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아오이가든 : 짧은 후기 
 병장 김현동 03-20 16:48 | HIT : 204 



 편혜영을 처음 접한 건 창비 2006년 여름호에 실린 '사육장 쪽으로'에서였다. 여름호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충분히 재미있고 기억할 만한 것들이었지만(특히나 김중혁의 유리방패는 내가 팽귄뉴스를 읽도록 만든 작품이었고, 백가흠의 웰컴, 베이비는 그의 단편집을 사게 만든 작품이었다) 편혜영의 그것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사회현상을 포착하는 방법, 그것을 까바르는 방법이 여타 다른 작가들이 하는 방법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편혜영은 지금, 여기의 문제를 포착한다. 굉장히 사회적이고 사실적인 문제를 건들면서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서술, 하나의 시선을 진물이 날 만큼 깊이 끌어나가 오히려 비현실성을 느끼게 만들어버리는 서술로 내가 읽고 있는 소설이 현실의 문제인가 환상의 문제인가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번에 구입한 단편집 "아오이가든"은 '사육장 쪽으로'이전에 발표된 책이다. 9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희한하게 편혜영의 첫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등단작이 없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이슬털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는데, 정작 그 소설이 없다는 건 안타까움보다, 뭔가 이 소설집에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찝찝하다.

 소설집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단편 한 편만을 읽었을 때 느꼈던 것과 사뭇 다르다. 나는 편혜영이 굳이 시뮬라크르에 한정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시적인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고 있다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소설집 "아오이가든"에 실린 단편 9개는 모두 일관된 모습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작품들 사이에서 잔이 넘치듯 펼쳐진 하드고어주의는 가끔씩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집착적인 묘사는 묘사 자체의 미학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기보다 편혜영이 성찰한 인간의 모습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적 역할에 더 큰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물에 빠져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터진 신체에 대한 묘사나, 만삭의 여인이 개구리를 출산하는 장면의 묘사나, 득실거리는 구더기 떼를 홑이불 삼아 자리에 눕는 묘사 따위는 문장 자체로서도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거다.

 결론적으로 편혜영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인간과 짐승,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거다. 작가는 작품 속의 인물이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는다. 개구리가 인간의 모습을 한 것인지 인간이 개구리의 모습을 한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을 현실 혹은 판타지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완성의 추리소설처럼 독자에게 추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산 사람인지, 그가 개구리인지, 이 이야기가 환상인지 따위는 결코 중요한 게 아니다. 편혜영은 이율배반적인 그것들을 둘 중 하나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의 무의미함을 설득한다. 아니, 그것들이 이율배반이라는 생각조차 거부한다.

 어차피 각 잡고 독서후기를 쓰려는 것도 아니니까 편하게 이야기하는 거지만, 소설집의 표제작을 읽을 때는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잠깐 떠올랐다. 그리고 '누가 올 아메리칸 걸을 죽였나'를 읽으면서는 얼핏 김영하식의 영화적 표현력을 느끼기도 했고 '맨홀'과 '만국 박람회'를 읽으면서는 듀나를 떠올렸다. 물론 내가 이런 작품, 작가를 떠올리는 건 순전히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멋대로의 이미지 때문이며, 편혜영과 그들은 전혀 아무 상관없다.

 마찬가지로 단편들을 읽으면서 주영준의 그림들이 떠올라 그에게 편혜영을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해주었더니 "그 따위 조잡한 고어주의는 즐이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상병 김지민 
 저도 괜찮게 읽은 소설집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희귀하다는 데에서도 의의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03-20   

 병장 심승보 
 짧지만 단단한 독서후기, 잘 읽었습니다. 03-20   

 상병 김윤호 
 창비에 대해서 좀 알고 싶습니다.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03-21   

 병장 김현동 
 윤호// 제가 주류문학지를 두루 섭렵하고 있지도 않고 해서 설명해 드리기가 사실 겁납니다(땀). 이쯤에서 황민우가 등장하면 어떨까(두둥). 03-21   

 병장 안수빈 
 글 잘읽었습니다. 
 뜬금없이 마지막 문장때문인지 주영준씨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가는군요. 03-21   

 상병 나상빈 
 어느정도 참고 읽다가 던져버렸습니다. 왜 내가 시간을 투자해서 기분이 나빠져야만 하지? 
GG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