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견' 부수기- 번외편. 김병현을 넘어서  
상병 홍석기   2008-11-20 16:31:42, 조회: 270, 추천:2 

읽기 전에. 
‘오리엔탈리즘’ 이미지를 어설프게 차용하여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이 글은 민족의 자주 독립이나 서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 같은 논지로 쓰인 것이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사회적 편견 내지는 이미지 게임의 메커니즘에서 이 글이 읽혔으면 합니다.


‘편견’ 부수기- 김병현을 넘어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다. 그들은 표현되어야 한다.
                                                          -Karl Marx-


<영웅을 찾아서>
초등학교 시절, 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던 ‘발림생활’에는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척을 하는 아저씨/아줌마들을 비판하며 ‘선진 시민이 됩시다’ 라는 문구가 종종 등장했다. 우리는 ‘선진 시민’이 아니었다. ‘선진 시민’의 예로는 노랑머리와 큰 코를 가진 사람들이 웃으며 질서있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미국’ ‘독일’ 등의 단어와 함께 그러져 있었다.

나는 위인전을 좋아했다. 하지만 본받아야 할 위인이라곤 링컨이니 카네기니 에디슨이니 하는 말도 안 통할 것 같은 외국인이 태반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7살부터 재능영어를 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어쩌면 지금도) 한국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약소국, 작은 나라, 힘없는 나라.’ ‘선진국’ ‘강대국’ ‘강한 나라’ ‘위대한 나라’는 항상 서양 나라들을 의미했다. 제임스 본드, 인디애나 존스, 슈퍼맨.....그리고 항상 결론은 ‘우리도 강대국이 되자’ 였다. 

그래, 우리도 주인공이 되자

우리에겐 이런 콤플렉스가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콤플렉스를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이소룡을 좋아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용쟁호투’든 ‘정무문’이든 ‘사망유희’든 나쁜 서양인들을 초인적인 무술로 혼내주는.
우리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혹은, 그러한 영웅을 원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바라던 영웅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힘들던 IMF 시절 사람들이 열광했던 박찬호나 박세리조차도 미더웠다. 아니, 박찬호는 그냥 공을 던질 뿐이고, 박세리는 그냥 공을 칠 뿐인데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비주얼이 너무 약해. 나는 ‘평범한’ 영웅을 원하지 않았다. 이소룡을 찾아라.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2001년의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생각 없이 틀었던 스포츠뉴스에서 나는 그와 만났다. 갓 스무살의 듣보잡 투수. 백넘버 49번의 ‘KIM'. 그는 한국인이었고, 그의 몸집 역시 ’한국‘을 대표하듯 작았다. 그는 ’중진국‘, ’약소국‘, ’조그만 나라‘ 출신 주제에 감히 ’메이저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아니, 그는 ’메이저 리그‘를 호령하고 있었다.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그의 마구에 패밀리 사이즈의 타자들은 연신 헛스윙을 해대었다- 말 그대로, 언터쳐블. 그의 마구에 속아 헛스윙을 하는 동시에 똘똘이를 가격당한 메이저리그의 톱타자 V모씨는 그가 ’닌텐도 게임에서나 나오는 공을 던진다‘며 무언가 사기를 치는 것 같다고, 유망 미디어 그룹 S1의 기자 필립 모르쇠씨는 전했다.

그렇게 그는 1년만에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고, 그가 8회든 9회든, 1사 1루든 2사 2루든 무사 만루든 연신 마구를 뿌려대는 사이 팀은 월드 시리즈에 올랐다. 한 게임만 이기면 우승이었던 6,7차전 승부처에 등장한 그는 결국 미국 야구의 ‘상징’이었던 양키스의 주장 티노와 양키스의 슈퍼스타 데릭 지터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정무문의 ‘진진’처럼 전사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는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홈런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 시즌, 그는 태연하게도 마구를, 아니 ‘진’슈트와 ‘극진’ 슬라이더를 난무하며 팀내 최고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물론 그 당시에는 ESPN도 Xports도 없었기에, 이 모두가 스포츠 뉴스와 스포츠 신문에서 다뤄진 내용이지만. 삶이란 스포츠뉴스처럼 시시하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영웅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나는 유학 준비를 하기로 했다. 포앤도, 국내성의 다람쥐도, 루벤과 체사레를 향한 복수의 일념조차도 나를 말릴수는 없었다. 강대국이 되자. 그래, 나도 주인공이 되자.
메이저 리그여, 나도야 간다.
입단 테스트는 쉽다. 지역 스카우터의 평가, 그리고 직구와 커브, 이 두 구종만 잘 던지면 됐으니까. 단지 나는 직구 대신 토플, 커브 대신 고등학교 입학 시험이라는 차이가 있었고, 그 놈의 직구와 커브를 연마하기 위해 4달간 독일군 앞의 코만도스처럼 (둥-두둥-) 고시원에 잠복하며 삼각김밥과 한솥 도시락만 먹었, (누군가 군만두를 넣어주길 바랬었는데-알고보니 그 중국집은 부산에 있었다) 던 아픈 기억이 있었지만.

결국 난 그 해 드래프트에서 뉴햄프셔 스노우맨즈의 49라운드 49번째 지명을 받았다. 6개월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고 자동적으로 메이저 데뷔를 한다는 조건으로, 좋아, 임마. 왕년에 이치로 급으로 잘 나갔었다는 나의 코치는 만족한 듯 말했다. 6개월이면 충분해. 내가 너에게 마구를 알려주마. 언더스로라고 들어봤냐? 예? 동양인에게 최적이라는 투구폼 말야, 멍청아. 밑에서 위로 공을 뿌리면 공이 낮게 깔렸다가 솟아오르는 마구가 나가. 그거 양키들도 못쳐. 너 같은 한국 촌놈이 성공하려면 이거밖에 없다. 거 김병현인가 하는 애송이도 이걸로 떴다더라. 김병현이요? 그래, 그 마무리 하는 놈 있잖아. 그래요. 그럼 저도 언더스로인지 언덕쓸어인지 좀 가르쳐 주세요. 그거? 졸라 간단해. 딱 세 가지만 해라. 수학. 과학. 3문단 작법. 왜 그런 걸 해야 돼죠? 잘 이해가 안 되는 데요. 이 멍청한놈. 봐봐. 투수가 젤 중요한 게 뭐냐? 공 잘 던지는 거요? 그래. 공 잘 던지려면 뭘 해야 되냐? 던지는 위치를 잘 잡아야지. 그럼 각도를 잘 잡아야 하잖아. 각도란 놈이 졸라 중요해요. 각도하면 삼각함수. 삼각함수하면 수학 아냐. 척 하면 척이잖아. 딴건 몰라도 너 cos 30도 sin 30도 cos 45도는 꼭 외우고 다녀라. 네. 그럼 과학은 왜 중요하냐? 공을 낮게 려면 그 뭐시냐 중력. 공기와의 마찰력. 그런 건 꿰고 있어야지. F=ma, F=kx, 좀 외우라 이거야. 걱정마. 한국인들은 수학 과학 금방해요. 조선일보인가 하는 한국 최고의 신문에도 났어. 한국애들 IQ가 세계 1위라 수학과학 세계적으로 날린다고. 무조건 외우면 돼. 네. 3문단 작법. 서론 본론 결론. 이걸 또 잘해야 되요. 서론. 준비자세 및 와인드업. 이때 타자를 조낸 야리면서 기부터 꺾어 놓고. 그래야 도루같은 허튼 짓을 못해. 네. 본론. 피칭. 피칭 폼이 또 간지나야돼. 네. 왜 야구경기 보면 투수가 공 던질 때 시간이 멈추는 느낌 같은거 오잖아? 니가 이 세계의 중심이라구 생각해. 네. 결론. 전문 용어로 애프터 스로. 던지고 나서 자세가 흐트러지면 공이 제대로 안나가. 왜요? 하여튼 그렇다니까. 왤케 말이 많아. 생각해봐. 투수가 공 던지고 자빠지는거 봤냐? 아니오. 팔 쭉 뻗으면서 멋있는 척 하지? 그 이미지가 흐트러지면 안돼. 어차피 야구나 공부나 인생이나 다 이미지 게임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궁금한 건 왜 공이 제대로 안 나가냐고요, 뭐 이 자식이, 그냥 그런줄 알아.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그냥 제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지면 안될까요? 뭐, 개소리마. 어글리 아시안 옐로우 몽키가 뭘 하겠다는 거야? 개성? 창의력? 그런거 개나 줘버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라니까. 네- 왠지 난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알았어요. 

난 그렇게 6개월간 ‘한우동’에서 돈까스만 먹으며-왜 생선까스나 치킨까스는 없었을까, 우동 집에서 돈까스만 먹은건 둘째치더라도- 언더스로를 연습했다. 내가 떠나던 날, 코치는 등을 툭툭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넌 성공할 거라고. 그러고 보니 ‘성공’은 한자로 어떻게 쓰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메이저 리그에 가고 보자. 일단 주인공이 되어 보자.

나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a=9.8을 적용한 F=ma, 1대 2대 루트 3을 적용한 지면과 팔꿈치와 손목의 위치에서 나오는 나의 마구가 있었고, 그놈의 3문단 작법은 감점의 여지가 없는, 조용하지만 간결한 투구폼을 남겨 놓았다. 수학 과학 그리고 3문단 작법. 딱 이 세가지만 마스터 한 나는 ‘슈퍼 루키’로서 세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과학적인’ ‘똘똘한’ 요긴한 불펜 요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주류든 비주류든 평론가들의 A등급 판정과 최상위권의 BA(베이스볼 아메리카- 해마다 루키 ‘랭킹’을 발표하는 ‘권위’있는 잡지) ‘랭킹’도 ‘최상위권’ 이었으니 뭐 적당히 높은 연봉을 받으며 정당한 커리어를 쌓아 간판 스타들과 팀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다가 은퇴하면 한국(‘작은 나라’)에서 코치직도 하고, 해설가도 하고, 감독도 하고 KBO 위원직도 임하며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꿈은 이런 것이었을까?) 요런게 ‘성공’ 이라지. 역시 코치의 말은 항상 옳다. 

오늘도 찾아온 ‘스포츠 돈데이’ ‘일감 스포츠’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이죠?”

선발투수요, 따위의 답변을 얘기하는 놈은 바보다. 우리는 주류가 될 수 없다.

“명문 구단에 가고 싶습니다.”
떵떵거릴 수 있는 삶을 살 만한 커리어와 돈,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답변이다.

<다시 ‘영웅’의 이야기>
일설에 의하면, 이소룡은 무리한 영화 스케줄을 감행하다 뇌부종으로 죽었다고 한다.
영웅은 바보같다. 
2003년, 마무리로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김병현은 선발로 전업했다. 아니, 도대체 왜. 그 안정된 진로가(직장이)(인생이) 어때서 그런 짓을. 그렇게 사람들은 의구심이 가득 찬 가식적인 응원을 보냈고, 그의 공은 ‘적응’따위는 우습다는 듯 솟아올랐다. 단지 타자들이 점수를 내어 주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그는 시작하자마자 3패를 당했고, 아니나 다를까 비판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안정된 생활로의 회귀를 요구했다. 통계학적으로 타순이 한 번 돌아오면 김병현의 피안타율이 늘어난다는 둥, 물리학적으로 언더스로는 우타자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둥, 사회과학적으로 모래위에서 야구를 하는 야만족의 땅에서 노예계약을 맺고 온 더티&어글리 아시안 옐로우 몽키는 선발이 될 수 없다는 둥, 우생학적으로 몽골로이드는 뇌가 작아서 3회 이후의 볼 카운트 계산이 안 된다는 둥. 물론 마지막 두 개는 뻥이다.

그리고 얼마 후, 김병현은 동부의 ‘명문구단’(명문!명문!)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소속팀 아리조나의 명분은 ‘타선강화,’ 보스턴의 명분은 ‘불펜 강화’. 결국 김병현은 불펜으로 들어가 셋업맨과 마무리를 번갈아 가며 수행했고, 또 그랬어야 하지만- 떵고집을 부려 선발로 등판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부러진 방망이 조각이 다리에 박히며 부상을 당했지만, 뇌부종 따위가 ‘사망유희’의 개봉을 막지는 못했듯이, 영웅은 9승과, 최대 이닝당 K 비율과, 9월 한 달간 방어율 0의 기염을 토했다. 그란데 사이즈 아메리카노들은  바닥에 널부러졌다. 하지만 그는 5이닝 이상 던지지 못했다. 스포츠과학적으로 언더스로 투수는 6이닝 이상 투구가 힘듭니다. 대퇴근가 삼두엽계강근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죠, 라고, 스포츠과학계의 ‘권위’자 Moodyz 박사는 이야기했다. 언더스로고 나발이고, 다리에 철심 박고 6이닝 던져봐라, 이 족구 신발아, 뭐 대퇴근이 어쩌고 저째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래, 사실 영웅에겐 부상따위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라고 믿기로 했다. 슬램덩크의 강백호나 귀폭의 용이가 빳다 좀 맞았다고 쓰러지진 않잖아, 단 한번의 부상 쯤이야, 현실은 2D가 아니지만, 제기나 차라

영웅은 무너졌다. 추락은 단 한번의 부상으로 충분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단 1이닝도 막아내지 못했고, 야유는 커져만 갔고, 영웅은 초딩즐, 을 외치며 그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선사했다. 언더스로 주제에 선발 한다고 깝치다 부상을 당한 어글리 아시안 옐로우 몽키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 해, 김병현은 최약체 팀 중 하나이며 산골짜기에 구장을 갖고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로 귀양가듯 트레이드 되었다. 그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실패는 정말 실력 때문이었을까. 나의 성공은 정말 실력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와 ‘나’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이소룡이든 김병현이든, 내가 생각하는 영웅의 ‘조건’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1. 동양인이어야 한다, 2. ‘평범’하지 않아야 한다. 작은 체구의 언더스로 동양인 투수에, 마무리로 활동하며 ‘스페셜리스트’의 이미지까지 지닌 김병현은 그래서 나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악당’들 역시 그러한 맞장 상대를 원한다. 등번호를 보이며 공을 던지는 특이한 폼을 가진 노모 히데오는 그래서 메이저리그 첫 동양인 투수가 될 수 있었고, 주류 언론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맞장 상대는 언젠가 패줘야 의미가 있으므로, 일당백의 가츠를 연상케 했던 ‘리쎌 웨폰’의 이연걸은 LAPD에게 총살당했고, ‘킬빌’의 루시 리우는 금발의 미녀에게 칼질을 당하고, 김병현은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홈런을 두드려 맞고는 패했다. 외계인을 무찌르고 지구는 평화를 되찾는다. 오오, 갓 블레스 아메리카.
그들의 기호에 내가 맞춰지는 순간,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 된다.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추어 지고 있을까. 수학 과학을 잘한다. 성적이 좋다. 얌전하다.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한다. 그 외 별거 없다. 내가 믿었던 성공 유학의 길은 그들이 상상하는 ‘동양인’의 이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오리엔탈리즘의 감옥에 갇혀 버렸다. 성공이라는 번지르르한 일면에 속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금되어 버렸다. 죄수가 된 나의 말은 세상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나를 표현할 수 없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이미지만이 그들의 게임 속에서 NPC가 되어 떠돌고 있었다. 감옥은 무서웠다. 그냥 나는 너의 이미지대로 살테니 풀어달라고, 말하며 투항하고 싶었다. 신발. 그래도 그건 내가 아냐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잖아 
기분 나빠

탈옥을 시도해야 했다. 키도 없고, 구워 삶을 간수도 없으니 남은 것이라고는 벽을 부수는 것 뿐이었다. 쾅- 정권 치기를 몇 방 갈겼다. 이 저항의 소리는 들리지 않겠지만, 몇 번이고 내리치다보면 부서질 것이라는 안일한 희망이라도 좋았다. 언젠가 유리창을 부수고 ‘본능’을 되찾은 시이나 링고처럼 나 자신을 되찾을 날을 기대하면서. 우리는 이미지를 부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표현해야 한다.

Epilogue.
그 후, 김병현은 콜로라도와 플로리다에서 땡깡을 피운 뒤- 혹자는 ‘태업’이라고도 표현하던데- 선발로 자리잡아 원하는 야구를 했다. 등판을 하지 않는 경기에는 늦잠을 자면서. 물론 이미지란 놈은 강해서, ‘언더스로 마무리’의 이미지는 아직도 깨어지지 않아 가끔 조언을 가장하며 과거 이미지로의 회귀를 종용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최근에 이적했던 피츠버그란 팀은 불펜 요원으로만 기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였으나, 그는 멋지게 땡깡을 피우다 퇴출당하고 한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만화책을 보았더랜다. 아마 우리가 더 이상 ‘마무리’ 김병현을 보는 일은, 다행이도, 없을 것 같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1-20
16:30:48 



병장 이동석 
  엥? 칼럼으로 가야죠. 허허. 2008-11-20
15:18:34
  



상병 홍석기 
  원래 조금 손을 본 후, 곧 연재 예정인 '칼럼'의 시리즈물 중 하나로 써 먹으려 했으나, 뭐 제가 조지 루카스도 아닌데 4편 먼저내고 나중에 1편 쓰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제 마음이 이 글에서 떠나 있는 상태였기에, 일종의 '번외편'으로 한번 올려봅니다. 2008-11-20
15:27:41




병장 박종혁 
  허허허 칼럼의 시리즈로 써먹어도 손색이 없을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2008-11-20
15:36:05
  



병장 이동석 
  어쩔수 없군요. 추천글로라도 가지로 가야죠. 

이건 진짭니다. 
김병현의 업샷-처럼 의뭉스럽게 가라앉았다가 부상하며, 똘똘이를 치는군요. 

<가지로>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31:59 

 

병장 이동석 
  음? 제가 옮겨드릴수 있었는데, 말을 하시지. 흐흐. 2008-11-20
17:26:53
 

 

상병 홍석기 
  동석//후후 그랬다간 벌 받을 것 같아서요. 2008-11-20
17:34:07
  

 

병장 이동석 
  그건 그렇고, 석기님이 스타트를 끊어주셨으니 다른 필진분들이 움직이실때가 되었는데, 다 집에 가셨나, 왜 이리 조용하시지. 

필진 선거 한번 더해서 추가 해야겠네요. 기존 필진분들도 선출된거니 당연히 유지하고, 그 후에 온 분들도 죽이는 필력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허허. 2008-11-20
17:50:05
 

 

상병 이우중 
  얼마만의 칼럼인가요. 허허허.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필진 선거 한 번 더 하는데 찬성입니다. 좀 더 많은 '칼럼'들을 보고 싶어요. 2008-11-21
16:01:57
  

 

병장 송지수 
  글 잘봤습니다. 2008-11-28
00:45:15
  

 

병장 김동욱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석기님에게 야구-김병현의 존재는 각별해보이네요. 힘들었던 시기에, 그와 비슷한 환경에서 말그대로 '영웅'으로 활동하는 것을 가까이서 봐서 그랬던 것일까요. 

누군가의 기호에, 이미지에 덧씌워진 것이 아닌, 석기'님 그대로 날것의 모습이라. 
앞으로가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흐흐 2008-12-14
16:19:57
  

 

병장 김민규 
  네번째 읽었군요. 그동안 왜이렇게 행간의 의미들을 소홀히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그는 멋지게 땡깡을 피우다 퇴출당하고 한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만화책을 보았더랜다" 

이 어찌 멋지지 아니할소냐.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렵니다. 
기분 나빠. 탈옥할래요. 2009-01-06
21: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