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H.I.S - Scene Two  
상병 이석재   2009-01-07 11:47:28, 조회: 96, 추천:1 

Scene Two.- 사막의 모래바람 



자, 두번째 장면은 예고한대로[…조커가 된것인가!!] 고대 중동지역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람세스’라는 책을 읽어보셨다면, 고대 중동이 얼마나 흥미로운 지역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고대의 역사가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후에 점차 서쪽으로 역사의 중심이 넘어가기 시작했지만(주1) 세계 최초의 문자에서부터 청동기, 철기문화의 발전까지, 지금이야 조금 퇴색하긴 했지만 화려한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지요.




맨 처음에 중동의 헤게모니를 차지한 국가는 ‘수메르’인들이였습니다. 수메르는 ‘길가메시 서사시’로도 유명합니다. 길가메시라는 유명한 왕이 자신의 주위를 정벌해 나가면서 벌이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입니다. 지금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전했고, 이른바 ‘라가시 왕국’, ‘우르 왕국’ 등을 건설했지만 주위에서 발전하고 있던 다른 왕조들에 의해서 점차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이때의 수메르 인들은 ‘도시국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속력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수메르인들이 한창 흥망성쇠를 이룩하는 동안 서쪽에서는 이집트인들이 ‘고’ 이집트 왕조를 일으키고 한창 발전해가던 중이였습니다. 물론 수메르인들은 세계최초의 문자도 만들어냈습니다. ‘쐐기 문자’라고 불리우는, 간편한 문자였지요.



두번째 중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나라는 바빌로니아 왕국이였습니다. 바빌로니아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알다시피 함무라비 왕이였습니다. 법전을 공포하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유명한 명언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주2). 이 바빌로니아 왕국을 ‘고대’바빌로니아 왕국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나올 ‘신’바빌로니아 하고는 기간이 다릅니다. 이때 이집트는 힉소스족(저번 장면1에서 설명드렸었습니다)에 의해 한번 뒤집히고 난 후 중 이집트 왕조가 발전중에 있었습니다. 이집트를 고, 중, 신 이집트로 나누는 이유는 그 각 중간의 사이동안에 힉소스인의 침입처럼,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집트의 왕조는 18, 19왕조처럼 숫자가 많았는데, 이런건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역시 패스.




바빌로니아 왕국이 점차 쇠퇴한 이후, 중동은 난세로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무협이냐구요? 절대로 아닙니다. 북쪽에서는 히타이트족이 철기문명을 가지고 남하하기 시작했고, 남쪽에서는 람세스가 이끄는 이집트왕조가 시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북진하고 있었으며(주3) 미탄니 왕국은 중부에서 새롭게 발전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동쪽에서는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가 이끄는 바빌로니아 왕국이 다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중동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이런 왕국들 사이에 페니키아(주4), 유대(주5-1) 민족등이 중동에서 역시 활개를 치고 다녔습니다.



그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나라는, 다름아닌 ‘앗시리아’입니다. 수메르, 바빌로니아인들이 중동을 통일을 못한 반면 앗시리아는 바빌로니아서부터 서쪽의 유대인들까지 중동 전체를 장악하고 철권통치를 시작했지요.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하죠. 그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는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앗시리아인들에 의한 통치를 시작했지요. 마치 중국의 ‘원’왕조와 비슷했습니다. 그러다가보니 다른 민족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신바빌로니아 왕국과 메디아 왕국등이 앗시리아를 멸망시키게 됩니다. 그렇게 앗시리아가 4개의 왕국으로 분열 된 뒤, 이 왕국을 다시 통일한 중동의 왕국은 다름아닌 페르시아입니다.



페르시아는 지금의 이란지역에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 이란혁명이 발생하기 전에 이란을 ‘페르시아’라고 불렀기도 했습니다. 건국한 뒤로 서진하면서 계속적으로 정벌을 시작한 그들은 결국 아나톨리아, 그리스를 넘어 유럽의 도나우강에 있던 스키타이 인들까지 정벌할 정도로 세계초강대국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아나톨리아에서 수도까지 이르는 ‘왕의 길’을 건설하여, 페르시아 왕이 순찰을 쉽게 하고 수도에서 먼 지역에 있는 총독들을 잘 감시하기 위해서 만든 도로이지요. 




페르시아는 후에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배, 그 유명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정벌되는 운명을 맞게 되지만 후에 페르시아가 다시 부활하여(주5) 서쪽에 있는 동로마제국과 계속 티격태격 싸우게 됩니다. 그러나 후에 이슬람제국이 성장하면서 페르시아 또한 이슬람 제국에 편입되게 됩니다. 그 뒤로 페르시아 민족주의는 계속 발흥하게 됩니다.



중동의 역사를 이렇게 써내려갔지만, 사실 이집트가 좀 소외되었다. 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집트는 위에서 말했던 대로 히타이트와 싸우기도 했지만 정작 앗시리아에게 정복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집트가 잘나서라기보다는 지정학적 위치가 좋았으니까요. 방어하기 쉬운데다가 이집트 인 자체가 누구에게 복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편입니다.(주6) 물론 이집트 또한 상, 하이집트로 나누어 지금의 수단에 위치해있던 ‘상’이집트와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하’ 이집트 로 분열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두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서로 이집트의 주권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두 이집트는 상 이집트에 의해 통일이 되었고, 후에 로마에 이해 복속될 때까지 이집트는 존속하게 됩니다.




이렇게, 중동의 왕국들은 흥망성쇠를 거듭하여 고대의 문자, 수로, 도시 문화등을 발전시켰으며 이런 문화는 지중해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서쪽에 ‘중동’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그리스 문명과의 결전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그들의 유럽세계(해가 지는 쪽, 이라 해서 옥시덴탈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동쪽은 해가 뜨는 쪽 이라 해서 오리엔탈. 이라고 하지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중동에서 처음 시작된 ‘전제군주정’은 후에 후기 로마제국의 정치체제로 변하게 되고, 결국 중세시대에 군주에 의한 ‘군주정’이 시작되는 단초가 마련되기도 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문자는 유럽세계에 끊임없이 전파되어 그들의 의사소통을 또한 편리하게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사막의 모래바람말고는 생각나는게 없지만요.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고대 중동에 남아있던 많은 유적과 유물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지만 말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잠시 동쪽으로 눈을 돌려 고대 중국의 역사에 대해 잠시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p.s 1: 사실 오리엔탈, 이라는 더욱더 이해하기 쉬운 단어들이 있지만, 오리엔탈이라고 표기하게 되면 왠지 과거의 느낌으로, 더욱 유리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현재의 명칭인 ‘중동’으로 표기했습니다. 물론 이 중동이라는 표기 또한 서유럽에 편중된 단어선택이긴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의 원어인 ‘오리엔탈’을 쓰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말이죠.


주1-서쪽으로 역사의 중심이 넘어가기 시작하다: 잘 생각해보시면, 처음에 문명을 꽃핀 지역은 중동지였이였고, 그 다음에는 그리스와 로마, 서유럽이 전성기를 맞다가 지금은 바다를 건너 미국의 전성기가 유지되고 있지요. 잘 보시면 점차 지구의 서쪽으로 전성기가 넘어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다음의 전성기는 우리나라다! 라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믿거나 말거나.



주2-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처럼 이 법전은 대체로 등가교환의 법칙-예? 이거 많이 들어보셨다구요? 넘어가도록 합시다-에 의한 것들이 많습니다. 고대시대에 법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제 경제체제가 확실하게 잡히고, 여유생산물이 누군가의 소유로 확립되었고, 그 소유가 존중되기 시작하였다(사유제. 라고 하지요). 라는 의식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3-이집트vs히타이트: 이집트와 히타이트는 시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 싸웠습니다. 한때는 히타이트가 밀리기도 했고, 한때는 이집트가 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가 전쟁으로 점차 피폐해지는 사이 다른쪽에서는 앗시리아가 점차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주4- 페니키아: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알파벳을 발명한 민족입니다. 어느 왕국을 구성했다기 보다는 해양민족으로서 지중해 곳곳에 페니키아 식민지를 건설합니다. 해양민족이다보니 상공업에 종사하게 되고, 그러다가보니 의사소통이 편한 알파벳을 개발하고, 무역이 편한 곳에 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이지요. 이들이 건설한 유명한 도시중 하나가 카르타고입니다 .카르타고는… 또 언젠가 나올 내용이겠지요?



주5- ‘사산조’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 같은 고대의 페르시아를 아케메네스가 건국했다 해서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후기에 파르티아 왕국을 멸망시키고 새롭게 페르시아를 정복한 나라를 ‘사산조’ 페르시아라고 일컫습니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아케메네스 페르시아를 본받아 계속적인 확장정책을 펼쳤고, 이는 비잔틴제국과의 끊임없는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주5-1 유대:성경을 자주 읽으시는 분을 위해 첨부하자면, 유대왕국은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전하지만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왕국과 유대왕국으로 분열됩니다. 북부에 위치한 이스라엘 왕국은 앗시리아에 의해, 유대왕국은 그보다 좀 더 후에 신바빌로니아 왕국에 의해서 멸망하는데, 신바빌로니아 왕국에 의해서 멸망하고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간 사건을 ‘바빌론 유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 나오는 사람이 바로 ‘느부갓네살, 네부카드네자르 2세입니다. 사실 기독교인은 아니라서… 



주6- 복속: 그렇다고는 하지만, ‘파라오’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그 파라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습니다 .힉소스인들이 파라오를 맡은지 약 2세기 동안도, 이집트인들은 그 힉소스인들을 충분히 물러나게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나중에 파라오는 그리스인으로, 로마인으로 바뀌어 나갔습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37:29 

 

일병 한강수 
  기다리던 칼럼이었습니다. 

지구본을 옆에 놓고 읽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여건상 그러지는 못하고 
열심히 머리로 세계지도를 그려가며 읽고있습니다. 

람세스도 나중에 봐야 겠군요. 2009-01-07
14:11:39
  

 

병장 이동석 
  음, 유대-에 대해서는 추신 2에서 설명하는것 같으신데, "유대(주5)"로 묶여있네요. 
이렇게 오타를 찝어낼만큼 석재님의 칼럼을 쪽쪽 빨아먹으며 읽고 있습니다. 

정말 재밌군요. 흐흐. 

다만, 그 역사의 중심이 서진-한다는 말은 그냥 딱 서구적인 시각에서의 해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동의 문명이 꽃피우고 그리스 문명이 번영할때 인도든 중국이든 각기 문화권 역사의 중심이 있었고, 못지않은 역사의 발전을 이룩했다는걸 무시한 처사-죠. 게다가 단순히 영향권이었던 영토의 넓이나 영향력을 행사한 인구수나 파급효과 같은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리고 역사의 중심-이라는게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중국이 역사의 중심이었던 시대가 있었겠지요. 

좀 멀리 가서 아메리카 대륙의 잉카, 마야 문명 같은 여타 대륙과 동떨어진 위치와 중간에 침략에 의해 절멸된 연율로 현대 인류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예 논외-로 치는 문명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우리가 말하는 역사학이란 결국 서구의 학문이며, (물론 근대적 학문 분류가 그쪽에서 기인하기야 합니다만) 시각도 서구중심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를테면, 오리엔탈-이라거나 중동-같은 단어처럼 말이지요. 저도 역사를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아쉬운 소회를 그냥 끄적여보았습니다. 2009-01-07
15:57:37
 

 

병장 이동석 
  아 물론, 석재님이 그 표현을 사용하신건 일종의 농담이거나 단순히 인용-분위기 환기를 위한-이란것쯤은 압니다. 2009-01-07
15:59:09
 

 

상병 이석재 
  일병 한강수/ 이거 지도도 나중에 첨부해야겠는데요. 허허허 

병장 이동석/ 앗, 그부분에 대해서는 수정하도록 하지요. 칼럼이라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는데 그런 오류가 있을줄이야. 

그리고, 역시 '오리엔탈', '중동' 이라는 뜻이 서구적인 용어라는데에는 동의합니다. 근대 이후에 벌어진 '서세동점(서쪽의 세력이 동쪽을 점령하다)'서부터 비롯된 단어지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아쉽습니다만, 이제와서 -중서- 라고 부르는것보다는, 서아시아, 서남아시아 라고 부르는게 더 좋겠지요. 2009-01-07
18:34:04
  

 

병장 이동석 
  아, 전 그냥 그 지역을 부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내야할것 같아요. 중서-라는건 역시나 자기중심적이라는 혐의를 벗지 못하니까요. 사실 서남아시아-라는 표현은 아시아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설정한 용어라 그럭저럭 편의를 위해-라는 참작이라도 되지만. 2009-01-07
19:3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