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늑대인간의 탄생  
병장 홍석기   2009-01-13 14:53:50, 조회: 234, 추천:0 

진실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다. 허위는 그가 원하는 것이다.
                                                                                 -마담 드 뒤라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꽤나 괜찮은 직장에 다니며 괜찮은 수입을 얻는다. 벌써 집도 한 채 장만했다. 널찍한 고급 아파트의 전망 좋은 고층. 발코니에서는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스웨덴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와, 독일제 냉장고, 중국 도자기가 구비되어 있다. 그는 요즘 부쩍 목재 가구 수집에 관심이 많다. 안락한 소파와 난방시설. 그는 남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그가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향하는 것은 회사.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사무실 복사기와 스타벅스 커피. 그는 매일 서류를 복사한다. 그렇게 복사기에서 양산된 똑같은 종이들처럼, 그의 하루하루는, 그 모든 것은 복사물의 복사물의 복사물과 같다. 지긋지긋한 시뮬라크르의 반복. 현실감은 날마다 떨어져, 업무상 분석하는 사고차량을 대면할때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느껴보고 싶다. 리얼리티를, 그 아우라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악기상 사고로 폭파되는 비행기를 상상한다. 그러나 돌아온 현실은 그저 평온할 뿐. 그렇게 돌아온 현실에서 그는 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비누를 판매한다. 촉감의 매개체. 그렇게 남자를 만난 후 돌아가는 길에서 그는 자신의 아파트가 갑자기 폭파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시각이 요동친다. 갈 곳은 사라진다. 그렇게 일상의 톱니바퀴가 깨어지고, 그는 비누 판매상인 남자에게, 단 한 번 마주치고 잊어버릴법한 그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다.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삶은 팍팍하고, 지루하고, 현실감은 없고, 부모님의 치료비도 내야 하는데, 집도 없어지고, 답답하다. 그러자 ‘비누 판매상’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 날 쳐봐. 주먹과 주먹을 맞부딪혀, 온 몸으로 삶을 느껴보자구.





얼마 전 부터일 것이다. 문득,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가 잡고있는 그 한 뭉치의 종이에서 어떠한 중력의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고 단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귀에선 음악이 시끄럽게 앵앵대고 있다. 예전에는 내 삶의 낙이니 소리의 미학이니 따위의 소리를 지껄이며 찬미의 대상이었던 그 음악이, 강남대로에 산재한 수백, 수천 명 군중의 잡담 소리처럼 시끄러운 소음으로 돌변하여 짜증을 유발한다. 헤드폰을 내던진다. 탁, 소리가 나게 책을 덮고 독서실을 나와 담배를 물었다. 아직 장염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흡연을 하면 가끔 배가 아파오긴 하지만. 절실한 상황인데 한번쯤은 봐 주겠지. 



하늘을 올려다 보니 수많은 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 거의 꽉 찬 보름달이 휘황찬란한 자태를 뽐내며 세계를 비추고 있었다. 만월의 밤. 그 강렬한 에너지를 받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몸에는 에너지가 충만하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미친 듯이 달리고 싶다거나 누군가를 실컷 패주고 싶다는 느낌이 치솟더만, 다 이놈의 보름달 때문이었군.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늑대인간으로 변신을 한다고도 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날도, 꽉 찬 보름달이 하늘을 빨아들일 것만 같던 그러한 밤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늑대인간으로 변신을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작대기 하나에 군생활 완성도 10% 미만의 나는 주절거렸다. 그러면서 혓바닥을 내밀며 우우우~소리를 따라해 보기도 했다. 아, 물론 이런 건 앞뒤에 ‘고’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작대기 3개 이상의 누군가가 보았다간 ‘말 나왔을’게 뻔하니까, 역시나 군생활 완성도 10%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랬다. 보름달 좀 떴다고 늑대인간 흉내나 내는 놈한테 나오는 반응이 그렇듯, 벙 찐 표정을 지은 채 저놈 왜 저러나, 혹은 너 좀 특이한 놈이다, 라는 마일드한 훈계를 던져 주는 사람들. 하지만, 뭐 그 짬이 다 그렇듯이 평소에 말도 잘 못하고 누가 시비 걸어도 적당히 굽혀 줘야 되고, 일에 치여 항상 어딘가 안 보이는 곳을 배회하며 무언가를 하고 밥 먹는양만큼 욕도 먹는, 그래서 억울해 죽겠는데 풀 곳도 없는 처지를 다들 알기에 많이들 이해해 주었다.  거기다 보름달까지 떴으니 한두놈의 포텐 폭발 쯤이야 뭐. 평소에도 밤에 나와 무에타이 연습도 하고 그랬으니까. 세상 참 ㅈ같네,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개 울음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다가 타이거킥 3단 콤보 몇 번 날려주면 순간적이나마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듯 했다. 일시적이나마 현실을 부순 후의 그 기분이란.



그렇게 시간이 가고, 어느덧 나한테도 작대기가 하나씩 붙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홍 일병님, 홍 상병님 하는 놈들이 나타나더니 어느덧 병장이란다. 쳇. 늑대인간이 되보겠다고 날뛰던 놈은 어느덧 나도 병장입네 하는 유통기한 19x일의 골골거리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더 이상 디저트로 욕 처먹을 일도 없고, 공함이니 빨래터니 하는 사람도 안 가는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을 일도 없다. 사무실에선 멍-하니 모니터나 주시하다가, 심심하면 옆동네 김씨나 불러내서 담배나 피다가, 길가에 무궁화 좀 발견하면 도대체 뭘 반드시 이기겠다는지 도저히 모르겠는 구호나 웅얼거리고, 종 울리면 칼같이 내려가는 별 볼일 없는 일과를 통과한다. 나머지는 모두 나만의 시간. 다치바나 다카시니 발터 벤야민이니 고진이니 데카르트니 하는 책을 들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주제에 아하하하 재밌다 손뼉치며 읽는다. 그는 요즘들어 특히 인디음악CD 모으기에 열중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니 눈뜨고 코베인이니 킹스턴 루디스카, 하찌와 TJ등을 ‘감상’ 하고 ‘향유’하며 아 역시 나는 인디 취향인것 같애, 같은 말이나 내뱉으며 나의 감수성을 사방에 내보인다. 아, 그래서 어쩌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한다) 그는 확실히,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한다.



그렇게 고상한 책이니 고상한 CD같은 것에 매달려 있다 보니 늑대인간의 꿈 따윈 생각나지도 않았다. 보름달이 뜨든 초승달이 뜨든, 아, 오늘은 보름달이구나,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에너지가 끓어 오르는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밤마다 나와 무에타이를 하던 C병장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잡은 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K병장은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에 매달려 위력적인 로우킥을 잊어버렸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도 누구 하나 뛰쳐 나오지 않았다. 누구나 한 명 쯤의 ‘x새귀’ 를 향해 불타는 증오를 내보이던 시절은 지나, 이제 우리는 그 어떤 적도, 물려쳐야 할 세계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더 이상 늑대인간 따위를 원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은 지금처럼 적당히 안락한, 사고 없는, 사역 없는, 변화 없는 그냥 오늘같은 하루가 지속되었으면, 그런 복사물같은 하루. 사본 같은 가짜 현실과, 복사기와 맥심 커피가 보이는, 지긋지긋한 시뮬라크르의 반복. 



현실감을, 리얼리티를, 아우라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하루종일 책을 붙잡고 앉아 있어도 글자는 내 눈 주위에서 맴돌 뿐이었다. 하루종일 헤드폰을 꽂고 있어도 노래는 귀에서 새어나갈 뿐이었다. 예전처럼, 내 안의 충만한 에너지 같은것이 모든 것을 빨이들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에너지를 잃어버렸다. 에너지는 커녕 영혼까지 사라졌는지 매일같이 몽롱한 상태에서 아지랑이 같은 비현실을 부유하고 있다. 영혼이 없는, 정열이 없는 상태의 독서에서 작가의 고뇌를 체감할 수 없었고, 어떠한 음악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의미 없는 행위의 결과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구절과, 단어를 남발하게 된 것과 싸구려 우월감 뿐이었다. 도대체 왜, 내 입에서 ‘소통’이니 ‘연대’니 학생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가. 나는 그것에 대한 경험은 커녕, 단 한번도 연관이 되거나 심지어는 목격한 적도 없는데, 어떠한 자격조차 없는 내가 그저 들은 이야기 만으로 무슨 면목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이다’는 화이트헤드의 명언을, 철학책 한 권 열심히 파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야기할 수 있는가. 산울림 노래 한번 들어본 적 없으면서 80년대가 한국 록의 전성시대였다. 도대체 어쩌자고 나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결론은 두 가지. 자기만족, 싸구려 우월감의 표출. 아, 한 가지 더. 시뮬라크르의 세상에 빠져 살다 보니 나 자신도 시뮬라크르가 되었을 가능성. 일상이 비루하다고 나조차 비루해졌다. 초라한 인간. 이래서 데라야마 슈지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고 했다. 초라한 청춘들이여, 당당해지자면서. 그곳이 도박의 세계라도, 경마장이라도, 차라리 인생의 불확실성을 맘껏 몸으로 경험해 보라고 하면서.



오늘도 뉴스는 난리를 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부었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스라엘의 누군가는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총탄을 향해 미친듯이 왈츠를 추고 있을 것이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처분한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버지는 삼 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높은 철탑 위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서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난방 잘 들어오는 따뜻한 내무실에 누워 전쟁이 언제 끝날거라는 둥, 세계정세가 어쩌고 쌍용차 매각의 득실은 무엇이며 상하이차의 ‘먹튀’는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지 새우깡 뜯어가며 쉽사리 주절거리는 것이 창피하지 않은가. 시뮬라크르의 세상에서 또 하나의 시뮬라크르로 재생산 될 것인가. 



간만에 몸에 열이 불끈 솟는다. 하늘에는 휘영청 뜬 보름달이 이 곳을 비추고 있다. 늑대인간 몇 명쯤 거리를 배회하여도 이상하지 않을것 만 같은 이밤. 문득 울음소리를 힘껏 내지르고 싶어졌다. 제기랄, 나도 늑대인간이 될 거라고. 늑대 인간이 되어 세상 곳곳을 뛰어다니며 타이거 킥 3단 콤보를 날려 주겠다. 사실 나는 겁이 많아서, 처음에는 지켜볼 뿐이겠지만, 그 육중한 현실감으로 스스로를 내려칠거야. 사실 그 ‘비누 판매상’과 주인공은 동일인물이지. 스스로를 두드려 팬 거야. 그렇게 내성을 키운 후, 나는 누구와도 맞설 수 있으리라. 현실감의, 리얼리티의, 아우라의 세계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으리라. 그리고 언젠가 이 만월의 밤을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다면, 혓바닥을 내밀며 우우우~ 하고 그놈의 제록스 복사기와 맥심 커피를 비웃어 주리라.



[……]나는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것이 싫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처럼 질주하는 편이 좋다. 그쪽이 훨씬 재미도 있고, 훨씬 감동적이다. 젊은 사람은 활자의 세계에 탐닉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신의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주위에 언어의 성을 높이 쌓아놓고 그 환상의 테두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하여 코멘트를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 중에서-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40:10 

 

상병 이동열 
  상큼하게 첫 댓글을 달 수 있겠군요- 몰래 책마을 창을 띄워놓은 보람이 있어요(웃음) 
시뮬라르크- 문득 준연님의 글이 떠오르네요...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요즘 달이 휘엉청 밝았습니다. 그런만큼 저또한 가슴속에 끓어오르는것이 있었는데- 저는 꺽정이처럼 울부짖지도 석기님처럼 글을 토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저 삼키고만 있을 따름이지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파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새살이 돋아나길 바라면서- 잘 읽었습니다(웃음) 

사족. 전 유통기한 18X의 작대기 세개이군요(크크) 2009-01-13
15:09:11
  

 

병장 김민규 
  하. 잠에 취해 지껄이거나 혹은 아는척 중얼거린 내 헛소리들이랑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문득 무너질 것 같던 날에 부르던 늑대소리의 추억들이 떠올랐어요. 요즈음 굳게 닫혔다, 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사실은 시뮬라르크를 깨고 계셨군요. 

아래 편견 부수기에 달았던 리플이기도 한데, 이제 탈옥하렵니다. 기분 나빠요. 있는 그대로의 나, 참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는데, 그것이 너무도 절실합니다. 하나하나 찾아갈겁니다. 마치 낡은 활동복처럼, 이곳에 어정쩡하게 버려두고 가지 않을겁니다. 

근데 그래도 맥심 커피는 못 버리겠습니다. 이런 2009-01-13
15:26:39
  

 

상병 김요셉 
  날은 춥고. 눈은 주구장창 내리고 - 여기는 광주입니다. 미루고 쌓아두다보니 무너져 엉키기 시작한 일더미들 앞에선 한숨만 내리고, 욕을 한바가지 퍼부으면서도 꾸준하게 
식욕과 게으름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비누판매상과 작당하여 집근처에 폭탄이라도 몇 개 심어놓고 싶다만. 대책없는 인문학도, 전투적인 니체나 읽으며 자위합니다. 암, 그래야지. 암, 싸워야지 하면서요. 

제기랄. 2009-01-13
15:30:34
  

 

상병 차종기 
  오늘 아침에 어두운 구름 사이로 보이던 밝은 보름달 같은 것이 떠오르는군요. 2009-01-13
15:53:41
  

 

병장 이동석 
  으르렁. 역시 정모-밖에 없습니다. 비누폭탄은 없지만, 폭탄같은 얼굴은 있을겁니다. 
는건 개소리고 

저는 차라리 보일러가 동파되고 수도관이 동파되어 야생이나 다를것 없는 상태에서 곱아가는 손을 녹이며 기름을 실어나르고 수도관을 녹이고 얼음을 부수며 살아있다는걸 느꼈습니다. 깔깔이를 입고 내복을 껴입어고, 양말에 장갑까지 끼고 잠을 청해도 쉽게 잠이 오지 않을때 왠지 저는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죽을것 같이 추웠다는건 아니고, 

책속에서 둥둥 떠다니면서 장광설만 뇌까리다가, 지상으로 나가떨어져 두발로 다시 서니, 뭐야, 다 개소리잖아. 싶었더랬습니다. 

월월, 그래도 이건 뭐 저릿저릿 하네요. 가지로- 2009-01-13
16:03:26
 

 

일병 송기화 
  아아, 맞서야하는데, 싸워야하는데. 
칼이 필요한 건 저로군요. 
상대를 향하지 못하는 화만 꾸룩꾸룩, 쌓입니다. 2009-01-13
16:24:01
  

 

병장 홍석기 
  동열// 아니 또 염장을 !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같은 7월이랍니다. 

민규// 굳게 닫혀 있어요. 하기야 한동안은 생각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지만, 요즘들어 아무리 용을 써봐도 글 한자 갈겨볼수가 없더군요. 예전처럼 의욕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어제는 보름달 파워를 빌어 하나 질러 보았습니다. 뭐 그래봤자 콘크리트에 구멍 하나 낸 정도. 

요셉// K도 광주인가요? J도 광주? 저희는 겨울에 눈이 한 번 밖에 안 왔는데. 근데 워낙 실내에 있다 보니 답답해 죽겠군요. 괜히 무기력해지고. 화끈한 니체가 땡기는 나날입니다. 오랫만에 광대의 줄타기 쇼나 감상하러 갈까. 

종기// 네, 어제의 보름달은 정말 밝더군요. 구름이 없어서 더 그런지. 아침에도 얼핏 보이더랍니다. 

동석// 저 정모 못가요~ 옹박과 설탕 사이 애매하게 날짜가 잡혀 있더군요. 그렇다고 1주마다 나간다고 했다간 바로 붕권맞고 입실할 거 같고. 정모가 절 피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울음) 

기화// 저는 장풍을 마스터해보려 합니다. 2009-01-13
17:12:00
  

 

병장 김민규 
  그러게요. 어제 저녁에 하도 먹먹해서 바람을 좀 쐬고 왔는데,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이곳 철원의 혹독한 날씨만큼이나 맑더군요) 달이 어찌나 크고 밝은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름만이라도 반갑습니다. 저는 <홍석기론자>거든요. 허허 

노트 한켠에 고이 스크랩해 놓으렵니다. 2009-01-13
18:22:16
  

 

병장 이우중 
  만화 '피안도'를 그린 작가의 전작 중에 '쿠데타 클럽'이라는 5권짜리 성인(용) 만화가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자극적인 그림과 마지막 부분인데요. 

악당(맞나?)은 주인공에게 몇 번이고 물어봅니다. "너의 리얼은 무엇이냐?" 
주인공은 여주인공을 업고 눈덮인 산을 내려가다가 쓰러지려고 하거든요. 근데 그 와중에 한 발 더 내딛으면서 "이것이 나의 리얼이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만화는 끝이 납니다. 

뭐 '리얼'이란 단어의 용법은 제쳐두고라도 
저는 리얼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 같더라구요. 

"나는 심심풀이로 책을 읽는 것이 싫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처럼 질주하는 편이 좋다. " 
전에도 한 번 인용하신 말 같은데 오늘따라 더욱 와닿네요. 죽을뻔 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달리고 싶어요. 아, 겨울 말고요. 너무 추워요 요새... 2009-01-13
18:29:25
  

 

병장 정병훈 
  역시군요. 석기씨의 글은 좋습니다. 제가 기다릴만 합니다. 당신을 더이상 아프지 않게 모든 약을 동원해서 지키며 글을 쓰게 하겠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글만 쓰세요. 

뭐, 격한 표현이죠. 으하하 

허원영씨의 글에도 인용되었던 문구가 눈에 띕니다. 개막장짓이지만, 일전의 막장짓 속에는 리얼리즘을 깔고 싶었습니다.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지만(정말 막장으로 끝이났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던 얘기는 반도 못했지만) 저는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타자를 누르는게 목적이 아니길 바랬습니다. 흐흐흐 깊은 뜻이 담긴 우리가 되길 바랬죠. 이젠 우리라고 하기까지 거창하긴 합니다만, 

우리는 리얼하게 되기 위해 준비중이죠. 이곳에서 발을 때는 순간 분명 우린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이죠. 눈 앞에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느냐 움직이느냐, 우린 리얼리스트가 되느냐 않되느냐, 하겠죠. 

나는 리얼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나 말고 당신도 그리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인용한 문구들은 제 다이어리에 간직하겠습니다. 2009-01-13
20:47:48
  

 

상병 김정용 
  여기 들어오기 전에도 곧잘 자신의 관념성에 대해 생각하곤 했지만 여기선 또 다르더군요. 하릴없는 독서나 하고 있다 보면 이것이 독서인가 혹은 그저 자위일 뿐이지 않나 하는 의문도 들고. 이 공간 때문에 그런가 싶어 바깥에서의 나를 기억해보면 그것도 또 관념적이고. 이 출구없는 이중의 관념성. 

이런 생각 자꾸 하다 보니까 부정적 자아만 형성되는 것 같아서, 그냥 유식해지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답니다. 아하하하 2009-01-14
04:09:38
  

 

상병 김요셉 
  J도 광주입니다. 주구장창 내리고 오늘 또 내립니다. 사실 니체보다는 호빵이 훨씬 더 땡깁니다. 흐흐흐 2009-01-14
09:35:47
  

 

상병 이지훈 
  읽고 그리고 느끼고 갑니다 고마워요 2009-01-14
12:30:22
  

 

병장 김동욱 
  잉, 저는 왜 오늘에서야 이 글을 읽었을까요? 흐음 

"지금처럼 적당히 안락한, 사고 없는, 사역 없는, 변화 없는 그냥 오늘같은 하루가 지속되었으면, 그런 복사물같은 하루"를 영위하고 있는 이로서 "울음소리를 힘껏 내지르고 싶어"지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니체의 식으로 이제 그 안락에 빠져있는 '최후의 인간'이 아니라 이제는 '위버멘쉬'를 위한 , '높아지려는' 시도가 좀 필요한데. 오늘도 안락에 빠져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삽질만 하다가 왔습니다. 

한창 용산을 비추는 뉴스를 끄고, 안락의 나락으로 빠져들기 위해 이불을 덮어쓰면서-내가 정말 여기서 뭘하고 있고, 대체 뭘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나는 생각이 스멀스멀 찾아드는 바람에 요즘 생활에 대한 회의가 잦아들질 않습니다. 2009-01-24
00: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