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독서후기]사랑에 관해 알게된 불편한 진실  
상병 강수식   2008-10-13 11:00:04, 조회: 621, 추천:2 

독서후기는 처음인거 같네요(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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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해 알게된 불편한 진실
- 마가릿 마찬티니의 소설 '그대로 있어줘' 를 읽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지금, 푸르죽죽한 군복을 입고 여성들의 기피대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내가 사랑과 불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줄이야. 그 것도 한 권의 소설로 인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이란 사회는 일부일처제의 사회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적인 상대라 생각되어지는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평생을 함께 걸어간다. 서로가 서로를 운명적인 상대라 생각하고 감싸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대게는 그렇지가 않다. 상대방을 완전히 알 수 가 없기에 아무리 무촌 사이라 하는 부부사이에도 간극이 생긴다. 그러한 간극사이에서 불만이 생기고, 불만족이 생기고, 욕망이 생기고 그렇게 결국은 금지되어 있는 불륜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당신들은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그럴까. 사회는 점점 더 노골적이되어가고 남자들 혹은 여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반쯤을 옷을 벗고나와 골반과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나랑 자고싶지?'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춤을 추는 여자(물로 남자연예인도 포함이다. 성적인 차별을 하자는 의도는 없다. 단순히 여자연예인들이 섹시어필을 하는 것이 많은 세태이지 않은가.)연예인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 드라마, 소설, 잡지 들은 내면적이고 은밀한 욕망을 건드리는 일들을 서슴치않는다. 심지어 케이블 방송이나 잡지들을 보면 여자를 '사냥'하는 법, 여자를 '만족'시키는 법 등등의 노골적인 이야기조차 거리낌없이 해대고 있다. 이미 우리들은 '한 여자'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눈이 높아져 있는 것이도, 너무 많은 욕망의 덩어리들을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 둔 샘이 된 것이다. 이러한 세태속에서 한여자만을 바라보고 산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여자를 모른채 살아왔던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이 남자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벌써부터 '천연기념물이다, 요새는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다, 불쌍하다, 남자가 20년 동안 여자를 모르면 마법을 쓸 수 있다더라, 마법을 보여달라, 물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 혹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냐...' 등등의 말들을 하고 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더불어 과연 이 남자에게 '그래, 자네 순결을 소중하게 지켜왔구만. 앞으로 결혼하기 전까지 소중하게 그 순결을 간직하라구. 그게 미래에 자네가 만날 사람에 대한 예의라네. 장하군, 자네.' 라고 하며 툭툭, 어깨를 쳐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굳이 혼전순결 이런 진부한 주제 따위를 들지 않고서라도 세상은 말하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여자랑 한 번 자보지도 않은 쑥맥은 멍청한 놈이라고.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여자입장에서도 여자에 대해서 쥐꼬리만큼도 모르는 순진한 남자보다는 달콤한 감언이설로 여자를 살살 녹이는 방법을 아는 '나쁜남자'들에게 더 끌릴지도 모를일이다. 이미 이 세상은 여자들을 살살 녹이며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느끼하고 욕망적이고 원초적인 대사들을 내뱉는 반반한 언굴의, 이 시대의 여자들이 소망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있지 않은가.


암묵적으로 '불륜을 권하는 사회'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지금의 이 세태는.


그래도 당신은 한 여자만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마가릿 마찬티니의 소설인 '그대로 있어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마가릿 마찬티니의 '그대로 있어줘'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티모테오는 성공한 외과의사이자 아름다운 아내를 둔 그야말로 성공적인 삶을 일궈냈다. 하지만 불륜에 빠진 아버지때문에 혼자 남겨진 어머니밑에서 자라면서 일종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내면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게된다. 그리고 어느날 우연치않게 자신의 아내와는 달리 깡마르고 빈약한 가슴을 가졌으며 고가도로 근처의 빈곤한 집에 살고있는 이탈리아라는 여인을 강간하게 된다.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싸구려 바에서 얼음을 채운 보드카를 마시고 난 후 였다. 

해변이 내려보이는 부유한 동네의 아름다운 저택,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여기자인 아내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느끼는 어떠한 권태, 내면의 빈곤함 속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 속에 내재되어있던 동물적인 본능을 느끼게 되고 이름도 모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탈리아라는 여인을 자꾸만 갈구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탈리아를 찾아가 아무런 말도 없이(강간과도 같이)관계를 맺은 날, 티모테오는 이탈리아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세상이 허락하지도 않은 사랑이지만 내면적으로 빈곤했던 티모테오는 외면적으로는 빈곤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부유한, 그래서 티모테오의 불안한 삶을 감싸줄 수 있는 이탈리아를 포기할 수 없게 되버린다. 그러는 사이에 티모테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이탈리아와 떠날 것을 결심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둘의 사랑은 어느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파국적인 결말을 맞게되버린다.

M모 방송사의 도가니도사(가칭)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이야 많이 약해졌지만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때만해도 방송심의위원회의 규정을 준수한다면서도 위험한 수위의 발언을 서슴치않는 게스트를 초빙해 간통이나 대마초와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중에서 내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I love XXX를 외치게 다니고 만들었던 랩퍼, 재입대문제 때문에 지금은 방송에서 모습을 감춘 PSY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바람? 서로 안 걸리면 그만이다. 서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계속 사느니
서로가 모르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는 원래 각자의 짝에게 잘하면 되는 것이다. 불륜이, 혹은 몰래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서로가 서로에게서 느끼게 되는 부족함을 채울 방법이 없다면 그 관계는 분명히 삐그덕 거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서로가 모르게 다른 사람을 만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자신의 원래 짝에게 더 잘 하게 될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웠으니까. 어쩌면 둘의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라고 불륜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대로 있어줘, 라는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싸이군이 얘기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굳이 불륜을 권하는 지금의 세태를 끌어다붙이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볼 법한 것들, 말하자면 풍족하고 풍요로운 삶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은 지금 자신을 이루고 있는 세계 -사회적인 지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옆에 있는 그녀-에서는 도저치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다. 티모테오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내에게서 얻을 수 없는 반곤한 마음을 채워주는 위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하더라도 티모테오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만큼은 진심이었고, 내면적으로 행복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이탈리아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티모테오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고도 있는 그의 아내 엘사가 있기때문에 티모테오는 불완전한 부분을 완전히 채울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명의 여인을 통해서.

물론 나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평생동안 같이 살고 싶고, 손을 잡고 힘든 일들을 헤쳐나가고 싶은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 그러한 여자를 (비교적 어린 나이인) 지금 만난 다는 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렇다. 하지만 마가릿 마찬티니의 그대로있어줘, 란 소설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어버린 순간 야릇한 소름이 등이며, 목, 팔로 뻗어올라왔다.

나도 당신들과 같이 아니다,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파 남자가 될 수 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가능하다. 라고 말하지만
과연 서로 다른 행성에서, 서로 다른 세상에서, 서로 다른 언어들로 살아온 나와 그녀, 혹은 우리들이 아무리 서로를 이해하려는 긴 탐색의 시간을 가진다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서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부터 돋아나오는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과연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 딱 한 명만을 통해서 채울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의 가슴속에서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한 번 들어보자.
그리고 마가릿 마찬티니의 소설을 읽어보자. 그리고 다시 한번 당신의 내면에 귀기울여보자.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1-09 20:59)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12:09 

 

병장 문두환 
  제 주변에 있는 한 miner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야, 솔직히 이쁜 여자들 보면 '아! 저걸 어떻게 자빠뜨리지?'라고 고민하는게 남자 아니야?"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봤을 때 남자가 표출하는 성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길가를 지나가면서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이 돌아가거나 어찌어찌 알게 된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두요. 오래 사귀는 연인들이 그들이 쌓아온 시간만큼 추억을 공유하기에 가지는 강점이 있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워낙 새로운 것에 민감한 동물이라 권태로움이 이별에 작용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을 꾸준히 만나다보면, 이건 이제 남녀간의 호감이나 사랑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사이의 신뢰와 애정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보면, 익숙한 관계가 던져주는 권태로움마저도 덮어 버리는 것이 '사랑'아니겠습니까. 

BGM : 장필순, <그대로 있어 주면 돼> 2008-10-13
11:50:47
  

 

병장 허종웅 
  그냥 조금 부족한채로 사랑하면 되겠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또 모르겠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책내용이 소름끼치게 상상되네요. 2008-10-13
11:50:54
  

 

상병 이동열 
  마지막 물음이 뼈저리게 다가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한번 이 책 읽어보아야겠네요(땀) 2008-10-13
13:29:07
  

 

상병 김무준 
  헤어진 여자친구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습니다. '바람은 펴도 된다. 다만 들키면 안된다.' 몇몇 할배들에 의하면 남자가 한 여자만을 바라보지 못함은 진화의 과정에 있었노라고 주장하죠.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겠죠. 여자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여자들도 좀 더 우수한 남성을 원해왔고 우수한 남성을 보게 되면 끌린다고. 

어쨌거나, 그럼에도 우리가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는 건 우리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하지만 이 못난 남자란 생물은 어째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서 이별했는지도. (피식) 2008-10-13
15:26:36
  

 

병장 황인준 
  잘 읽었습니다. 
인정할 부분도 분명 있고요. 
그런데 이 사회는 왜 이런 관점을 여성분들이 갖는 것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갖는 것에 비해 관대하지 못한 것 일까요.. 2008-10-13
16:19:13
  

 

병장 이동석 
  남성이 이런 욕망을 갖는건 용인할수 있는 범주이고, 그 욕망을 마음껏 실현한 남성에게 '바람둥이'란 호칭을 붙여주는건 모욕적인 의미라기 보단, 성적매력이나 능력을 인정해주는 의미죠. 

뭐, 여성의 경우엔, '바람둥이'라는 호칭 보단 '걸레'가 있겠습니다. 성적매력이나 능력을 인정해주는 의미는 전무하다시피하고, 모욕적인 의미라는건 모두 잘 아실테고, 

어쨌거나 그걸 이야기 하자는건 아니니까요. 

지금 같은 결혼제도는 근대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끝나버린 지금도 결혼제도만은 '언터처블'입니다만, 그건 철학자들에게도 가정이 있기때문일지도 모르죠. (이건 농담입니다) 지금의 결혼제도가 백년안에 사라질것이라고 예측하는 소리도 많은걸 보니 '언터처블'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우리가 불륜을 꿈꾸는 이유는, 방송과 거리에서 포르노가 넘치는 세상이어서도 아닙니다. 방송과 이미지가 넘치는 시대 이전에도 여기서 말하는 '불륜'이 암묵적으로 용인된 보편적인 행동이었다는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4시간 파티피플이었던 베르사유의 죽돌, 죽순이부터 호텔 물레방앗간 사람들까지, '불륜'은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해 '만연'되었으니까요. 

넘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바람 피우는 모든 사람들이 섹스가 부족해서라기 보단, 섹스든 정서적 공감이든 자기 만족이든 결핍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자기를 파괴하거나 사회적인 자신 -이를테면 혼인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까진 느끼지 못할때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해보면 성욕외의 다른 측면을 무시해선 안된다는것이지요. 

인간 수컷의 바람기를 진화의 산물로 보는건 온당하지 못합니다. 그건 자연현상에 이념을 덧씌운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종족을 아우르는 짝짓기 경향이란게 있을리가 없으며, 더 진화되었다고 보는 종속의 개체들이 덜 진화된 종속보다 바람을 더 피우는것도 아니지요. 자연현상에 가치판단을 하는것은, 이를테면 사자의 짝짓기를 일부 다처제로 펭귄의 짝짓기를 평생 하나만 바라보는 낭만적인 일부 일처제로 보는건 그야말로 토끼를 잡아먹는 여우는 사악하다고 보는것이나 지진과 홍수가 인간에게 내려지는 형벌이라고 보는것과 다름 없습니다. 

전 사랑을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하겠냐는 각서를 받아내는 현재의 결혼제도는 긍정하지 못합니다.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할수 있을까요. 앞서 말한것처럼 사랑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누군가는 한 사람만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수도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하면서 살아야만 한다면, 그게 어떤 여지도 없이 모두에게 강요되고, 그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법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강제가 따른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급 써서 성깁니다. 노가드니 어서 죽빵을. 2008-10-14
07:28:05
 

 

상병 김무준 
  인간 수컷의 바람기를 진화의 산물로 볼 수 없느냐. 진화의 과정에서 무조건 우성 유전자만 살아 남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이 더 진화되었고 무엇이 덜 진화되었냐의 판단은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자현현상에 가치판단을 맡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정도의 영향을 끼치리라 말한 겁니다. 

헤아릴 수 없이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문제에 그 요인을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일이 너무 바쁩니다. 노가드라도, 수건을. 2008-10-14
09:06:12
  

 

병장 이동석 
  자연 현상에 가치판단을 맡기자는게 아니라 
자현 현상에 가치 '판단'을 하는게 온당하느냐고 물은겁니다. 난데없는 여우와 지진이야기는 일천한 예시구요, 

그런고로, 어떤 형질이 우성인가 열성인가의 판단도 인간의 가치기준에 따른 우월한 성질, 열등한 성질의 구분이 아니라 

양적으로, 혹은 유전적 선택에서 우세한 형질을 뜻하는 우성이겠죠. 

그리고 전 싸잡아 도발한거니 걱정마세요. 2008-10-14
09:30:25
 

 

상병 강수식 
  글쎄요. 저는 바람기를 인간진화의 산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생식이라는 것, 
다시 말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모든 생물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입니다. 
누가 진화되었고 덜 진화되었고, 어떤 종이 한 번에 한 개체하고만 짝짓기를 하느냐 
아니면 여러 개체와 짝짓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살아남기'위한 가장 근복적이고 절실하다는게 중요한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옆집 암캐의 냄새만 맡아도 눈을 뒤집으며 뛰어가는 수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예시입니다.) 

쾌락 혹은 정서적인 만족감을 채워주는 측면의 성적관계를 넘어서서 
그건 뭐, 그야말로 우리 종족이 계속 살아남기 위한 
다시 말해서 '나는 죽지만, 나의 정자를 통해 또 다른 내가 계속 살아가는 것' 
이게 중요한거라는 말이죠. 

자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우리 종의 번식을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이유가됩니다.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보면 
인간이 언제부터 행복이니 불행이니 경제적인 부를 따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 나의 자손, 나의 종-또 다른 나-을 잘 키우는것이란 말이죠 

그러다 보니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었더니 수 많은 실패가 생깁니다. 
병약한 자손이 태어납니다. 아무리 봐도 험한 세상을 헤치고 나가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나아가 다른 개체를 만나 짝짓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럼 슬슬 종이 멸종하지는 않을까, 하는 본능적인 느낌이 들게되죠. 
그게 한 개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인데 말이죠. 

그럼 이제 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병약한 자손들만 남겨놓고 죽던가, 
아니면 좀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개체를 만나 튼튼한 자손을 남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개체에게 마음이 끌릴 수 밖게 없는 것이죠. 

인간은 동물입니다. 어떤 종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좀 손, 발 쓸 주 알고 
생각 좀 할 주 알고, 도구를 사용할 주 알다는 것 밖에는 다른게 없습니다. 

호랑이를 아무리 새끼 때부터 고양이처럼 키워도 그 안에 남겨진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 처럼 
아무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류라고 난리쳐봐야 
가장 깊고 근원적인 곳에 남겨진 '동물적인 본능' 다시 말해 
조금더 나은 암컷과의 교배를 통해 우수한 개체를 만들고 싶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죠. 

한마디로 
제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보면서 난 정말 담비 너에게 미쳤어, 너랑 자고싶어라고 
뇌파가 계속 신호를 보내는 건, 아무리 나라도 
손담비같은 암컷과 교배를 하면 튼튼하고 아름다운 종이 나오지 않을까란 
본능적인 끌림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기때문이라는...뭐.. 그런.. 

아마 인간의 내면, 무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 어딘가에 암호처럼 새겨진 
지울 수 없는 그런 본능일꺼란 생각이 드네요. 2008-10-14
11:39:13
  

 

병장 이태형 
  저도 진화의 산물로 생각합니다. 
변명이 되는 것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공학도, 실존주의를 좋아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고. 

불륜 권하는 사회, 좋네요. 

<가지로> 외칩니다. 2008-10-15
10:21:51
  

 

병장 김민규 
  그냥 마냥 좋아요. 꺼집어내서 뒤집고 풀숲을 헤쳐 드러내지 않아도, 이미 머리가 알고 가슴이 이해하고 있어요. 

논란의 여지는 있는데, 그게 곧 이 글의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맨날 바보취급이나 받고 살던 고리파분한 보수파가, 내 이야기를 한 번 하는 것도 속 시원한 일 같기도 하고요. 

"이미 우리들은 '한 여자'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눈이 높아져 있는 것이도, 너무 많은 욕망의 덩어리들을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 둔 샘이 된 것이다. 이러한 세태속에서 한여자만을 바라보고 산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 

<가지로> 외칩니다. 2009-01-09
19:13:45
  

 

병장 이동석 
  확실히 수식님의 글에는 어떤 굽힘-도 없는 솔직함이 느껴집니다. 그런 솔직함이 보는이로 하여금 후련함-을 느끼게도 하고, 그만큼 공감도 동반하는것이겠지요. 

너무 앞서나가지도 않으며 회귀적이지도 않은 그 근질근질한 포지션, 말하자면, 공감대-를 잘 알고 위무하는 글입니다. (성감대니 지-스팟이니 뭐니 하는 표현은 이 글의 격에 누가 되니 생략) 

가지로- 2009-01-09
20:58:20
 

 

상병 황동경 
  얼마전 영화화된 '아내가 결혼했다'가 생각이 납니다. 2009-01-15
07:19:30