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 편지.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9-02-12 18:13:54, 조회: 704, 추천:1 

난 기분이 우울할 땐 산책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우울할 땐 재미있는 영화를 본다거나 달콤한 음식을 먹는다거나 해서 기분전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우울함을 없애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찾은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이 바로 산책이었다. 평범한 산책은 안된다. 사람이 많은 거리가 좋다. 서울 강북에 사는 나로써는 명동이나 코엑스가 그렇게 멀지도 않고 괜찮다. 명동보다는 코엑스가 좋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실내라서 그런지 사람이 더 북적거리는 느낌도 든다. 그런 곳에 이어폰을 꽂고 산책을 나선다. 노래는 자우림이 좋다. 기왕이면 우울한 짝수앨범의 곡이 낫다. 남자의 노래는 잘 듣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소외된 느낌을 느낀다. 점점 우울해진다. 그렇게 2시간 쯤 걸으면 우울함의 극에 다다른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우울함의 한계까지 기분이 내려간 후에는, 바닥을 딛고 다시 차츰차츰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이상한 걸까. 하지만 이 방법을 소개해 준 친구들은 의외로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건 난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고, 결국 강의를 빼먹고 코엑스로 향했다. 내 MP3에 기록된 즐겨듣는 노래의 플레이리스트 중에는 이럴 때에만 골라듣는 우울한 노래 모음집이 있다. 김윤아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끔 몸이 아파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런 느낌 또한 내 기분을 끌어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코엑스를 걷는다. 정말 많은 사람이 있지만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리고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 어쩌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어깨라도 부딪치면 정말 남이 나를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속 거대한 지하공간을 걷는다. 이어폰에선 자우림이 아닌 김윤아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문득, 다리가 아프다는 걸 느낀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런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혼자 앉아있는 것 같아 보여도 그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금새 일행이 찾아와 웃음을 지으며 함께 일어서 자리를 옮긴다. 이런 상황 또한 나의 기분을 끌어내린다. 점점 더 우울해진다. 몸을 뒤로 젖힌다. 뒷쪽으로 팔을 뻗어 몸을 지탱한다. 금새 몸이 녹아버릴 것 같다.
톡.
손에 무언가 닿았다. 혹시 누군가 버린 쓰레기라면 기분은 더 나빠지겠지. 하지만 그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곱게 접은 종이였다. 쪽지를 보낼 때 흔히 하듯이 딱지모양으로 접혀있었다. 그냥 쓰레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색이 너무 고왔다. 옅은 레몬색. 약간 침침한 코엑스의 조명아래 그 종이는 너무 예뻐 보였다.
부스럭.
종이를 잡는다. 생각보다 두툼한 느낌. 한 장이 아닌 것 같다. 접혀진 종이를 편다. 안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적혀있다. 누군가 편지를 흘리고 간 것 같다. 어느새 우울함은 잊혀지고 흥미가 돋았다. 남을 위해 쓴 편지를 훔쳐 읽는 것은 남의 일기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다. 옅은 노란색의 편지지에 적힌 검은 글씨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웠다. 여자가 쓴 것 같았다. 나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 편지를 발견하시고 읽기 시작하셨다면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꿈같은 소리라거나 헛소리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건 모두 사실입니다. 전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이런 편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이 읽으실 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그냥 버려질 지도 모르지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호기심이 일었다. 이 여자는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쓴 모양이다. 아무나 발견하고 읽어달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행운의 편지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잠시 떠올랐지만 곧 지워냈다. 오늘의 산책은 이정도로 마쳐야겠다. 더 흥미로운 일이 생겼으니까. 종이를 다시 잘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다시 딱지모양이 된 종이를 손으로 살짝 쥔다. 그러다 손에서 난 땀 때문에 젖을까 해서 놓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가 더 오래 걸리지만 더 집 가까운 곳에서 내린다. 올 때는 지하철을 탔던 것도 있고 해서 버스를 탄다. 이 부근은 항상 사람이 많다. 평일의 오후인데도 자리가 없다. 잠시 서서 창밖을 바라본다. 복잡한 강남을 조금 돌고 나면 한강을 지나간다. 날이 따뜻할 땐 코엑스가 아닌 한강을 찾을 때도 있다. 혼자 걷는 한강변은 참 쓸쓸하다. 자리가 났다. 내 차지다.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다시 펼쳐본다.

[그건 얼마 전이었습니다. 혼자 지하철 역 근처의 길을 걷고 있다가 헌혈 권유를 받았어요. 제가 원래 그런 걸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편이고 헌혈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강요 반 호기심 반으로 헌혈을 하게 됐어요. 건강은 자신하던 터라 별 문제 없이 헌혈대에 눕게 되었죠. 이것저것 확인하는 것도 많았고 작성하는 서류에 읽어야 할 것들도 많았습니다. 주사바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더라구요. 무서웠지만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터라 눈을 질끈 감고 바늘을 꽂았습니다. 아프긴 했지만 바늘의 크기에 비하면 괜찮았어요. 불친절한 간호사 언니는 그렇게 바늘만 꽂아놓고는 다른 사람을 향해 갔어요. 전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혼자 심심함을 달래야 했죠. 그리고 그때였어요.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말을 걸어서 쳐다봤죠. 건너편에 있던 사람은 굉장히 예쁘게 생긴 여자였어요. 새카만 단발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런 사람도 헌혈을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창백하고 마른 사람이었습니다. 키도 작았고요. 제가 왜 불렀냐고 물어보자 그 여자는 헌혈을 하는 동안 심심한데 시간이나 때울 겸 이야기나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전 그때 그러자고 대답한 걸 굉장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헌혈한 피가 어디에 쓰이는 지 아냐고. 아무리 헌혈을 하던 중이라지만 피에 대한 이야기라 조금 꺼림칙 했지만 그래도 별 생각없이 대답했습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수혈을 하거나 실험하는 데 쓰거나 약을 만들 때 쓰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여자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게 다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어요. 저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렇다고 했죠.]

흔들리는 버스에서 너무 작은 글씨를 읽어서 그런지 멀미가 나려했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속이 더부룩해진다. 위가 부풀어오르는 것 같다. 종이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MP3의 노래목록을 바꾼다. 김윤아의 목소리는 너무 아프다. 사뿐사뿐한 노래로 넘어가자. 페퍼톤즈나 허밍어반스테레오가 좋을 것 같다. 멀미가 날 땐 창밖을 봐야한다. 어느샌가 급격히 낮아진 건물의 높이와 급격하게 많아진 아파트단지를 바라본다. 휙휙 뒤로 지나쳐가는 가로수들도 바라본다. 눈동자를 움직여 나무 하나에 촛점을 맞춰본다. 금새 고개를 돌려야 할 정도로 나무가 뒤쳐진다. 목이 좀 칼칼하다. 어느새 낯익은 동네가 나타난다. 집에서 한 정거장 쯤 전에서 내린다. 조금 더 걷고싶다. 가장 먼저 보인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하나 샀다. 조금 비싸지만 빨대가 달린 녀석이다. 길을 걸으며 캔음료를 마시는 것은 왠지 부끄럽다. 음료를 마실 때 내 고개가 젖혀지는 것이 창피하다. 물론 아무도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인다. 괜히 구멍 뚫린 양말을 신고 있으면 신발을 벗지 않아도 신경쓰이는 것처럼. 커피를 빨아마시며 길을 마저 걷는다.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 아이들은 이곳에서 잘 놀지 않는다. 놀이터의 그네와 벤치는 종종 친구와 만나는 장소로 쓰곤 한다. 한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 흔들리는 그네에서 즐기는 수다는 즐겁다. 노란 불빛과 삐걱대는 쇠사슬 소리, 조근조근한 목소리. 금새 밤이 깊어지곤 한다. 집에 도착한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지금도 집은 비어있는 것이다. 난 지금쯤 학교에 있어야 하니까. 방문을 열고 가방을 던져놓는다. 귀에서 이어폰을 뽑는다. 침대에 몸을 맡기고 다시 종이를 꺼내 펼친다.

[그 여자는 피를 먹는 데 쓰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서야 난 이 여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전 무서워서 고개를 돌렸지만 바늘이 꽂혀있던 터라 움직일 수는 없었죠. 그리고 한 손으로는 귀를 막을 수가 없어요. 그 여자는 계속 말했습니다. 흡혈귀라는 건 정말 존재한다고 말이죠 물론 자기도 흡혈귀고. 여자는 계속 중얼거렸어요. 세상에는 정말 흡혈귀가 있고, 그건 소위 말하는 높은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일부도 알고 있다고 말이죠. 햇빛을 쪼이면 죽는다거나 십자가와 마늘에 약하다는 건 모두 진짜 정체를 숨기기 위한 거짓이라고요. 그 정도 약점은 있는 것처럼 해야 사람들이 그래도 덜 무서워한다고요. 그리고 물린 사람이 흡혈귀가 된다는 것도 거짓이라고 했어요. 흡혈귀가 무슨 광견병도 아니고 문다고 옮기냐고. 거기까지 듣고 전 그 여자의 말에 반박하기로 했습니다. 흡혈귀가 왜 헌혈을 하고 있냐고 말이죠. 이 말을 하면 당연히 여자가 조용해질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아니었죠. 그 여자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헌혈 해봤냐고요. 처음이라고 말했더니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흡혈귀는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맞는 혈액형이 정해진다고 하더군요. A형이 맞는 흡혈귀는 A형이 아닌 다른 피를 마시면 약한 배탈같은 게 난다나요? 그렇게 사는 동안 계속 A형의 피를 마신 흡혈귀의 피는 이런 헌혈의 집에서 하는 간단한 검사로는 평범한 A형으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서류 작성할 때 주소를 쓴 거 기억나냐고 묻기에 기억 난다고 대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제가 쓴 주소로 제 혈액검사결과가 담긴 우편물이 날아온다고 하더라고요. 전 이 편지를 쓰는 지금까지는 그 우편물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하네요. 그리고 자기같은 흡혈귀들은 그 우편물 대신에 자신에게 맞는 혈액형의 수혈팩이 담긴 소포가 배달된다고 했어요. 혈액원에서 정밀검사를 하면 흡혈귀의 피라는 게 밝혀지기 때문에 그 주소로 피를 보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혈액원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흡혈귀의 정체를 아는 건 또 아니라고 했어요. 그냥 보통 사람들은 그 검사결과를 무슨 특이한 병에 걸린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거라고 알고있나봐요. 그래서 상부에 보고하면 그 윗쪽에서 피를 보내라고 명령하는 거죠. 이야기를 여기까지 들으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왜 이런 걸 손수 편지로 적어서 놔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흥미가 일었다. 이 편지를 쓴 여자도 재밌지만 이 흡혈귀 여자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일부 고위층의 사람들만 알고있는 비밀을 아무에게나 쉽게 흘린것이다. 도대체 이 두 여자는 어떤 생각과 기분으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은걸까. 나로써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잠시 편지를 내버려둔 채 베개의 위치를 조절한다. 생각보다 편지가 길어서 누운채로 한번에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간다. 베개를 허리 뒤에 받친 채로 벽에 기대 앉는다. 한결 편하다. 다시 편지를 집어 읽기 시작한다.

[여자는 흡혈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았습니다. 자신들은 당뇨병 환자와 비슷하다고. 당뇨병 환자가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맞아야 하듯이 자신들도 살기 위해서 피를 마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피를 먹지 않으면 몸이 모래처럼 바스러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는 말 그대로 약과 비슷한 거고 실제로는 보통 사람들과 같은 식사를 한다고도 합니다. 흡혈귀들은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지만 인간과 생긴 게 거의 같고 수도 드물어서 인간사회에 녹아들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가끔가다가 피를 마실 뿐이지 그 외에는 보통 사람과 똑같다고요. 피를 그냥 약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다를 게 없다나요? 그렇다면 왜 흡혈귀를 그냥 놔두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수도 적고 인간의 피를 마시는 종족을 왜 인간들이 정체도 숨겨주고 피도 배달해 줘 가면서 도와주는 거냐고요. 그 말을 듣자 여자는 갑자기 깔깔 웃었어요.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저에게 속삭였습니다. 사실 흡혈귀라는 종족은 그 자체가 지능이 굉장히 높은 종이랍니다. 그래서 세상을 발전시킨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들은 대부분 흡혈귀의 손으로 이룬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흡혈귀의 존재를 알면서도 몰아낼 수 없데요. 이 나라에서 쫓겨난 흡혈귀가 다른 나라로 가서 엄청난 발명이라도 하면 국가간 경쟁에서 밀리잖아요. 모든 나라가 한번에 힘을 합치면 몰아낼 수도 있지않냐고 말했더니 어차피 서로를 믿지 못하니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간단하게 대답하더군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삐- 하는 소리가 났어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는데 간호사 언니가 웃으면서 다가왔어요. 헌혈이 다 된거라고요. 바늘을 빼고 압박밴드를 감았습니다. 조금만 더 누워있으라고 하고는 다시 돌아갔어요. 이젠 끝났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궁금한 걸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나에게 이런 비밀을 왜 알려주는 거냐고요. 그랬더니 그 여자는 심심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말해줬답니다. 어차피 제가 어딜가서 떠들던 간에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거라고 말이죠. 혹시나 정말 흡혈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알게 된다면 오히려 제 목숨이 위험할 테니까 조심히 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 편지를 적었습니다. 저 혼자만 이런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당당하게 제 이름을 밝히고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요. 이 편지를 읽어주신 분께서는 이제 비밀을 알게 되신겁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늘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흡혈귀에 대해서 알게 되겠죠. 이게 제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용기입니다. 이런 편지 읽어주시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지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난 이 편지를 읽은 것은 맞지만 믿어준다고 한 적은 없다. 글쎄, 이 여자는 누굴까. 그런 궁금증이 우선 들었다. 어쨌거나 내가 이 편지를 발견한 건 꽤나 큰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한다. 편지 덕분에 중요한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열어 남은 수혈팩을 확인한다. 세 개라. 원래 아픈 걸 싫어하는 터라 아슬아슬할 때까지 미루는 편이지만 이젠 슬슬 헌혈을 하러 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사실을 알려줄까, 생각해본다.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2-13 17:23)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1
15:20:27 

 

병장 박근태 
  하하, 재미있네요. 전 이런 반전이 있는 글들을 직접 쓸수가 없으면 이렇게라도 목마름을 달랩니다. 잘보고 갑니다. 2009-02-12
18:33:41
  

 

병장 김민규 
  감탄했습니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전반부에 깔린 감성과 완전한 일체가 되어 잠시간 명동 거리와 코엑스를 떠다녔습니다. 덕분에 비오는 이 저녁 무진장 끌어내려졌군요- 

에라, 모르겠다. 가지로- 
간만의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확장될지 모르겠지요. 클클)서 이 말을 외칠 수 있는 것이 반갑기만 합니다. 2009-02-12
18:35:54
  

 

일병 송기화 
  근태님/ 이걸 반전(일수도있는)이야기로 만들어놓고는 조금 씁쓸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민규님/ 이건 때려죽여도 '2' 안나옵니다. 흐흐. 사실 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와 편지 이야기는 사실 따로따로였어요. 편지를 줍기 전까지 하는 짓은 리얼이거든요. 2009-02-12
18:40:11
  

 

병장 김민규 
  저도 심심하면 하는 짓이 그 짓이라서. 흐흐흐- 

커다란 헤드폰 하나 꼽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번개표 간판을 응시한다거나(꼭 똥파리들이 앞에서 부비적거리며 정신을 산란스럽게 합니다. 집에 가서 하라고!) 종로 거리로부터 동대문, 오버하면 청량리까지 걷는다든지, 테헤란로를 거닐다 버스투어를 다닌다거나 하는. 

게다가 허밍어반에 윤아누님이라니, 흠 그것이 사실이라면 조금은 무섭군요. Once 의 장면에 녹아들었던 Falling slowly가 머리속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2009-02-12
18:56:55
  

 

일병 송기화 
  The Hill과 If you want me를 작은집책장에 배경음악으로 걸어놓은 저에게 Falling slowly는 좀 무섭군요. 

어쨌건, 어쩌면 우리 몇 번 마주쳤을 수도 있겠는데요? 이게 제일 무섭군요. 2009-02-12
19:09:24
  

 

병장 김민규 
  Are you really here? or am I dreaming? I can`t tell dreams from truth 

설마 이걸 말씀하시는 것이란 말입니까? 정녕? 맙소사 2009-02-12
19:18:12
  

 

병장 정병훈 
  기화씨, 민규형. 

둘이 사귀냐? 으겔겔겔. 

쩝. 2009-02-12
19:43:06
  

 

병장 안재현 
  기화님 이거 제껍니다... 제작들어갑시다 짧게 10분 단편으로 제작하면 이거 죽는데요? 
반전도 대박이고 나레이션도 적지않게 들어가겠고...... 특히 제작비 아주저렴하겠군요. 가보시렵니까?하하 2009-02-12
20:13:28
  

 

일병 송기화 
  민규님/ 네, 그겁니다. 어이쿠 맙소사. 사실 가사 몰랐는데 따라 읊어보니 알겠군요. 

병훈님/ 질투하시는겁니까? 잇힝. 

재현님/ 코..콜?! 제작비가 아주 저렴 부분에서 꽂혔습니다. 2009-02-12
20:20:16
  

 

병장 정병훈 
  . . . 
진짠가보네... 이로서, 민규형과 얽힌 사람을 다섯명 넘게 보는것 같습니다. 언제 인물지도라도 만들어야 하는겐가. 2009-02-12
20:22:57
  

 

병장 김민규 
  그러나 제게는 유망주가...(급수습) 
아마도 언젠가는 우연히라도 청계천2가 벤치에서 만날듯한 기화님이로군요- 2009-02-12
21:03:32
  

 

병장 김도환 
  대단하군요. 

개인적으로 반전이 담긴 글을 좋아라 하는데 덕분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쭉-쭉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2-12
22:39:53
  

 

병장 박정순 
  기화님은 어떻게 이런글을 계속 뽑아내시는지 .. 놀랍네요. 2009-02-13
08:40:37
  

 

병장 고은호 
  후하- 멋지네요. 
처음은 로맨스 이야기인가 했는데... 

흡혈귀라니~ 재미있네요. 2009-02-13
08:48:47
  

 

일병 권홍목 
  아, 초반부에서 느껴지는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나오는 이런 반전이라니 
멋있어요(울먹) 
요즘들어 특히 ONCE 사운드트랙이나 데미안라이스를 들으며 한강변을 산책하고싶은 기분이에요. 이것저것 머릿속이 복잡하거든요 

가지로- 2009-02-13
08:57:32
  

 

병장 최정식 
  마지막에 반전 ... 

천재이신듯 ? 

재밌게 읽었습니다 2009-02-13
09:05:35
  

 

병장 안재현 
  기화/ 오.. 진심이십니까? 한번 대화체로 각색하셔요 흐흐흐흐 보조효과는 제가 한번넣어 볼게요 2009-02-13
09:44:35
  

 

병장 안재현 
  일단 가지로- ! 외쳐주고 2009-02-13
09:46:31
  

 

병장 김용준 
  기화씨 글 오랜만에 보네요. 어찌어찌하다 보니...흑흑. 
근데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어떻하려고 그래요? 우리 모두 큰 일 날텐데요? 흐흐. 
모...저희가 흡혈귀라면...이 궁에서는 어떻게 헌혈하고 어떻게 수혈팩을 받을까요? 
오랜만에 머리 안 아픈 마음 편안하게 글 읽었네요. 기화씨 고마워요.(웃음) 2009-02-13
10:54:03
  

 

상병 기류언 
  내가 또 송기화씨가 대박 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초대박을 치시다니. 갑시다!! 가지로!! 2009-02-13
10:56:33
  

 

일병 송기화 
  뭐지 이 상황은... 

도환님/ 이건 참 은근히 식상한 결말인걸요. 
정순님/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땀) 
은호님/ 로맨스같은 건, 죽어도 못 지어내요. 킥킥. 
홍목님/ 엄마야. 원스는 역시 좀 최고죠? 
정식님/ 그거랑 종이 한 장 정도 차이나는 사람입니다. 
용준님/ 공식적으로는 희귀한 혈액병취급을 받을테니 신검에서 떨어질겁니다. 
류언님/ 아 이게 그정도인가요. 좀 정신없습니다. 2009-02-13
11:06:33
  

 

병장 김용준 
  기화// 
식상한 이야기를 보다가 다들 신선?(독창적인?)한 글을 오랜만에 봐서가 아닐까 싶어요. 후후. 흠...그렇겠네요. 완전 특혜인데요? 저희가 못 누리는 일종의 권위같네요. 하하. 
아무튼 기화씨는 무언가 특별해요. 흐흐흐. 2009-02-13
11:27:18
  

 

병장 이한준 
  흡혈귀의 존재를 '진짜로' 믿는 저는 흡혈귀가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본 기분입니다. 아마 그들은 지금도 인간으로 위장해서 사회에 녹아들어서는, 집으로 배달오는 수혈팩을 쪽쪽 빨아먹으며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을거에요. 한편으로는 좀 그랬으면 좋겠네요. 2009-02-13
12:49:39
  

 

상병 송형근 
  무슨 반전이 있는건지 이해가 안가는 사람은 저 뿐인가요..(울음) 2009-02-13
14:41:54
  

 

병장 장태순 
  기화님 글은 항상 몰입감있고 재미있네요. 그리고 이 글은 가지로 갔네요~ 갔네 2009-02-13
16:33:44
  

 

병장 황성근 
  흐흐, 재미있게 읽었어요. 막판의 반전또한 참.. (웃음) 2009-02-13
16:39:20
  

 

상병 황호상 
  푹 빠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지막 반전 나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다 리얼인 줄 알았습니다. 허허.. 
그저 놀라울 뿐... 2009-02-13
17:52:14
  

 

상병 장형순 
  아사다지로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라고 했던가요. 글의 수법과 내용을 떠나서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기형적 존재들이 가지는 우월한 능력을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데에는 '사토라레'라는 만화가 떠 오르네요. 흡혈귀의 입장에서 아무도 믿지 않을 자신의 비밀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내면에는 진실한 소통에 대한 절실함이 있지는 않았을까 혼자 안쓰러워해 봅니다. 2009-02-13
20:16:21
  

 

병장 이창섭 
  이 글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김영하의 단편 '흡혈귀'를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겠군요. 
기화님, 또 다른 반전과 신선함을 기대할게요! 2009-02-15
06:50:05
  

 

상병 김보성 
  오 정말 재밌군요 신선하구요 반전도 있네요 잘읽었습니다 2009-02-16
08:01:28
  

 

병장 박문희 
  강물 흐르듯 쓰여진 매끄러운 글에 푹 빠져있다가 정신차려 보니 어느덧 다시 상류에 있게 된 기분입니다. 허허 정말 재미있네요. 2009-03-04
15:3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