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은 1950년에, '생각한다'라는 말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대신에 튜링 테스트라는 실험을 제안하고, 이 테스트를 통해 특정한 기계가 지능이 있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튜링 테스트는 원래에서 단순화된 형태로, 답변자와 질문자가 있어 (기계인) 답변자가 질문자로 하여금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게끔 설득하는 형태로 단순화되어있다. 

하지만 원래 튜링이 제안한 오리지널은 그와는 조금 다르게, 답변자가 둘이고, 그 중 하나는 기계가 된다. 질문자는 그들에게 몇 개의 질문을 던진 후에 게임의 마지막에서, 둘 중 어느 쪽은 인간이고 어느 쪽은 기계인가를 판단한다. 기계는 자신이 어느 쪽인지 모르게 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고, 다른 답변자인 인간은 그를 돕고 질문자는 그들을 가려낸다. 이 방식은 단순화된 테스트와는 달리 한 번의 시도로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고, 반복을 통해 질문자가 얼마만큼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에 대해 측정할 필요가 있다.




뢰브너 상 콘테스트. 줄여서 LPC라 불리우는 이 대회는 지금까지도 계속 개최되고 있다. 이 대회는 처음에 튜링테스트에 통과하는 최초의 AI 유닛에게 막대한 상금을 주는 대회였지만 이 테스트에 통과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자 대회 관계자들은 상금을 축소하고 연마다 대회를 열어 그나마 제일 나은 녀석에게 조금씩 상을 주고 있다. 그나마도 제한된 주제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허용되며, 뜬금없는 질문이라거나 랜덤한 입력, 의도적인 말장난과 같은 입력 또한 엄격하게 제한된다. 실제로 인간과 AI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는 그런 것들임을 감안할 때, 튜링 테스트에 완벽하게 통과하는 AI의 개발은 아직도 요원해보인다. 

jabberwacky.com (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 에 가면 작년에 이 상을 수상한 AI와 직접 대화를 해볼 수 있다. 유저와의 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db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인지라 영어 뿐만 아니라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까지도 인식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한글로 말을 걸었는데 한글로 대답하는 녀석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글로 말을 걸면 이 녀석은 뭔가 계속 욕만 한다(...). 




왜 우린 아직까지도 1950년의 실험방식을 고집할까? 아마 어딘가에는 튜링 테스트에서 효과적으로 인간과 AI를 판별할 수 있는 질문의 목록들이 업데이트되고 있을 것이며, 연구자들은 그것을 보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튜링 테스트가 아직까지 행해지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간단하고 흥미롭기 때문인가? 그것 뿐만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으로선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개체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1인칭 자아를 갖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자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수 있을까? 1) 우리의 마음이 전적으로 (주로 두뇌의) 지능 활동에서 파생되어 나타나는 것이라면 언젠가 그를 검증할 방법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불가능할 수도 있다), 2) 그 이외의 무언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검증할 수 없을 것이다. 돌맹이에게 자아가 있는지 여부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튜링 테스트가 아닌 다른 비언어적 테스트가 개발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우리는 표현되는 기능을 통해 대상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것이 곧바로 우리가 로봇에게 시민권을 주기를 망설이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 이외에는 검증할 수 없는 타인들의 시민권을 무리없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타인들이 자신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들의 작동방식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로봇을 '우리'라고 인정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것들은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유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인간 수준의 신뢰도가 보장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예측불가능한 로봇은 위험하기에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예측가능한 로봇을 '우리'로 인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적절한 수준의 예측불가능성을 뒤섞은 실제로는 절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우리는 그것 또한 '우리'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면, 호르몬 주사, 혹은 뇌내 장치를 통해 행동에 제약을 받는 인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