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반문화 운동에 대한 극악한 단계의 조롱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반문화 운동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단, 미국을 근간으로 하는 히피(69년대의 움직임)를 중심으로 하는 듯 하다. 그리고 거기에 반 사회적 예술성, 반 자본주의적 문화 등등의 기류가 추가된다. (추가됐다라고 한 것은, 이러한 기류들을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전제를 깔고 말하자면 한국에는 저자가 말하는 반문화 운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히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적이며, 사회의 ‘문화’라고 하는 제도 프로그램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 물론 서구에는 69년도로 대표되는 히피들과 그 후 나타나는 펑크족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런 그룹이 있었다. 굳이 록 음악을 대표로 하지는 않더라도 68혁명과 69히피문화를 기점으로 하여 ‘하위문화’에 대한 좌파 헤게모니가 활발해졌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런 사실이 무척 부럽다. 책을 읽어볼수록 정이 떨어지긴 했지만.) 하지만 한국에는 반문화 운동이 없다.
한국에서는 소위 진보좌파의 문화 운동 자체도 철저하게 정치적인 맥락과 정치적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졌다. 반문화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그룹이 베트남전 반대등의 정치적 이슈를 계기로 정치화(운동성)를 띄어간 것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한국에도 어느 시대에나 그렇듯 반문화는 있다. 내가 접한 것을 예로 들자면 인터넷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히피들이 모여 있으며 홍대 쪽에도 반문화 그룹이 상당수 존재한다.(저자의 지적처럼 이들은 예술에 대한 감성을 공유한다.) 굳이 예술적이지 않은 그룹이라면 더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반문화적이지만 전혀 운동적이지 않다.
즉, 다른 곳에서는 모를까 한국에서는 (또는 비서구권에서는) ‘반문화’와 ‘운동’을 떼어놓고 생각해야하는 것이다. 너무나 이분법적인 구분이긴 하지만, 상당히 유효한 구분인 것이 사실이다.
까놓고 말하면. 이게 함께 할 수 있었던 서구권의 역사는 축복받은 역사다. 부러워죽겠다. 이 역사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동감한다 하더라도, 부럽긴 매한가지다.
한국은 ‘반문화’ 움직임과 ‘운동’의 움직임이 함께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인터넷의 반문화적인 그룹들(디씨, 웃대등등)에 기대를 걸었었지만 이들은 그다지 진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한채 쉽게 한계를 드러냈다.(탄핵이라고 하는 이슈 앞에서 정치화되었던 적은 있으나 약발이 약한 탓인지, 사회적 보수성에 묻힌 탓인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대한 분석을 해보면 저자의 조롱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들은 바, 현재 한국에서 ‘반문화 운동’이라고 할만한 결합을 보여주는 이들은 아나클랜 뿐이다. 아나클랜이 저자의 지적처럼 후에 퇴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며 이 책의 조롱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에 봐서는 ‘반문화’와 ‘운동’의 훌륭한 결합점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저자의 지적처럼 반문화 운동 자체에 그 한계성이 내포되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주류 문화를 적대시 하는 대하는 태도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 같으면 저항문화, 하류문화, 반문화 등등등으로 나누어서 연구해보겠다.(그냥 자의적 시선에 의한 구분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저자는 이 모든 나열을 ‘반문화’라고 하는 ‘총체적 거부’ 하나로 묶는 무리를 범한듯하다.(물론 서구를 중심으로 봤을 때 이것은 무리가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명백한 오류이다.
개인적으로 남은 문제.
나는 그동안 ‘반문화’와 ‘운동성’이 결합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싫었다. 이것이야 말로 소위 젊은층의 보수화 공식이 아닌가. 젊은층이 문화에 순응을 하든 조롱을 하든 정치적으로는 꾸준히 보수화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결합해본 자신들의 역사를 뒤돌아보며 조롱을 퍼붇고 있다. 그리고 ‘반문화’적 허상을 버리고 ‘운동성’으로 돌아갈 것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운동성’은 멸살당한지 오래다. 그래서 ‘반문화’에 기대고 싶었다. 음악과 영화에 기대고 싶었다. 아 젠장. 문제는 이거다. 어떻게 해야 대중을 정치화 시킬 것인가? 저자의 말대로 반문화 속에서의 정치화라는 것은 알맹이가 없는 정치화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 대학에서 몰락공식인 정치공동체 조직을 통한 정치화에 몰두할 수도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분노보다는 난감함을 느끼고 있다. 맙소사 저게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답이었다니!
* 책의 전반부(프로이트, 캘리포니아에 가다)까지 밖에 안읽었다. 다 읽고 난 후에 감상편린이라도 종합해볼까...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다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장이 많지 않았고 이곳에서의 사정도 여의치 않아 집으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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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우리는 '반문화'적인 '운동'에 대해 참 많은 고통을 겪어 왔던 나라였죠..
실제적인 '운동'이 정말로 생겨버리면..걷잡을수 없는 큰 변화가 올수도..흠흠..
그냥..그럴지도 모른다는거죠..
2008-01-15 13:32:57 | ipaddress : 38.9.5.74
02|병장 이기중
항상 그 동네 책을 읽다보면 겪는 느낌이지요. 우리는 저런 것도 없어서, 저만큼도 안돼서, 그만큼만 좀 해보자고 이렇게 발악을 해도 잘 안되는데, 그 쪽 사람들은 '이것도 이런 문제가 있고, 저런 문제가 있고'...더욱 난감한 문제는 그 얘기가 한국에 들어와서는 또 한국식으로 '그쪽 길로 가봐야 별거 없다. 그냥 이렇게 살자'로 변질되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저는 옛날옛적에 딴지일보를 참 좋아했더랬습니다만, 2002년 월드컵 때부턴가, 특유의 386적, 민족주의적 정서가 너무 과도하게 표출되어 정나미가 떨어졌어요.
운동이 스스로의 문화를 창출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겠네요. 운동권이 아니라면 아무도 듣지 않을만한 민중가요, 보통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운동권 사투리, 등등의 '운동권 문화'는 여전히 80년대의 그것에서 진일보하지 못하고 있지요.
p.s. 제가 아나클랜은, 카오스를 만든 그 클랜뿐인데...(땀)
2008-01-15 13:43:10 | ipaddress : 56.4.2.227
02|병장 장윤호
그 책, 저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 못 읽었지요. 한 2/3 정도 읽은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계속되는 동어반복에, 그리 매끄럽지 않은 문체, 산만한 주제들 때문이었죠. 공저라서 그런지, 영 짜임새가 없더군요.
사실 제목에서부터 낚인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혁명을 판다니.. 가장 앞 챕터의 한 부분을 빼고는 전혀 책의 주제와 관련이 없는 제목이었지요.
책날개에서 저자 중 한명인 조지프 히스 박사...의 박사학위논문이 하버마스 쪽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절차적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경향인 것 같더군요.
내용 면에서도 좀 뜨악한 부분이 몇군데 있었는데, 페미니즘이 반문화 경향을 가지면서 실제 연애관계양식이 무규범의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래도 무규범이 아니라, 전근대적인 규범으로의 복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악습이 무규범 보다 낫다" 이런 구절도 있었는데, 권력관계라는 요소를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것 같더군요.
저는 별다른 컨텍스트를 생각하지 않고 읽었는데, 준연님은 많은 것을 생각하신 것 같아요.
디시인사이드의 반문화적 성격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웹 상의 반문화는 웹 안에서의 운동 안으로 만족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소소하다면 소소할 수 있는 '갤질'이나 '댓글 달기' 정도랄까. 이것도 액션이긴 액션이지만. 뭐..디시의 대표적인 반문화 아이콘이었던 '아dd'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지만 남긴 것은 디시의 유명세 뿐이었죠.
그러나저러나, 정말 아나클랜이 뭔가요?
2008-01-15 15:08:59 | ipaddress : 48.1.2.232
03|병장 이재웅
저도 아나 클랜은 카오스를 만든 클랜으로 밖에 모르고 있습니다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2008-01-15 16:44:35 | ipaddress : 18.78.1.246
02|일병 박종윤
왓, 뭐지. 안 그래도 읽어보려던 것이라서 주소 쓰고 보내달라고 하려고 했더니만 집으로 보내다니(꽥!)
반문화 운동이라. 최근에 가장 면밀하게 접근 중인 것들인데...
2008-01-15 21:09:44 | ipaddress : 26.144.1.29
02|상병 김준호
옷. 재밌는 글이네요 흐흐.
다만, 한국에 반문화운동이 없다고 단정짓기엔 조금 성급한 면이 있는 듯 해요.
이 책을 표지만 보고 별 관심 갖지 않은 채 덮어버려서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독립영화와 관련지어 얘기를 하면, 충무로 상업영화와 '다른' 지형에서 '다른' 방식으로 제작하고 배급하여 '다른'영향을 이끌어내는 독립영화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독립영화계가 충무로 영화계에 진입하기 전에 상상력을 배양하고 실력을 기르는 장소가 아니라, 충무로 영화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다른' 영화로서 존재한다면 그 효과와 운동성은 매우 클 것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님의 말을 빌려, '신문 사회면의 내용을 그저 표피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모순이 특수한 상황과 연계되어 드러나는 각각의 모습'을 다루는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폭이 다른 매체에 비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아직 운동성을 꽉 붙잡고 문화를 사고하는 지, 또 왜 그래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많은 이들은 어떤 모순을 '알아'도 직접 움직이지 않기에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나'와의 연결성 혹은 '나의 위치'가 맡은 영역에 대한 인식과 떨어질 수 없는 것 같네요. 요즘 다시 문화운동(전 '반문화운동'이란 말이 좀 생소하고 입에 안 붙네요)혹은 문화이론을 접하려 하면서 드는 생각들이라 아직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이름들과 글이라 재밌네요.(웃음)
문화이론 관련한 글들은 끄적여보는 대로 이곳에 올려볼게요. 흐흐
2008-01-17 14:07:47 | ipaddress : 16.1.161.78
02|병장 장윤호
준호님 오랜만....(웃음)
이 책에서 말하는 반문화라 함은 대안문화의 성격보다는 탈문화(맞는 용어일지...?)의 성격이 더 짙지요.
문화, 제도, 권위 자체에 반대하는 그런 운동이랄까요. 준연님 말대로 약간 저자가 반문화와 비주류문화를 뭉뚱그려서 반문화로 규정짓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요.
문화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기대됩니다..
2008-01-17 14:57:38 | ipaddress : 48.1.2.232
02|상병 김준호
윤호// 오랜만 흐흐 근데 우리 말 놓기로 했었잖아...(땀)
어느덧 새맞이 철이 되어버렸어... 작년 새맞이철엔 이병이라 신경도 못 썼는데,
올해엔 은근 신경쓰이네. 새터 날에 생일이 껴있는데 애들이 새터가자고 꼬셔대고 있고...으으
석중이형이나 상희 알아?? 석중이형은 우리 새맞이할 때 단집이었고, 상희는 기획팀...
암튼 이곳에 셋이 모여 있어서 가끔 만나는데, 재밌는 거 해보려고 흐흐흐
2008-01-17 15:49:44 | ipaddress : 16.1.16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