당하는 '운명의 조롱'에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종족의 생존과 존속에 대한 영웅적 입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탁월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히틀러와 연관하여 독일적 정서를 추출하는 분석도 상당히 흥미롭지요)
종족의 존속을 위하여 타 종족의 '학살'을 '공동적으로 용인'하는 이런 북구적 풍습은 중세문학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며, 게르만족의 민족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베오울프는 니벨룽겐리트와 더불어 신화에 담겨있는 민족성을 살펴보는 데에 가장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고대 서사시는 크게 이정도로 분류가 되고 있습니다. 이 신화의 내용이 왜 중요한것이며, 왜 이런 이야기를 가지게 되었고, 이 신화들에는 과연 어떤 진의가 함축되어있는지는 다음주에 게오르그 루카치, 조셉 캠벨, 노스롭 프라이를 설명하면서 한꺼번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런 세가지 서사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징이 어떠하다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병장 노지훈 (2006/07/09 15:01:25)
인쇄완료~ 잘 받아갑니다.
병장 박진우 (2006/07/10 19:22:27)
아...읽으면 읽을수록 새로 얻게되는 지식이 정말 많네요.
상병 김준성 (2006/07/12 12:41:44)
좋은 정보 잘 얻어갑니다..
상병 조주현 (2006/07/13 08:51:02)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